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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47화 (47/277)

47화 즐기시게 둬

“끄으으윽!”

“다시!”

“끄으으윽!”

“다시!”

소문에 따르면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도박장엔 창문이 없다고 한다.

자신이 얼마나 안에 있었는지,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게 하려는 술수.

화려한 도박장 속 쏟아지는 칩과 돌아가는 머신 소리에 홀린 사람들은 자신이 돌아갈 집마저 잊어버린 채 인생을 걸고 도박을 한다는 괴담.

지금 대연 시스템 지하 2층 연구실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다시!”

강현이 잠시 숨을 고르고는 다시 홀로그램을 요청했다.

벌써 수십 번째.

보통이라면 지쳐 쓰러지다 못해 기절이라도 했겠지만.

강현은 이를 악물고 버텨 내고 있었다.

“벌써 일곱 시간째입니다. 저러다 죽을지도 몰라요. 말려야 합니다.”

처음엔 강현의 기세에 놀라고 응원했던 연구원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를 걱정했다.

아무리 젊고 힘이 넘친다고는 하나 사람이다.

홀로그램이라도 전투는 전투.

“마나로 능력을 재현한다고는 해도 아예 힘이 안 드는 건 아닙니다. 이제 말려야 해요.”

“신체 리듬도 점점 불안정해지고 있습니다.”

“이미 한계를 넘어섰어요. 정신력만으로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누군가의 말을 시작으로 주변에 있는 연구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쏟아 냈다.

아무리 홀로그램으로 능력을 재현한다고 하지만 자신의 마나와 체력이 안 드는 것은 아니었다.

홀로그램은 대상자가 뿜어내는 마나를 조작하고 뒤틀어 남이 다치지 않게 할 뿐.

그것만 해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어쨌든.

“지금 강현 군의 몸 상태는 이미 한계를 넘어섰습니다.”

이젠 강현을 말려야 한다.

대연 시스템에 입사하여 마나 홀로그램을 만지는 만큼 여기 있는 모두가 초엘리트.

이성으로 판단하기에 강현은 이미 위험한 상태였다.

진즉에 말렸어야 하건만 자신들도 모르게 그의 열정에 빠져 이때까지 보고만 있었다.

지금이라도 그만두게 해야 한다.

“…….”

그러나 강현을 바라보는 황세아 중사는 아무 말 없었다.

별다른 직책 없는 그녀였지만 대연가의 후계 중 하나인 만큼 발언권은 절대적.

다들 강현과 황세아 중사를 번갈아 보고 있을 때.

“능력자는… 헌터는… 아니 히어로는…….”

황세아 중사가 걱정과 확신, 믿음이 담긴 눈으로 강현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때로 한계를 만나고 그걸 극복해야 해요.”

“황세아 씨! 그만하세요! 저 아이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황세아의 발언에 결국 참지 못한 고참 연구원 하나가 버럭 목소리를 높였다.

“헌터도 사람입니다! 과학을 기반으로 한 훈련과 휴식 프로그램이 필요하단 말이죠. 저대로 가다간 강현이란 친구, 쓰러질 겁니다.”

맞는 말이다.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정신론 같은 소리를 한단 말인가.

황세아 중사도 그쯤은 알았다.

그러나.

“게이트와 능력자, 시스템은 과학적으로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지금 보고 있는 홀로그램은요?”

“그건……!”

황세아 중사가 강현을 보며 말을 이었다.

“게이트가 처음 열린 날 우리는 우리가 믿던 과학과 종교에 대한 기반을 잃었어요.”

그녀의 말에 선임 연구원이 입을 다물었다.

여기 있는 대부분이 보아서든 들어서든 알고 있을 것이다.

게이트라는 현상이 처음 생기고 세상이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

영화와 소설에서나 보던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고 이에 맞서 헌터들이 무기를 들어 올린 날.

이들은 이미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케케묵은 정신론을 꺼내 든다고 탓하진 마세요. 전 제가 본 것을 믿는 거니까요.”

호송 임무 때, 황세아 중사는 분명 보았다.

검을 휘두르면 휘두를수록 강해지는 강현의 모습을.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워 보였던 듀라한을 조각내는 모습을.

그렇기에 그가 한계에 달한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막지 않았다.

아니 못 했다.

“그리고 본인이 저렇게 즐거워하잖아요. 어떻게 말리겠어요.”

황세아 중사가 반쯤 돌아간 강현의 눈을 보며 빙긋 웃었다.

저 멋진 남자라면 분명 증명해 낼 것이다.

자신의 한계가 이 정도가 아님을.

그리고 실제로 강현은 그만둘 생각이 전혀 없었다.

[고물 군용 보급 검에 얽힌 강자의 경험치를 흡수합니다]

[스킬 해파칠십이검의 또 다른 사용자와 마주쳤습니다!]

[같은 검법의 다른 효과를 경험하여 검법 경험치 상승효과가 50% 증가합니다]

[이전 호칭과 퀘스트 보상으로 경험치 300% 상승, 도합 350%가 증가합니다]

[중급 검술 스킬의 경험치가 대폭 오릅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신체가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체력, 근력, 민첩 스텟 경험치가 좀 더 빠르게 상승합니다]

[불굴, 강골 특성의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정말 미친 듯한 성장!

강현을 압도할 만큼의 강자다.

이를 만난 강현의 능력이 미친 듯이 경험치를 빨아들이기 시작했고 검을 부딪히면 부딪힐수록 강해졌다.

벌써 수십 번을 패배했다.

그러나 그런 사소한 것에 신경 쓸 틈 따윈 없었다.

‘더 강해진다!’

끊임없이 강해진다는 성취감이 강현의 몸을 계속 움직이게 했다.

그리고 결과는 매번 싸움에서 드러났다.

점차 상대의 호흡이 보였고 깊어 보였던 상대의 검에 점차 가까워졌다.

한 발짝 한 발짝씩 가까워진다는 즐거움.

그리고 마침내.

[고물 군용 보급 검에 얽힌 경험을 일정 이상 흡수했습니다. 관련 기억이 열립니다]

알림과 동시에 무언가 강현의 눈앞에 펼쳐졌다.

중년의 남자가 검을 휘두르는 모습.

그의 뒤에는 거칠게 파도가 치는 바다.

얼굴이 뚜렷하진 않았지만, 강현은 본능적으로 그가 누구인지 알아챘다.

‘검성!’

그가 마치 강현에게 보여 주려는 듯 느릿하게 그러나 정확하게 해파칠십이검을 펼쳤다.

단순히 경험만으로 알 수 없는 세세한 부분이 보였다.

강현이 홀린 듯 그 검로를 따라가기 시작했고.

[새로운 기능 시뮬레이션 효과를 개방합니다]

[중요 고물과 일정 이상 교감을 이루었을 시에만 발동합니다]

검성의 모습과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검성의 검이 지금 자신이 휘두르는 해파칠십이검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저절로 알려 주었다.

옆에 스승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커다란 차이가 있다.

아주 작은 힘의 배분, 검 끝의 방향이 점차 자리를 잡았고.

채채채챙!

강현의 검이 정교해지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그저 휘두르기만 했다면 지금은 완벽하게 맞물린 몸과 호흡, 마나가 폭발적인 힘을 뿜어내며 상대의 묵직한 검을 밀어냈다.

폐와 몸을 짓누르던 깊은 바닷속을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

해파칠십이검의 또 다른 계승자가 최선을 다해 강현을 다시 바닷속으로 밀어 넣으려 했으나.

“흐흡!”

강현의 기합과 함께 뻗어 나온 진짜 해파칠십이검이 상대의 검을 산산이 부쉈다.

빠르며 날카롭고 정교한 검!

계승자 스스로 만든 검이라 해도 어찌 검성이 처음 만든 검보다 강할까.

‘검이여, 파도가 되어 바위를 부수고 바다를 뒤집어라.’

깊은 바닷속과 같이 무겁고 단단한 검을 찢어발긴 강현의 검이 홀로그램을 산산조각 냈다.

“후우.”

아직 주변에 남아 넘실거리는 마나가 꼭 잔잔한 파도를 보는 듯했다.

강현이 새롭게 생긴 기능 시뮬레이션을 통해 얻은 상념을 잠시 정리할 때.

[계승자 퀘스트 깊은 바닷속으로를 완료하였습니다]

[새로운 특성 세 개의 폐가 생성되었습니다. 호흡이 깊어지고 폐활량이 커집니다!]

[해파칠십이검 하위 스킬 방어형을 획득하셨습니다]

[체력, 민첩, 근력, 불굴, 강골, 강인한 팔뚝, 강인한 하체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시뮬레이션 효과로 해파칠십이검의 정수를 일부분 이해했습니다]

[보상으로 스킬 레벨이 4 상승했습니다! 검술 이해도가 늘어나 검격 횟수가 증가합니다]

[현재 한 호흡에 가능한 검격 24번!]

“와우.”

강현이 저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었다.

얼마나 싸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얻었다.

아니 혼자서 이런 성장을 이루어 내려 했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마 한두 달로도 모자랐으리라.

강현이 기분 좋게 미소지을 때.

[경고 과도한 신체 손상률로 몸에 힘이 빠집니다]

경고 알림이 울리며 강현의 무릎이 꺾였다.

“어?”

분명 강골에 다른 스텟 레벨까지 올랐는데?

무아지경에 빠져 싸우는 탓에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어느 정도의 강도로 싸웠는지 알지 못했다.

강현의 몸이 땅에 처박히기 전.

포옥.

누군가의 부드러운 손길이 강현을 감싸 안았다.

그대로 그의 머리를 자신의 허벅지 위로 올려놓은 황세아 중사가 멍한 강현의 표정을 보며 빙긋 웃었다.

평소 차가운 표정을 유지하는 그녀답지 않은 부드럽고 따뜻한 미소.

“첫 경험이… 좀 격렬했나?”

역시 표정은 부드러웠지만, 말투는 여전했다.

강현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환상적이었습니다.”

황세아 중사가 땀에 전 강현의 이마에 손을 얹자.

차가운 기운이 잔뜩 뜨거워진 강현의 머리와 몸을 시원하게 식혀 주었다.

“그래, 나도 강현이가 해 낼 거라고 믿고 있었어.”

“근데, 해파칠십이검을 사용하는 사람은 몇이나 더 있는 겁니까?”

“이제 없어. 아니 강현이가 있으니 한 명이겠네.”

강현이 침묵했다.

그럼 방금 싸웠던 사람은?

“저분은 마지막 해파칠십이검의 계승자로 2년 전에 돌아가셨거든.”

“그럼 홀로그램은 대체?”

“이전에 녹화했던 영상, 다른 홀로그램에 있는 자료들, 함께 싸웠던 동료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진짜 같은 가짜지.”

“아…….”

진실을 들은 강현이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잠시 묵념.

자신의 선배이자 좋은 가르침을 남겨 준 상대에게 보내는 예의였다.

[황세아 중사의 호감도가 증가했습니다]

[황세아 중사의 호감도가 일정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혜택을 개방합니다!]

[새로운 장소 대연 시스템 지하 2층 연구실을 개방했습니다!]

[이후 홀로그램 대련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잠시 묵념을 하는 강현을 보던 황세아가 입을 열었다.

“앞으로 필요하면 언제든지 와.”

“언제든지 말입니까?”

“응, 새로운 능력을 시험해 봐도 좋고, 아니면 다른 능력자들과 실력을 겨뤄 보고 싶을 때 와도 좋고.”

“다른 능력자들 데이터도 있습니까?”

“응. 아직 테스트 중인 게 대부분이지만. 단순한 전투 홀로그램만 만들어서는 시장을 점유하는 게 불가능하거든. 그래서 좀 특별한 기능을 만들었지.”

“그럼 자주 들르겠습니다. 나중에 후회하지 마십쇼.”

“말했잖아. 이 기업은 무료로 해 준다고.”

눈가를 찡긋하는 황세아 중사를 보고 강현이 저도 모르게 웃었다.

많은 걸 얻어 간 날이었다.

* * *

“이거 아무래도 휴가 나와서 더 바쁜 거 같은데.”

다시 이틀 후 대문을 나선 강현이 어깨를 휘돌리며 고개를 저었다.

대연 시스템에서 해파칠십이검의 계승자와 싸운 피곤함이 가시지도 않은 상태에서 던전 진입이라니.

“저기요. 오늘은 출입 금지입니다.”

허름한 집 바로 옆에 있는 신축 아파트 단지.

원래라면 막 입주를 시작한 입주민들 때문에 시끄러워야 정상이겠으나.

오늘은 주변에 경찰이 사람들의 진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예요! 기껏 분양받았는데 게이트라니!”

“그게 사모님, 아직 열린 게 아니고 당장 길드에서도 처리할 예정이니까 너무 걱정 마시고 기다려 주세요.”

“또 열리면 어떻게 하라고!”

아파트 단지에 게이트가 열린다는 소리를 들은 입주민들이 마구 아우성쳤다.

하긴, 침대 아래에 몬스터가 득실거리는 게이트가 열린다는데 누가 화를 안 내겠는가.

‘곧 편안한 잠자리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물론 거기에는 자신과 가족의 잠자리도 포함될 예정.

“어, 빨리 왔구나. 가자.”

미리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한진명을 따라 바리케이드 안으로 들어갔다.

도착한 곳은 아파트 지하 주차장.

“이곳에 게이트가 생기는 겁니까? 너무 좁은 거 아녜요?”

강현이 본 게이트들은 대부분 밖에서 커다란 입구를 뽐냈기에 생길만한 의문이었다.

“게이트에도 여러 종류가 있듯 생기는 장소도 천차만별이지. 네가 말한 건 야외 게이트고 이런 실내에 생기는 경우도 꽤 많다. 지하에 생긴 놈이 크기가 거대하다면 건물을 세우기도 어려웠겠지.”

“그렇다면 등급은 어떻게 유추합니까? 보통 크기로 알지 않습니까?”

“크기라는 것은 결국 뿜어져 나오는 마나 차이 때문에 그런 거니까. 마나량이 같다면 동일 크기의 게이트라고 보면 돼.”

“오, 그렇군요.”

“그리고 이번 게이트같은 경우는 좀 더 까다로울 거야. 미로형 게이트거든. 그래서 더욱 자네를 데려와 보고 싶었고.”

“미로형?”

막 한진명이 강현의 의문에 대답하려 할 때.

“뭐야. 검 좀 쓴다 해서 기대했는데 기본도 모르는 애송이였잖아?”

느끼한 목소리가 갑작스레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허리춤에 검 두 개를 차고 있는 남자가 한진명에게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는 강현을 스윽 쳐다봤다.

마치 품평이라도 하는 듯한 눈길.

그리고는 당당하게 한마디를 날렸다.

“고작 이런 사람을 왜 아저씨 같은 분이 관리합니까?”

대번에 강현의 눈썹이 솟아올랐다.

강현이 바로 맞받아치려 할 때.

[서브 퀘스트 재수 없는 새끼를 시작합니다!]

[자존심을 짓밟고 가장 소중한 거 한 가지를 빼앗아라!]

[성공 시 – 스텟, 스킬 레벨 추가권 1, 상대에게 원하는 것 한 가지(대화에 따라 변경됨)]

[실패 시 – 메인 퀘스트 32평 아파트 업그레이드 보상 취소]

‘오랜만에 마음에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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