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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46화 (46/277)

46화 이 기업은 무료로 해 줍니다

당신이 탐지 능력을 얻었다면?

팬티를 찢으며 사방으로 울부짖어라.

인생이 바뀔 테니까.

“그래도 싸우는 건 전투 헌터인데 탐지계가 얼마나 대단하다고. 전투 헌터가 최고지.”

처음 헌터계에 뛰어드는 헌터들이야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탐지계 헌터가 고용 시장에 나오는 순간 상황이 달라진다.

따르르릉, 뚜르르르, 띵동띵동.

집 전화기부터 시작해서 핸드폰, 심지어는 현관문 앞까지.

마치 큰 죄를 저지른 유명인을 쫓듯 각 길드 매니저들이 탐지계 능력자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열을 올렸다.

“사실 진짜 세상을 구하는 건 탐지계 녀석들이지. 우리야 싸움꾼이고.”

실제로 현장에서 좀 굴러 본 헌터들은 이런 말을 종종 하곤 했다.

아무리 뛰어난 전투 헌터라도 현장에 없으면 소용없다.

게이트라는 재해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몰랐다면 세상은 이미 아포칼립스 상태로 들어갔을 터.

그러나 현대 사회가 이만큼이나마 돌아가는 건 게이트가 언제 어디서 열리는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모든 게이트와 던전을 예고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이 정도가 어디야. 기상청보다 더 잘 맞추면 됐지.”

그러나 본래 자연재해라는 것도 갑자기 찾아오는 법.

태풍, 지진, 해일, 산사태 등 하다못해 당장 일어날 자동차 사고도 예상 못 하는 것이 인생이다.

그래도 게이트는 대부분 예측할 수 있는 재앙.

예측할 수만 있다면 전투 헌터들이 어떻게서든 이를 무력화한다.

그렇게 일상은 유지되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돈 되는 재앙을 누가 마다하겠어. 재앙 속에 금광이 있다는데 안 갈 거야?.”

게이트를 무력화하면 벌어들이는 천문학적인 돈.

던전 광물, 아이템, 몬스터 부속물들까지.

여기에 붙어 일용할 양식을 벌어먹는 사람들의 숫자만 억이 넘는다고 한다.

그 가족들까지 생각하면 이제 게이트와 몬스터 관련 산업은 현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렸다.

그중 게이트 분양은 정부에서 관리하는 국책 산업.

“이렇게 웃돈까지 주고 게이트를 살 필요까진 없지 않았겠습니까?”

막 통화를 끝마친 한진명을 보며 산군 길드 인사 팀원 중 하나가 투덜거렸다.

“자그마치 12억입니다. 12억. 평소 시세 생각해도 3억이나 얹어서 산 거라고요.”

탐지계 능력자들이 예측한 던전 등급은 D급.

지난번 마운틴 길드에서 무력화한 던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원래라면 9억 정도에 권리를 얻을 수 있었을 터.

그런데 어째서인지 한진명은 길드장에게 전화까지 해 가며 억지로 이 게이트를 사 버렸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

그러나 한진명의 표정은 변함없었다.

“남자가 사과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쩨쩨하게 돈 아껴서 뭐하게? 그리고 내 돈이냐? 길드 돈이지.”

“어어? 그 말 길드장님께 말씀드립니다?”

“드려라. 오히려 좋아하실 테니까.”

너무 당당한 태도에 오히려 부하가 말을 잃었다.

그 모습을 보며 한진명이 씩 웃었다.

“진짜를 위해서라면 몇십, 몇백억을 쓰고도 남을 분이시니까. 산군이란 그런 분이시다.”

한진명의 말을 들은 상대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저번까지만 해도 건방지다며 싫어하시더니 언제 또 평가가 바뀌셨습니까?”

“내가 그랬나?”

“그랬죠. 어린놈의 자식이 감히 산군님의 명을 소홀히 대한다 어쩐다 하면서 아주 본때를 보여 주겠다고 일부러 바로 게이트 현장에 데려가셨잖아요.”

그거로도 모자라서 특임대를 무시하는 발언을 하며 성미를 자극까지 했었다.

남의 입으로 들으니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옹졸했는지 느낀 한진명이 잠시 뒤통수를 긁적였다.

이제 스무 살이 넘은 아이를 상대로 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한 건지.

“처음엔 그랬는데. 보니까 괜찮더라고, 성격도 실력도.”

처음엔 자신도 왜 산군 같은 거목이 강현을 직접 키워 주라는 명령을 내렸는지 의아했다.

이번에 산군 길드에 들어온 A급 신입 헌터만 다섯 명.

이중 잘 키운 S급 하나만 나와 줘도 앞으로 수백, 수천억을 벌어다 줄 수 있다.

그렇게 재능있는 녀석들도 산군의 명이라면 껌뻑 죽는데 자기가 뭐라고 까탈스럽게 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어제 강현의 검술을 보고는 비로소 산군의 명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해파칠십이검.’

이제는 실전되어 버린 검성의 유산이자 첫 번째 검법.

이를 계승한 자라면 12억?

‘우습지.’

몇십 배를 들여서라도 붙잡을 만했다.

아마 이 사실이 다른 길드에 흘러 들어간다면 난리가 나리라.

그만큼 아직까지 한국 사회는 검성의 향취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분께서도 마찬가지고.’

자신의 길드장이자 가장 존경하고 따르는 이, 서대호가 아직도 검성을 찾고 있다는 건 한진명 또한 잘 아는 사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야, 너 같으면 C급 트롤을 단번에 무력화할 수 있는 탐지계 능력자가 있다면 어떻게 할래?”

“납치해야죠. 아무도 모르게, 그리고 세뇌해야죠. 우리랑 평생 함께해야 한다고요. 평생이요. 남은 평생.”

“…그거 범죄다.”

“제가 저지르기 전에 누군가 저지를걸요?”

부하 직원의 당당한 대답에 한진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대체 어떻게 게이트 핵 위치를 정확히 알아낸 거지?’

이것이 한진명이 강현에게 궁금한 점이었다.

탐지계와 전투계 능력이 따로 발현된다는 것은 상식.

탐지계와 전투계 능력을 모두 가진 괴물은 헌터 역사상 몇 없었다.

그런데 강현은 분명 마운틴 길드의 탐지계 능력자들이 핵 위치를 짚어 내기도 전에 그 위치를 찾아갔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무모하고 위험했던 행동.

‘확신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게 정말이라면.’

강현의 사정을 모르는 한진명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의 짐작이 사실이라면 강현이라는 친구는 검성의 실전된 검법을 사용하는 전투 겸 탐지계 능력자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런 괴물이라면 누구라도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다.

사실 한진명 본인이 강현의 잠재력이 궁금해서 참기 어려운 지경이었다.

“다음번에 더 확실히 알게 되겠지.”

그가 자신 손에 들린 던전 보고서를 보며 중얼거렸다.

-남양주 신축아파트 지하 신규 게이트 예측 보고서

형태: 미로 던전형(탐지계 능력자 동행 필수)

* * *

“타시죠.”

다시 이틀간 가족과 지내며 체력을 회복하길 잠깐, 황세아 중사와 약속했던 대로 고급스러운 차량에 탄 강현이 대연 시스템으로 향했다.

주머니에는 지난번에 받은 대연 시스템에 출입할 수 있는 출입증.

문득 이런 고급스러운 승용차에 타 본 게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이런 차는 얼마나 하나요?”

“한 1억 5천 정도 합니다. 옵션을 붙이면 2억까지 가구요.”

운전기사의 담담한 대답에 강현이 숨을 들이켰다.

지금 집을 타고 다니고 있구나.

택배 알바 덕에 운전은 할 줄 알았지만 이런 차를 운전해 볼 기회는 없었다.

‘나중에 이런 차도 살 수 있겠지?’

능력을 얻고 난 이후 강현의 생각이 바뀌었다.

할 수 있다.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

집도 한진명이 말한 퀘스트만 해결하면 얻을 수 있다.

그것도 본래 사려던 25평짜리 전세가 아니라 32평으로.

예전이라면 이런 차를 살 수나 있겠어라며 자신의 생각을 비웃었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자신감.

강현에겐 이전에는 없던 자신감이 있었다.

“도착했습니다. 내리시죠.”

“감사합니다.”

도착을 알리는 운전기사의 말에 강현이 꾸벅 고개를 숙이곤 차에서 내렸다.

지난번보다는 덜 낯선 건물 입구를 지나친 강현이 직원의 안내를 받아 지하 연구실로 내려가길 잠깐.

“하-이!”

그때와 같은 연구복을 입은 황세아 중사가 강현을 맞이했다.

좀 다른 것이 있다면 눈 밑에 진하게 낀 다크서클 정도.

“괜찮으십니까? 많이 피곤해 보이십니다.”

“밤새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느라 잠을 못 잤지 뭐야. 그러니까 강현이가 오늘 만족시켜 주면 잠이 솔솔 올 거 같기도 하고?”

“…알겠습니다.”

나른하게 답하는 황세아 중사를 보며 강현이 잠시 관자놀이를 눌렀다.

그런 강현의 반응이 재밌는지 킥킥 웃은 그녀가 상황실 안으로 들어갔다.

이번엔 마이크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

“저번 전투 결과 값을 분석해서 홀로그램에 입력해 놨어. 그러니까 이젠 충분히 제 위력을 낼 수 있을 거야.”

지난번 홀로그램과의 전투를 통해 강현의 현재 전투력을 입력.

불안정했던 능력 재현을 다듬었다.

“오늘도 어제의 저와 싸움입니까?”

강현의 질문에 황세아 중사가 잠시 콧소리를 흘리며 웃었다.

“아니, 오늘은 지난번 약속했던 선물을 준비했어.”

드디어 때가 왔다.

강현이 천천히 몸을 푸는 사이.

상황실에서 무언가를 준비하는지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고.

곧 푸른 마나가 모여들며 천천히 형상을 이루어 나갔다.

떡 벌어진 어깨와 각진 턱, 솟아오른 눈매.

‘강하다.’

단번에 강현이 상대가 강자임을 눈치챘다.

단순히 생김새 때문은 아니었다.

풍기는 기도와 눈가에 맺혀 있는 살기가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검.

이내 강현의 손에도 익숙한 군용 보급 검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자, 서로 죽여라.”

황세아 중사의 농담으로 싸움이 시작되었고.

파앗!

상대가 기싸움도 없이 다짜고짜 검을 뻗어 왔다.

강현도 이에 맞서 검성의 첫 검법 해파칠십이검을 펼쳤다.

한 호흡에 뻗어 나오는 열아홉 번의 검격.

[해파칠십이검 추가 검격 +1]

과거 얻은 퀘스트 보상으로 총 스무 번의 파도가 상대에게로 몰아쳤다.

C급 하급 괴물 트롤을 단번에 도륙 냈던 위력.

이번에도 같은 결과를 만들어 내리라.

그러나.

쩌저저저정!

상대 또한 정확히 같은 횟수로 강현의 공격을 막아 냈다.

“흐읍!”

“하압!”

강현이 다시 숨을 삼켰고 상대 또한 깊게 공기를 들이마시며 검을 뻗었다.

이번에도 같은 횟수, 같은 위력의 공방.

“흡!”

“하압!”

그다음도 같은 상황.

‘해파칠십이검!’

강현이 상대가 사용하는 검을 알아차렸다.

아니 실은 처음 검을 부딪치자마자 알아차렸다.

다만 같은 검법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성질이 달라 이제야 확신한 것.

그럴 만도 한 게 강현의 검법이 가볍고 날카롭다면, 상대의 검은.

‘무겁고 부드럽다!’

한 호흡에 스무 번을 휘두르는 만큼 속도가 빠른 와중에도 부드러움과 무거움을 모두 갖고 있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그리고 이런 차이는 공방이 반복될수록 강현과 상대의 격차를 만들었다.

“끄윽!”

“하압!”

일곱 번째 검을 부딪치는 순간.

강현의 숨이 완전히 메말랐다.

이미 숨을 가득 쥐어 짜낸 바람에 폐는 오그라들 대로 오그라든 상태.

그런 상황에서 검을 뻗으니 몸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깊은 물에 들어온 느낌이야!’

마치 바다 깊은 곳에 잠수한 기분.

팔다리는 무거웠고 숨이 껄떡거렸다.

비로소 강현이 이 모든 게 상대의 의도였음을 알아챘다.

강현의 검이 적을 몰아치는 파도라면.

상대의 검은 깊고 깊은 바닷속으로 적을 밀어 넣는 파도.

같은 검법이었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마나는 마력지체 덕에 무한일지 몰라도 폐는 아니었다.

“끄으윽!”

결국 상대의 검에 빨려 들어간 강현이 몸을 말며 숨을 갈구했고.

상대의 검이 강현의 몸을 갈랐다.

“파하! 하아, 하아.”

고통은 없었다.

그러나 능력을 얻고 나서 처음 겪는 패배에 마치 마음이 베인 것 같았다.

“역시 어려웠을까요?”

이를 본 연구원이 황세아 중사에게 물었고.

“…….”

황세아 중사는 침묵하며 강현을 보았다.

군대에서야 분대 에이스였고 이등병으로선 상상도 못 할 전공을 세웠다.

그런데 밖이라면? 강현이 서 있는 곳이 사회라면?

상상도 못 할 괴물 같은 실력자들이 도사리고 있는 곳.

과연 강현이 군대에서와같이 승승장구할 수 있을까?

그리고 현실의 벽을 마주했을 때 강현은 이를 이겨 낼 수 있을까?

‘최강현, 너는 몇 컵이지?’

패배 이후의 모습이 사람의 그릇이다.

황세아 중사는 그리 믿었다.

분노할까? 그렇다면 차라리 발전 가능성이 있다.

실망할까? 자신의 한계를 정해 버린다면 아쉬울 것이다.

포기할까?

‘그렇다면 앞으로 볼 일이 없겠지.’

그 정도의 그릇으론 어림도 없다.

강현의 반응을 기다릴 때.

“푸하하하하!”

강현의 예상치 못한 반응이 터져 나왔다.

너무나 시원스럽고 개운한 웃음에 상황실에 있는 연구원들마저 서로를 바라볼 정도.

황세아 중사도 순간 강현의 의도를 이해하기 어려워 미간을 찌푸릴 때.

“하하하하! 이거지! 이래야 재밌지!”

강현이 눈가에 맺힌 눈물까지 닦아 가며 좋아했다.

즐겁다!

지신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다.

만일 강현이 자신의 현재를 탓하고 포기하는 성격이었다면 이미 가난한 시절 자신의 삶을 포기했을 것이다.

그러나 강현은 독하게 버텼고 이젠 능력까지 얻었다.

독기와 자신감은 그의 정신적 무기가 되었다.

“황 중사님! 다시 가능하겠습니까? 계속 싸우고 싶습니다!”

앞에 잠시 장애물이 나타났다고 실망할 이유가 없다.

결국 강현을 더욱 강하게 해 줄 테니까!

강현의 뜻을 이해한 황세아 중사가 얼굴에 진한 미소를 띄웠다.

역시, 데려오길 잘했다.

황세아가 마이크에 대고 녹아드는 목소리로 답했다.

“얼마든지, 이 회사는 무료로 해 주거든.”

[해파칠십이검 계승자 퀘스트 깊은 바닷속으로 시작합니다]

[성공 시 – 해파칠십이검 하위 스킬 획득 및 해파칠십이검 스킬 4레벨 추가권]

[포기 시 – 해파칠십이검 검격 횟수 –1 및 황세아 중사와의 관계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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