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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42화 (42/277)

42화 행복의 나라를 지키는 방법

“끼야아아악!”

“히야아악!”

사람들이 놀이공원에 오는 가장 큰 이유는 일탈을 즐기기 위해서다.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평소에는 경험하기 어려운 짜릿함과 즐거움을 느끼기 위한 장소.

그래서 환상의 나라, 즐거운 세상, 꿈의 나라 등 어찌 보면 오글거리는 단어들을 광고에 붙여 넣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거다.

물론 이런 자극도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통하는 이야기일 뿐.

“평소에 게이트 들어가고 몬스터들이랑 싸우는 극한의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헌터들이야 재미없지.”

헌터들에겐 해당 사항이 아니었다.

우선 너무나 뛰어난 신체 스팩과 능력 덕에 고작 놀이 기구 정도로 짜릿함을 느낄 일이 별로 없었고.

“진짜 익스트림이 뭔지 알려 줘? 막 새끼 와이번 잡았는데 어깨 위로 까만 침이 뚝뚝 떨어진다면? 배때기에 칼 꽂힌 채로 도망가다 키 3m짜리 오우거를 만난다면? 그게 진짜 익스트림이지. 익스트림. 그냥 지리는 거야.”

“그건 그냥 데드 아니냐?”

“아, 어쨌든 살면 익스트림이야.”

워낙 위험한 상황에 많이 노출되는 직업의 특성상 웬만한 일에는 겁먹지 않는다.

아무리 헬스를 많이 한 근육 덩어리라도 3m짜리 오우거에 비하면 어린아이에 불과하니까.

아직 경력이 오래되지는 않았으나 강현 또한 헌터.

이미 게이트 전투까지 겪어 본 그로서는 놀이공원에 있는 놀이 기구야 그저 지루한 유희 거리에 불과할 뿐이었으나.

“오오옷!”

지금만은 진심으로 즐기고 있었다.

물론 지금 주변에 있는 사람들처럼 무섭거나 신나서 그런 게 아니었다.

[유명한 고물 놀이공원의 바이킹을 수집했습니다. 이전 사용자들의 경험을 흡수합니다!]

[욕심쟁이 타이틀을 발동합니다. 경험치 흡수 속도가 증가합니다!]

설마 했는데 진짜로 될 줄이야.

평소 어떤 물건에서든 경험치를 빨아들이는 능력이니 설마 놀이 기구에도 적용될까 궁금했었다.

‘진짜 되는구나!’

강현이 자기도 모르게 기쁨의 함성을 질렀다.

그저 앉아서 즐기기만 해도 경험치가 들어온다!

비록 하나하나 경험치는 엄청나게 작고 가늘었지만 그 숫자가 압도적이었다.

일 년에 놀이공원을 이용하는 입장객 숫자만 400만 명이 넘는다.

그중에 바이킹을 타는 사람은 몇 명일까?

적어도 백만은 넘을 터.

거기에 일 년, 이년도 아닌 10년 가까이 된 이 바이킹에 쌓인 경험치의 양은?

[이전 사용자들의 경험치를 흡수합니다! 다량의 경험치 흡수로 능력 레벨이 오릅니다! 불굴 특성 경험치가 대폭으로 오릅니다!]

[새로운 특성 강심장을 획득했습니다!]

“오옷!”

오랜만에 느껴보는 경험치 폭발에 강현이 절로 신이나 손을 번쩍 들었고.

“꺄항!”

서연이도 즐거워하는 오빠를 보며 신난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이게 바로 윈윈 전략!’

서연이는 놀이공원에 와서 신나고 자신은 경험치를 빨아들여서 신나고!

“서연아! 이번에는 후룸 라이드 탈까?”

“웅! 웅!”

강현의 제안에 서연이의 고개가 위아래로 크게 움직였다.

“고개 떨어지겠다. 어서 가자!”

그 모습에 쿡쿡 웃은 강현이 서연을 번쩍 안아 들고 재빨리 후룸 라이드를 타러 갔다.

야생을 모티브로 만든 놀이 기구 주위로 커다란 공룡들이 얼굴을 내밀었고 마치 진짜인 듯 짙은 안개가 주변을 채웠다.

그리고.

[오래된 마나 홀로그램에 접촉했습니다. 경험치를 흡수합니다.]

예전 능력 평가 때처럼 마나 홀로그램에서 경험치가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물론 고작 안개를 만드는 정도이니 전투용 마나 홀로그램보다는 훨씬 경험치 수준이 덜했지만.

[하급 마나 운용법의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새로운 고물 수집으로 능력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올리기 가장 까다로운 마나 운용법 경험치를 올려 주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드드드드.

느릿느릿 올라가던 후름 라이드가 최고점에 잠시 멈춰 섰고.

곧 굉음을 내며 아래로 추락했다.

“꺄아악!”

사람들의 즐거운 고함 속.

가장 앞에 탄 강현과 서연의 몸으로 물이 우수수 쏟아졌다.

그러나 몸이 젖지는 않았다.

이 물도 마나로 만든 가짜.

굳이 홀로그램으로 가능한 일을 진짜 물을 써 이용객에게 불편함을 줄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안개를 만들었던 마나 홀로그램과 물을 만드는 홀로그램을 따로 두었던 걸까.

[새로운 고물 마나 홀로그램에 접촉했습니다! 경험치를 흡수합니다.]

그 놀라운 소리에 강현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대체 놀이공원엔 얼마나 많은 고물이 있는 걸까.

[새로운 고물 수집으로 능력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그리고 문득 평소와는 좀 다른 알림에 강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보통 경험치를 흡수하면 거기에 맞는 특성이나 스킬 또는 스텟의 경험치가 올랐다.

가령 운동 기구로 운동을 하면 힘과 체력 스텟이, 총으로 사격을 하면 총기 마스터리 스킬이 오르는 방식.

그런데 능력 경험치가 오른다?

‘아까 분명 레벨도 올랐다고 했는데.’

바이킹에서 본 알림을 떠올린 강현이 상태창을 띄웠고.

‘와.’

속으로 감탄을 토했다.

이젠 예전과 다르게 상태창이 온갖 특성과 스킬, 호칭으로 빽빽했다.

‘언제 이렇게 쌓였지?’

처음 군에 입대해서 총기 마스터리를 처음 얻었을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이렇게나 강해졌다니.

세월 참 빠르다.

‘아니 능력이 빠른 거겠지.’

말은 똑바로 하자.

세월이야 많이 안 지났다.

물론 군대에 있으니 오래된 것 같겠지, 그렇겠지.

그러나 밖에 있는 남들이 느끼기엔 정말 짧은 시간에 불과했고.

강현은 남들이 오랜 시간 들여 획득할 힘을 단기간에 손에 넣었다.

그러다 보니 미처 신경 쓰지 못한 게 바로 레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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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최강현

직업: 군단 헌터 특임병

능력: 고물 수집가

레벨: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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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메인 퀘스트를 깨며 얻었던 레벨 기능.

지금껏 한 번도 별다른 효과를 보여 준 적 없었기에 신경 쓰지 않았는데.

‘언제 이렇게 올랐지?’

벌써 26레벨이 되어 있었다.

아니 대체 어떻게?

생각해 보면 꾸준히 오르긴 했다.

고물을 흡수했을 때뿐만 아니라 몬스터를 잡았을 때나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끝마쳤을 때마다 경험치가 들어왔다.

다만 다른 스텟이나 스킬처럼 당장 효과가 보이지 않았기에 신경 쓰지 않은 것뿐.

지금도 레벨이 올랐다는 소식이 있긴 했지만 무언가 강해졌다는 기분이 들진 않았다.

‘흠. 차차 알게 되겠지.’

강현도 언젠간 효과가 나타나리라고 생각할 뿐.

뭐 어쨌든 레벨이 높아져서 나쁠 건 없다.

“오빠? 뭐해?”

강현이 잠시 상태창을 보는 사이.

서연이가 불안한 듯 오빠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하긴 남이 보기에는 허공을 보는 모양새니까 이상해 보일 법도 했다.

“서연이, 배 안 고프니? 밥 먹을까?”

“쪼아!”

아침부터 바쁘게 놀이 기구를 타고 다닌 탓에 벌써 배고파진 둘이 놀이공원에서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

“움, 나는 핫도그 먹을래…….”

서연이가 메뉴판을 잠시 보더니 꾸물거리다 가장 저렴한 핫도그를 골랐다.

아이의 눈으로도 놀이공원에 있는 음식들이 얼마나 비싼지 보였다.

어린 서연이로서는 평소 하던 대로 가장 싼 걸 골랐던 것.

언제부터 당연하다는 듯 가장 싼 거를 찾게 된 걸까?

언제부터 떼 한 번 못 쓰고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걸 포기하게 된 걸까?

강현이 억지로 섭섭한 표정을 감추는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냐, 서연아. 먹고 싶은 거 골라도 돼.”

“먹고 싶은 거? 정말로?”

“그럼!”

평소라면 오빠의 당당한 대답에 활짝 웃으며 좋아했을 거다.

그런데.

“흐, 흐으응, 흐아아앙!”

서연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서연아, 서연아? 왜 그래? 갑자기 왜 울어?”

당황한 강현이 서연이를 급히 안아 들었다.

자기가 가고 싶어 하던 놀이공원에 온 데다가 맛있는 것도 사 준다 했는데 왜 갑자기 운단 말인가?

강현으로선 이해하기 어려운 일.

입을 크게 벌리고 울던 서연이가 오빠 가슴팍에 얼굴을 꾹 묻으며 하는 말에 강현이 모든 움직임을 멈췄다.

“오빠도 이제 못 돌아와? 그런 거 싫어… 혼자 있기 싫어… 엄마, 아빠처럼 못 와?”

순간 찢어지는 마음에 이를 악물었다.

강현이 얼른 감정을 추스르고는 동생의 가녀린 등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마치 젖은 아기 새처럼 떨리는 몸.

갑자기 오빠가 온 이후 소고기에 삼겹살, 어제는 백화점에 가서 서연이가 좋아하는 하늘하늘한 옷까지 샀다.

거기다 오늘은 놀이공원까지.

어린 서연이에겐 요 이틀간의 일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만큼 행복했다.

그리고 이런 행복을 경험해 본 적 없는 어린아이의 작은 마음에 불안감이 차올랐다.

“아냐. 서연아, 그런 거 아냐. 오빠가 가긴 어딜 가. 오빠는 무조건, 서연이 보러 무조건 돌아올 거야. 진짜로.”

“히잉, 정말루?”

“그럼 정말로, 정말이지. 서연아,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을 했어. 이렇게 좋은 날.”

“구냥, 너무 좋아서… 그래서 무서워서, 미안해, 오빠…….”

“서연이가 왜 미안해. 오빠가 미안하지. 앞으로, 앞으로는.”

강현이 메이는 목소리를 정리한 후 아직 가슴팍에 꾹 묻혀 있는 동생의 얼굴을 떼어 냈다.

흐르는 눈물과 콧물 때문에 엉망이 된 얼굴.

망설임 없이 맨손으로 이를 훔쳐 낸 강현이 동생을 보며 밝게 웃었다.

“계속 행복하게 살자. 앞으로도 같이.”

“약속하는 고야?”

“그럼! 약속. 서연이랑 오빠랑 꼭꼭 약속에 엄지 도장까지 쾅!”

강현과 새끼손가락을 걸고 엄지까지 맞대고 나서야 서연이가 안심한 듯 활짝 웃었다.

“그럼 나 돈까스!”

“돈까스? 그거랑 또 뭐 먹을래? 더 시켜, 팍팍 시켜!”

“볶음밥!”

“볶음밥? 그거로 모자라지!”

“그럼 핫도그!”

“좋지, 좋아!”

성인 남자 둘이 먹어도 다 먹기 어려울 만큼 음식을 쌓아 놓고선 흡입하는 서연이를 보며 강현이 미소 지었다.

그런데 자꾸 속에서 울컥 치미는 무언가에 속이 쓰렸다.

안쓰러움이기도 했고 기쁨이기도 했고 걱정이기도 했다.

자신이 원하는 기쁨을 손에 넣고도 불안해하는 동생에 대한 안쓰러움.

앞으로는 그런 불안감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기쁨.

마지막으론.

‘언제 깨질지 모르는 행복이라도 지켜야 한다.’

그 행복이 언제 깨질지 모른다는 걱정.

문득 강현은 자신의 생각이 동생과 같다는 것을 깨닫고 씁쓸하게 웃었다.

‘나도 마찬가지구나.’

눈앞에 다가온 행복을 보며 언제 닥칠지 모르는 불행을 두려워한다.

울지만 않았을 뿐이지 어린 서연이나 성인이 된 자신이나 같았다.

‘그래, 다시는, 다시는 그렇게 되지 않을 거야.’

그래도 한 가지 다른 것이 있다면 강현에겐 능력이 있다는 점.

이를 통해 계속해서 성장하고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 달랐다.

그리고 오늘 놀이공원에서 서연이와 함께 놀이 기구를 타고 동생의 눈물을 보면서 느꼈다.

강해진다는 것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강현이 다시 한번 앞으로의 계획을 속으로 점검할 때.

“오빠, 아~.”

서연이가 포크와 나이프로 거의 난도질을 해 놓은 돈까스였던 조각을 하나 내밀었고.

“음! 서연이가 주니까 더 맛있네!”

“정말? 헤헤헤.”

강현의 칭찬에 기쁘다는 듯 하얗게 웃었다.

그 미소를 본 강현이 지금의 걱정을 잊으려는 듯 앞에 있는 음식을 마구 쓸어 넣기 시작했다.

일단은 지금을 즐기자.

“오빠! 이거! 이거 타자! 저것도!”

먼저 서연이가 타고 싶은 모든 놀이 기구 타기.

다음으론.

“어? 퍼레이드다! 저거, 저거 보고 싶어!”

마침 시간에 맞춰서 진행하는 퍼레이드를 발견한 서연이가 깡총깡총 뛰었고.

“읏차! 서연아, 오빠 머리카락 잡아.”

강현이 서연이를 번쩍 들어 어깨 위에 목말을 태웠다.

“우와! 잘 보여!”

높은 시야를 확보한 서연이가 꺄르륵 웃길 잠깐.

“오빠, 머리가 짧아서 안 잡혀.”

“…머리통을 잡아 줄래.”

“웅.”

서연이가 강현의 머리를 껴안듯 감싸 안았고 둘은 웃으며 퍼레이드를 구경했다.

오후엔 정말 행복에 나라에 온 것처럼 즐겁게 보냈다.

“우움, 후름… 라이드… 재밌어…….”

노을이 뉘엿뉘엿한 해 질 녘.

붉은 볕이 늘어지는 버스 안, 강현은 자신의 옆구리에 기댄 채 기절하듯 잠든 동생을 보고 있었다.

아직 퇴근 시간이 아니라 사람이 적은 버스 안은 한산했다.

노을에 비친 자잘한 먼지가 허공을 부유하듯 동생의 얼굴에도 오늘 느낀 자잘한 행복이 떠돌아다녔다.

그 사소한 행복을 더 잘 보고 싶어 얼굴을 가린 머리카락을 정리하자.

“우움.”

강현의 손길을 느낀 서연이가 더욱 바짝 오빠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그 무게가 너무도 가벼워 마치 작은 강아지를 안은 것만 같은 기분.

‘행복을 지키려면 안주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강현은 어른이다.

무상의 행복이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잠깐의 휴가 동안에도 그저 즐기기만 할 수 없다.

또 성장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누군가는 악착같다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삶의 방식이 지금까지 강현을 지탱해 왔고 그가 믿는 무기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 방법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강현 군, 그때 보았던 산군 길드 관계자입니다. 내일 시간 가능합니까?

아까 오후에 온 문자.

-네, 내일 오후에 뵙죠.

강현이 답장했다.

휴식은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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