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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40화 (40/277)

40화 물론 가족부터

“그리고 언제 일을 시작할지도 제 마음입니다. 앞으로 2박 3일 동안은 어떠한 연락도 받지 않겠습니다.”

“어?”

“네?”

예상과는 다른 대답에 황세아 중사와 중년 남자의 표정이 멍해졌다.

그러나 강현의 표정은 변함없었다.

굳이 하나를 선택할 필요 있나?

어차피 휴가는 길었고 얻을 수 있다면 퀘스트 보상을 모두 챙기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 전에 그가 챙길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 있었다.

어찌 보면 강현의 선택은 당연했지만 막상 당하는 상대로선 어이없는 말.

“지금, 산군 길드장님이 내린 일을 안 하시겠다는 겁니까?”

강현을 찾아온 중년 남자가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그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자그마치 산군이다, 산군!

어디 동네 할아버지 부탁 들어주듯 대충 넘길 수 없는 일이란 뜻.

그러나 오히려 강현이 되물었다.

“좀 쉬고 나서 다른 일도 하고 그 일도 하겠다는 뜻인데요?”

“하지만 산군님께서!”

“알고 있습니다. 직접 듣기도 했구요. 그런데 일을 맡기신다는 게 다른 일을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제 휴가 일정은 제가 정합니다.”

강현의 당당한 표정에 중년 남자가 기가 찬다는 듯 웃었다.

군대에서나 이등병이지 밖에선 이등병이 아니다.

지금은 선임들에게 예예 거리며 허리를 굽히던 강현이 아니라는 소리.

물론 산군 서대호에게 감사하고 있었고 자신을 이렇게 찾아서일까지 맡긴다는 사실이 기쁘기까지 했다.

그러나.

‘한 곳에만 묶여선 위험하다.’

어릴 적 부모님을 잃고 이곳저곳 전전하며 배운 생활의 지혜가 하나 있었다.

상황은 언제든지 변한다.

상황에 따라 사람도 변한다.

서대호를 못 믿겠다거나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아무리 성격 좋고 강현을 믿었던 사장들도 자신이 어려워지면 강현을 내쳤다.

‘누군가 날 영원히 보호해 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자신의 삶은 자기가 보호해야 한다.

누군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자신을 외면해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그러기 위해선 여러 곳에 보험을 들어 놓는 것이 좋다.

이 가게가 망해도 저 가게로 갈 수 있도록, 저 가게가 자신을 괴롭히면 요 가게로 도망갈 수 있도록.

약한 사람의 생존 방식이었고 강현은 이를 많은 경험을 통해 배웠다.

그 상대가 누구든 마찬가지다.

그게 설사 산군 서대호라고 해도 말이다.

그리고 지금 강현에겐 퀘스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문제 있습니까?”

강현의 당당한 물음에 중년 남자가 인상을 쓰며 뭐라 하려고 할 때.

“흐응, 나는 좋아.”

황세아 중사가 콧소리를 내며 미소 지었다.

“튕기는 맛이 있어야 잡는 맛도 있지. 그리고 거기 아저씨. 그쪽이 산군 길드장님도 아닌데 왜 그렇게 열을 내요?”

그래, 자신의 눈에 든 남자라면 이런 맛이 있어야지.

오히려 황세아 중사는 강현의 당당한 모습에 만족했다.

풋내기처럼 이곳저곳 끌려다니는 것보단 능숙한 게 좋으니까.

갑작스런 황세아의 역공에 상대가 잠시 주춤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보통 사람은 아니다.

설마 군인이 저런 차를 타고 다니리란 생각을 하진 못했고.

“좋습니다. 하지만 산군님의 일을 우선으로 해 주십시오.”

그가 한발 양보했다.

“난 순서는 상관없어. 잘해 주기만 하면 돼.”

황세아 중사가 특유의 이상한 화법으로 동의했다.

[히든 조건 모두 제 퀘스트입니다를 충족했습니다!]

[욕심쟁이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고물 경험치 흡수 효율이 20% 증가합니다!]

[산군 퀘스트 작은 봉우리부터를 시작합니다]

[황세아 퀘스트 능숙한 손길을 시작합니다]

“그래서 어느 차에 탈 겁니까? 집까지 모셔다 드리죠.”

“어느 차에 탈 거야? 데려다 줄게.”

산군 길드원과 황세아 중사가 물었다.

‘퀘스트 이름 꼬라지 봐라.’

이제 하도 당해서 화도 나지 않았다.

각자 차 문을 열고 자신을 타길 기다리는 둘.

평생 타 본 적 없는 고급 차였지만 왜인지 별로 당기지 않았다.

“둘 다 안 탑니다.”

강현이 고개를 저었다.

기껏 나온 첫 휴가다.

바로 퀘스트부터 시작하라니.

정말 이 사람들 군인의 마음이라곤 하나도 모르는구나.

“이틀 뒤 제 연락처로 전화 주십시오. 우선 갈 곳이 있습니다.”

산군 서대호의 퀘스트와 능숙한 손길을 기다리는 여인을 뒤로하고 먼저 갈 곳.

“집으로 가서 좀 쉬어야겠습니다.”

둘의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보며 강현이 마침 오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래, 뭐니 뭐니 해도 첫 휴가에는 대중교통 타고 집에 가는 게 제일!

강현이 떠난 후.

“연락처를 알려 줘야 연락을 하지…….”

“저 아는데 드려요?”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연락 순서는 나중에 정하죠.”

“네.”

어쩌다 보니 같은 사람에게 일을 의뢰한 둘이 서로의 번호까지 교환하며 이후 약속을 정리하는 동안.

고급 세단과 스포츠카를 마다하고 버스를 탄 강현이 잠시 눈을 감았다.

* * *

남양주시 한 버스 정류장에 마을버스가 털털 소리를 내며 멈춰 섰다.

버스에서 내린 강현이 오랜만에 보는 풍경에 깊이 숨을 들이쉬었고.

“쿨럭, 쿨럭. 오랜만에 매연 냄새 맡으니까 맵네.”

마을버스 뒤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캐한 냄새에 잠시 쿨럭거렸다.

그것도 잠시 그가 두근거리는 마음과 양손 가득 먹을 것을 든 채 익숙한 대문으로 향했다.

이번에 새로 들어선 번듯한 아파트 단지 옆.

허름한 녹색 문과 삭막한 콘크리트 담 속 작은 집.

익숙하다 못해 그리운 모습이었다.

탕탕탕!

강현이 대문을 두들겼고.

“누구세여?”

앳된 목소리가 들렸다.

잠시 강현이 목소리를 가다듬을 때.

“할무이? 할무이 오셨어요?”

도도도, 잘게 발 구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대문을 낑낑거리며 여는 소녀가 보였다.

강현의 어린 여동생 최서연.

둘의 눈이 마주쳤고.

“어어어?”

“아아아?”

잠시간의 놀람과 정적 뒤.

“오빠아앙!”

“서연아!”

서연이 강현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강현이 동생을 번쩍 안아 들고는 볼을 부볐다.

“요 귀여운 것! 잘 지냈어?”

“흐이잉! 왜 이렇게 늦었어!”

갑자기 나타난 오빠를 보며 서연이 울먹였다.

이제 일곱 살, 부모님마저 없는 이 아이에게 오빠의 빈자리는 큰 것이었고.

오랜만에 나타난 오빠가 야속하고 미우면서도 너무 좋아서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

점점 구겨지는 여동생의 귀여운 얼굴에 강현이 미소 지었다.

그리곤 찹쌀떡같이 말랑한 동생의 볼을 주욱 잡아당기며 물었다.

“고기 먹을까? 소고기!”

“소고기!”

아, 바로 울음을 멈췄다.

“미리 준비해서 할머니 놀라게 해드리자.”

“할무이 놀라게 해드리자!”

양손을 번쩍 들며 좋아하는 여동생을 내려 준 강현이 양손 무겁게 식재료를 들고 집으로 들어섰다.

그때.

‘리어카.’

좁은 마당을 꽉 채우고 있는 리어카가 눈에 띄었다.

다가간 강현이 속으로 안도했다.

‘이제 폐지 안 주우시는구나.’

리어카 손잡이에 쌓여 있는 먼지를 보면 알 수 있었다.

별생각 없이 손잡이를 잡는 순간.

[오래된 고물 할머니의 리어카를 수집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흡수합니다]

이 눈치 없는 능력은 리어카에서마저 경험치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현은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군대에서 온갖 고물을 만지며 능력을 빨아들였고 성장을 이루었다.

그런데.

‘이렇게 약했구나. 우리 할머니.’

이렇게 미약하고 가느다란 힘은 처음이었다.

이런 약한 몸을 이끌고 돌아다녔을 할머니를 생각하니 절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사실 그 또한 산군과 비슷한 고민을 했었다.

군대, 정말 가야 했을까?

부모님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차라리 살아 있는 할머니를 위해, 동생을 위해 군대를 가지 말아야 했던 것 아닐까?

강현이 그러한 고민을 말한 날.

“강현아, 우리 새끼.”

할머니가 강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이 할미는 괜찮으니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믿고 싶은 대로 믿으렴. 누구도 뭐라 할 사람 하나 없단다. 또 모르잖니, 그곳에서 새로운 연을 만날지도.”

결국 강현은 마지막으로 고집을 부려 보기로 했고.

이런 능력까지 손에 넣었다.

그리고 3억이란 돈을 들고 집에 돌아왔다.

누군가에겐 참 우스운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강현에겐 성공 신화와 같은 변화였다.

잠시 감정을 정리한 강현이 손을 떼려 했으나.

“어?”

손이 떨어지지 않았다.

강현의 힘으로 못 뗄 리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리어카가 손에 달라붙는다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혈족 경험치 흡수로 능력 성장이 더욱 빨라집니다]

[욕심쟁이 호칭으로 흡수 효율이 20% 증가합니다!]

일순 강현의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할머니의 고생.

여름, 후텁지근한 날에도 겨울, 코끝이 아릴 정도로 추운 날에도 자기 몸보다 큰 짐을 싣고 걸었던 할머니의 경험을 읽었다.

군대에서도 한 번 울지 않았던 강현의 눈 끝에 눈물이 맺힐 때.

[혈족 경험치 흡수율 1%… 10%… 30%… 60%… 100%]

[새로운 특성 강인한 허벅지 특성을 획득하였습니다!]

알림에 눈물이 쏙 들어갔다.

‘감동은 감동이고 특성은 특성이지.’

강현이 자기도 모르게 집안을 쓱 둘러봤다.

혈족 경험치, 즉 피가 이어진 사람의 경험치는 좀 다르게 취급이 되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설마 다른 것들도?”

이 집이 오래된 만큼 사용한 물건들도 오래된 것들이 많았다.

저기 부엌에 보이는 냄비와 프라이팬만 하더라도 할머니가 몇 년을 넘게 사용했고.

하물며 텔레비전이나 밥 먹는 반상은 사용한 지 십 년도 넘었다.

꿀떡.

강현의 목울대가 입안에 넘치는 군침을 넘기느라 울렁거렸다.

이러면 안 되는 걸 안다.

할머니의 고생과 어려운 시절이 담겨 있는 집.

그러나.

‘집에 금맥이 있었을 줄이야.’

이건 도저히 못 참겠다.

오래된 집이 알고 보니 또 다른 금광이었다니.

거기다 자신의 능력은 이 금덩어리들을 캐낼 수 있다.

“오빠?”

멍하니 집안을 둘러보는 강현을 보고 서연이 고개를 갸웃할 때.

“크르르르, 도저히 못 참겠다.”

강현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번쩍 손을 들어 올렸고.

“꺄아악!”

“요 녀석! 거기서! 다 잡아먹어 버리겠다!”

서연이와 놀아 주며 집안으로 들어섰다.

아 물론 거짓말은 아니었다.

정말 다 잡아먹어 버릴 생각이었으니까.

탁탁탁탁!

고기와 함게 먹을 밑반찬을 준비하는 동안.

칼로 무언갈 썰면.

[혈족 경험치를 흡수합니다. 욕심쟁이 호칭으로 흡수율이 증가합니다!]

[중급 검술 경험치가 오릅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경험치와 레벨이 올랐다.

프라이팬과 냄비에 뭘 볶거나 삶을 때.

[혈족 경험치를 흡수합니다. 욕심쟁이 호칭으로 흡수율이 증가합니다!]

[기초 요리 스킬 레벨이 올랐습니다. 스킬 레벨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다음 단계에 가기 위해선 추가적인 고물 수집이 필요합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준의 효율.

군대에서 많은 고물을 만지고 경험치를 흡수했지만, 그거야 수십, 수백을 거쳐 간 물건이니 이해할 수 있었다.

반면 집에 있는 물건은 오직 할머니가 쓴 게 전부이지 않은가.

그런데 경험치 올라가는 속도가 지금껏 경험해 본 적 없을 정도였다.

“와아아…….”

서연이는 마치 요리하는 기계처럼 움직이는 오빠를 보며 입을 쩍 벌리고 있을 뿐.

강현이야 설렁설렁 움직인다고 하지만 이미 헌터가 된 그의 움직임은 보통 사람을 한참 뛰어넘었다.

거기다 실시간으로 관련 스킬 레벨이 오르고 있으니 움직임이 더욱 좋아질 수밖에.

때마침.

“아이고. 서연아, 할미가 늦었지?”

잠시 장을 보러 나갔다온 할머니가 집에 들어왔고.

“할무이! 오빠! 오빠! 와써요!”

손녀가 오빠의 복귀 소식을 알리기 위해 급히 뛰어갔다.

잠시 할머니가 눈을 깜빡거리며 조잘조잘 떠드는 손녀의 말을 이해해 보려 할 때.

“충성! 이병 최강현! 신병 위로 휴가를 명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강현이 할머니 앞으로가 우렁차게 휴가 신고를 했다.

왜 그렇지 않은가.

첫 휴가 때는 부끄러운 줄 모르고 군인 티를 팍팍 낸다.

상병, 병장 정도 되면 스윽 집에 왔다가 놀러 나가지만.

어쨌든 강현에겐 첫 휴가니 그럴 만했다.

“아이고 우리 손주! 강현이가 왔구나!”

할머니가 당장 다가와 강현의 얼굴과 몸을 더듬으며 건강한지를 확인했다.

“충성! 신고합뉘다!”

아무것도 모르는 서연이도 옆에서 작은 고사리손으로 경례를 하며 즐거워했다.

“우선 오세요. 제가 고기 사 놨어요. 소고기!”

“할미가 밥을 해 줘야 하는데 이거 어쩌나.”

“괜찮아요. 고기만 구우면 되니까 저한테 맡기시고 쉬고 계세요.”

할머니가 물기 가득한 눈으로 늠름해진 손주를 바라보며 서성였다.

군대에서 고생한 아이 밥을 해 줘야 하는데 이미 고기까지 준비했으니 할머니의 마음이 애달팠다.

“혹시 뭐 필요한 거라도 있니? 할미가 뭐 도와줄까?”

도저히 참지 못한 할머니의 질문에 강현이 무언가를 떠올리며 씩 웃었다.

“할머니, 혹시 좀 오래된 물건 있나요? 이왕이면 직접 쓰시던 거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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