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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34화 (34/277)

34화 검성의 첫 검법

분대 전투의 승리와 꾸준한 훈련.

같이 생활하며 쌓인 시간이 분대 신뢰도가 되었고.

적을 만나자 새로운 스킬로 변모했다.

방패를 들어 올린 1분대원들 사이로 각자의 기운을 띤 방어막이 퍼져 나갔다.

이전에는 성질이 다른 기운을 연결하느라 엉성한 구석이 많았고 유지하는 데 많은 정신력이 필요했다면.

“꾸에에엑!”

“모두 밀어내!”

지금은 훨씬 탄탄하며 유기적으로 방어막이 형성되었다.

본인들은 싸움에 집중하느라 제대로 몰랐지만 새롭게 생긴 분대 스킬이 적용되자 이전과는 위력이 달라졌다.

[분대 특성 견고함을 발동합니다. 방진 스킬이 더욱 단단해집니다]

거기다 분대 특성까지 더하자 스켈레톤, 좀비 수백을 막아설 정도였다.

1분대가 몰려드는 적들을 막는 사이.

2.5톤 차량의 지붕 위에 올려 놓은 강현의 M-60H이 다시 불을 뿜었다.

마나를 잔뜩 머금은 총알이 전방을 휩쓸었고.

“전진! 천천히 움직여 현장을 빠져나간다!”

황세아 중사가 명령을 내렸다.

비로소 다시 호송 대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황세아가 자신의 능력을 개방했다.

양손이 푸르게 물들기를 잠시.

푸른 바람이 양손에서 뻗어 나왔고.

양옆에 몰려 있던 좀비와 스켈레톤들을 얼려버렸다.

몰려드는 적이 줄어들어 한결 움직이기가 편해지자 조금씩 속도가 붙었다.

“조금만 버텨. 통신이 터지는 지역까지만 가면 돼!”

황세아 중사가 끊임없이 냉기를 뿜어내며 주변을 격려했다.

지금 호송대가 위치한 곳에선 무전기도 핸드폰도 터지지 않았다.

아마 저 자줏빛 하늘이 원인이리라.

우선 여기를 빠져나가면 특임대든 길드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다들 희망을 품고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할 때.

“누가 나갈 수 있다고 했지?”

잔뜩 갈라지고 어그러진 목소리가 전장을 울렸다.

그 섬찟한 소리에 다들 주변을 돌아보았고.

“어차피 죽어 내 군대가 될 놈들이 발악하는구나.”

생기 없는 시체들 사이 후드를 깊게 눌러쓴 자가 우뚝 서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가 후드를 벗자.

“이런.”

“으으.”

운전병을 비롯해 1분대 인원들조차 인상을 찌푸렸다.

얼굴까지 가득한 문신과 머리에 난 뿔, 입술을 핥는 두 갈래 혀.

마치 악마의 형상과 비슷한 모습.

“내놔라. 너희들이 가진 건 내 씨앗이다.”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은 놈이 몸에서 검은 기운을 뭉게뭉게 뿜어냈다.

네크로맨서 특유의 사령술.

어둡고 끈적한 기운이 점점 주변에 퍼졌고 이를 머금은 좀비와 스켈레톤들이 다시 한번 호송 대열을 향해 달려드는 순간.

뻐엉!

푸른 빛줄기가 검은 안개를 헤치며 나아갔다.

노린 곳은 정확히 미간.

상대가 무언가를 하기도 전에 빛줄기가 놈의 미간을 꿰뚫었다.

그 출발지는 바로 강현이 바꾸어 든 저격총.

기관총으로 몰려드는 좀비와 스켈레톤을 쓸어버렸다면 강해 보이는 적을 향해선 공격력이 강한 저격총을 꺼내 든 것이다.

그런데.

“한 방에 뚫렸는데?”

“생긴 건 강해 보였는데.”

생긴 건 험악하게 생겨서 단 한 방에 머리가 뚫려 죽어 버리다니.

1분대원들이 긴장이 풀린 목소리로 불만 아닌 불만을 토로했다.

저렇게 싱겁게 죽을 것 같으면 왜 이렇게 무섭게 등장한 거야?

그러나 장건철 병장만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강현이가 너무 강한 거겠지.”

실제로 그의 말과 같았다.

[총기 마스터리, 야간 사격, 장거리 시야, 정밀함을 적용합니다. 사격 위력과 정확도가 대폭 증가합니다]

총을 잡음과 동시에 스킬 발동 알림이 연속해서 울렸고 거기에 마나까지 한가득 넣었다.

지난번 분대 전투에서도 충분히 확인한 위력.

스킬과 특성이 켜켜이 쌓여 방금과 같은 위력을 낸 것이다.

더군다나 총기의 종류에 따라 집단전 개인전, 저격까지 가능한 전천후 딜러.

“긴장했던 것 치고는 능숙하네.”

황세아 중사도 감탄할 정도였다.

[황세아 중사의 호감도가 올랐습니다]

[분대 신뢰도가 올랐습니다]

스켈레톤들과 좀비들의 움직임이 멈췄고 다들 상황이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긴장을 풀려 할 때.

“아직 안 끝났습니다.”

강현의 목소리가 고요해진 현장을 울렸다.

이번에 집어 든 것은 K-2H.

연사도 단발도 가능한 다목적용 총을 들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했다.

[분대 전멸을 면했습니다]

시스템이 그렇게 이야기할 정도라면 여기서 끝날 리가 없다.

이전 훈련소 때도, 타란툴라가 모여들었을 때도 시스템창의 경고는 옳았다.

전멸을 예고할 정도라면 그만한 위기가 있다는 뜻.

아무리 난이도가 낮아졌다 한들 이 정도일 리가 없다.

아니나 다를까.

미간이 뚫린 채 누워 있던 놈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살아 있다거나 부활한 것이 아니었다.

시체 그대로 일어난 놈이 눈을 번쩍 떴고 허옇게 뜬 동공으로 강현을 비롯한 모두를 훑었다.

섬뜩했다.

자리에 있던 모두가 생명의 위기를 느꼈고 일제히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네크로맨서를 향해 얼음과 총알이 빗발쳤고 냉기와 폭음이 자리를 덮길 잠시.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는 놈을 본 누군가 중얼거렸다.

“이런 X발…….”

목소리는 하나였지만 모두가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런 생각에 부응이라도 하듯 놈이 팔을 뻗자.

우웅.

작은 공간이 열렸고 거기서 누군가 걸어 나왔다.

아니 잘린 목을 들고 있는 시체가 걸어 나왔다.

“듀라한……!”

듀라한이 잘린 머리통을 들어 올리자 놈의 허연 눈이 주변을 쓸어 보았다.

이내 헌터 특임대를 발견하고는 우뚝 멈췄다.

순간 황세아 중사가 급히 소리를 질렀다.

“모두 귀 막아!”

일제히 귀를 틀어막자.

끼에에에엑!

놈의 머리에서 날카롭고 찢어지는 소리가 울렸다.

[죽음의 함성으로 사기가 떨어집니다. 상태 이상에 빠집니다]

[언데드 병사들의 사기가 오릅니다]

모두의 상태창에 불길한 메시지가 떠오를 때.

“아직, 아직 싸워야 합니다! 정신 차리십쇼!”

강현의 목소리가 대항하듯 울렸다.

[신뢰, 언변, 불굴, 전파, 감화를 발동합니다. 죽음의 함성 페널티를 극복합니다]

[높은 분대 신뢰도에 따라 페널티를 극복하고 사기가 상승합니다!]

“다들 정신 차려라!”

장건철 병장을 시작으로.

“다들 방패 바짝 잡아!”

“알겠습니다!”

“할 수 있다! 모두 포기하지마!”

1분대원들이 서로를 격려하며 방패를 굳게 잡았다.

정말 시스템 창의 말대로 강현의 스킬과 능력이 아니었다면 분대는 금방 위기에 빠졌으리라.

1분대의 굳센 각오를 시험이라도 하겠다는 듯 다시 달려드는 좀비와 스켈레톤.

몰려드는 적을 맞이해 싸우는 특임대 1분대.

“…….”

그 시끄럽고 난잡한 상황 속에서도.

듀라한의 눈은 분명 강현을 향해 있었다.

이미 시체가 되었으나 오랜 전투의 감각이 지금 가장 중요한 인물을 알아본 것.

놈이 발을 굴렀고.

“최강현 피해!”

상황을 눈치챈 황세아 중사가 급히 얼음벽을 두텁게 세웠다.

그러나 놈의 검은 강했고, 계속 솟아나는 얼음을 부수며 강현을 향해 전진했다.

“웃기지 마라! 우리 분대원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장건철 병장이 그 앞을 막아섰다.

말도 안 되는 짓이었다.

고작 E급의 장건철 병장이 C급 타란툴라 성체와 동급인 듀라한을 막겠다니.

그러나 분대장 장건철은 그런 것 따위 생각하지 않았다.

분대의 유일한 딜러를 지켜야 한다는 탱커의 의무를 잊지 않았다.

하지만 결심과 현실은 다른 법.

터엉!

장건철 병장이 놈의 앞을 호기롭게 막아섰으나 듀라한이 자신의 머리통을 휘둘러 장건철 병장을 팔을 쳐냈다.

“장건철 병장님!”

분대원들이 그제야 상황을 파악하고는 소리 질렀고.

훤히 열린 장건철의 가슴팍에 듀라한이 검을 휘둘렀다.

능력으로 단단해진 근육 위를 칼날이 훑었다.

불꽃과 피, 비명과 고함.

몰려드는 시체들.

쓰러지는 전우.

그 끔찍한 풍경 위.

강현이 듀라한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M-60H의 탄통을 비워낼 때까지 사격.

그러나 놈은 검을 휘돌리며 이를 막아냈다.

저격하기엔 거리가 너무 가깝다.

K-1H을 꺼내든 강현이 놈을 겨누며 트럭에서 뛰어내렸다.

[트릭 샷, 능숙한 몸놀림 스킬을 적용합니다]

스킬이 적용됨과 동시에 총알을 쏘아 냈지만.

어느새 다가온 검날이 강현의 목을 노렸다.

이를 피하고 다시 듀라한을 겨냥하려는 순간.

콰앙!

검 뒤를 따라온 놈의 머리통이 강현이 든 K-1H소총을 강하게 때렸다.

단방에 구겨진 총.

“이, 개, 새끼!”

검을 피하면 머리통, 머리통을 막으면 검.

놈의 거센 연계 공격에 욕 한마디 하기가 어려운 상황.

결국 사격 거리 확보가 어려움을 깨달은 강현이 K-2H 소총을 들어 총검술과 근접 사격으로 맞섰다.

개머리판으로 검을 튕겨 내고 머리통이 날아오기 전에 총구를 들이밀며 사격.

능숙한 몸놀림으로 놈과의 거리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했다.

잠깐의 교전.

그러나.

“끼에에엑!”

듀라한이 비명을 질러 강현의 자세를 흐트러트린 뒤 검으로 K-2H소총을 쪼갰다.

강현이 허리춤에 달린 예비용 검을 뽑아 들어 이어지는 머리통을 간신히 막았으나.

강한 충격에 저 뒤로 튕겨 나갔다.

“끄윽!”

충격에 몸이 된통 흔들렸지만, 강현이 얼른 자세를 바로잡았다.

듀라한이 뛰어오고 있다!

그때, 강현의 귓가에 알림이 울렸다.

[하급 검술 레벨이 4에 도달했습니다]

지금까지 사용했던 총검술 덕에 하급 검술 레벨이 4에 도달했고.

강현이 한 가지 사실을 기억해 냈다.

‘스킬 레벨 1 하급 검술에 투자!’

아까 체력 단련실에서 신형욱 하사를 이기고 받았던 스킬 레벨 1 추가권.

이를 투자하여 하급 검술 레벨 5를 만든다.

강현이 노린 건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전 보급 지원을 하면서 알았던 사실 하나.

일정 조건을 맞추어야 경험을 빨아들일 수 있는 물건이 있었고.

지금 강현이 든 검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리고 이 검의 경험치를 빨아들일 수 있는 조건이 바로 하급 검술 레벨 5.

[하급 검술 레벨이 5에 도달했습니다]

[오래된 고물 보급용 군용 검의 경험치 획득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이전 사용자들의 경험치를 흡수합니다!]

[강자의 기억이 담겨있는 물품입니다! 경험치를 흡수합니다!]

알림이 연속해서 울리던 중.

카앙!

강현이 머리를 쪼개려 들던 듀라한의 검을 튕겨 냈다.

* * *

호송대가 한참 전에 지나간 도로 한복판.

연식이 오래된 지프 한 대가 털털거리며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안에 타고 있는 건 하얀 양복에 하얀 머리를 깨끗하게 넘겨 빗은 노신사 한 명.

꽤 넓은 실내임에도 불구하고 노인의 덩치가 심상치 않아 비좁게 느껴졌다.

솥뚜껑만 한 손으로 핸들을 꽉 붙잡은 그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투덜거렸다.

“하, 참 그러게 그냥 데려다 달라고 할 것을 그랬나?”

길도 모르는데 괜히 운전해 준다는 비서의 제안을 거절했나 싶었다.

“차라리 달려가는 게 빠르지 않을까?”

도로 같은 거 필요 없이 그냥 산을 주파하면 훨씬 빠를 것 같긴 한데.

문제는 이 차를 버리고 갈 순 없었다.

“이 내비게이션인가 하는 놈은 말도 없고.”

거기다 이상하게도 방금까지만 해도 잘 되던 내비게이션이 갑자기 먹통이 되어버렸다.

갈림길 앞에서 고민하던 덩치 큰 노신사가 결국 핸들을 틀어 방향을 바꾸었다.

정확히 호송대와 같은 방향.

그러던 중 갑자기 차가 멈췄다.

“어? 뭐야?”

엑셀을 밟아 봤지만 차가 앞으로 가지 않는다.

이상함을 감지한 그가 차에서 내렸고 허공으로 손을 뻗었다.

턱.

그대로 얹히는 손.

한눈에 봐도 심상치 않은 상황.

보통이라면 겁에 질리거나 길을 돌아갔겠지만.

“이런 재미있는 경우가!”

오히려 노인은 아까 운전할 때보다 훨씬 즐겁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눈동자가 푸르게 빛나길 잠시.

그가 큼지막한 손으로 허공을 움켜잡았고.

찌이이익!

커튼을 걷어 내듯 네크로맨서가 친 결계를 쉬이 찢어 버렸다.

특별한 능력도 스킬도 사용하지 않았다.

순수한 악력.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안에 펼쳐진 풍경을 보고는 그가 씨익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하필 혼자 운전하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갑자기 내비게이션이 고장 나서 잘 못 들어온 길에 전장이 펼쳐져 있다니.

“이거 운이 좋구만.”

강현이 얻은 필요할 때에 작은 행운의 결과였다.

잠시 안을 훑어보던 노인이 검을 들고 있는 청년을 보곤 고개를 갸웃했다.

“저 기수식은?”

자신 또한 익히 알고 있는 기수식.

분명 자세는 익숙했으나 검을 잡은 사람은 낯설었다.

노인이 눈여겨보고 있는 청년은 바로 듀라한을 앞에 두고 있는 강현이었다.

강현의 검 끝이 듀라한을 향했다.

흔들림 없는 눈동자와 팔.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다리.

자신의 공격을 튕겨 낸 강현의 심상치 않은 변화를 느꼈는지 듀라한 또한 잠시 공격을 멈추고는 상대를 살폈다.

그 사이 강현이 기대했던 것보다 더 놀라운 알림 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강자 검성의 일부분을 찾았습니다]

[검성의 첫 검법 해파칠십이검을 획득하였습니다!]

[히든 퀘스트 첫 진검승부를 시작합니다]

[성공 시 - 새로운 귀인의 도움]

[실패 시 - 해파칠십이검 스킬 삭제 및 분대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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