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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33화 (33/277)

33화 필요한 때에 작은 행운을

체력 단련실 전체가 침묵에 휩싸였다.

황세아 중사가 차가운 표정으로 주변을 휩쓸어 보던 중.

장건철 병장을 발견하고는 눈길을 멈췄다.

“장건철, 1분대 전체 소집 명령이다. 완전 무장 갖춘 후 막사 앞으로 나오도록. 호송 임무다.”

갑작스러운 말에 장건철이 당황하며 자세한 사항을 물어보려 했지만.

황세아 중사는 이미 뒤돌아 체력 단련실을 나가고 있었다.

그 모습에 다른 병사들을 비롯한 장건철 병장마저 어깨를 으쓱였다.

“까라면 까야지.”

군대에서 통하는 절대 법칙.

상급자가 까라면 까는 것.

어차피 호송 임무라는 걸 알기에 망설일 것 없었다.

오늘 운동을 제대로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이제야 끔뻑끔뻑 정신을 차리는 신형욱 하사를 보자 속이 다 시원했다.

“차라리 잘됐네. 얼굴 안 봐도 되고. 강현아 가자.”

괜히 잔뜩 화난 신형욱 하사를 마주하느니 야간 임무가 편하다.

거기까지 생각한 장건철 병장이 강현을 데리고 체력 단련실에서 나왔다.

생활관에 도착한 후 강현이 현황판을 보고 부대 곳곳에 흩어져 있는 선임들을 불러 모았다.

다들 의아해하며 생활관으로 모여들었고.

“방금 명령 떨어졌다. 야간 호송이니까 다들 준비해.”

“아, 하필 야간이네.”

“차라리 꿀 아님까? 갔다 오면 일과 면제 아닙니까.”

“말이 면제지 진짜 상황 터지면 어차피 가야 할 거 아냐. 상황 터졌는데 자게 두겠냐?”

“아, 맞슴다.”

다들 툴툴거리면서도 능숙하게 자신들의 무장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강현은 생활관 구석에 마련된 총기 보관함 앞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M-60H? 아니면 K-2H랑 에땁만 가져갈까?’

지난번 4분대와 분대 전투가 끝난 후.

장건철 병장과 강현이 중대장실로 찾아갔다.

사실 그가 굳이 강현의 총기 사용 능력을 평가하고 분대 전투까지 벌였던 건 이유가 있었다.

아무리 중대 고참인 그라도 일개 병사에 불과하다.

즉, 총기를 모두 사용하라는 허가를 내릴 수 있는 위치가 아니란 소리.

대신 중대장인 서윤진 대위는 가능했다.

평소 서윤진 대위의 합리적인 성격을 알고 있는 만큼 그녀의 도움을 얻을 충분한 이유가 필요했던 것.

“그래서 강현이 같은 경우 총 네 정 모두 사용 허가를 받으려 합니다.”

장건철 병장의 꽤 긴 이유를 들은 서윤진 대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잠시 강현을 훑어보았다.

예전에는 호기심이 가득한 눈이었다면 지금은 감탄과 믿음이 담긴 눈.

“그런 거라면 이해되기는 하네. 강현이가 또 그런 재주가 있었단 말이지.”

흐음, 만족스럽게 웃은 그녀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

“감사합니다! 근데 지원과장이 쉽게 허락해 주겠습니까?”

평소 서윤진 대위를 향한 지원과장의 시기를 알고 있던 장건철 병장이 걱정했으나.

오히려 서윤진 대위는 밝게 웃으며 강현을 보았다.

“그거야 이미 강현이가 해결해 놨지.”

장건철 병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강현을 보았고 강현도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마주 보았다.

그 모습을 보고는 서윤진 대위가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너, 능력 평가! 이기면 원하는 물품 다 준다 했잖아, 지원과장이 내기 조건으로 걸었잖아. 기억 안 나니?.”

“아! 맞습니다!”

완전히 잊고 있었다.

지난번 박찬우 일병을 통해 필요한 장비를 모두 골랐기에 끝난 줄 알았다.

이를 다시 상기시켜 준 서윤진 대위가 전화기를 들더니 지원과장과 대화를 끝냈고.

“모두 써도 돼. 탄은 기본 불출해 줄게. 추가로 필요한 탄은 상황실에서 받아 가.”

허락이 떨어졌다.

그래서 총기 보관함엔 지금 K-2H, K-1H, M-60H, 에땁이 고이 모셔져 있었다.

강현이 고민하는 건 이 중 어느 걸 조합해서 가져갈까 하는 것이다.

모두? 아니면 원거리, 단거리 각 역할로 나뉘어서?

‘호송 임무이니만큼 M-60H이 최고겠지?’

혹시라도 몬스터가 나타난다 해도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으리라.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강현이 M-60H과 K-2H를 들려 할 때.

[메인 퀘스트 깊은 밤 악마는 잠들지 않고를 시작합니다]

[이전 성공적으로 마친 메인 퀘스트의 영향을 받습니다]

[난이도가 하락합니다]

[분대 전멸을 면했습니다]

마지막 떠오른 메시지에 강현의 등에 오소소 소름이 돋아올랐다.

“방금 뭐라고?”

시스템창과 대화를 할 수 없음을 알고 있지만 순간 너무 놀라 육성으로 되묻고 말았다.

난이도가 하락했다는 말은 반가운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다음 말이 강현에겐 충격으로 다가왔다.

‘분대 전멸을 면해?’

원래라면 분대 전체가 죽을 위기였다는 건가?

아니 전멸을 면했다는 건 다 죽기로 되어 있었다는 이야기.

이미 확정돼 있던 사실이 바뀐 건가?

아니면 전멸할 난이도는 아니라는 뜻인가?

강현이 몰아치는 생각 속에서 문득 생활관을 돌아보았다.

자신의 장비를 챙기는 선임들.

장만수 일병은 강현을 보고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주기까지 했다.

“뭐하냐? 총 챙겨. 만수는 가면서 호송 설명해 주고.”

“일병 장만수. 알겠습니다.”

김대영 상병이 퉁명스럽게 강현을 챙겼다.

“강현아, 왜 그러냐? 뭐 문제 있냐?”

그중에서 장건철 병장이 강현의 심상치 않은 표정을 읽고선 물었다.

저렇게 당황한 표정은 처음 본 듯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강현이 고개를 저었다.

“이병 최강현! 죄송합니다!”

대답과 동시에 총기 보관함에 있던 총기 전체와 탄 모두를 챙겼다.

“강현아, 뭘 그렇게 챙겨? 그냥 한두 정만 챙겨. 실 작전처럼 그렇게 긴장할 만한 일 아냐.”

장만수 일병이 강현을 말렸지만, 강현이 고개를 저었다.

“혹시 모르니 챙겨 가겠습니다.”

잔뜩 긴장한 표정과 과한 장비.

처음 보는 강현의 이등병다운 모습에 선임들이 의아해하면서도 그러려니 했다.

“그래, 이제 좀 이등병답네. 그냥 둬. 그러면서 고생하는 거지.”

김대영 상병은 오히려 그런 강현의 모습에 만족스러운 듯 고개까지 끄덕일 정도.

장만수 일병을 툭 건드려 무거운 짐 나누어 들어 주라고 시키기까지 했다.

자리 잡아가는 분대 분위기를 보며 장건철 병장도 나름 흐뭇함을 느꼈다.

다들 시린 밤공기를 맞으며 막사 밖으로 향할 때.

‘반드시, 반드시 누구도 죽게 하지 않는다.’

강현만은 전장에 나가는 것처럼 각오를 단단히 다졌다.

전멸을 면했다고 했지 아무도 죽지 않는다는 말은 없었다.

같이 훈련하고 같이 부대끼며 정들기 시작한 분대원 중 누구도 죽는 모습을 보기 싫었다.

그 이후 겪어야 할 슬픔과 평생 지고 가야 할 죄책감을 겪기 싫다.

막사 앞으로 나와 대기하고 있자니 저 밑에서부터 레토나 한 대와 흔히 두돈반이라 부르는 큼지막한 2.5톤 트럭 하나가 올라왔다.

“기본 무장은 들고 타고 추가 장비들은 레토나에 실어.”

혹시 모르는 상황을 대비해 챙긴 여분의 방패와 무구들을 레토나에 실은 뒤 다들 2.5톤 트럭 뒤에 탔다.

1분대가 모두 트럭에 탑승한 후.

“별건 아니고. 군단 수송대에서 호송 요청이 와서 그것만 이끌어 주면 되니까, 너무 긴장들 하지 마. 이동은 한 두 시간 걸릴 거니까 그렇게 알고.”

황세아 중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사실 지금 1분대가 맡은 호송 임무는 그리 위험한 일이 아니었다.

엄청 중요한 물품 같은 경우 한 중대, 더 나아가 대대, 어쩔 땐 전투력이 뛰어난 간부들만으로 팀을 꾸려서 진행했다.

보통 한 분대가 움직일 때는 의례적인 호송일 때가 대부분.

분대원들도 이를 알고 있기에 황세아 중사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을 뿐 별말 하지 않았다.

그중 강현만이 얼굴을 딱딱하게 굳힌 채 앉아 있을 뿐.

“이병?”

“이병 최강현!”

“너무 긴장하지마. 첫 경험에 너무 딱딱하게 굳어 있으면 재미없어.”

긴장한 강현을 보며 황세아 중사가 가볍게 농을 던졌다.

그녀 나름대로는 웃기려 하는 말이었지만 특유의 차가운 표정 때문일까 오히려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큼, 크흠.”

“저, 황 중사님?”

당황한 중대원들이 괜히 얼굴을 이리저리 돌렸지만 황세아 중사의 표정엔 한 점 변화도 없었다.

그녀로선 오히려 분대원들의 이런 반응이 이상했다.

그냥 호송 임무에 긴장한 이등병을 응원해 준 것뿐이었는데.

“이병 최강현. 감사합니다!”

“그래, 그럼 호송 잘해 보자.”

강현이 어색해지는 분위기를 느끼고는 얼른 우렁차게 답했고 황세아 중사가 레토나에 탑승한 후에야 분대원들이 깊이 숨을 내쉬었다.

“황 중사님은 정말… 뭐랄까…….”

“음… 어려우면서도 좋은 분인 듯합니다.”

다들 잠시 황세아가 던진 농담에 취해있을 때.

강현이 맨 끝에 앉아 K-2H를 꾸욱 움켜쥐었다.

다들 아무것도 모른 채 이야기를 나누거나 가만히 풍경을 구경했다.

잠시 후 군단 수송대에서 커다란 트럭 한 대와 레토나 한 대가 합류했다.

위-잉.

황세아 중사가 특임이라 적혀 있는 레토나 지붕의 사이렌을 잠깐 울리며 호송의 시작을 알렸고.

“1분대 사주 경계 철저.”

“사주 경계 철저.”

장건철 병장의 지시에 따라 분대원들이 복창하며 잡담을 멈추었다.

동시에 강현의 눈동자가 형형하게 빛났다.

황세아 중사의 말에 따르면 이동 시간은 약 두 시간.

‘그 사이 무언가 나타나는 건가.’

상태창에 따르면 그렇다.

[메인 퀘스트 깊은 밤 악마는 잠들지 않고]

[퀘스트 발동 시간 오늘]

이놈의 상태창은 이상한 곳에서 불친절했다.

차라리 정확한 시간이라도 알려 준다면 때맞춰 움직이기라도 할 텐데.

‘아니지 불평할 일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이겨 낼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해.’

지금은 갑작스러운 메인 퀘스트나 시간을 정확히 알려 주지 않는 상태창 따위에 불만을 표할 때가 아니다.

사건이 일어날 것을 알았으니 이를 어떻게 막을지 고민할 때.

‘분대 전멸이 아니라 모두 무사 귀환한다!’

누구도 죽지 않고 돌아가는 것이 강현의 첫 번째 목표.

흔들릴 틈이 없었다.

강현이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도록 몸을 긴장시키는 한편.

마나를 은은하게 끌어 올려 바로 격발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총과 몸에 들어차는 마나.

[하급 마나 운용법 스킬, 정밀함 특성을 발휘합니다]

울리는 알림을 들으며 강현이 잠시 마음을 가라앉혔다.

다행히 차갑게 스치는 바람 덕에 머리가 좀 식는 기분.

그렇게 한 시간.

호송 중반을 넘겼을 무렵.

끼익!

맨 앞에 있는 호송 차량이 갑작스레 멈춰 섰다.

멈춰 선 건 바로 황세아 중사가 탄 레토나.

갑자기 변한 상황에 1분대원들이 고개를 들어 상황을 살필 때.

‘지금인가.’

강현이 때가 왔음을 직감하고선 분대원들이 바라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 눈을 향했다.

앞쪽이 시끄러우면 뒤를 보아라.

전술의 기본을 따른 것.

저 멀리 그림자 하나가 어슴푸레 보였다.

그리고 그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 * *

“차 세워!”

황세아 중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분명 길에 아무것도 없었는데 차체가 들썩거렸다.

“분명,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창백하게 질린 운전병이 머리를 떨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대기, 내가 직접 확인하겠다.”

황세아 중사가 급히 무전을 날리고는 차에서 내렸다.

바닥을 확인하자.

헤드라이트에 비친 사람 형상을 보고는 황세아 중사 또한 얼굴을 굳혔다.

이건 대형 사고다.

호송 중 사람을 치다니.

한 걸음 다가가려던 그녀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사람이 아냐……?”

옷을 입고 있었으나 사람이 아니었다.

사람이 뼈다귀인 채 살아 있을 수는 없으니까!

달그락.

뼈다귀가 뼈 부딪히는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섰고 동시에 길가 주변에서 불길한 소리가 메아리쳐 들리기 시작했다.

스켈레톤과 좀비들이 호송 대열을 둘러싸며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네크로맨서!”

황세아 중사가 상황을 파악하고는 얼른 차량에 탑승하며 외쳤다.

“모두 고속 이동. 현장을 벗어난다!”

어차피 스켈레톤과 좀비라면 차로 밀어버리며 전진하면 그만이다.

우선 상대가 준비해 놓은 함정을 벗어난 뒤 상대한다!

짬 좀 먹은 중사다운 훌륭한 판단이었지만 상대 또한 그리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우우우우.

잠시 귀곡성이 들리는가 싶더니 하늘이 자줏빛으로 물들었다.

그러자 더욱 많은, 아주 많은 숫자의 스켈레톤과 좀비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뚫고 가다간 그대로 파묻힐 정도의 숫자.

“이런! 다들 정지! 정지! 차량 보호를 우선하여 전투를 시작한다!”

황세아 중사가 다급히 명령을 바꾸어 내리며 자신의 능력을 개방하려 할 때.

파파파팡!

새파란 빛살이 쏟아지며 전방에 가득한 뼈다귀와 시체들을 쓸어버렸다.

공격의 주인공은 바로 강현.

흔히 M-60H을 쏠 때 땅을 긁는다고 하듯 뼈 무리와 시체 무리를 총탄으로 긁어 버렸다.

강현의 총소리가 전투의 시작을 알렸고 1분대원들이 일제히 방패와 무기를 든 채.

“하차!”

차량에서 급히 내렸다.

“각자 위치로!”

장건철 병장의 외침에 각자 방위를 점령한 1분대원들이 방패를 들어 올렸다.

[분대 신뢰도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스킬 방진이 형성됩니다]

[서로의 기운을 묶어 일시적으로 방어막을 형성합니다]

[이전 퀘스트 보상으로 얻었던 필요한 때에 작은 행운을 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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