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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32화 (32/277)

32화 실신 아티스트

실제로 하급 헌터들의 사망률은 매우 높은 편이다.

“낮은 능력 받아서 일찍 뒈지느니 그냥 평범하게 살고 말지.”

이런 말을 하고는 자신의 능력을 숨기거나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

세상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눈에 받는 현대 사회의 히어로, 헌터.

그들 사이에도 계층은 뚜렷했다.

아니 오히려 더 극심했다.

S부터 F까지.

알파벳 하나에 인생이 바뀌고 대접이 바뀐다.

현대 문명사회에선 이미 구시대의 유물이 된 힘의 논리가 헌터 사회에선 전부에 가까웠다.

“힘 하나로 돈과 명예, 존경까지 얻는 게 얼마나 편하냐? 그러니까 헌터 해 먹는 거지!”

타고난 누군가에겐 너무나 쉽고 즐거운 삶일지 모르지만.

“글쎄, 어차피 삶도 죽지 못해서 사는 거 이렇게라도 살아야지 어쩌겠어. 어제 안 그래도 같이 일하던 김 씨가 팔을 잃었다던데 오늘은 나일지도 모르지.”

누군가에겐 하루하루가 생존 경쟁의 연속이었다.

처음엔 모두가 화려하고 멋있는 삶을 꿈꾸고 들어오지만, 어느덧 돌아보면 깊은 밑바닥에서 허우적거리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미 발을 빼려고 해도 늦었다.

죽고 죽이는 일에 익숙해진 헌터들이 일상으로 돌아가긴 어려웠다.

꼭대기가 있으면 밑바닥도 있는 법.

헌터라는 현대 히어로의 밑바닥은 생각보다 깊고 너저분했다.

-당신의 꿈을 응원합니다. 헌터 특임병에 지원하세요.

그리고 이런 현실을 대략이나마 알고 있는 젊은 헌터들이 헌터 특임병에 지원했다.

대부분 F~E급, 거기다 20대 초반.

아주 간혹 D급도 있었지만 많아 봤자 대대에 한두 명이 전부,

다들 길드에 들어가기 애매한 능력과 경력이기에 군 문제도 해결하고 경력도 쌓을 겸 헌터 특임병에 지원하는 것이다.

-헌터 특임병 출신. 채용 가산점 5점.

실제로 중소 길드에서도 헌터 특임병 출신에게 가산점을 주었다.

당연한 일이다.

“경력 있는 신입이잖아. 조직 생활도 이미 해 봤고, 단체 작전도 해 봤고. 사실 5점 정도가 아니라 무조건 뽑는다고 봐야지.”

목숨 걸고 사냥 가는 마당에 신입을 처음부터 교육하느니, 이미 만들어진 인원이 좋지 않겠는가.

거기다 국가에서도 길드에만 의지하지 않고 헌터 병력을 꾸릴 수 있으니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길드, 국가, 하급 헌터들의 이익이 맞물려 탄생한 게 바로 헌터 특임대.

물론 이런 하급 헌터에 관한 것은 일반 병사에 한해서였다.

“야, 너 나와.”

부사관, 즉 하사 이상부터는 등급 자체가 달랐다.

전투 계열은 대부분 최소 D급부터 시작.

간혹 있는 E급들마저도 흔히 볼 수 있는 전투 계열보다는 탐지, 회복, 버프 등 특수 계열 헌터들이었다.

그러니 지금 옥타곤 안에서 손가락을 까딱거리는 신 하사는 일반 병사들과 나이는 비슷했지만, 능력 자체가 달랐다.

“야, 나오라니까?”

그의 윽박에 가까운 명령에 중대원 중 하나가 쭈뼛쭈뼛 걸어 나왔다.

한 덩치 하는 병사가 신 하사 앞에 가 섰다.

신 하사의 키는 170 초반.

반면 앞에 선 상대는 180이 넘는 키에 근육도 꽤 붙어 있었다.

“왜… 부르셨습니까?”

“야, 씨. 맨날 쇠질만 한다고 전투 능력이 늘겠냐? 그러니까 너희가 맨날 D급을 못 넘어서는 거야. 어? 뇌까지 근육으로 채울 거야?”

“아닙니다.”

“가서 보호구 차고 와. 스파링 한 번 하게.”

계급으로 찍어 누르고 무시하는 발언에 자리에 있던 중대원 몇이 불편한 표정을 지었으나 별달리 나설 순 없었다.

D급 헌터 신형욱.

자신의 어중간한 능력을 잘 알고 있었던 그는 헌터 특임대 부사관으로 입대.

자신보다 못한 병사들을 찍어 누르며 자신의 자존감을 채우는 것을 즐겼다.

곧 글러브와 보호 장비를 두른 병사와 신 하사의 스파링이 시작되었고.

일방적인 구타가 시작됐다.

“이래서, 근육만, 있는 새끼들은! 안 된다니까!”

마치 누군가 들으라는 듯 소리치는 신 하사를 보며 몇몇 병사가 인상을 찌푸렸다.

남의 노력을 헐뜯으며 자신의 자존감을 채우려는 비겁한 화법에 화가 났다.

남에게 피해를 준 적도 없는데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한단 말인가!

그러나 장건철 병장의 표정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저 힘자랑하고 싶은 신형욱 하사의 철부지 짓임을 아니, 별로 화도 나지 않았다.

그냥 또라이 새끼일 뿐.

화가 나긴 했지만, 괜히 상대하면 피곤해진다.

“다음 너, 나와.”

그러나 신 하사가 이번에 부른 병사를 보며 장건철 병장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가 가리킨 방향은 정확히 강현.

쇠질에 대한 모욕은 어떻게든 참아 넘겼지만 자기 분대원 건드리는 건 못 참겠다.

더군다나 운동 가르쳐 주려고 본인이 직접 데려왔는데 험한 꼴을 보게 할 수는 없었다.

강현이 앞으로 나가려 할 때.

“저 부르셨습니까?”

장건철 병장이 강현보다 앞서 몸을 내밀었다.

지난 장만수 일병을 위해 다시 분대 전투를 치른 것처럼 자신에 대한 모욕은 참아도 자기 분대원을 괴롭히는 건 못 참는 성격이었다.

강현이 맞는 걸 지켜만 보는 비겁한 짓을 하느니 자신이 직접 맞겠다는 생각.

평소에 장건철 병장과 같이 운동하던 후임들이 슬며시 강현 주위로 모여 들었다.

“야, 뒤로 물러서.”

선임 하나가 강현의 어깨를 당겼다.

이전부터 강현의 활약을 보아 왔고 평소 성실한 생활을 보아 왔기에 그를 좋게 생각하는 선임 중 하나였다.

거기다 운동까지 잘하는 것을 보고 더 좋게 생각했는데 하필 신 하사 눈에 걸릴 줄이야.

“너희들 뭐하냐? 내가 장건철 너 불렀어? 저 뒤에 있는 놈 나오라고.”

신 하사가 짐짓 모른 척하며 다시 강현을 불렀다.

장건철 병장이 직접 옥타곤으로 올라가려 할 때.

강현이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이병 최강현! 알겠습니다.”

“야, 최강현.”

“이병 최강현. 괜찮습니다.”

장건철 병장의 배려는 고마웠지만 지금 강현에게 중요한 건 퀘스트였다.

우선 가장 탐나는 것은 스킬 레벨 1.

일단 얻어 두면 앞으로 강해지는 데 도움이 될 터.

그다음으로 탐나는 건 하급 무투 스킬.

지금까지 강현이 여러 스킬, 특성을 얻으며 생긴 확신.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좋다!’

왜 돈도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인데 스킬이라고 다를까.

스킬은 많으면 많을수록 그리고 강하면 강할수록 좋은 법.

이 기회를 놓치기엔 아까웠다.

그리고 사실 장건철 병장이 다치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다.

‘방금도 나 지켜 준다고 앞으로 나섰으니까.’

호의에는 호의로, 적의에는 적의로.

지금껏 장건철 병장은 항상 강현에게 호의적이었고 도움을 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번 분대 전투를 하며 그가 장만수 일병을 비롯한 분대원들을 얼마나 생각하는지도 알았다.

그렇기에 가만히, 비겁하게 있을 순 없었다.

[감화, 신뢰 특성이 발동합니다. 상대가 설득에 넘어갑니다]

강현의 얼굴을 본 장건철 병장이 잡았던 어깨를 놓았다.

묘하게도 강현의 얼굴을 보니 질 것 같지 않았다.

참 이상한 녀석이었다.

분명 이등병인데 강현이 1분대에 들어오고 끼친 영향력은 놀라웠다.

자신의 말을 행동으로 증명하는 녀석.

이를 보아 왔기에 장건철 병장은 강현을 한 번 더 믿어 보기로 했다.

사실 이번엔 무엇을 보여 줄까 궁금할 정도.

“잠시 보호 장비 좀 착용해도 되겠습니까?”

“그래라.”

신형욱 하사의 흔쾌한 허락에 강현이 한구석에 잔뜩 쌓여 있는 보호 장구 더미에 다가갔다.

그리고는 가장 오래되고 낡은 것들을 찾아 끼우기 시작했다.

곳곳이 찢어진 글러브, 닳다 못해 색이 바랜 보호 장비들.

몸을 보호하기엔 너무 약해 보이는 것들.

“야, 강현아. 이게 좋아. 이걸로 해.”

몇몇 선임이 강현에게 다른 장비를 추천했지만, 강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차라리 이런 걸 좀 두껍게 끼겠습니다.”

마치 걸어 다니는 샌드백이라도 되겠다는 것처럼 보호 장비를 덕지덕지 착용한 강현이 옥타곤 위로 올라갔다.

한눈에 보기에도 우스워 보이는 꼴.

자리에 있는 대부분이 저렇게라도 버텨보려고 하나 보다 생각했고.

“그런 게 소용이 있겠냐?”

이는 신형욱 하사 또한 마찬가지였다.

저렇게 다 떨어져 가는 보호 장비 좀 껴입는다고 바뀔 건 없다.

“준비 끝났습니다.”

강현이 가드를 바짝 올리며 답했고.

신형욱이 바로 스텝을 밟으며 달려들었다.

잽, 스트레이트, 어퍼, 로우 킥, 미들 킥 등 다양한 콤비네이션이 꽂혔고 그때마다 타격음이 거세게 울렸다.

“이런, 씨.”

아무것도 못 하는 강현의 모습에 장건철 병장이 멍청했던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고 있을 때.

[불굴 특성을 발동합니다. 고통을 더 잘 견딜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고물 글러브를 수집하였습니다. 이전 사용자들의 경험을 흡수합니다]

[새로운 스킬 권투를 획득하였습니다]

[새로운 고물 각반, 몸통 보호대, 얼굴 보호대를 수집하였습니다]

[새로운 스킬 무에타이, 킥복싱, 태권도, 레슬링을 획득하였습니다]

[획득한 스킬을 융합합니다. 새로운 스킬 MMA를 획득하였습니다]

강현의 귓가에 끊임없이 알림이 울렸다.

처음에는 전혀 보이지 않았던 신형욱 하사의 주먹질이 이제 슬슬 보였다.

자연스럽게 몸을 틀어가며 공격을 막기 시작했다.

팡, 팡, 파팡!

타격음은 크게 울렸지만 실질적인 피해는 없다.

강현이 좀 더 타이밍을 기다렸다.

신형욱 하사가 자신의 공격에 취하기를.

몸에 흘러 들어오는 경험이 완숙해지기를.

‘좀 더, 좀 더!’

그리고 때가 왔다.

흥에 취한 신형욱 하사가 몸을 굽혔다가 크게 어퍼컷을 날렸고.

강현도 동시에 어퍼컷을 날렸다.

[유연한 몸놀림 스킬로 인해 속도가 향상됩니다]

거의 동시에 팔을 뻗었지만 스킬이 발동되자 강현의 몸이 슬쩍 비틀리며 신형욱 하사의 주먹을 흘려 냈다.

반면 강현의 주먹은 상대의 턱에 정확히 꽂혔다.

뻐엉!

[강인한 팔뚝, 강골 특성이 발동됩니다. 충격이 대폭 증가합니다!]

분명 방금 주먹에 맞았는데 타이어 터지는 소리가 울렸다.

아니 실제로도 강한 충격에 글러브가 완전히 터져 솜을 공중에 뿜어 냈다.

그리고 가장 장관인 것은.

“우와. 사람이 떴어!”

공중에 떠오른 신형욱 하사.

정말 그림 같은 모습으로 바닥에 떨어진 그가 축 늘어졌다.

예상치 못한 공격을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맞았다.

거기다 특성과 힘 스텟을 잔뜩 실은 강현의 어퍼컷의 위력은 놀라울 정도.

기절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으나.

“우와아아아!”

“야, 최강현! 너 격투기 배웠었어?”

보는 사람들이야 입장이 달랐다.

격투기라고는 모르는 것처럼 보였던 이등병이 하사 턱주가리를 날렸다.

거기다 단 한 방에 기절.

“배운 적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배운 걸 빨아들이긴 했습니다.

강현이 뒷말은 삼켰다.

그러자 이번에는 격투기를 할 줄 아는 선임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방금이 처음이었다고? 그런데 한 방에?”

“야, 씨. 아무리 럭키 펀치라지만 방금 그 각도에 타이밍, 자세는 절대 럭키로 나올 수 있는 게 아닌데.”

격투기를 해 봤기에 방금 그 각도와 타이밍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다들 기절한 신형욱 하사에게는 관심조차 없었다.

이 인간에게 맞았던 걸 생각하면 골려 주고 싶을 정도.

심지어 여기 몇몇은 맞다가 기절하기도 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이 정도면 천재 아니냐? 격투기 천재.”

“신 하사는 저 정도면 실신 아티스트고. 실신의 천재인 거지.”

선임들이 강현을 띄워 주며 칭찬했고 강현 또한 머쓱하게 웃었다.

이럴 때는 잘난 척하는 것보다는 침묵하는 게 좋았다.

그리고 선임들의 칭찬도 기분 좋았지만, 강현이 기다리는 것은 따로 있었다.

[히든 퀘스트 옥타곤의 왕자를 훌륭히 완수했습니다]

[매콤하다 못해 화끈한 주먹을 꽂아 넣어 상대를 기절시켰습니다]

[히든 조건 실신 아티스트를 달성했습니다!]

[하급 무투 스킬 및 스킬 레벨 1 추가권 획득!]

[목표 초과 달성으로 기존 스킬 중 하나를 무작위로 업그레이드합니다]

[유연한 몸놀림이 능숙한 몸놀림으로 향상되었습니다!]

반가운 소식이 귓가를 울렸다.

강현이 속으로 주먹을 불끈 쥘 때.

“뭐야? 쟨 왜 저기서 자고 있어?”

낭랑하다 못해 냉랭한 목소리가 체단실을 울렸다.

갑작스레 등장한 가르마를 탄 단발에 날카로운 표정의 여자.

목 부근을 보니 꺾인 막대기 두 개, 중사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차갑고 도도해 보이는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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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아

직책: 중사

나이: 24

호감도: 0

정보: 능숙한 걸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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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 상태창 정말 미친놈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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