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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29화 (29/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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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기절 안 하고 버티겠습니다.”

장만수 일병이 방패를 굳게 잡으며 선언했다.

선임들이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장만수 일병 옆에 섰다.

사실 그들 또한 장만수 일병이 기절했던 일을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본인이 가장 자존심 상할 것을 알았기에.

심지어 김대영 상병조차 그 일에 대해서는 함부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런데 장만수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이번에는 다를 거다.”

옆에선 선임이 장만수 일병과 방패를 나란히 들어 올리며 섰다.

다들 기세가 달랐다.

계속된 패배에 기죽어 있었던 1분대의 분위기가 변했다.

그리고 장건철 병장은 그 기점이 어딘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요 이쁜 것이 많은 걸 바꿔 줄 거야.”

강현이 1분대에 들어오기로 했던 날 서윤진이 장건철에게 했던 말.

단순히 딜러 하나 배정해 주는 것 치고는 꽤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던 서윤진 대위.

‘왜 중대장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알겠다.’

그리고 장건철 병장은 그 까다로운 서윤진 대위가 왜 강현을 이쁜 것이라 했는지 이해했다.

정말 이등병이라고 생각지 못할 정도로 놀라운 영향력.

그의 존재가 분대의 분위기를 바꾸어 놓았다.

복도에서도 그렇고 지금도.

퍼억!

땅에 떨어진 방탄모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자 정지훈 병장이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이런 미친! 어디야!”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봤지만 1km 넘게 떨어져 있는 강현이 보일 리가 만무했다.

어디서 날아오는지 모르는 공격.

대략적인 방향은 짐작했으나 무작정 다른 쪽을 향해 뛸 수도 없었다.

앞에는.

“이제 상황 파악이 좀 됐냐?”

장건철 병장을 비롯한 1분대 인원들이 버티고 있었다.

흩어져 도망치자니 1분대에게 각개 격파당하고, 싸우자니 저격이 신경 쓰였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탱커, 저격 막아! 어차피 총알이다. 그리 강하진 않을 거야! 딜러 전체 공격 준비!”

일단 저격을 최대한 방어하면서 화력으로 상대를 찍어누른다!

그렇게 판단한 정지훈 병장이 명령했고 4분대 탱커들이 총탄이 날아오는 쪽을 방어했다.

각자의 방패와 방어막을 겹쳐 정지훈 병장을 비롯한 딜러들을 보호.

즉각적인 엄폐물을 만든 뒤.

찌지지직!

정지훈 병장이 자신의 능력을 개방했다.

전격계 특유의 파열음과 함께 푸른 번개가 번쩍였다.

그 주변엔 4분대 딜러들이 위치.

“일단 저 새끼들 조지고 저놈 잡으러 간다!”

기묘한 형국이 형성되었다.

각 분대의 딜러와 탱커끼리 맞붙은 상황.

결국 누가 먼저 깨느냐 또는 오래 버티느냐의 싸움이었다.

그러나 정지훈 병장을 비롯한 4분대의 딜러들은 자신 있었다.

“이미 깨 봤던 놈들이다! 거기다 딜러는 한 명! 무조건 우리의 승리다!”

1분대의 탱커가 숫자가 더 많다 해도 이미 이겼던 상대.

전력은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저쪽 딜러는 하나.

보이지는 않지만, 고작 총기 하나로 덤비는 놈일 뿐.

그들 또한 군인이지만 헌터.

총기가 몬스터에게나 헌터에게나 무용함을 이미 알고 있었다.

방금 방탄모를 맞춘 건 순전히 운이 좋았을 뿐이다.

포탄마저 막는 이 방패와 방어막을 뚫지는 못하리라.

그리 믿었다.

“4분대 공격!”

푸른 벼락이 땅을 헤집으며 내달렸고 뒤이은 화살과 날카로운 바람 칼날이 뒤를 이었다.

웬만한 몬스터 한둘쯤은 쉽게 찢어 버릴 위력.

“1분대, 버텨라!”

이번에는 장건철 병장이 입을 열었다.

그 또한 상황을 이해했고 자신들이 버티는 사이 강현이 저들을 무력화해 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지난번처럼 쓰러지지 않기를.

쓰러지더라도 최대한 늦게 쓰러지기를 바랄 뿐.

그런데.

“우아아악!”

“장만수, 이 새끼야 버텨! 최강현한테 쪽팔려서라도 안 진다!”

장만수와 김대영이 방패에서 거센 기운을 뿜어내며 앞으로 나섰다.

장만수 일병은 선임들에 대한 미안함과 후임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생각이었고.

김대영은 더는 후임들에게 얕보일 순 없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번개와 화살, 바람이 둘의 방패를 거세게 때렸다.

둘의 몸이 뒤로 크게 밀릴 만큼의 화력.

그때 장건철 병장이 두 후임의 등을 받쳐 주었다.

선임들이 거센 공격을 버텨 내고 있을 때.

“후우.”

강현은 다음 사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4분대의 딜러들을 가린 방패와 방어막.

한눈에 보기에도 단단해 보였다.

총 수백 발 정도는 우습게 막을 정도의 강도.

지금껏 총 따위보다 훨씬 강한 몬스터들의 공격과 온갖 능력을 막아 왔다.

그들에겐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4분대가 모른 사실 하나.

강현의 총과 총알은 4분대가 겪어 온 것들과 차원이 다르다는 것.

[총기 마스터리, 트릭 샷, 안정된 사격으로 명중률 및 공격력이 대폭 오릅니다]

[하급 마나 운용 스킬과 정밀함 특성을 결합합니다]

총기 마스터리를 비롯한 다양한 스킬이 총 한 자루에 집약되었다.

그걸로도 모자라.

강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마나가 던전 광물로 만들어진 총으로 빨려 들어갔고.

마나를 머금은 총이 푸르게 빛났다.

컵에 물을 가득 붓듯 한계선까지 마나를 부어 넣는다.

아슬아슬하게 차오른 마나가 넘치기 직전.

빠앙!

강현이 방아쇠를 당겼다.

마나를 함빡 머금은 총알이 마치 푸른 유성을 연상시키듯 몸을 태우며 날아갔고 그대로 4분대의 두터운 방어벽에 몸을 들이받았다.

터지거나 부서지는 소리도 없었다.

4분대원들이 무언가 지나갔다고 느낀 후 방어막을 보자 훤히 뚫린 구멍이 보였다.

꿀꺽.

자리에 있던 탱커 중 하나가 크게 침을 삼켰다.

만일 머리나 몸을 노렸다면 막았을까?

지금껏 어떤 몬스터의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능력에 대한 믿음이 단 한발의 총알로 인해 구멍 뚫렸다.

“으악!”

그리고 그 뒤 정지훈 병장이 화들짝 놀라며 주저앉았다.

정확히 자신의 장구류 위를 스친 총알.

강현이 노린 대로였다.

총알의 위력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중대원에게 상해를 입힐 순 없었기에 선택한 방법.

그리고 공격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전 경험자들의 경험을 불러옵니다. 사격 속도가 빨라집니다]

[총기 마스터리 스킬의 경험치가 오릅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총기술이 일정 이상 실력에 올라 총기 마스터리 하위 스킬 연사를 생성합니다]

[사격 속도가 증가합니다]

이미 한 번의 사격으로 인해 감은 잡았다.

방금 생겨난 연사 스킬의 보조까지.

강현이 노리쇠를 당겨 탄피를 빼내고는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바로 다시 마나를 머금은 탄피를 뱉어 내고 다시 사격.

다시 반복.

열 발짜리 한 탄창을 금세 비운 강현이 바로 다음 탄창으로 갈아 끼웠다.

“스읍, 후우.”

한 번 숨을 머금고는 다시 사격.

한 발 한 발 사격할 때마다 총 안에 가득 찬 마나가 빠져나갔고 다음 발을 쏘기 전에 다시 채워 넣었다.

복잡하고 세심한 과정.

그러나 스킬과 특성의 보조를 받은 강현은 별 어려움 없이 이를 해냈고 마나를 머금은 총탄이 마치 빛살과 같이 먼 거리를 격해 날아들었다.

퍼퍼퍼펑!

4분대의 방어막이 구멍 뚫린 커튼과 같이 너덜너덜해졌고.

“제대로 막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상대의 공격에 완전히 노출된 정지훈 병장을 비롯한 4분대 딜러들은 불안감에 떨며 몸을 피하기 바빴다.

나름대로 공격을 이어가 보려 했으나 그럴 때마다 강현의 위협 사격이 주변을 스쳤다.

집중력을 잃은 연계는 자연스레 위력을 잃는 법.

그러자 뒤로 밀리던 1분대 인원들이 전진을 시작했다.

“전진!”

장건철 병장의 명이 떨어졌고.

“전진!”

후임들의 복명복창이 울렸다.

그리고 그때.

엉뚱하게도 강현의 귓가에 알림이 울렸다.

[서브 퀘스트 내 총 끝은 빛나고 심판을 내린다를 달성하셨습니다!]

[보상으로 분대 신뢰도를 개방합니다]

[이전 획득한 분대 신뢰도를 적용합니다]

[분대 신뢰도 15]

[분대 신뢰도가 상승합니다. 분대 신뢰도가 상승합니다]

[분대 신뢰도 20]

[일정 신뢰도 도달로 분대 특성 견고함이 생성되었습니다. 분대원들의 방어력이 증가합니다]

[대상자와 연계된 분대의 방어력이 상승합니다]

[현재 연결 대상: 3중대 1분대]

“분대 특성?”

이건 강현도 예상 못 한 효과였다.

지금껏 모든 스킬은 강현을 중심으로 돌아갔고 그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 생긴 분대 신뢰도는 분대 전체에 적용되었고 요 며칠간 강현이 선임들에게 쌓은 신뢰가 특성이 되어 발휘되었다.

‘연계된 분대에 적용된다는 건 나중에 분대를 바꿀 수도 있다는 뜻인가?’

아마 그런 의미도 포함되어 있으리라.

강현에겐 오히려 이득이었다.

누구든지 자신과 함께하는 이들의 방어력이 오른다.

그 귀하다는 버프 능력과 같은 효과였다.

‘거기다 언변, 감화, 신뢰, 전파를 끼얹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거기다 아까 복도에서 보았던 특성의 효과.

다 죽어 가던 분대의 사기를 180도 뒤바꾸어 놓았다.

이 정도면 걸어 다니는 토템이라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

거기다 그 토템이 화력까지 강하다면?

“어째 점점 괴물이 되어 가는 느낌인데.”

강현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좀 무서웠다.

자신의 말 한마디에 분위기가 바뀌고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강해진다.

원거리, 근접, 버프가 모두 가능한 능력에 대해서는 듣도 보도 못했다.

비록 그 수준이 높지는 않지만, 지금의 발전 속도를 볼 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 능력을 사회에서 개방했다면 과연 끝까지 지켜 낼 수 있었을까?

‘죽었을지도 모른다.’

예전 남의 능력을 빨아들여 사용할 수 있는 능력자가 나타났다는 뉴스가 나가고 난 뒤 며칠 뒤.

게이트에서 실종 사건이 발생했다.

그뿐만 아니었다.

노화와 병을 빨아들인다는 힐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그 또한 어느 날 오만 병과 세월을 업은 채로 발견되었다.

특별한 능력일수록 노리는 사람이 많은 법.

‘스스로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아직 그럴 시간은 충분했다.

군대라는 폐쇄적인 감옥이 지금은 강현을 보호해 주는 울타리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 새롭게 얻은 분대 특성의 결과가 보이기 시작했다.

“흐압!”

장건철 병장의 몸이 돌처럼 변했다.

아니 돌로 변했다.

거대한 바위가 된 그가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 나갔고 그 뒤를 분대원들이 따랐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견뎌!”

이전에는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아팠던 정지훈 병장의 전류 능력이 견딜 만했다.

뒤따라 오는 공격도 막을 만했다.

무엇 때문일까.

자신들은 바뀐 것이 없는데 어떻게 앞으로 나갈 수 있을까.

장건철 병장을 비롯한 선임들의 생각은 단순했다.

‘강현이가 있어서!’

강현의 능력도 상태창을 공유하는 것도 아니지만 원인이 누구 때문인지는 명확했다.

다만 강현이 4분대 딜러들의 공격을 방해하기에 해낼 수 있다 생각했다.

이러나저러나 결론은 같았다.

강현에 대한 신뢰.

[분대 신뢰도가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바로 강현에게 반영되었다.

원거리 시야 특성으로 여기까지 확인한 강현이 몸을 일으켰다.

이제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된다.

아니 나서지 않는 것이 더 좋다.

“불안하겠지. 분명.”

강현의 생각대로였다.

“막아! 1분대 막아!”

“언제 저격이 날아올지 모릅니다!”

“이런 빌어먹을 갈라져서 막아!”

눈앞에는 좀비처럼 전기를 견뎌 내며 뚜벅뚜벅 걸어오는 1분대.

옆에선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저격.

아깐 그렇게 쏟아지더니 지금 잠잠하다는 것이 사람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 4분대의 연계와 명령, 대열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고.

장건철 병장이 그들의 앞까지 도착했다.

2m가량 되는 거구의 온몸 가득한 근육.

능력 덕에 몸까지 바윗덩어리로 변해 장건철 병장의 위압감은 공포스러울 정도였다.

“야, 한 대만 맞자.”

장건철 병장이 천천히 팔을 뒤로 뺐고 그대로 정지훈 병장의 가슴팍을 때리자.

쩡!

정지훈 병장이 저 멀리 날아갔다.

1분대의 완벽한 승리였다.

* * *

일과 후 PX앞.

“자, 오늘 다들 배 터지게 먹자 내가 쏜다!”

장건철 병장이 호기롭게 외쳤다.

그의 얼굴에 함지박만 하게 걸린 웃음이 현재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보여 주었다.

“야! 쓸어 담아!”

신난 분대원들도 오늘만큼은 눈치 보지 않고 먹을 걸 쓸어 담을 때.

“만수야, 강현이 곧 혹한기 가야 하니까 방한용품이랑 핫 팩 좀 같이 사라. 먹을 거 우리가 살게.”

장건철 병장이 장만수 일병을 시켜 강현을 챙겼다.

이등병이야 훈련소 시절 받았던 방한용품이 전부이니 꼭 혹한기가 아니어도 살 게 많았다.

그래도 장만수 일병이 혹한기도 갔다 왔으니 잘 알려 줄 것이다.

“알겠습니다!”

신나서 대답한 장만수 일병이 강현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ATM기 앞에 멍하니 서 있는 강현을 발견하고는 이름을 불렀다.

“강현아! 너 혹한기 물품 좀 사자.”

“이병 최강현…….”

평소와 같지 않은 강현의 목소리를 들은 장만수 일병이 의아해할 때.

강현이 떨리는 눈동자로 ATM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통장 잔고 301,18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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