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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27화 (27/277)

27화 내 총구가 너무 빛난다

“모두 사용하고 싶습니다!”

강현의 대답에 분대원 전부가 장건철 병장을 일제히 쳐다보았다.

“미쳤나, 진짜.”

특히 김대영 상병은 어제 점호 시간 전에 있었던 일을 잊지 않은 듯 나지막이 경고까지 날렸다.

사실 이 정도만 해도 장건철 병장이 강현을 엄청나게 배려한 것이었다.

본래 이등병들은 기본적으로 보급되는 무구만 사용할 수 있다.

이등병인 강현도 원래라면 K-2H만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1분대엔 고질적인 문제점이 있었다.

“지금 분대 딜러 혼자라고 잘난 척하냐?”

1분대엔 전문 딜러가 없었다.

강현을 제외한 아홉 명 모두 기본적으로 방패를 사용했다.

다들 방어 특화 능력이다 보니 강현이 분대에서 유일한 딜러였다.

“지금 너 혼자 딜러라서 장건철 병장님이 특별히 신경 써서 총 가져온 거 안 보여? 야, 아무리 총을 안 쓴다지만 이거 지원과에 직접 신청서 쓰고 간부들한테 졸라서 가져온 거야.”

김대영 상병의 말에 분대원 몇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뭐? 다 갖고 싶어? 어? 야, 다시 말해 봐. 그럼 너가 가서 간부들한테 허락받을래? 자기가 안 한다고 막말하네. 너 뭐 좀 되냐? 아니면 요즘 공 좀 세웠다고 그러는 거야?”

분대원들에 동조에 김대영 상병이 더욱 열을 올렸다.

본래 분대 기강 잡는 역할을 하던 그였지만 요즘 강현에게 계속 당하는 바람에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강현이 말실수를 했고 김대영 상병이 군기 반장으로 나섰다.

“강현아.”

이번에는 장만수 일병도 강현이 잘못했다고 생각했는지 곤란한 표정으로 강현을 불렀다.

이등병으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이미 분대장이 사정을 배려했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것을 요구한 상황.

보통이라면 강현이 당장 여기서 사과를 한 후 일단락되었겠지만.

“이유는?”

장건철 병장은 굳이 이유를 물었다.

그도 속으로는 강현이 한 말이 별로 맘에 들지 않았다.

김대영의 말대로 자신 또한 지원과를 오가며 고생하여 총기를 가져온 것이었다.

이런 사정을 모르고 허튼소리를 하는 이등병을 혼낼 수도 있겠으나.

강현의 당당한 눈빛이 마음에 걸렸다.

사정을 모르는 눈빛도 또 김대영 상병의 말에 당황한 눈빛도 아니었다.

그리고 간절하기도 했다.

‘언제까지고 다른 분대에 의지만 할 수 없다.’

분대장으로서 전투 때마다 다른 분대에 도움 요청하는 게 자존심 상했다.

그래서 강현과 같은 딜러를 강력히 원했던 것.

특히 다른 분대에 도움 요청할 때 보이는 다른 분대장의 반응이 장건철 병장을 화나게 했다.

“아, 너희 분대랑 하면 우리가 공격 다 해야 하잖냐. 그거 부담스러운데.”

“그래서 보상금 얼마나 떼어 줄래? 안 그러면 안 하지. 우리도 탱커 있어.”

방어 특화인 1분대와 같이 작전을 해 봤자 별로 이득이 없었다.

차라리 균형 잡힌 두 개 분대가 뭉치는 것이 훨씬 강한 위력을 내었다.

다른 분대장들의 생각은 이랬고 장건철 병장 또한 별 반박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한 번 더 참은 것이었다.

타당한 이유가 아니라면 강현을 좋게 생각하는 장건철 병장이라도 참지 않을 터.

그리고 드디어 강현이 입을 열었다.

“딜러가 한 명이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대답에 다들 순간 말을 잃었고 그 기회를 틈타 강현이 말을 이었다.

“수가 많은 몬스터를 상대할 때는 M-60H, 좁은 던전 지역에서는 K-1H, 일반 필드에서는 범용성이 높은 K-2H, 강력한 원거리형 괴수를 상대로는 저격총을 사용해야 합니다.”

흡수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각 총기의 사용법.

누구나 알 수 있는 정보이지만 이등병인 강현이 이야기하기에 쉬운 정보는 아니었다.

“딜러가 한 명이기에 다양한 상황에서 충분한 딜링을 해 주어야 하고 그렇기에 다양한 장비가 필요합니다. 장만수 일병님?”

“어?”

“지난번 다른 분대 선임분들의 이름과 얼굴을 알려 주셨을 때. 각 분대에는 딜러가 최소 둘 많으면 넷까지 있다 들었습니다.”

“맞아.”

“그렇다면 다른 분대 같은 경우 각 상황에 따라 주 딜러를 바꾸며 작전을 수행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분대 같은 경우 그러기 어렵기에 한 명의 딜러가 상황에 맞는 총을 드는 게 맞다 생각하여 요청한 것입니다.”

[언변, 감화 특성을 발동합니다. 설득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특성을 듬뿍 머금은 강현의 말이 현장을 휩쓸었고 자리에 있던 분대원들 전부가 입을 꾹 다물었다.

너무나 타당한 말이어서 반박할 수가 없었다.

장건철 병장 또한 마찬가지.

“그리고, 여기 있는 모든 총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잠시 무거워진 분위기에 강현이 밝은 말투로 쐐기를 박았다.

“그러니 확인해 보고 결정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강현이 확신했다.

말로는 설득이 끝났다.

이젠 행동으로 보여 주기만 하면 된다.

거기까지 들은 장건철 병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각 총을 능숙히 사용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기만 한다면 내가 어떻게서든 허가 내주마.”

그로서도 강현이 활약을 해 주면 해 줄수록 좋다.

다만 지금 하는 말이 허풍일 경우 작전 때에 어떤 불상사가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사실을 확인해야 했다.

“하루마다 총 한 자루씩. 우선 K-2H는 지난번 확인을 했으니 오늘은 K-1H부터 시작한다.”

이후 강현은 장건철 병장의 말에 따라 각 총기로 다양한 상황에서 사격 평가를 받기로 했다.

K-1H은 건물 내 표적 사격과 속사, 기동 사격 등.

그리고 강현의 사격 실력을 본 분대원들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방금 옆으로 뛰어들면서 표적 다섯 개를 다 맞춘 거지?”

“맞습니다.”

“그전에는 공중제비 돌면서 사격하는 거로 모자라 표적까지 맞힌 거고.”

“…맞습니다.”

트릭 샷 스킬만으로도 이미 이 정도의 묘기는 가능했다.

이전 능력 평가 때도 공중에 떠오른 채로 골렘의 머리를 쏘지 않았던가.

[트릭 샷 스킬과 정밀함 특성을 결합합니다. 명중률이 대폭 올라갑니다]

그러나 당시 목표는 정말 바위만 한 골렘의 머리통이었다면.

“그것도 다 머리통만 쏴 맞춘 거네? 정중앙에 맞춰서.”

“맞습니다.”

“미친놈이네, 저거.”

“정말로 미친놈입니다.”

지금은 그 정확성의 수준이 달랐다.

다음 날 M-60H 사격도 마찬가지였다.

장건철 병장이 준비한 시험은 집중 사격 겸 사격 위력 평가.

반동이 강한 기관총을 이용해서 한 목표를 얼마나 정확하게 맞출 수 있느냐가 관건.

외피가 단단한 몬스터를 얼마나 빨리 무력화할 수 있느냐를 확인하기 위한 시험이기도 했다.

“앞에 보이는 기둥을 쏘면 된다. 나중에 탄 흔적도 확인할 거니까 정확하게 강하게 쏴.”

“이병 최강현! 알겠습니다!”

[총기 마스터리 스킬, 정밀함 특성을 적용합니다. 명중률이 대폭 상승합니다]

M-60H의 강한 반동을 제어해 줄 스킬이 자연스레 발동했다.

사실 이번 시험도 이 스킬만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다.

지난번 타란툴라 새끼들을 상대로 싸웠던 강현이다.

허공에 열린 구멍에서 쏟아져 나오는 거미를 향해 기관총 수백 발을 퍼부었고 훌륭히 막아 냈다.

저런 기둥쯤이야 탄만 충분하다면 쉽게 부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엔 좀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

[하급 운용 마나법 스킬을 사용합니다. 정밀함 특성의 보조를 받습니다]

피닉스의 알에 마나를 넣으며 얻은 정밀함 특성.

이미 이 특성의 위력은 앞선 K-1H에서도 확인했다.

극한의 명중률 향상.

그러나 강현이 이번에 시도할 건 다른 것이었다.

명중률 향상은 당연하고 위력까지 높인다.

‘알에 마나를 붓듯이 조심스럽게. 망가지지 않으면서 가장 강한 위력을 낼 정도로만.’

이전에는 강한 위력을 내기 위해선 무조건 총이 부서질 정도로 마나를 쑤셔 넣어야 했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

피닉스의 알에 적절한 양의 마나를 집어넣듯 총에도 그럴 수 있게 되었다.

우우웅.

마나를 머금은 기관총이 잠시 울었고.

방아쇠를 당기자 포효하듯 공간을 울리며 탄을 뱉어 냈다.

정말 짧은 순간.

“사격 끝났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빨리 끝난 사격에 다들 의아해할 때.

“저거, 지금 구멍 뚫린 거 아닙니까?”

장만수 일병이 손을 들어 기둥을 가리켰다.

그리고 결과를 본 분대원들의 눈이 점점 커졌다.

기둥 가운데 뚫려 있는 구멍.

단 한 발도 다른 곳으로 튀지 않는 정확도, 기둥 가운데를 단번에 뚫어 버리는 위력.

그야말로 죽여주는 사격 실력이었다.

“음!”

순간 장건철 병장이 강현을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감탄을 터뜨렸다.

저런 식의 사격 방법은 자신도 떠올리지 못했다.

기껏해야 기둥을 빨리 부수는 정도를 기대했는데.

‘만일 이 정도 화력으로 거대 몬스터의 몸통을 두드린다면?’

순식간에 가슴이 뚫리겠지.

필드형 게이트에서 몇은 강현을 방어하고 몇은 잔챙이 몬스터를 몰아온다면?

작전 효율이 대폭 상승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우리가 방패를 들고 좁은 던전에 진입할 때 뒤에서 강현이가 K-1H을 들고 엄호 사격을 해 준다면? 또는 방패 사이로 총구만 내민 채 그대로 던전을 휩쓸 수 있지 않을까?’

장건철 병장의 머릿속에서 지금까지 상상만 해 왔던 작전들이 꿈처럼 펼쳐지기 시작했다.

정말 강현의 말대로였다.

총을 바꾸어 들었을 뿐인데 벌써 필드형 게이트와 비좁은 던전형 게이트의 파훼법이 떠올랐다.

단순히 총 하나 바꾸었을 뿐인데!

‘거기다 위력까지 강하다. 결코 다른 분대 딜러에 밀리지 않아. 아니 오히려 한 발 한 발 위력이 강해 보여.’

그런데 연사 속도까지 빠르다.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장건철 병장의 몸에 소름이 우수수 돋아 올랐다.

단 한 명의 딜러가 분대의 위력을 바꾸었다!

그리고 문득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우리 혹한기 때 몇 번 졌었지?”

장건철 병장의 물음에 다른 분대원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갑자기 여기서 혹한기 이야기를 꺼낸단 말인가?

강현 또한 혹한기를 같이 간 것은 아니기에 침묵할 때.

“혹한기 훈련 때 분대 전투 몇 번이나 졌냐고.”

장건철 병장이 이를 물며 다시 물었다.

그러고 나서야 다른 분대원들도 아픈 기억을 떠올렸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혹한기 훈련 내용 중 분대 간 전투가 있었고 1분대는.

“한 번 빼고 모두 졌습니다…….”

참패를 당했다.

이게 특성화 분대의 현실이었다.

서윤진 대위 이전 지원과장 박민우 대위가 3중대장이었던 시절.

진급에 눈이 멀었던 그가 비슷한 능력을 지닌 특임병을 모아 특성화 분대를 만들겠다고 선언.

하필 걸린 게 1분대였다.

이후 들어오는 신병마다 방어 능력 특화자.

서윤진 대위로 중대장이 바뀌고 나서야 비로소 강현이 1분대에 들어온 것이다.

“그것도 계속 두들겨 맞다가 졌습니다. 특히 4분대한테 크게 당했습니다.”

자리에 있던 모두의 얼굴이 시무룩하게 변했다.

그때의 기억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 4분대와 붙었던 기억은 다들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혹한기 훈련 동안 많은 패배를 당했지만, 가장 뼈 아프고 괴롭게 졌기 때문.

잠시 생각하던 장건철 병장이 강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최강현.”

“이병 최강현!”

“내일 에땁이 마지막이다.”

“알겠습니다!”

“저격 소총 시험은 다른 방식으로 치러질 거다.”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뭘까?

그리고 그 의문은 곧 장건철 병장이 풀어주었다.

“4분대랑 분대 전투를 한다. 거기서 최강현 너가 에땁을 들고 분대 딜러를 맡는다.”

“장건철 병장님!”

놀란 선임들이 그를 불렀으나 장건철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강현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모두 사용할 수 있다고 했지? 우리가 상대하는 것은 멈춰 있는 표적이 아니다. 앞서 보여 준 실력은 훌륭하지만, 실제 작전에서 쓸 수 없으면 소용없어.”

“이병 최강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일 에땁 시험은 실전과 같이 치르기로 했다. 문제 있나?”

사실 장건철 병장을 비롯한 1분대 선임들의 원한이 담긴 시험.

과거의 강현과는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1분대원 이병 최강현! 문제없습니다!”

이제 1분대원이 된 강현과는 상관있는 일이었다.

강현의 우렁찬 대답에 장건철 병장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오늘은 쉬도록. 내일은 싸워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분대원들의 우렁찬 대답을 뒤로한 채 장건철 병장이 4분대장을 찾으러 훈련장을 떠났다.

[추가 퀘스트 선임들의 원한을 갚아라!]

[혹한기 훈련에서 처참하게 패한 선임들의 원한을 갚아 주어라]

[성공 시– 필요할 때에 작은 행운]

[실패 시 - 중요할 때에 작은 불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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