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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23화 (23/277)

23화 이등병을 향하여 경례!

파파파팡!

기관총의 격발 소리가 공기를 터뜨리듯 연속해서 울렸다.

M-60H의 옆구리로 달아오른 탄피들이 김을 뿜어내며 후두둑 떨어졌다.

새파랗게 마나를 머금은 탄알들이 유성처럼 쏟아졌고,

검은 구멍은 블랙홀처럼 이를 계속 빨아들였다.

“키에에엑!”

새끼 거미들의 시체가 찌꺼기 밀려 나오듯 바닥으로 떨어졌다.

[타란툴라 새끼를 처치하였습니다.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타란툴라 새끼를 처치하였습니다.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번쩍이는 총알과 터지는 격발음, 계속 울리는 알림.

한순간의 실수가 수많은 병사의 생사를 좌우하는 상황.

“으으… 엄마…….”

한쪽 다리를 여민 채 울먹이고 있는 병사의 눈에 강현의 등이 비쳤다.

물러나지 않는다. 흔들리지 않는다. 움츠리지 않는다.

지금 저 구멍을 막는 것이 자신의 평생 사명처럼 보였다.

헌터, 군인.

누군가를 지켜야 하는 사명을 짊어진 강현의 등은 흔들리지 않았다.

“으아아아! 이 새끼들아!”

사실 강현 또한 두려웠다.

단순히 퀘스트를 위해, 또 성장이 즐거워 이 자리에 서 있는 것만은 아니었다.

이런 위협은 처음이었고 그 또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확실했다.

‘더는 죽게 두지 않는다!’

부모님이 실종된 날.

가슴팍을 뜯으며 울던 할머니와 아무것도 모르고 방긋거리던 여동생.

힘겨웠던 나날.

잊을 만하면 울컥 터져 나오는 아픔을 강현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강현이 있는 이 자리에서만큼은 비극을 피하고 싶었다.

등 뒤에서 자고 있을, 자신과 같은 젊은 청년들이 부모님의 품으로 안전하게 돌아가길 바랐다.

그리고 강현의 능력은 그런 바람에 부응이라도 하듯 알림을 띄워 올렸다.

[마나가 고갈되었습니다. 마력지체 특성을 발동합니다]

[마나가 차오릅니다!]

[마력지체 특성과 마나 스텟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칭호과 튜토리얼 보상으로 250% 경험치 상승!]

[마나 스텟과 마력지체 특성 레벨이 올랐습니다. 마나가 더욱 빨리 차오릅니다!]

강현이 지난 일주일간 고민했던 문제.

마나 레벨이 올라도 마나 양이 별로 늘지 않았었다.

그래서 마력지체의 효과를 의심했는데 그 정답이 풀렸다.

마력지체는 단순히 마나 스텟만 만들어주는 특성이 아니었다.

진짜 효능은 마나를 계속 뽑아내는 것!

[계속된 공격으로 타란툴라의 동굴이 작아집니다]

탄통에 들은 탄을 거의 다 썼을 즈음 드디어 새까만 구멍이 작아지기 시작했다.

M-60H의 분당 발사 속도는 220발.

강현의 체감상으로는 마치 몇십 분은 흐른 듯 느껴졌지만, 실제 시간은 이제 1분이 조금 넘었을 뿐이었다.

억지로 마나를 쑤셔 넣은 기관총도 총신에서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한계가 얼마 안 남았다!’

예비 총열이 있기는 하지만 가는 사이에 거미들이 쏟아지면 말짱 도루묵이다.

좀만, 좀만 더 버텨라!

“자, 작아진다! 작아지고 있다고!”

강형태 상병이 검을 움켜쥔 채 바들바들 떨며 기뻐했다.

살 수 있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그 생각만이 가득했다.

그러나 그때.

[동굴의 주인이 나타납니다]

죽어 버린 새끼 거미들의 사체를 밀어내며 붉은 눈동자 수십 개가 좁아진 구멍 속에서 빛났다.

알림이 말해 주지 않더라도 지금 나타나는 저것이 보통 놈이 아니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가시털이 수북한 다리들이 좁아진 구멍을 붙잡았고.

찌이이익.

종이 찢듯 허공을 찢어 버렸다.

동굴 안에 쌓여 있던 새끼 거미들의 부스러기가 양수 쏟아지듯 떨어졌고.

시원한 밤공기 사이로 흉측한 얼굴을 내민 놈이 입을 벌리며 소리 질렀다.

“끼에에엑!”

“으아악!”

그 위협적인 모습에 강형태 상병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단순히 강형태의 모자람을 탓할 일만은 아니었다.

뒤에서 상황을 보던 병사마저도 자신의 죽음을 직감했을 정도였으니까.

이는 강현도 마찬가지인 듯 방금까지 불을 뿜던 기관총이 잠잠했다.

“당신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뒤에 있던 병사가 강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 말을 하고 싶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저 이름 모를 특임병은 자신을 살리고자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래 이 정도면 되었다.

그는 최선을 다했고 자신의 운명 또한 여기까지인가 보다.

딱 한 가지 아쉬운 건.

“엄마… 아빠…….”

부모님을 못 보고 죽는다는 것.

이제 20대 초반밖에 안 된 청년에겐 이 모든 것이 너무나 가혹한 일이었다.

그가 삶의 의지를 놓으려는 순간

“아직 안 끝났습니다!”

강현의 커다란 목소리가 초소를 울렸다.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분명, 분명.

“특임대가 올 겁니다! 온다고 했습니다! 분명히 올 겁니다!”

온다고 했다.

그때까지 살아서 버티라고 했다.

강현은 그 마지막 명령을 분명히 믿고 있었다.

그가 사격을 멈췄던 건 삶을 포기해서도 공포에 질려서도 아니었다.

오직 한 가지.

‘놈에게 상처를 입혀야 한다!’

더욱 강한 공격을 위해서였다.

사격을 멈추고 마나를 계속해서 기관총에 쏟아부었다.

마나를 머금어 푸르게 빛나다 못해 새파랗게 물들 때까지 마나를 욱여넣었다.

그리고 지금.

“끼에에엑!”

구멍에서 억지로 몸을 빼낸 놈이 초소를 한입에 삼키려 달려드는 순간.

숨을 멈추고 방아쇠를 당겼다.

소리는 없었다. 아니 과한 긴장으로 인해 듣지 못했다.

반동을 이기지 못한 기관총이 산산이 부서지며 날아갔다.

발사한 총알은 고작 다섯 발.

적은 숫자였지만 놈의 단단한 갑피를 뚫기엔 충분했다.

총알이 몸을 뚫을 때마다 화약 터지는 소리가 울렸고 놈이 잠시 주춤했다.

그러나 그게 끝이었다.

놈을 죽이기엔 강현의 능력이 역부족이었다.

강현도 이젠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려 할 때.

“포기하지 마라! 군인 정신을 지켜라!”

누군가의 목소리가 강현의 정신을 퍼뜩 일깨웠다.

그리고 저 멀리 어디선가 강현의 공격과는 비교조차 어려운 거센 공격이 밤하늘을 울리며 날아왔다.

삐이이익, 뻐엉!

공기를 찢으며 날아온 기운이 타란툴라의 얼굴을 뭉갰고 그 충격에 괴물이 비틀거렸다.

삐이이익, 뻐엉!

다시 이어진 공격.

연속적인 충격에 놈이 몸을 높이 드는 순간.

강현이 허리춤에 매달았던 검을 뽑았다.

[기초 검술 스킬을 발동합니다. 검술 위력이 증가합니다]

[강인한 팔뚝 특성을 적용합니다. 공격력이 증가합니다]

[유연한 몸놀림 스킬 발동으로 속도가 증가합니다]

[마력지체 특성으로 마나가 차오릅니다]

[경고 신체 마나가 과포화 상태입니다!]

마나를 미친 듯이 머금은 검과 강현의 몸이 푸르게 물들었고.

“꿰에에엑!”

“죽어!”

강현이 땅을 박찼다.

일순간이었다.

자신도 예상치 못할 만큼 강한 도약력.

어느새 눈앞에 보이는 거미의 배를 보며 당황했으나.

“흐아압!”

할 일을 잊을 만큼 멍청이는 아니었다.

보통이라면 과도한 마나를 머금고 급격히 강해진 신체에 적응하지 못해 버벅댔을 것이다.

그러나 유연한 몸놀림 스킬이 이를 바로잡았다.

마나를 머금은 군용 보급 검이 거미의 가장 취약한 배 쪽을 파고들었다.

“꾸익!”

타란툴라 성체가 위기를 감지하고 그대로 강현을 깔아뭉개려 했으나.

“어딜!”

아까와 같은 거센 공격이 놈을 막았다.

이번엔 연속 두 방.

결국 충격을 이기지 못한 놈이 뒤로 벌러덩 나자빠졌고.

넘어가는 순간 강현이 그대로 검을 아래로 쭈욱 내리그었다.

단단한 껍질이 우그러지는 소리와 내장이 쏟아지는 소리가 시끄러웠다.

마구 쏟아져 나오는 내장이 강현을 휩쓸기 직전.

“엎드려라!”

누군가의 명령에 강현이 땅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머리 위로 선뜻한 무언가 지나갔고.

퍼엉!

독을 뿜어내던 거미의 몸이 완전히 폭발하며 사라졌다.

마치 훅 먼지를 분 것처럼 모든 잔해를 날려 버릴 정도의 파괴력.

[타란툴라 성체를 처치했습니다! 타란툴라의 동굴이 닫힙니다!]

그제야 허공에 뻥 뚫려 있던 구멍이 찬찬히 닫히는 모습이 보였다.

끝났구나.

강현이 뒤로 돌아 밤하늘을 보며 누웠다.

“허억, 허억.”

군대에서 보는 밤하늘은 특별한 맛이 있다.

고요하면서도 별이 가득한 하늘.

방금까지 총소리와 거미들의 울음소리, 싸움 소리까지 온갖 소리에 지쳤던 것일까.

유독 군부대 특유의 고요함이 안온하게 느껴졌다.

잠시 쉬고 있는 강현의 시야에 불쑥 깡마른 얼굴 하나가 떠올랐다.

어깨에 새겨져 있는 민들레 두 송이.

지난 능력 평가 때 나타나 강현을 칭찬했던 1대대 대대장 선설민 중령이었다.

“충성! 근무 중……!”

직속 상관의 등장에 강현이 벌떡 일어나 경례를 붙였다.

그러나 언변 특성마저도 다음 이어질 말을 생각지 못했다.

근무 중 이상 무라 말할 순 없었다.

강현을 바라보던 선설민 중령이 그 마음을 이해했는지 고개를 저었다.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뜻.

“잘 버텨 주었다. 특임병.”

그 한마디가 강현에겐 그 무엇보다 크게 다가왔다.

죽음을 무릅쓰고 싸웠고 결국 버텨 내었다.

때론 군대에서 듣는 상관의 작은 인정과 위로가 큰 힘이 되기도 한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희생과 노고만큼 허무하고 고통스러운 게 또 있을까.

“자네가 없었다면 지금쯤 전우 수백이 죽었을 거야. 그러니 이상 없다고 말해도 된다. 자네에겐 그럴 자격이 있어.”

“이병 최강현! 감사합니다!”

강현의 우렁찬 대답을 들은 선설민 중령이 아주 작게 미소 지었다.

본래 감정 표현이 적은 그로서는 최대한 밝게 지은 미소였다.

웨에에엥!

그제야 군단 전체에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참으로 늦은 반응이라 생각할 수 있으나 사실 거미가 나타난 지 채 5분도 안 된 것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헌터, 그리고 군인이란 누군가 자고 있을 때 위험에 맞서는 이들이지. 참 힘들고 고된 일이야.”

사이렌 소리를 들으며 선설민 중령이 말을 이었다.

“그 사명이란 가혹할 때가 많지. 돈과 명예만을 보고 들어온 어중이떠중이들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말이야.”

그리고 그때 특임대 병력들이 무기를 들고 현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1대대 3중대 1분대가 있었다.

“최강현! 최강현!”

이제는 익숙해진 장건철 병장의 외침.

커다란 방패를 든 채 헐레벌떡 뛰어오는 모습이 얼마나 마음이 급한지 보여주었다.

가장 먼저 도착한 장건철 병장이 대대장을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충성!”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는 강현을 보고는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그러니까 멀쩡한 신병의 모습에 당장 달려가 안부를 묻고 싶었으나 대대장이 있으니 움직일 수도 없는 모습.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끙끙거리는 분대장을 보고는 선설민 중령이 슬쩍 강현의 등을 밀었다.

“장건철 병장님!”

“최강현! 너 괜찮은 거야? 괴물은?”

“대대장님께서 모두 처리해 주셨습니다. 초소 안에 다친 병사가 있습니다! 우선 치료를!”

“알았어. 일단 의무병한테 이야기해 놓을게.”

장건철 병장의 손짓에 분대원이 급히 의무병을 찾으러 갔고 이젠 3중대원들 뿐 아니라 다른 중대 병사들도 속속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

거친 전투를 각오하고 달려왔건만 몬스터가 하나도 없다니.

“순찰병! 순찰병 조장 어디 있어?”

마침 도착한 군단 당직 사관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강형태 상병을 찾았고.

“여, 여기 있습니다…….”

그때까지 머리를 숙인 채 겁에 질려있던 강형태 상병이 간신히 손을 들었다.

그 꼬락서니를 보고는 당직 사관이 인상을 썼다.

“지금 여기 너가 막은 거 맞아?”

“그, 그렇습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아니었다.

그때.

“군단 특임대 주목.”

선설민 중령의 목소리가 밤공기를 타고 퍼졌다.

모인 간부들이 대대장을 향해 경례하려 했지만 선설민 중령이 손을 들어 막았다.

“지금 여기서 경례 받아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다.”

대대장에게 경례하지 않으면 누구에게 한단 말인가?

곧 그 의문이 풀렸다.

선설민 중령이 강현을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갔다.

“여기 있는 이등병이 적을 맞이해 한 치의 물러남 없이 싸웠고 군단을 지켜 내었다. 수백의 거미가 밀려드는 동안에도 흔들리지 않았고! 마지막엔 죽음을 각오하며 맞서 싸웠다!”

잠시 주변을 훑어본 대대장이 말을 이었다.

“계급에 상관없이 그는 특임병의 의무를 다했고 승리를 이끌었다.”

고요한 밤, 수백의 눈이 강현을 향했다.

보지는 못했으나 이해했다.

그들 또한 수많은 작전을 통해 게이트 안에서 구른 경험이 있다.

그렇기에 홀로 몬스터에 대항해 맞서 싸운 이등병이 겪은 공포와 몸을 짓눌렀을 중압감을 이해했다.

서로를 이해한다는 고양감.

전투 이후의 흥분감.

안전하다는 안도감이 현장을 휘감았고.

“모두 이 훌륭한 군인이자 헌터를 향하여, 경례!”

“충-성!”

이 모든 감정이 경례로 터져 나왔다.

“충-성!”

강현 또한 속에서 휘몰아치는 감정을 담아 경례로 화답했다.

[많은 사람의 감사를 받아들여 새로운 특성 감화를 터득했습니다]

[치열한 전투의 결과로 새로운 특성 불굴이 생성됩니다]

[메인 퀘스트 불씨를 삼킨 거미를 완수했습니다!]

[서브 퀘스트 인명을 구조하라를 완수했습니다]

[달성 조건 열 명 이상 구출]

[구한 인원 10, 30, 48, 145, 436!]

[목표를 초과 달성했습니다]

[메인 퀘스트 보상과 서브 퀘스트 초과 달성 보상을 결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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