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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20화 (20/277)

20화 인성에 문제 있는 새끼 둘

한 분야에 장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아주 사소하고 간단한 일일지라도 오랜 시간 공을 들이면 남들과는 다른 경지에 이른다.

장만수 일병은 현재 강현을 보며 장인의 향기를 느꼈다.

“내가 이 일만 이십 년이여! 이십 년!”

TV 프로그램을 보면 이런 말을 하는 장인들이 종종 있다.

장만수 일병은 생활의 달인을 꼬박꼬박 챙겨 보는 시청자였고 강현을 보며 그런 달인의 모습을 떠올렸다.

자신의 장구류가 아닌데도 단번에 기름에 엉겨 붙은 먼지와 피 등을 깔끔하게 제거.

이후 마모된 부분의 날을 다시 세우고 기름칠을 한다.

‘어, 저기는 김대영 그 새끼가 맨날 제대로 못할 거면 건들지 말라고 지랄하는 곳인데.’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보통 길이 들다 못해 오래된 물건들은 어딘가 취약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고 이는 주인이 아닌 이상 쉽게 알기 어렵다.

그러나 강현의 손은 거침없었다.

마치 오랫동안 써온 물건인 것처럼 능숙했고 취약한 부분에선 섬세하고 부드러웠다.

[장비 관리 스킬을 발동합니다. 장비 보수 효율이 증가합니다]

[새로운 고물에 접촉하였습니다. 경험을 흡수합니다]

[해당 고물의 관리법을 떠올립니다. 효율이 증가합니다]

[장비 관리 하위 스킬 약점 보완을 적용하였습니다. 약한 부분의 내구도가 상승합니다!]

경험을 받아들이니 취약한 부분, 특히 신경 써야 할 곳이 어딘지 알 수 있었다.

거기다 장비 관리와 약점 보완 스킬의 보조까지 받자 강현의 손길이 마치 장인의 그것에 가까워졌다.

“강현아, 너 생활의 달인 출연할 생각 없냐?”

“이병 최강현, 잘못 들었습니다?”

갑자기 이게 무슨 개소릴까?

너무 황당한 말을 들은 강현이 잠시 어리둥절했으나.

“아냐, 그냥 개소리 좀 해 봤어.”

장만수 일병이 바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는 다시 장비 정리에 집중했다.

‘역시 보통은 아냐.’

정보 상태도 그렇고 방금 말도 그렇고 평범한 캐릭터로 보이진 않았다.

‘착하면 됐지 뭐.’

그래도 꼬장꼬장하고 재수 없는 맞선임 만나느니 차라리 이게 좋다.

저기 걸어가는 강형태 같은 새끼보다는 백배 났다.

아 눈 마주쳤다.

“야, 선임 보고 경례 안 하냐?”

아니나 다를까 강형태가 강현을 발견하고는 당장 성큼성큼 다가왔다.

“충성!”

“충성!”

상황을 눈치챈 장만수 일병이 얼른 일어나 경례했고 강현도 덩달아 경례했다.

둘 모두를 노려보던 강형태가 옆에 쌓여있는 장비를 보고는 코웃음을 쳤다.

“야, X발 누가 장비 관리 이따위로 하냐.”

분명 자세히 살피지도 않았다.

그저 후임을 갈구기 위해 입을 연 강형태가 막 욕을 쏟아내려 할 때.

“강현이 장비 관리 실력 장난 아닙니다. 진짜 저 깜짝 놀랐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까?”

장만수 일병이 너무나 순진한 얼굴로 역공을 가했다.

와우.

강현이 속으로 감탄을 삼켰다.

아무 이유 없이 갈구는 선임을 상대하는 방법의 하나.

갈궈도 그냥 내 갈 길 가는 것.

장만수 일병의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표정에 강형태 상병의 입이 막혔다.

“여기 있습니다. 이거 강현이가 한 겁니다.”

방금 강현이 정비를 끝낸 장비를 받아든 강형태가 대충 보고 욕이나 하려 했으나.

“이걸 진짜로 최강현 니가 했다고?”

“이병 최강현! 그렇습니다.”

생각 외로 너무 깨끗하고 완벽하게 정리된 장비를 보자 잡아낼 흠이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오히려 자신보다 나을 정도.

그러나 이 정도에서 물러난다면 괜히 지는 것 같아 강형태가 억지로 목소리를 높였다.

“야, 이거 좀 잘한다고 뭐가 돼? 무기 잘 닦으면 군인이야? 작전 잘하고 몬스터 사냥 잘해야지. 특임대가 아니라 무기 닦이냐고 우리가!”

“강형태 상병님, 작전 못 나가시지 않습니까? 그리고 강현이 첫 작전에서 포상받았다 들었습니다.”

장만수 일병의 완벽한 카운터.

강형태 상병도 순간 정신이 아찔해졌는지 눈을 깜빡였다.

그 와중에도 장만수 일병의 순진한 표정이 그를 더욱 열 받게 했다.

‘어휴, 속이 다 시원하네.’

물론 강현은 옆에서 장만수 일병을 응원하고 있었다.

강현으로서는 차마 못 할 말을 시원하게 해 주고 있는 맞선임을 보자 마치 든든한 탱커를 구한 것과 같았다.

“이, 이 장만수. 이 개새끼가.”

너무 강한 카운터에 부들부들 떨던 강형태가 막 화를 터뜨리려 할 때.

“강형태 개새끼야! 또 애들 괴롭혔지!”

멀리서 병장 한 명이 욕을 뱉어 내며 성큼성큼 다가왔다.

지난번 작전 때도 그렇고 강형태 상병을 싫어하는 병장이었다.

그를 발견한 강형태가 이를 갈며 슬금슬금 물러났다.

“너희는 나중에 보자.”

“야! 강형태 일로 안 와!”

“상병 강형태, 중대장님이 부르셔서 가 보겠습니다.”

황급히 도망가는 강형태를 보며 장만수 일병이 볼을 긁적였다.

“왜 화내고 지랄이지?”

본인만 이유를 모르나 보다.

강현의 스킬 덕에 생각보다 장비 정리가 일찍 끝났다.

비록 처음 생각처럼 강현을 가르치지 못했지만 장만수 일병은 오히려 강현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여기는 이렇게 해서 기름을 좀 더 부어 준 뒤 닦아 주면 쉽습니다.”

항상 장비 관리가 어설퍼 선임들에게 욕먹기 일쑤였고.

차라리 강현에게 자기 장비를 비롯해 선임들의 장비 관리 방법을 배워 앞으로 욕을 먹지 않기로 생각했던 것.

아까 강형태 상병과의 대화에서 알 수 있듯이 장만수 일병은 괜한 자존심을 세우는 선임이 아니었다.

“야. 강현아, 고맙다. 이게 이렇게 하는 거였구나. 맨날 이거 제대로 못한다고 뭐라 하길래 괜히 그러는 줄 알았는데.”

[장만수 일병의 호감도가 올랐습니다]

그리고 강현이 직접 손 본 장비를 받아든 선임들도 놀란 눈치였다.

“장만수, 벌써 끝냈냐? 후임 들어오더니 왜 갑자기 각성했냐?”

“아닙니다. 강현이랑 같이했는데 진짜 잘합니다.”

장만수 일병의 말에 선임들의 눈이 강현을 훑었다.

“그래? 어디 줘 봐.”

반신반의하는 얼굴로 장비를 살펴보던 선임들의 눈동자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어? 이거?”

“잘하지 않습니까? 장난 아닙니다.”

“그러게.”

“이병 최강현! 감사합니다.”

혹한기 훈련 동안 장비 관리를 제대로 못해 엉망이었는데 완전히 복구되었다.

사실 본인들이 해도 이 정도는 못 했으리라.

몇몇은 무기를 향해 이빨을 비춰 보더니 굉장히 만족했는지 고개까지 끄덕였다.

“이빨까지 보이네.”

하얗게 광택이 도는 방패에 자신의 얼굴이 비칠 정도.

어차피 훈련하다 보면 금방 더러워지겠지만 일단 기분은 좋았다.

[분대원들의 호감도가 상승하였습니다]

강현이 메시지를 보며 속으로 만족했다.

역시 쓸모없는 스킬은 없다.

누군가의 노력이 강현의 스킬이 되었고 이는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냈다.

어느새 강현을 중심으로 생활관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맞선임인 장만수 일병도 후임이 잘 들어왔다며 좋아할 때.

“아이 X발. 야, 장만수. 너는 새끼야. 후임보다 장비 관리도 못하는 주제에 웃음이 나오냐?”

자신의 장비를 불만스러운 눈빛으로 보던 상병 하나가 갑자기 분위기를 깼다.

쭉 찢어진 눈을 희번덕거리며 장만수 일병에게 욕을 쏟아 내길 잠깐.

이번에는 강현을 타깃으로 삼았다.

“야, 신병.”

“이병 최강현!”

“너 뭐 좀 한다고 까불거리면 뒈진다. 알겠냐? 이등병이면 이등병답게 행동해라. 괜히 깝치지 말고.”

“이병 최강현. 알겠습니다!”

갑자기 욕을 마구 지껄이는 행태에 잠시 어이가 없었으나 곧 인물창을 보고는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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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직책: 상병

나이: 21

호감도: -10

정보: 강형태와 알 동기로 매우 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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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리끼리 논다더니 그 말이 딱 맞네.’

김대영과 강형태.

하필 강형태와 친한 선임이 같은 생활관에 있으니 앞으로 계속 강현을 괴롭힐 것은 뻔한 일.

어쩔 수 없다.

군대든 사회든 항상 좋은 사람만을 만날 수는 없는 일이고 저런 놈들은 어디를 가나 한둘씩 있는 법이었다.

‘맞선임이 저 지랄 아닌 게 다행이지.’

그래도 장만수 일병 성격이 좋아서 다행이었다.

지금 가만히 눈치만 보고 있는 다른 선임들도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다.

저놈만 조심하자.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강현이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너희들도 새끼들아 처음 후임 왔으면 분대 기강 다질 생각부터 해야지. 뭐가 좋다고 처웃고 지랄들이냐. 진짜 미쳤냐? 다 빠져서. 지랄 한번 할까?”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내 밑으로 한번 싹 모아?”

“죄송합니다!”

김대영이 점점 생활관 분위기를 망가뜨리고 있을 때.

“야, 김대영 적당히 해라. 다들 나와. 분대 훈련 시간이니까. 장건철 병장님 기다리신다.”

마침 생활관에 들어온 다른 선임의 개입으로 상황이 끝났다.

분대 훈련이란 말에 선임들이 주섬주섬 장비를 챙겼고 강현도 맨 뒤에 따라나섰다.

3중대 1분대가 도착한 곳은 부대 뒤 켠 훈련장.

이곳저곳 세워져 있는 표적지 중심 속에 덩치가 커다란 사내가 서 있었다.

‘어? 근육 통조림!’

강현이 마침 상대를 알아보았다.

회식 직전 할머니와 통화한 날, 전화 부스 안에서 울던 근육 덩어리.

안에 들어 있을 때도 커 보였는데 밖에서 보니까 더 커 보였다.

설마 했는데 1분대 인원들이 그 앞에 가서 섰고 강현도 옆에 바짝 붙어 차렷 자세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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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건철

직책: 병장

나이: 22

호감도: 13

정보: 외강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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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대 분대장 병장 장건철.

강현으로서는 왜 이미 호감도가 높은지는 알 수 없었으나.

‘어쨌든 좋게 봐준다는 게 중요하니까.’

호감도가 높아서 손해 볼 건 없었다.

잠시 분대원들을 살피던 장건철 병장이 강현을 보고는 손을 까딱였다.

“막내, 나와 봐라.”

“이병 최강현!”

“우선 분대원은 같이 작전을 수행하는 만큼 간단하게 능력 소개부터 해라.”

“이병 최강현! 총기 관련 능력으로 원거리 공격에 특화되어 있으며 근접 전투 또한 기초적으로 수행 가능합니다!”

“그래, 들었지? 방어 위주인 우리 분대에 오랜만에 온 원거리 딜러니까 다들 합을 잘 맞춰 보자고.”

“알겠습니다.”

분대원들의 간단한 대답.

강현이 다시 자리로 돌아가려 할 때.

장건철 병장이 강현에게 탄알집을 내밀었다.

안을 보니 탄알 열 개가 들어 있는 한 탄창.

“자, 우선 막내 실력부터 볼까.”

헌터들의 능력은 워낙 다양했고 개별적으로 특색이 달라 먼저 눈으로 보는 게 중요했다.

더군다나 이렇게 팀으로 움직이는 경우 한 명이 있고 없고에 따라 작전이 완전히 바뀔 수도 있는 일.

장건철 병장 또한 강현의 능력을 보고 나서야 앞으로 분대 작전을 세울 수 있기에 탄알을 가져왔다.

“이병 최강현! 알겠습니다!”

강현 또한 단번에 뜻을 이해했고 바로 탄알집을 받아 개인 화기에 결합했다.

그리고는 좀 떨어진 곳으로 걸었다.

주변에 세워져 있는 표적지.

이를 쏘라고 하겠지.

다들 물러난 것을 확인한 강현이 총알을 장전했다.

철컥.

“저기 보이는 사격 표지들 향해 사격.”

역시나 강현의 예상이 맞았다.

[총기 마스터리 스킬 발동 사격 효율이 증가합니다.]

[트릭 샷 스킬 발동. 안정된 사격 발동. 장거리 시야 발동]

동시에 사격 관련 스킬과 특성들을 발동한다는 알림이 연이어 울렸다.

그 모든 알림이 끝나기도 전에 강현이 방아쇠를 당겼다.

타타타탕!

한 호흡.

“후우, 사격 끝.”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총구를 이리저리 돌려 대며 모든 총알을 쏟아부었고.

단 한 호흡만에 탄창을 모두 비워 낸 강현이 총을 어깨 위로 올렸다.

“모두 머리 명중입니다.”

표적지를 확인한 장만수 일병이 감탄하며 결과를 알렸다.

장건철 병장이 움푹 팬 철판을 보며 강현에게 물었다.

“뚫지는 못하냐?”

“뚫을 수는 있으나 탄이 튀겨 다른 곳에 피해를 줄까 봐 일부러 위력을 내지는 않았습니다.”

“그럼 낼 수 있는 위력은 어느 정도지?”

“최대 돌 골렘을 뚫을 수 있습니다.”

“음-.”

장건철 병장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만족스러운 감탄이 흘러나왔다.

자리에 있는 다른 선임들도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총기 사용에 돌 골렘 뚫을 정도면 웬만한 궁수보다도 나은 거 아닙니까?”

“연사 속도도 생각해 봐야지. 야, 신병. 돌 골렘 뚫는 위력으로 연사 가능?”

“이병 최강현. 방금 반절 속도로 꽉 찬 두 탄창까지 가능합니다.”

“오오, 총 마흔 발. 거기다가 한 호흡에 다섯 발이고 돌 골렘을 뚫는 위력이라…….”

잠시 계산하던 선임이 이마를 탁 쳤다.

“씹, 그냥 괴물인데? 너 중앙에 두고 디펜스 하면 개꿀이겠네.”

오올!

자리에 있던 모든 선임의 얼굴이 밝아지는 순간.

“그런데 가까이 붙어서 패면 어차피 쓰레기 아니냐?”

띠꺼운 목소리 하나가 좋은 분위기에 찬물을 확 뿌렸다.

김대영이 강현을 비웃듯이 보며 재차 물었다.

“야, 어차피 가까이 붙으면 너 그냥 잣밥이잖아. 뭘 잘난 듯이 지껄여. 왜? 한번 해볼래?”

대놓고 시비 거는 모습에 몇몇 선임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나 강현의 얼굴은 태평했다.

잣밥이 아니라 별로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

다만.

[히든 퀘스트 한 대도 맞지 마라]

[성공 시 – 선택한 스텟 레벨 +1]

[실패 시 – 엄청난 수치심과 모욕]

떠오른 퀘스트 알림 창을 보며 결심했다.

절대 저 새끼에겐 맞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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