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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15화 (15/277)

15화 흥분한 중대장과 겁에 질린 이등병

신병 대기 기간 2주라는 시간은 부대 내에서 가장 힘든 일을 경험하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적응하기 위한 시간이기도 하다.

2주가 지나고 신병이 본격적으로 부대 생활을 시작하기 전 보는 것이 바로 능력 평가.

기본적인 실력을 비롯해 이 인원을 전투 인원으로 써도 되는지 판단하고 더 나아가 어느 포지션에 배치할 것인지 정하는 시험.

보통 부대 간부를 비롯한 선임들 대부분 참여하여 이를 보기 때문에 이때 정해진 이미지가 꽤 오래 간다.

사실 본인의 엄청난 노력이 없다면 이때 이미지가 군 생활 내내 가는 경우도 많다.

선입견이란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니까.

“이번에 지원과장님이랑 중대장님이랑 좀 일 있었다던데.”

“예, 신병 때문에 좀 말이 오갔다 들었지 말입니다. 서로 데려가려 하셨다고.”

“그래? 그 친구가 그 친구지? 그 훈련소에서 고블린 죽였다던.”

“네.”

“쓰읍, 뭐, 공은 인정하는데 그게 훈련과정 전체 무시하고 군단 특임대에 떨굴만한 일인가? 백 있는 거 같은데.”

“뭐, 그래서 박민우 대위가 더 데려가려 하는 거 아님까? 아니면 말고 품고 있으면 승진 도움 되고.”

“그런 거 생각하면 3중대장도 은근히 승진 욕심이 있단 말야.”

“뭐, 아무래도 최연소 진급자이시니까요.”

시험장에 모인 간부들이 은근하게 떠도는 소문을 서로 떠들어 댔다.

지원과장과 중대장이 신병을 두고 알력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이야기.

타 부대에도 고속 진급자 서윤진 대위를 진급 누락자 박민우 대위가 껄끄럽게 생각한다는 소문은 이미 유명했다.

“이번에 성장형 게이트도 하나 깼다며? 중대원들 반 이상 혹한기 훈련 나가 있는데도.”

“그러니까 초고속 승진자죠. 인원 적어도 본인이 강하니까 찍어 눌러 버리지 않았겠습니까?”

“1대대 지원과장이 속 아플 만하지 본인이 3중대 맡았을 때는 최약체로 평가받았었으니까.”

“근데 그거 아십니까? 성장형 게이트 깰 때 3중대장이 신병 데려갔다고 합니다.”

“뭐? 막 전입 온 신병을? 미치지 않고서야?”

오랜만에 재밌는 구경을 할 생각에 모여든 다른 특임대 간부들이 새로운 소식에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듣기로는 포상금도 받았답니다.”

“…대체 그 신병 새끼 백이 누구야? 누구길래 저 서윤진이마저 설설 기냐?”

“최소 대대장님 백 아니겠습니까?”

“이미 잘 나가는 서윤진이 등에 부스터까지 달아 주는구먼. 진짜 군 생활 뭣 같네.”

강현과 서윤진 대위의 소문을 들은 타 부대 간부들이 신나게 둘을 씹어 돌리기 시작했다.

그들이야 진실을 알 턱이 없었고 자신들의 알량한 선입견에 기대어 누군가를 판단하고 비난했다.

“X발 새끼들. 우리 중대장님 이야기만 나오면 지랄들이네, 지랄들이야.”

“지네가 능력 달리는 걸 왜 우리 중대장님 탓만 하는 겁니까. 간부 새끼들. 진짜 게이트가 아니라 저 새끼들이 주적입니다, 주적.”

우호적이지 않은 분위기를 읽은 3중대원들이 목소리를 낮춰 중대장을 옹호했다.

“근데 신병 설마 통과 못 하진 않겠지?”

“저는 강현이 믿습니다.”

“언제부터 우리 강현이 됐냐?”

“느그 강현이는 아니지 않습니까? 솔직히 저번 작전에서도 잘했고 가장 크게는 그냥 다른 간부 새끼들 기분 좋은 일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와, X발. 이 새끼 짬 먹더니 맞는 말만 하는 거 봐라. 진짜 미친놈이냐? 존나 내 마음이랑 통하네.”

“이게 전우 아니겠습니까?”

다들 속으로 강현을 응원할 때.

마침 시험장에 도착한 레토나에서 강현과 중대장이 내렸고.

“우와아아악! 최강현 이병, 파이팅!”

“파이팅!”

“최강현 이병, 파이팅!”

“파이팅!”

방금 중대장 뒷말한 간부들 들으라는 듯 3중대원들이 목소리를 높여 강현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너희들 뜻대로는 안된다 새끼들아!

계급으로는 반항이 불가하니 이렇게라도 간부들의 기분을 잡치려는 의도.

그런데 강현의 얼굴을 본 중대원들의 목소리가 점점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어? 야, 신병 쟤 얼굴 왜 저래? 누가 갈궜어?”

“강형태 개새끼야!”

“저 아닙니다! 정말로 주말에 건들지도 않았습니다.”

“근데 쟤 얼굴이 왜 해골이 됐어! 부대에 신병 갈굴 새끼가 너밖에 더 있냐?”

“아, 정말입니다! 중대장님이 특훈시킨다고 주말 내내 끼고 있었단 말입니다!”

“뭐? 중대장님이?”

거기까지 들은 중대원 전체가 자신의 이마를 때리며 탄식했다.

“X됐다!”

“막았어야 했는데!”

“저거 걸어가다가 죽는 거 아냐?”

“강현아, 시험은 통과하고 죽어라!”

강현의 얼굴은 마치 오랫동안 작전이라도 나갔다 온 듯 바싹 말라 있었다.

광대까지 내려온 다크서클에 흐리멍텅한 눈동자.

반면 서윤진 대위의 피부는 물광을 바른 것처럼 반짝반짝 빛이 났다.

본래도 예쁜 본판인데 생기까지 도니 군복을 입고도 싱그러움이 뿜어져 나올 정도.

“저 모습 어디서 본 거 같은데… 그 축구 선수가 신혼여행 갔다 왔을 때 모습이랑 같지 않냐?”

“정확하지 말입니다.”

중대원들이 탄식하던 말던 시험장에 바글바글 몰려 있는 간부들을 한번 훑어본 서윤진 대위가 강현의 등을 팡 쳤다.

“훈련한 대로만 해, 훈련한 대로만.”

“이병 최강현! 알겠습니다.”

강현이 잠시 지난 주말 동안의 훈련을 떠올리며 몸을 떨었다.

* * *

지원과장과 중대장의 내기가 성립된 날 저녁.

본래라면 개인 정비를 즐길 시간이었지만 강현은 완전 무장을 한 채 훈련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충성! 이병 최강현 준비 끝났습니다.”

“왔니? 잠깐만 몸 좀 풀고.”

서윤진 대위가 트레이닝복을 입은 채로 스트레칭 중이었다.

쭉쭉 늘어나는 그녀의 근육을 보니 강한 힘뿐만 아니라 유연성 또한 뛰어나 보였다.

“능력 평가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알지?”

“예, 전투 시뮬레이션을 한다 들었습니다.”

“일반적인 헌터 능력 측정과는 달라. 등급을 매기기 위한 게 아니라 장점과 약점을 분석하고 어느 포지션에 배치할까 보는 평가지. 뭐, 이번에는 좀 다르겠지만.”

“어느 부분에서 말입니까?”

“지원과장이 직접 몬스터를 고르고 너의 약점을 공략하려 할 거야.”

“약점… 말씀이십니까.”

얼추 스트레칭을 끝낸 서윤진 대위가 긴 생머리를 한데 모아 포니테일 스타일로 묶기 시작했다.

“우리 부대에서 왜 총기를 개인 관물대에 두는지 아니?”

“빠른 작전 투입을 위해서입니다.”

보통 부대와는 다르게 헌터 특임대에선 개인 관물대에 총을 보관해 둔다.

한시가 급한 게이트 작전 때 일일이 총을 불출하고 불출 대장을 적을 순 없기 때문.

심지어 탄창도 차 안에서 배급받는다.

그러나 서윤진 대위가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맞긴 하지만 사실은 여기 지내는 사람들한테는 위협이 안 되거든. 다들 헌터니까. 아무리 마력탄에 던전 광물로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스킬 보조를 받지 않은 총은 그렇게 위협적이지 않아.”

팔을 올려 머리를 묶느라 벌어진 트레이닝복 사이로 서윤진 대위의 복근이 슬쩍 보였다.

‘수인화하면 하얀 털이 날까?’

예전에 동물 농장에서 호랑이를 봤을 때는 배만 하얀 털이었는데 실제 수인도 그런지 문득 궁금했다.

‘아니지, 정신 차리자. 최강현 미친놈아!’

지금 중요한 일을 앞두고 엉뚱한 생각을 하다니.

그리고 그때.

“자, 쏴.”

“잘못 들었습니다?”

“쏘라고. 중대장 명령이야, 쏴.”

순간적으로 굳은 강현을 보며 서윤진 대위가 팔을 펼쳐 가슴을 내밀었다.

몬스터는 쉽게 쐈지만, 사람을 쏴 본 적은 없었다.

거기다 아무리 쏘라고 했지만 중대장을 쏘다니 그야말로 하극상 아닌가.

망설이는 강현을 보며 서윤진 대위가 인상을 구겼다.

“적을 앞에 두고서도 사람이라고 망설일 거야? 쏴!”

탕!

단호한 중대장의 말에 강현이 방아쇠를 당겼다.

노린 곳은 머리 옆 허공.

강현의 마지막 망설임이었다.

그런데.

땡그랑.

“분명 쏘라고 했을 텐데?”

서윤진 대위가 허공을 잡은 손을 펼치자 총알이 떨어졌다.

손바닥에 생채기마저 없다.

마치 비웃는 듯 손바닥을 턴 서윤진 대위가 삐딱하게 강현을 노려봤다.

트레이닝복을 입고서 그러고 있으니 껌 좀 씹는 누나 같은 모양새.

문제는 분위기가 돈을 갖다 바치다 못해 목숨까지 바쳐야 할 것처럼 위협적이라는 점이었다.

“위협 사격이었습니다.”

그러나 강현은 속으로 웃었다.

이런 강자를 상대로 안전하게 싸울 기회라니.

오히려 원하던 일이다.

“좋아,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

“이병 최강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서윤진 대위가 몸을 웅크렸고 강현이 무릎을 굽혔다.

[전진 무의탁 스킬 효과로 조준 속도가 상승합니다]

[총기 마스터리 스킬 효과로 사격 효율이 올라갑니다]

스킬 적용 알림이 끝남과 동시에 서윤진 대위가 움직였다.

마치 물이 움직이듯 유려한 움직임, 그리고 순식간에 앞까지 도달하는 속도.

강현이 뒷걸음질하며 연이어 방아쇠를 당겼으나.

“박민우 대위는 네가 총을 쓴다는 걸 알고 있을 거야. 그러니 최대한 빠른 놈들을 불러낼 거야.”

꽈앙!

서윤진 대위의 발길질에 땅이 움푹 패여 들어갔다.

옆으로 간신히 피한 강현이 앉아 쏴 자세를 잡는 순간.

서윤진 대위가 사라졌다.

‘뒤!’

본능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합격이 가능한 놈들을 부르겠지.”

강현의 뒤를 잡은 서윤진 대위가 승리를 확신하며 손을 뻗었다.

간단하게 처음은 기절 정도로만 할까.

강현 또한 지금 서윤진 대위의 공격을 피한 뒤 사격할 만한 시간도 거리도 없음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순간 훈련소 때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이전 경험을 불러옵니다]

사실 강현의 기억이라기보단 훈련소에서 얻었던 조교 전역자의 경험.

총은 근접전도 가능하다.

총검술.

사람 신체보다 더욱 단단한 총을 이용하여 적을 무력화하는 기술.

‘이거라도 해보자!’

강현이 발악하는 기분으로 뒤로 돌며 개머리판을 휘둘렀고.

[총검술 스킬을 획득하셨습니다]

[하급 검법 스킬의 효과로 공격력과 속도가 증가합니다]

[강인한 팔뚝 특성으로 공격력이 증가합니다]

‘총검술도 검법으로 치는 거였어?’

서윤진 대위가 손을 뻗어 얼굴로 날아오는 강현의 공격을 막았다.

그리고

꽈앙!

콘트리트 벽 터지는 소리가 훈련장을 울렸다.

휘두르고 찌르고 밀어낸다.

강현이 붙잡힌 초식 동물이 발악하듯 총을 휘둘렀고 드디어 거리를 벌렸다.

‘어쩌면 이것도 가능할지도 모른다. 지금 써 보는 거야.’

그리고 얼마 전 마나 스텟을 획득한 뒤 시험해 보고 싶은 게 있었다.

실전에서 해 보는 것은 처음이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해 보겠는가!

강현이 지난 일주일간 보급 지원을 하며 했던 것처럼 마나를 움직였다.

대신 마나를 집어넣을 곳은 팔이 아니라 총!

우우웅!

마나를 빨아들인 총이 찌르르 울렸고.

방아쇠를 당기자 아까와는 수준이 다른 반동이 강현의 어깨를 밀어냈다.

그러나 이번에도 서윤진 대위가 허공을 잡은 손을 펼치자.

땡그랑.

납작해진 총알이 바닥에 떨어졌다.

“훗, 귀엽네 강현이, 이런 재롱을 다 부릴 줄도 알고… 뭐 나쁘지 않은 시도였어. 역시 내 중대원이라면 이 정도 실력은 있어야지.”

“저 중대장님?”

“왜? 아직 부릴 재롱이 남았니?”

“손바닥에서 피납니다.”

“…….”

강현에 말에 서윤진 대위가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선명하게 고여 있는 피.

방금까지 여유롭던 표정이 점점 딱딱하게 굳어 가며 붉은 안광이 스멀스멀 피어났다.

‘좋았어! 한 방 먹였다!’

강현이 속으로 좋아한 것도 잠시.

서윤진 대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하고는 침을 꿀떡 삼켰다.

그리고 알림이 떠올랐다.

[히든 퀘스트 흥분한 중대장을 만족시켜라!]

‘상태창 새끼야 분위기 파악 못 하냐?’

지금 사용자가 뒈질 분위기인데 농담이 나와 이 새끼야!

“저, 중대장님? 괜찮으십니까?”

강현의 질문에 서윤진 대위가 거친 숨소리로 화답했다.

크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슴팍과 살며시 떨리는 손.

이내 그녀가 고개를 들어 붉게 빛나는 눈으로 강현을 바라보았다.

“최강현.”

“이병 최강현.”

“이런 거 너무 좋아.”

“잘못 들었습니다?”

“버텨, 중대장 명령이야.”

“자, 잠시만!”

쾅!

훈련장 땅이 터져 나감과 동시에 서윤진 대위가 강현의 앞에 나타났고 지옥 같은 훈련은 주말 동안 계속되었다.

[성공 시 - 유연한 움직임 스킬 획득]

[실패 시 - 능력 평가 실패 확률 대폭 상승]

이틀 후 월요일 아침.

[히튼 퀘스트 흥분한 중대장을 만족시켜라를 완료하셨습니다!]

[퀘스트 보상으로 유연한 움직임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민첩, 근력, 체력 스텟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스킬 전진무의탁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만족스러운 알림에 강현이 씩 웃었다.

이거면 능력 평가 충분히 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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