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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13화 (13/277)

13화 남에겐 창고 나에겐 금광

보급병이란 원래 부대의 물품을 관리하고 병사들에게 나누어 주는 보직으로 꽤 중요한 직책이다.

상병쯤 되면 자비로 이런저런 사제 용품을 살 수 있으므로 보급품에 별로 욕심이 없어지지만, 그전까진 박찬우 일병이 주는 물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

보급 물자 창고 한구석.

“강현아, 이거 먹어 봐라. 맛난다.”

“이병 최강현! 이게 뭡니까?”

“건 플레이크라는 건데 한번 맛봐 봐.”

보급용 건빵과 안에 들어 있는 별사탕을 방탄모로 잘게 부순 후 우유를 부어 먹는 간식으로 상, 병장이 돼서도 찾는 마성의 음식.

작업이 빨리 끝나 창고에서 쉬는 동안 박찬우 일병이 강현에게 만들어 준 간식이었다.

“오옷! 엄청 맛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찬우 일병님!”

“그래, 많이 먹어.”

이등병 때야 오죽 맛있을까.

강현이 건 플레이크를 처음 맛보고는 잠시 몸을 떨었다.

이 달달하고 고소한 맛과 부드러움!

그런데 건 플레이크의 효과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버프 효과로 체력 회복 속도가 빨라집니다]

“어? 박찬우 일병님 버프 받았다고 알림 떴습니다. 이거 원래 이런 겁니까?”

“그럴 리가. 내 능력이 버프 계열 능력이거든. 특기가 버프라 지금 보급병 하는 거야.”

“우와. 버프 능력 희귀한 거라 엄청나게 대우받지 않습니까?”

“그렇긴 한데 밖에서야 어떻든 여기선 다 같은 병졸이지 뭐.”

박찬우 일병의 느긋한 대답에 슬며시 웃은 강현이 다시 건 플레이크에 집중했다.

이젠 맛보다도 이 버프 효과가 중요했다.

‘체력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 성장도 빨라지겠지?’

계속된 작업은 강현의 몸에 부담을 주었고 이러한 부담은 경험치라는 이익으로 돌아왔다.

요 며칠간 보급 지원을 하면서 생각보다 많은 경험치를 얻어 특성과 스킬을 강화할 수 있었다.

다만 문제는 강현도 사람인지라 지치기 마련이었고 휴식 시간이 필요했다.

거기다 레벨이 오르면서 성장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있었다.

‘아무리 느려져도 남들보다야 빠르겠지만 어쨌든 꿀 빨 수 있을 때 잔뜩 빨아 놔야지.’

사실 강현의 성장 속도를 안다면 어떤 헌터든지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놀라움을 넘어 시기하고 미리 싹을 자르고 싶어 할 수도 있다.

아니면 자기 품에 품으려 하거나.

그러니 더욱 강해지고 싶었다.

‘남들에게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강해지는 게 중요하다.’

남들과 비교할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강해지자.

강현이 군대에서 새롭게 설정한 목표였다.

“그럼 다시 작업 시작하겠습니다!”

강현이 급하게 마지막 남은 우유까지 삼키고는 벌떡 일어섰다.

버프 효과가 사라지기 전에 최대한 경험치를 뽑아내야 한다.

다시 성장할 시간이다.

[박찬우 일병의 호감도가 올랐습니다]

조금은 농땡이를 부려도 될 텐데 잠시도 쉬지 않으려는 모습에 박찬우 일병의 호감도가 올랐다.

알림을 본 강현이 박찬우 일병의 인물창을 열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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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우

직책: 일병

나이: 21

호감도: 28

정보: 느긋한 성격, 화나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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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28까지 오른 호감도. 보상 달성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30에 도달하면 이번에는 뭐가 주어질까.

퀘스트? 보상? 서윤진 대위는 퀘스트를, 김경주 취사병은 보상을 주었다.

두 보상이 우연히 겹쳐 마력지체라는 특성을 얻었고 마나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야 그런 행운을 잡기 어렵겠지만 어쨌든 기대해 볼 만하지 않은가.

“강현아, 오늘은 이것까지만 하고 오늘 작업 마무리하자. 한꺼번에 너무 많이 하면 내가 나중에 힘들어져.”

“아, 죄송합니다! 알겠습니다!”

강현이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면서 작업을 마무리 지을 때.

“야, 최강현! 최강현 이 새끼 여기 있냐?”

[긴급 퀘스트 똥은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다]

[똥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피하십시오!]

퀘스트가 발동했다.

* * *

“야, 강형태 너가 요즘 신병 소문 퍼뜨리고 다닌다며?”

“아- 아닙니다.”

“아니긴 뭘 아니야, 새꺄. 너 함부로 나대지 말라고 했지? 왜 가만히 있는 애를 건드리냐고, 미친놈이냐? 신병만 보면 지랄이네.”

“…죄송합니다.”

군대에서 신병을 망가뜨리기 가장 좋은 방법은 나쁜 소문을 주변에 퍼뜨리는 것이다.

강형태가 강현에 대한 나쁜 소문을 주변에 퍼뜨리는 것도 그런 이유.

그러나 이미 강현과 작전을 나갔던 중대원들은 강형태의 말을 믿지 않았고.

“너 저번에 작전 때부터 계속 그러던데 진짜 좀 그만해라. 상병 짬 먹고서도 뭐 하는 짓이냐 대체.”

심지어 그 말이 듣기 싫었던 몇몇은 강형태 상병보다 윗 선임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맞습니다, 강형태 상병님. 찬우가 걔 괜찮다 했지 말입니다. 잘못 아신 거 아님까?”

박찬우 일병은 강현을 보호해 주기 위해 강형태 상병과는 정반대 소문까지 내고 다녔다.

“너, 여튼 조심해라. 보고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선임이 경고를 한 뒤 자리를 떠나자 강형태 상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살다 보면 때로 그런 사람을 마주친다.

아무 이유 없이 상대방을 싫어하고 공격하려는 인간, 또는 자신의 무능함을 어그러진 방법으로 풀려는 인간을.

강형태는 그런 부류의 인간이었고 모든 분노가 강현에게로 향했다.

“야, 최강현 이 새끼 어딨냐고!”

그 결과 일과 시간에 다른 선임들 눈이 없는 보급 창고까지 찾아오는 한심한 짓을 하고 있었다.

강현이 긴급 퀘스트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할 때.

박찬우 일병이 눈살을 찌푸렸다.

“하, 여기까지 찾아오네. 진짜 미친 새낀가.”

“박찬우 일병님?”

평소 순한 말투에 느긋한 표정을 짓던 그의 인상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강현이 문득 박찬우 일병 정보에 적혀있던 문구를 기억해냈다.

화나면 무섭다.

인물창에 적힐 정도면 어느 정도라는 걸까?

‘원래 착한 사람이 화나면 무섭다고는 하지만.’

“야, 너 거기 있어. 내가 저 인간이랑 이야기하고 올 테니까.”

지금 험악한 분위기로는 주먹다짐이라도 할 느낌이다.

설마 그렇겠어 하면서도 우선 박찬우 일병을 말렸다.

강현에겐 강형태가 문제가 아니라 퀘스트를 성공하는 게 더 중요했다.

“똥은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거랍니다!”

“뭐?”

“그러니까 그냥 피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강현의 제안에 박찬우 일병의 벌겋게 달아올랐던 얼굴이 점점 제 색을 되찾았다.

“하긴 저 새끼가 똥이긴 하지…….”

“괜히 부딪히면 똥물만 튀기니 피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별 트집 잡아서 부대에 퍼뜨리고 다닐 게 뻔합니다. 또 어차피 창고 관리는 박찬우 일병님이시니 못 찾지 않겠습니까?”

강현의 언변 특성이 발동했고 박찬우 일병이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무리 저 인간이 별로라도 부딪히면 결국 강현과 박찬우의 손해다.

자그마한 꼬투리라도 잡히면 그걸 빌미로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나쁜 소문을 떠벌리고 다닐지 뻔했다.

좀 화가 가라앉자 상황을 파악한 박찬우 일병이 발걸음을 옮겼다.

“야, 그럼 아예 저 새끼 못 들어오는 곳으로 가자.”

[긴급 퀘스트 완료]

[박찬우 일병의 호감도가 올랐습니다]

[긴급 퀘스트 보상에 호감도 도달 보상을 더 합니다]

퀘스트 해결 알림을 들으며 강현도 발걸음을 옮겼다.

박찬우 일병을 따라 도착한 곳은 유독 주변 창고보다 구석에 있는 곳.

딱 숨기에 좋은 곳이긴 하다.

‘그런데 이런 곳에 보상이 있는 건가?’

아무리 봐도 누구도 안 오게 생긴 창고인데?

심지어 창고 앞에선 박찬우 일병이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 차라리 강형태 그 새끼랑 싸우는 게 나을 것 같은데.”

화나면 입도 거칠어지는구나.

그런데 힘든 창고 정리하면서도 불평 하나 없었던 박찬우 일병이 이렇게까지 투덜거리는 이유가 뭘까?

아니면 이건 보상이 아니고 나중에 따로 주는 걸가?

그런 강현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려는 듯 박찬우 일병이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창고 자물쇠를 풀었다.

문을 열자 풍기는 오래된 먼지 냄새와 쇠 냄새.

“어차피 하긴 해야 하니까. 근데 너무 하기 싫다.”

박찬우 일병이 안으로 들어서며 눈앞의 먼지를 걷어 냈다.

평소 보급병의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그도 싫어하는 일.

바로 보급 무기 관리였다.

“여기가 특임대 무기 보관소야. 전역자들이 두고 간 것 또는 군에서 보급한 헌터용 무기 중에서 오래되고 안 쓰는 것들을 모아 놓은 곳이거든.”

“오래된 것 말입니까?”

“어, 폐기하자니 아깝고 쓰자니 쓰레기인 무기들이지. 아, 그래도 걱정마. 신병 때 보급받을 무기는 따로 보관 중이니까. 뭐, 그래도 안 좋은 건 마찬가지지만.”

“고물들이란 말입니까?”

“뭐, 그런 셈이지. 어쨌든 특임대 장비 목록에 존재하는 것들이라 어쩔 수 없이 관리는 해야 하거든. 원래 날 잡아서 중대 전체가 하는 일인데… 당분간 강형태 저 새끼 피하려면 여기 짱박혀 있어야지 뭐.”

말하면서도 박찬우 일병의 어깨가 점점 처졌다.

“하, X발. 그냥 갈까? 저 많은 고물을 일일이 녹을 벗겨 내고 다시 기름칠까지 해야 하는데, 또 이 인간들 무기 욕심은 많아서 무기 종류도 겁나게 많단 말야. 야, 강현아. 그냥 딱 눈감고 강형태랑 한판 할까? 너랑 나랑 편먹고. 응?”

결국 일을 하기 싫었던 박찬우 일병이 막 뒤 돌았을 때.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는 강현의 눈을 마주쳤다.

“박찬우 일병님, 저 이거… 이거 꼭 하고 싶습니다!”

“뭐? 이 지루한 일을?”

“이병 최강현! 반드시 하고 싶습니다! 싹 다 정비해 놓겠습니다!”

[보상으로 새로운 장소 오래된 무기 창고를 오픈했습니다]

박찬우 일병의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강현의 손이 벌벌 떨렸다.

일이 힘들까 봐 무서워서? 전혀!

‘금광! 금광을 찾았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쓸모없는 고철 더미일지 몰라도 강현에겐 전혀 다르게 보였다.

분명 전역자들이 두고 간 무기라 했다.

거기에 군대에서 보급한 오래된 무기들이라고 했다.

‘얼마나 많은 경험이 쌓여 있을까?’

입안에 군침이 싹 돌다 못해 흘러넘치려 했다.

그야말로 저 중에 아무거나 집어도 손에 금덩이를 쥐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안 그래도 성장이 더뎌지는 느낌이 들어 답답했는데 타개책을 찾은 것이다.

“박찬우 일병님 저 꼭! 이 일 하고 싶습니다!”

“어? 어어 그래. 하고 싶으면 해야지.”

박찬우 일병도 강현의 기세에 밀렸는지 결국 안으로 들어섰다.

창고 안으로 들어선 강현이 코를 킁킁거리며 숨을 들이켰다.

‘아, 달다 달아.’

아릿할 정도로 밀려 들어오는 비릿한 쇠 냄새가 그렇게 달달할 수 없다.

“어느 것부터 하면 되겠습니까?”

“뭐, 우선 쉬운 것부터 하자. 저기 보급형 검 죽 늘어서 있는 거 보이지? 그거부터.”

헌터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무기이자 가장 대중적인 무기 검.

현재 총기 마스터리 스킬을 가진 강현 같은 경우 근접전 기술이 반드시 필요했다.

지난번 작전에도 다른 부대원들의 보호가 있었기에 활약할 수 있었지 혼자였다면 불가능한 일.

앞으로 작전에서 생존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원거리, 근거리 기술 모두를 갖고 있어야 한다.

“알겠습니다!”

우렁차게 답한 강현이 가장 녹이 심한 녀석 하나를 들어 올렸고.

[새로운 고물 군용 보급 검을 수집하였습니다]

[경험을 받아들입니다]

역시나 능력이 어김없이 발휘되었다.

[새로운 종류의 무기에 접촉하였습니다]

[기존 스킬과 새로운 경험이 합쳐집니다]

[능숙한 팔놀림과 조리용 칼질 스킬이 융합됩니다]

[기초 검법이 생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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