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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9화 (9/277)

9화 따땃하고 포근한

현대 사회의 게이트는 많은 이권, 돈과 관련되어 있다.

히어로는 무급으로 일하지 않는다.

더 큰 돈, 명예, 권력을 향해 움직이는 이익 집단과 개인이 있을 뿐.

현장에 도착한 창연 길드 또한 마찬가지였다.

“E급 새끼 게이트에는 이미 헌터 특임대가 들어간 상태입니다. 그러니 본 게이트에만 신경 써 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진입하겠습니다.”

헌터 특임대 3중대가 안에서 싸우고 있는 사이 밖에선 어느새 거대 길드의 정규 헌터들이 게이트 진입을 앞두고 있었다.

게이트 규모에 맞는 헌터팀을 구성하고 최대한 빨리 그리고 완벽하게 무너뜨린다.

목적을 완수하기 위해 헌터들이 거대 게이트 안으로 진입했다.

이를 지켜본 창연 길드 소속 김소희 매니저는 깊은 한숨을 쉬며 그들의 무사 귀환을 기도했다.

이젠 자신의 손을 떠났다.

문득 김소희의 머릿속에 질문이 하나 떠올랐다.

“아직 헌터 특임대는 사냥 중인가요?”

“네, 그렇다고 합니다.”

“생각보다 늦네요? 분명 작은 규모라 30분 이내에 끝날 거라고 하지 않았나요? 어느 중대에서 나왔죠?”

“3군단 사령부 소속이라 합니다. 알기로는 1대대 3중대라고 하더군요.”

“1대대 3중대? 그쪽이 늦는다구요? 그럴 리가요.”

“훈련이 겹쳐 인원이 적다고 하더군요. 또 대부분이 하급 헌터라 그럴 만합니다. 길드와 비교하면 수준이 많이 부족하니까요.”

약간 그들을 깔보는 말에 김소희가 입술을 삐죽였다.

“국가를 위해 힘을 다하시는 분들인데 그런 말은 좀 불편하네요.”

“죄송합니다.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네, 부탁드려요. 그리고 혹시 모르니 특임대 쪽 게이트도 확인해 보러 가죠.”

“알겠습니다.”

본인들이 이익을 위해 사냥을 할 때 저들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싸운다.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김소희의 개인적인 신념이었다.

김소희와 직원이 특임대가 진입한 작은 게이트을 살펴보았으나 특별히 눈에 띄는 점은 없다.

“E급 게이트 치곤 꽤 크네요?”

그때 김소희가 보통이라면 지나칠 법한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지적했고 그제야 직원이 당황한 듯이 보고서를 살폈다.

“제가… 확인했을 때까지만 해도 이거보다 작았는데요. 첫 보고 때도 분명 2m 이하라고 적혀 있습니다.”

“확실한가요? 지금은… 못해도 3m는 되어 보이는데.”

날카로워진 김소희의 목소리에 직원이 우물쭈물할 때.

게이트가 한층 몸을 키웠고 동시의 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성장형 게이트!”

“길드에 연락해요! 어서!”

* * *

뿌우우!

거센 뿔피리 소리와 함께 등장한 고블린 라이더들을 보며 특임대 3중대가 내심 긴장했다.

고블린이야 우습지만, 놈들이 타고 있는 거대 쥐만큼은 만만히 볼 수 없다.

거대한 덩치와 빠른 기동력.

일제히 달려들어 뭉쳐 있는 진열을 붕괴하는 기마병과 같은 역할을 하는 놈들이었다.

본래라면 커다란 위험이 되었겠지만.

“찌이익!”

“쿠웨엑!”

조정간을 점사로 둔 강현이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타타탕! 총성이 울렸고.

그때마다 쥐새끼가 한 마리씩 쓰러졌다.

마력으로 인해 달아오른 총구가 스멀스멀 연기를 뿜어냈고, 탄을 비운 강현이 새로운 총을 잡아 탄알집을 결합했다.

[새로운 총기에 접촉했습니다. 이전 사용자의 경험을 흡수합니다!]

[스킬 전진무의탁 자세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새로운 특성 장거리 시야가 생성되었습니다]

[고블린 라이더를 사살하였습니다!]

[경험치 두 배가 적용됩니다!]

적을 사격하는 강현의 귀에 계속해서 알림이 울린다.

성장하는 기쁨에 취해 있는 것도 잠시.

“홉 고블린이다!”

고블린 라이더들의 공세가 끝났다 싶었는데 이번에는 이전과는 다른 수준의 괴물이 특임대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검붉은 피부는 질겨 보였고 고블린답지 않은 키는 거의 성인 남성만 했다.

헐벗은 고블린과는 다르게 가죽 갑옷과 녹슨 철 무기로 무장한 놈들.

보통 고블린 던전의 보스로 등장하는 개체가 떼로 등장한 것이다.

“저놈들이 왜 떼거지로 나타나?”

“다른 부락이 있었던 거 아닙니까?”

“새꺄, 아까 게이트 크기 못 봤냐? 저놈들이 나올 크기가 아니라고!”

“그, 그건 맞습니다.”

병사들이 우왕좌왕할 때.

상황을 짐작한 서윤진 대위가 이를 악물었다.

고블린 라이더가 나타났을 때부터 이상하다 싶었다.

보통 게이트 크기에 따라 등급이 나뉘고 안에 있는 몬스터의 수준 또한 정해진다.

그런데 이 게이트는 등급과 맞지 않게 몬스터의 숫자가 너무 많았고 점점 강한 놈들이 출몰하고 있다.

“성장형 게이트…….”

안에 있는 몬스터를 죽이면 죽일수록 강한 몬스터가 나오는 돌연변이 현상.

더욱 좋은 아이템 또는 몬스터의 시체를 확보하기 위해 욕심을 부리다가 결국 파멸하고 마는 함정.

서윤진 대위도 익히 위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 이상 지체하다간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직감했다.

성장형 게이트를 파훼하는 법은 어딘가에 있는 던전 핵을 파괴하는 것.

이곳에서 일을 해결할 수 있는 건 자신밖에 없다.

“크르르.”

서윤진 대위가 결심하는 순간, 입에서 맹수와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군복 상의를 풀어 젖히자 변화하는 몸체가 더욱 또렷이 보였다.

붉은 털과 검은 줄무늬, 날카롭지만 단단한 발톱.

수인화.

서윤진 대위의 능력은 호랑이 중에서도 붉은 털을 가진 혈호였고 그녀의 중대가 호랑이 중대라 불리는 이유이기도 했다.

“모두 여길 지키도록!”

“저희도 가겠습니다!”

중대장의 변신에 상황이 심각한 것을 눈치챈 병사들이 뒤를 따르고 싶어 했으나.

서윤진 대위가 고개를 저었다.

군더더기는 오히려 방해다.

다만 한 명.

녀석만은 자신을 도와줄 수 있으리라.

“최강현!”

“이병 최강현!”

“엄호를 부탁한다!”

“맡겨 주십시오!”

서윤진 대위가 지체할 것 없이 앞으로 뛰쳐나갔다.

공기를 찢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그녀가 사라졌다. 나타난 곳은 선두에서 달려오고 있는 홉고블린 앞.

순간이동 하듯 나타난 서윤진 대위가 앞발을 휘두르자.

퍼엉.

놈의 머리통이 그대로 터져나갔다.

피 분수가 땅에 떨어지기도 전.

북 터지는 소리가 울릴 때마다 홉고블린이 하나씩 죽어 나갔다.

“퀘에엑! 죽어라!”

그중 하나가 들판에서 날뛰는 서윤진 대위를 향해 창을 집어던지려 했으나.

타타탕!

뒤로 당긴 어깨에 힘을 주기도 전에 머리통이 뚫리며 뒤로 풀썩 쓰러졌다.

가까이에선 서윤진 대위의 발톱이, 멀리선 강현의 총이 홉고블린들을 괴롭혔다.

둘의 매끄러운 연계에 놈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할 때.

“크허엉!”

서윤진 대위의 포효에 들판이 들썩였고 풀들이 바짝 엎드렸다.

이내 그녀가 손을 번쩍 들더니 땅을 내리치자.

우르릉!

들판 전역이 부르르 몸을 떨더니 서윤진 대위를 중심으로 10m 가량의 땅이 갈라졌다.

뒤집히고 터지는 흙더미 사이.

붉은 구슬 하나가 요사스런 빛을 내며 튀어 올랐다.

“막아! 퀘에엑!”

“끼야약!”

게이트 핵에서 뿜어져 나오는 날카로운 비명이 들판을 울렸다.

요사스러운 빛을 뿜으며 무언가를 시도하려 할 때.

타타타탕!

기다리고 있었던 강현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핵이 산산조각 나며 빛을 흩뿌렸고 서윤진 대위에게 달려들던 홉고블린들도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허억, 허억.”

“중대장님 엄청나네.”

“오랜만에 변신하신 거 아닙니까?”

“성장형 게이트면 그러실 만도 하지.”

“그런데…….”

비로소 긴장을 풀고 대화를 나누던 선임들이 슬며시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과다한 마력탄 사용 때문에 총구가 시퍼렇게 달아오른 총을 들고 있는 강현이 서 있었다.

확실히 이번에 들어온 신병은 다르다.

모두가 떠올린 생각이었다.

‘확실히 스킬 등급이 오르니까 차원이 다르구나.’

강현은 잠시 전투의 여운을 느끼고 있었다.

F급이었던 총기 마스터리가 E급으로 올랐고 그 효과는 확실했다.

앞으로 D급, C급 더 나아가 A급까지 성장한다면 어느 정도일까?

중대장의 스킬 등급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저렇게까지 강해질 수 있을까?

‘괴물 같은 신체 능력과 전투 실력.’

군대에서 처음 보는 능력자들이지만 서윤진 대위의 강함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기가 죽진 않았다.

[성장형 게이트의 핵을 파괴했습니다]

[특전으로 체력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놀라운 업적으로 스킬 경험치를 대폭 획득합니다]

[총기 마스터리 스킬 등급이 D급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스킬 신속한 사격을 얻었습니다]

이 끝없이 울리는 알림이 언젠간 강현을 그 자리까지 올려 줄 것 같았기에.

강현이 품은 생각은 행복 회로도 어설픈 꿈도 아니었다.

확신이었다.

21년간 한 번도 품은 적 없었던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었으며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였다.

두려울 것 없다.

군대에 묶여 있다는 현실에 힘들어 할 것 없다.

‘오히려 잘됐어. 여기라면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강해질 수 있다.’

밖에서 이런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면 온갖 술수에 시달렸으리라.

뛰어난 헌터를 영입하기 위해 또는 라이벌 길드의 유망주를 꺾기 위해 벌어지는 암투는 이미 공공연한 사실.

백도 돈도 없는 강현에겐 울타리가 필요했고 군대는 그런 점에선 아주 훌륭한 울타리였다.

귓가를 울리는 알림이 잠잠해질 때쯤.

“야, 새끼야 선임 깔려 있는데 아직도 서 있냐? 빨리 안 내려와?”

밑에 깔려있던 강형태 상병이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버럭 질렀다.

“이병 최강현! 죄송합니다!”

잠시 발밑에 그의 존재를 잊고 있었던 강현이 황급히 내려왔고 그제야 강형태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괜찮으십니까? 고생 많으셨습니다.”

“너, 이 새끼 일부러 더 세게 밟았지? 내가 모를 줄 알았냐?”

강현이 흙을 털어 주려 했으나 그 손길을 거칠게 뿌리친 강형태 상병이 주변에 중대장이 없음을 확인하고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 X발 놈이 선임을 개X으로 봐! 넌 X발 놈아 부대 가면 뒈졌어!”

그러나 강형태 상병이 말을 끝내기도 전.

“야, 강형태. 어디서 목소리를 높여. 얘가 일부러 그랬어? 중대장님 지시였잖아.”

“아니, 심 병장님 이 새끼가.”

“어디서 말대꾸야 X발놈아. 너 첫 임무 때 오줌 지리면서 도망가서 분대원들 다 뒈질 뻔했던 거 잊었냐? 이 폐급 새끼 지가 짬 좀 차니까 부대 실세 된 것처럼 신병한테 지랄이네. 야, 강형태.”

“상병 강형태.”

“강형태.”

“상병 강형태.”

“너 이 X발 생활관에 병장들 싹 모여서 너만 한번 부를까? 아니면 후임들 앞에서 개쪽 한번 당할래? 내가 못할 것 같지? 짬 좀 차니까 안 건들 거 같냐?”

“죄송합니다.”

아까 강현에게 총을 건네 준 심 병장의 서슬 퍼런 욕에 강형태의 기가 완전히 죽었다.

아무리 짬을 먹고 시간이 지나도 폐급 짓을 한 놈이라면 종종 이런 꼴을 당하기도 한다.

더군다나 강현이 이번 전투에 세운 공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

심 병장이 강현을 커버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야, 형태야. 우리 전역하기 전까진 나대지 마라.”

“죄송합니다.”

심지어 이를 보던 다른 병장들마저 강형태에게 경고를 날릴 정도.

아까 강현에게 보였던 태도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감사합니다.’

자기 대신 나서 강형태를 조지는 병장들에게 강현이 속으로 감사 인사를 할 때.

등 뒤에 짙은 그림자가 진 것을 느꼈다.

찬찬히 뒤를 돌아보자.

“크르르.”

마치 맛난 먹잇감을 발견한 듯 송곳니를 드러내는 호랑이가 보였다.

기다란 발톱으로 강현의 얼굴을 살며시 훑은 서윤진 대위가 눈을 번뜩였고 역시나.

“이 이쁜 녀석!”

강현을 번쩍 껴안았다.

아까와 같은 고통을 상상한 강현이 눈을 꽉 감을 때.

‘어? 생각보다 좋은걸? 설마 나 이런 취향이었나?’

예상과는 다른 감촉에 강현이 새로운 쾌락을 깨달았다.

이 포근함과 보들보들함은 마치.

‘거대 고양이에게 안긴 듯한 기분이잖아!’

거기에 은은하게 풍기는 샴푸 냄새는 그야말로 포상.

그뿐 아니었다.

[메인 퀘스트 강렬한 첫인상 조건을 만족하셨습니다]

[퀘스트 보상으로 새로운 칭호 눈에 띄는 신병 칭호를 받습니다]

[사냥 보상으로 새로운 칭호 고블린 학살자를 받습니다]

[칭호 결과로 여기 있는 전체 인원의 호감도가 증가합니다]

[앞으로 고블린을 상대할 때 피해량이 30% 증가합니다]

[메인 퀘스트 보상으로 상태창의 새로운 기능이 해제됩니다]

[새로운 기능 인물창이 생성되었습니다]

[새로운 기능 레벨 시스템이 적용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와 인생 포근하다 포근해.’

포근한 거대 고양이, 아니 호랑이 품속에 안겨 있는 강현이 귓가에 울리는 알림을 들으며 슬며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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