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6화 (6/277)

6화 자대 배치

막 샤워실에 들어온 강준진이 아직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강현에게 넌지시 칭찬을 건넸다.

“자고로 군인이란 적의 피를 잔뜩 묻힌 채 씻을 때도 있어야 하는 법이지. 아주 바람직한 자세야. 그 부대가 아주 물건을 기르고 있구먼 그래.”

‘아, 그 뜻이었구나.’

대체 무슨 뜻으로 오해를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안심한 강현이 그제야 상대를 살폈다.

평상복을 주섬주섬 벗는 모습을 보니 병원에 진찰을 받으러 온 군 간부일까.

‘분명 큰 행운이 작용했다고 했지?’

문제는 호감도를 올리라고 했는데 어떤 방향으로 올려야 할지 짐작이 안 간다는 점.

날카로운 눈매와 꽉 다문 입매를 보니 간호 장교처럼 동정심을 살 수도 없을 듯 보였다.

“고블린이군.”

단번에 강현의 몸과 전투복에서 풍기는 진한 피 냄새의 주인을 파악한 중년 남자가 잠시 강현을 마주 보았다.

마치 대답을 기다리는 모양새.

“맞습니다.”

“몇 마리였지?”

“다섯이었습니다.”

“나쁘지 않은 숫자군. 그래 작전 중에 잡았나?”

“작전은 아니고 행군 중에 잡았습니다.”

“훈련병들이 많이 놀랐겠군. 그래도 자네 같은 헌터 특임병이 있었기 때문에 안전했겠어. 자부심을 품게나. 누구나 질 수 없는 짐이니까 말야.”

“저…….”

“하핫! 감사 인사할 필요 없다네. 나 또한 자네와 같은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이거든. 뭐, 굳이 자세히 말하면 부담스러워할까 봐 하지는 않겠지만 말이야.”

“그…….”

“크흠, 그래도 헌터 특임병으로 근무한다면 내 이름이나 얼굴 정도는 알 텐데… 정말 훈련과 임무에만 매진하는 뛰어난 친구인가 보군. 아니면 설마 알아보고 얼어 버린겐가? 와하하!”

마치 자신을 알아봐 달라는 듯한 웃음소리에 강현이 잠시 턱을 긁적였다.

딱 봐도 관심이 고픈 중년 아저씨의 모습.

이런 사람들을 구워삶는 법은 간단하다.

약간의 관심과 존경.

생각보다 아저씨들이 젊은이들에게 원하는 것은 소박하고 단순한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강현이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아직 훈련병 신분이어서 식견이 짧았습니다.”

“뭐? 훈련병?”

강현의 말에 충격을 받은 중년 남자, 강준진이 고개를 휙 돌렸다.

“이번에 능력을 개방한 것도 처음이고 아직 특임병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앳된 병사에게 혹시 귀인께서 조금 조언을 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지금, 뭐? 능력을 개방한 게 처음이라고?”

강준진이 어이없다는 듯 강현을 훑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강준진을 놀라게 한 한마디.

“조언을 해 달라?”

“그렇습니다! 귀를 씻고 배우겠습니다!”

어찌 보면 무례할 수도 있는 발언.

그러나 강현은 확신하고 있었다.

자신의 훈련병이라는 위치와 이제 막 능력을 개방했다는 무지.

이를 마주한 중년 남성은 결코 지나칠 수 없다.

아마 깊은 곳에 잠재되어 있는 훈수의 본능이 폭풍처럼 휘몰아칠 터!

그리고.

“크흠. 그렇다면 또 그냥 지나칠 수 없지. 혹시 자네 치킨 좋아하나?”

“감사합니다!”

강준진은 강현이 드리운 먹음직스러운 미끼를 덥석 물어 버리고야 말았다.

[상대의 호감도가 8이 되었습니다]

[연변 특성의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그리고 이 와중에도 상태창은 계속해서 경험치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 * *

“크하하! 그래서 말이야. 내가 그때 총 스무 마리의 오우거와 혈혈단신으로 맞섰단 말이지!”

“오오, 그렇셨습니까.”

“그때 다른 부대 놈들이 도착해서 지은 표정이 가관이었단 말이야.”

[호감도가 13이 되었습니다]

[언변 특성의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호감도가 14가 되었습니다]

이후에는 그야말로 일사천리였다.

관심과 존경이 고팠던 중년의 남자는 강현의 맞장구에 신나서 자신의 지난 군 생활을 떠들어 댔고 자연스레 호감도가 올랐다.

거기다 참 이상한 일이지만 그저 맞장구를 칠 뿐인데도 강현의 언변 특성이 계속 발전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강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치면 언변 특성이 발동.

더 신난 강준진은 말을 더하게 되고 호감도가 오른다.

호감도가 오르면 이야기를 더 하고 싶은 법. 그리고 다시 언변 특성이 발전한다.

“허허허, 자네는 군 생활을 참 잘하겠어. 아주 말을 잘한단 말이야? 어찌 치킨은 입에 맞고?”

이 무한 굴레에 빠져 버린 강준진 또한 무언가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이 대화를 그만둘 수 없었다.

그리고 강현으로서도 한 달 만에 먹는 치킨과 치즈볼은 상상을 초월하는 맛이었다.

치킨 먹으면서 고개만 끄덕이면 저절로 호감도와 특성이 오른다.

‘군 생활 달다 달아!’

이런 달달한 훈수라면 하루 종일이라도 들을 수 있다.

아, 입에서 터지는 치즈볼의 녹진함이란!

강현이 저절로 나오는 탄성을 간신히 참아내며 마지막 남은 닭 뼈에 붙은 살점 하나까지 야무지게 빨아먹었다.

빨리 끝나 버린 식사가 아쉬운 와중에도 강현의 고개는 정말 성실하게 강준진의 말에 따라 끄덕거리고 있었다.

“크, 크흠. 이거 내 정신 좀 보게. 이러다 늦겠구먼.”

그리고 때마침 울린 전화를 본 강준진이 곤란하다는 듯, 아쉽다는 듯 입맛을 쩝쩝 다셨다.

물론 치킨을 거의 못 먹어서는 아니었다.

“이거 아직 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시간이 없으니 원.”

“정말 아쉽습니다. 하나 이 잠깐 동안 해 주신 말씀들이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군 생활 동안 꼭 기억하며 행하겠습니다.”

“허허, 아주 예의 바른 친구야.”

“감사합니다!”

“그래 최강현 훈련병, 아니지 이제 최강현 이등병이 되겠군. 기회가 된다면 또 보자고. 꼭.”

“네, 살펴 들어가십시오. 충-성!”

“충성.”

마지막까지 완벽한 인상을 심어 준 강현이 자리에 앉는 순간.

“최강현! 최강현 훈련병!”

저 멀리 떨어진 복도에서 간호 장교가 자신을 찾는 소리가 들렸다.

“여깁니다!”

“조교분 치료 끝났으니 이쪽으로 오세요.”

강현이 간호사를 따라 조교를 만나러 간 시각.

“검사 결과가 괜찮았나 봅니다.”

“뭐, 검사 결과야 항상 같지 다를 게 있나.”

막 검은 세단 안에 탄 강준진이 운전병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기분이 좋아 보이십니다.”

“그래? 그렇게 보이나?”

운전병의 너스레에 강준진이 슬며시 미소 지었다.

“그런데 고블린 다섯을 자네 혼자 잡을 수 있겠나?”

조금 뜬금없는 물음이었지만 운전병이 막힘없이 대답했다.

“고블린 다섯 말씀이십니까? 지금이라면 가능합니다.”

“아니. 능력 개방한 지 한 달도 안 돼서, 실전 경험 한 번도 없이, 더군다나 K-2H 소총으로.”

“그건 어렵습니다.”

“그래? 왜지?”

“능력에 익숙해질 시간도 필요하고 특히 경험이 한 번도 없는 게 너무 커다란 약점입니다. 더군다나 일반 총이라면 더욱 어렵습니다.”

“가능한 경우는?”

“기존 전투 경험이 있거나 힘든 훈련을 받은 특수 부대 출신, 거기다 능력도 총기와 연관 있어야 할 듯싶습니다. 고블린 한 마리도 아니고 다섯이라면 말입니다.”

막힘없는 운전병의 대답에 강준진이 턱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마찬가지 생각이라는 뜻이었다.

거기다 강현이 보인 태도.

능력을 처음 개방한 사람들은 오만해지는 게 대부분이다.

남들에겐 없는 특별한 능력을 손에 넣었다는 건 사람의 태도와 정신을 크게 변화시키는 법이니까.

“그런데 오만하지도 않았단 말이지.”

그러나 강현은 그렇지 않았다.

심지어 처음 보는 자신에게 조언까지 구했다.

그리고 이를 경청하고 또 경청했다.

대체 왜?

“거기다 경력 많은 헌터를 알아보고 조언까지 구한다?”

그 최강현이라는 녀석은 대체 자신의 정체를 어찌 알고 조언까지 구한 것일까?

물론 강현이야 퀘스트의 말을 따랐을 뿐이지만 강준진에겐 이런 점마저도 새롭게 다가왔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강준진이 망설이지 않고 핸드폰을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어, 나 강준진이야. 오늘 새벽에 고블린 잡은 훈련병 하나 있어, 최강현이라고. 그 친구 우리 군단 특임병으로 돌려. 다른 과정 모두 생략하고 바로 데려 와.”

거기까지만 말한 강준진이 전화를 끊었다.

이렇게만 말해도 알아서 모든 일이 처리되어 있을 것이다.

“충-성! 근무 중 이상 무!”

병원 위병소를 통과하는 차량에 위병이 새벽 시간이라는 것도 잊은 듯 커다란 경례를 붙였다.

나가는 차량 번호판에 붙어 있는 별 하나.

이 정도 일쯤은 쉽게 전화 한 통화로 끝낼 수 있는 위치.

군단 헌터 특임대 대장, 준장 강준진.

그가 만족스러운 듯 차 시트에 깊이 몸을 기대며 웃었다.

“오랜만에 기대되는 물건을 만났구먼.”

* * *

훈련소 마지막 날.

“거기 가서도 꼭 연락해라.”

“강현아 고맙다. 정말 못 잊을 거야. 나중에 나가서라도 보자.”

“패북 친구 추가할 테니까 그때 가서 모른 척하지 마라.”

서로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끝마친 훈련병들이 일제히 각자 부대로 향하는 커다란 버스에 올라탔다.

모두가 떠난 연병장.

홀로 남은 강현만이 작은 군용차량, 흔히 레토나라고 부르는 차 뒤 칸에 몸을 실었다.

앞에 앉은 교관이 강현을 힐끔 보더니 혀를 찼다.

“참, 기껏 괜찮은 놈 봐 놨더니 홀랑 특임병으로 차출되어 버렸네. 능력 개방이라니… 참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보통 이런 경우가 흔합니까?”

“거의 없지. 더군다나 너처럼 후반기 교육까지 모두 무시하고 바로 부대로 차출하는 경우는 더더욱. 너 정말 군에 아는 분 없냐? 어떻게 군단으로 바로 떨어졌냐?”

“전혀 없습니다.”

본래 헌터 특임병 같은 경우 전혀 다른 훈련소에서 헌터 전용 훈련을 받고, 그거로도 모자라 후반기 교육까지 소화해야 한다.

일반적이라면 강현 또한 후반기 교육에 참여해야겠지만 어찌 된 일인지 바로 자대 배치를 명 받았다.

교관이 의심할 법도 했다.

‘짐작 가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병원에서 만났던 중년 남자.

퀘스트를 성공하면 여러 절차를 건널 뛸 수 있다고 했던가.

아마 후반기 교육 또한 이에 포함되었던 듯하다.

커다란 행운이 없었다면 자대도 군단이 아닌 외딴곳으로 떨어졌을까.

영내를 벗어나 어디론가 향하는 차 안에서 강현이 조용히 상태창을 띄워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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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최강현

직업: 군단 헌터 특임병

능력: 고물 수집가

스텟: 힘 1Lv, 민첩 1Lv, 체력 1Lv.

특성: 신뢰, 언변

칭호: 전설적인 훈련병

스킬: 총기 마스터리(F)

안정된 사격 3Lv, 엎드려 쏴 2Lv, 앉아 쏴 2Lv

상태: 이전 훈련소 튜토리얼을 성공적으로 끝냈으므로 현재 경험치 두 배 적용 중

전설적인 훈련병 칭호 효과로 모든 훈련 효율 50% 증가

아직 흡수되지 않은 경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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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엄청 많이 얻었네.’

훈련소 5주간 얻은 특성과 칭호, 스킬과 상태까지.

고물 수집가라는 멋없는 능력 명칭이 신경 쓰이긴 했지만 결국 좋은 스킬. 효율적인 성장만 담보한다면 어떤 이름이든 상관없었다.

‘그런데 보통 능력이란 게 이런 식으로 포괄적으로 적용되던가?’

강현이 보기에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았다.

일반적으로 능력이란 자신만의 특성이 강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 동물, 인물, 신체, 마력 등으로 나뉘었고 그중에서도 무공, 마법, 초능력, 강화, 탐지 등으로까지 세세하게 분류되었다.

뭐, 결국 때리고 부수고 싸우는 건 같았어도 각자의 영역은 뚜렷하다는 이야기.

‘그리고 상태, 칭호 이런 것들은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특히 경험치 두 배라는 이야기 자체는 인터넷에서조차 본 적 없었다.

‘남들보다 두 배 빠르게 성장한다는 이야기잖아.’

마치 게임의 경험치 이벤트 같은 것.

문제는 강현이 속한 곳은 현실이고 헌터들이 자신들의 수준을 올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지는 얼핏 들어 알고 있었다.

‘결국 헌터도 운이다.’

처음 부여받는 능력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기에 이런 말이 돌 정도.

그런데 강현은 계속 성장한다.

그것도 남들의 경험이 깃들어 있는 고물만 있다면.

능력 고물 수집가란 그런 것이라고 강현은 내심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그리고 군대만큼 많은 고물이 있는 곳이 별로 없긴 하지.’

오래된 보급품과 그 안에 깃든 수많은 경험.

이를 생각하자 강현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군 생활은 끔찍할지 몰라도 강현에게 군 생활은 성장을 위해 준비된 무대나 다름없다.

그가 잠시 달콤한 꿈을 꾸는 사이 강현을 태운 차가 3군단 헌터 특임대라고 쓰인 안내판을 따라 진입했고.

[새로운 무대: 군단 특임대에 도착했습니다!]

[새로운 퀘스트를 부여합니다!]

커다란 알림에 강현이 눈을 번쩍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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