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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수집으로 무한성장-5화 (5/277)

5화 그것참 물건일세

강현은 군장 뒤에 숨어 총을 군장 위에 고정한 뒤 조교를 공격한 고블린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탕!

밤공기를 타고 날카로운 총소리가 메아리쳤다.

거의 동시에 달려오던 고블린 한 마리가 뒤로 벌러덩 자빠졌다.

동족이 공격당하자 붉은 안광 몇 쌍이 어두운 숲속에서 둥실 떠올랐다.

행군 행렬을 습격한 놈들은 한 마리가 아니었다.

“으으, 가, 강현아. 뒤에, 뒤에 더 있다!”

군장 뒤에 숨어 이를 지켜보던 동기가 그나마 남아 있던 용기를 짜내 상황을 알렸다.

물론 강현도 이를 알고 있었다.

‘한 발 쏘았으니 탄알집에 총알은 아홉 발.’

이름 모를 병장의 경험이 지금 탄알집에 총알이 몇 발 남았는지 알려 주었다.

행군 시 조교에게 지급되는 탄은 열 발씩 두 탄창.

현재 총알 열아홉 발이 남았다.

문제는.

“키르륵!”

분명 방금 총알을 박아 넣었건만 몸을 일으키는 놈들의 내구성.

몬스터를 만난 것은 처음이었기에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이는 강현뿐만 아니라 그에게 경험을 전해 준 조교와 오래된 총을 사용했던 훈련병들도 마찬가지.

“일, 일어났어!”

“X발!”

이를 본 훈련병들이 기겁했다.

현대 개인 화기의 정점이라는 총으로도 한 방에 죽이기 어려운 적.

던전 광물탄 또는 마력탄이 아닌 이상 놈들은 현대 화기에 대해 이상할 정도의 내구성을 보였다.

그것이 세계관 최약체 고블린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키루룩! 쿠엑!”

놈들이 당황한 훈련병들을 도륙하기 위해 돌진하려 할 때.

“6생활관!”

강현의 커다란 목소리가 공포에 질린 생활관 동기들의 정신을 일깨웠다.

“모두 놈들을 향해 손전등 켜!”

지난 몇 주간 훈련을 해 오며 강현에게 도움받지 않은 이가 없었다.

힘든 훈련 중에도 항상 동기들을 챙겼고 방금도 가장 먼저 조교를 구하러 뛰쳐나가지 않았던가.

순간, 함께 강현에 대한 믿음이 적에 대한 두려움을 찍어 눌렀다.

“손전등 켜!”

6생활관 인원들이 일제히 강현의 말에 복명복창하며 주머니 속 손전등을 꺼내 앞을 비추었다.

가로등 하나 없는 산속에 열댓 개의 손전등 빛이 모여 강렬하게 앞을 비췄다.

“끼익! 끼이익!”

“야, 이 개새끼들아!”

고블린의 넓게 벌어진 동공으로 빛이 쏟아져 들어왔고 소위 눈뽕을 맞은 놈들이 얼굴을 가리며 비척거리는 순간.

탕! 탕!

강현의 총구에서 연이어 매캐한 화약이 올라왔다.

방금까지만 해도 어두워 보이지 않던 적의 모습이 분명히 보였다.

거리는 25M 정도.

‘이 정도 거리라면 노릴 수 있다.’

적을 맞이한 강현이 침착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적의 머리통을 노렸다.

그중에서도 눈알.

네 번의 총성이 울리고 나서야 놈의 눈알로 총알이 파고들었고 한 놈이 쓰러졌다.

‘남은 적은 넷, 탄창에 총알 다섯.’

다음 놈은 세 발만에 머리통을 꿰뚫었다.

‘적 셋, 남은 탄 둘.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때.

[움직이는 표적 사격으로 경험치를 대폭 획득했습니다]

[안정된 사격 스킬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F급 총기 마스터리 스킬 경험치가 상승했습니다]

[적 무력화로 추가적인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새로운 스킬 앉아 쏴 자세를 습득했습니다]

[사격 효율 및 속도가 상승합니다]

‘할 수 있다!’

무수한 알림 창에 강현이 이를 악물었다.

우선 한 발.

방아쇠질 한 번에 고블린 한 마리가 눈에서 피를 뿜어내며 쓰러졌다.

그리고 또 한 발.

남은 두 마리 중 앞에 놈을 쓰러뜨린 강현이 재빨리 비어 버린 탄알집을 버리는 순간.

“받아!”

강현의 바로 앞에 탄알집이 불쑥 나타났다.

조교가 쓰러져 피를 흘리는 와중에도 옆에서 총알 개수를 세어 가며 때맞춰 탄알집을 꺼내 준 것.

그의 눈에 비치는 전우에 대한 신뢰.

이에 부응하기 위해 강현이 탄알집을 받아들 때.

신뢰 가득하던 조교의 눈에 두려움이 번지기 시작했다.

강현이 탄창을 끼우자마자 총을 들어 올린 건 본능적인 반응이었다.

“끼에엑!”

그러나 놈의 돌도끼는 이미 강현의 지척이었고 이대로는 얻어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

“이 개새끼야!”

강현이 머리를 내밀어 방탄모로 놈의 돌도끼를 받아냈다.

꽈앙!

커다란 소리와 함께 잠시 눈앞에 빛이 번쩍거리더니 마치 술을 잔뜩 먹은 것처럼 몸이 둔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보통이라면 이대로 비척비척 도망가다 고블린의 돌도끼에 곤죽이 되었겠지만.

“으아아아!”

강현의 선택은 반대였다.

공격을 방탄모로 받아 낸 후 바로 총구를 놈의 몸통에 갖다 대고는 방아쇠를 당겼다.

견착, 호흡, 조준 모두 필요 없었다.

“키에엑!”

“뒈져!”

강현이 누운 채로 총구로 놈을 받아 내며 방아쇠를 마구 당겼고.

철컥, 철컥, 철컥.

탄창의 총알이 다 떨어지고 나서야 고블린의 움직임이 멈췄다는 것을 알아챘다.

이내 축 늘어진 놈의 팔에서 돌도끼가 툭 떨어졌다.

아마 고블린의 팔이 좀만 더 길었다면 머리통이 깨진 건 강현이었으리라.

“허억, 허억, 허억.”

총을 타고 흘러내린 고블린의 피가 강현의 군복을 적셨고 그 구역질 나는 냄새에 강현이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다.

“좀 도와줘 봐.”

“가, 강현아! 살아 있었구나!”

그제야 상황을 알아챈 동기들이 허겁지겁 달려와 고블린의 시체를 강현에게서 떼어 냈다.

초록색 피로 범벅이 된 강현이 동기의 부축을 받으며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시 서로를 멍하니 둘러보던 그들이 강현을 중앙에 두고는 두 팔을 번쩍 들었다.

“우와아아!”

“이 미친 새끼야 진짜 고블린 다섯을 이겨 버리면 어떻게 하냐고!”

“봤냐! 이게 대한민국 육군이다. 이 몬스터 새끼들아!”

이 환호는 6생활관 동기들로부터 시작해 주변 훈련병들에게 퍼져 나갔고 옆에서 옆으로 전염됐다.

훈련병이 홀로 고블린 다섯을 죽이고 동기들을 구했다!

수백 명의 입을 타고 전해지면서 과장에 과장을 보태 나중에는 총알 한 발로 고블린 둘을 동시에 꿰뚫었다는 소리까지 나왔지만.

“모두 전우를 향해 함성 3초간 발사!”

“우와아아아!”

강현이 홀로 몬스터에 맞서 동기들을 구했다는 것만은 사실이었다.

“의무병! 의무병!”

쓰러진 조교와 피범벅인 강현의 상태를 확인한 교관이 급히 의무병을 불렀고 강현이 어깨를 움켜쥔 조교를 부축한 채 같이 군용차량에 올랐다.

그들을 태운 차량이 산길을 벗어날 때.

“6생활관 차렷! 경례!”

“충-성!”

생활관 동기들부터 시작해 차가 지나가는 길에 있는 모든 훈련병이 차량을 향해 경례했다.

난생처음 겪는 강압적인 환경과 고된 훈련.

앞선 훈련으로 심신은 지칠 대로 지쳤고 등 뒤에 멘 군장 무게에 짓눌리는 어깨와 아려 오는 발.

갑자기 닥쳐온 힘든 현실에 정신없을 때 들려온 같은 훈련병의 위대한 업적은 마치 꿈같았다.

시간마저 사람이 가장 감성적으로 된다는 새벽.

그들에겐 평생 잊지 못할 훈련소 경험이 되리라.

“후욱, 훈련소 영웅이면 이런 경례 정도는 받아야지.”

밖에서 들리는 우렁찬 경례 소리에 조교가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단 죄책감과 부끄러움.

만일 앞에 있는 강현이 아니었다면 사고가 나도 크게 났으리라.

그러나 강현이 고개를 저었다.

“조교님께서 잘 알려 주신 덕 아니겠습니까. 지난 5주간 훈련병들을 위해 헌신한 조교님을 위한 경례이기도 하니 부담스러워하실 것 없습니다.”

강현의 진심 어린 말에 조교가 떨리는 팔을 눈 위에 올려놨다.

그리곤 탄식하듯 한숨을 뱉어 냈다.

“하, 군 생활 정말 힘듭니다.”

“군 생활이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이제 20대 초반, 감당하기엔 등에 멘 군장처럼 무겁고 부담스러운 짐이었다.

“…근데 저보다는 182번 훈련병이 더 길게 남지 않았습니까.”

“…꼭 그 말을 해야만 했습니까.”

“생명의 은인이라도 그것만은 확실히 해야지 말입니다.”

두 전우가 허탈한 듯 킥킥 웃었다.

그래, 아직 야간 행군 초입이나 마찬가지인 강현의 군 생활.

그러나 그는 그리 두렵지 않았다.

[새로운 특성 언변이 생성되었습니다]

[전직 연관 퀘스트 동기들을 구하라!]

[여리디여린 훈련병들 앞에 사악한 고블린 무리가 나타났습니다. 특임병이 되기 위해선 이들을 지켜야 합니다]

[완료 조건 – 사망자 3명 이하]

[사망자가 아무도 없습니다]

[퀘스트 완료 조건을 초과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커다란 행운이 주어집니다]

[이 행운은 앞으로 대상자에게 가장 필요한 순간 적용될 것입니다]

앞선 행동으로 인한 퀘스트 보상과.

[이번 사냥의 결과를 계산합니다]

[몬스터 사냥 경험치는 이후 종합하여 추가됩니다]

[스킬 야간 사격을 획득했습니다]

[신뢰 특성을 획득했습니다]

[총기 마스터리 숙련도가 대폭 증가합니다!]

아까 죽인 고블린 덕에 새롭게 얻은 스킬과 특성까지.

‘이 정도면 군 생활 달다 달아!’

작은 행동들이 결과로 나타나고 끊임없이 발전한다.

강현의 머릿속엔 앞으로 남은 시간에 대한 걱정보다도 얼마나 발전할지 모를 자신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 * *

군 병원에 도착한 차량에서 내린 조교가 급히 수술실로 향한 후.

강현도 응급실에서 간단한 검사를 받았고.

“몸에 아무런 이상 없으니 나가도 돼요.”

바로 쫓겨났다.

응급실 자리도 넉넉한데 귀찮은 듯 손짓하는 군의관을 뒤로한 강현이 병원 복도에 서서 멍하니 주위를 둘러봤다.

이후 지침을 받지 못한 상태라 어찌 보면 잠깐 주어진 달콤한 휴식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이 시간엔 PX도 문 닫았는데.’

야간 행군이었던 탓에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다고 건물 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 노릇.

결국 터덜터덜 병원 대기 의자에 앉으려는 찰나.

“피 묻으니까 거기 앉으시면 안 돼요!”

지나가던 야간 당직 간호 사관이 다급히 강현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순간 울컥했지만 군대에선 계급이 깡패라고 어쩔 수 없다.

“아니 대체 피범벅으로 왜 거기서 있는 거예요? 부대가 어디예요!”

신경질적으로 다가오는 간호 장교를 보던 강현의 머릿속에 한 훈련병의 경험이 떠올랐다.

그가 훈련 도중 군 병원에서 꿀 빨았던 경험이!

“훈련 도중 고블린에게 습격을 받았습니다. 조교, 조교님은 괜찮으신 겁니까! 제발 조교님을 살려 주십시오!”

크흐흡!

강현이 얼굴을 가리며 간호 사관의 팔에 매달렸다.

선택한 방법은 바로 동정심 유발.

계급 차이 때문에 힘으로 상대를 누를 수 없다면 이게 제일이다.

많은 간호 장교의 동정심을 유발해 꿀 빨았던 한 훈련병의 노하우가 강현에게 그대로 전승되었다.

“자, 잠깐. 조교요? 고블린이요? 여기 앉아서 차근차근 설명해 봐요.”

그리고 전략이 통했다!

당직 근무 때문에 짜증이 나 있다고는 해도 그녀 또한 의료인.

더군다나 상대가 훈련병이라고 하니 왠지 모를 동정심마저 피어올랐다.

피에 젖은 몰골, 촉촉한 눈빛, 떨리는 목소리.

그와 조교가 겪었던 불행에 대해 들은 간호 장교의 눈가도 촉촉해질 정도.

“잘했어요, 잘했어. 아니, 이럴 게 아니지. 용감한 훈련병을 이대로 둘 순 없죠! 조교님 상태랑 부대 분들에겐 제가 설명할 테니까 저기 샤워실 있거든요? 거기서 씻어요. 군복은? 따로 챙겨 온 건 없고? 내가 환자복이라도 구해다 줄게. 이걸 어째, 다 젖었네. 잠깐만 기다려요.”

간호 장교를 완벽하게 구워삶은 강현이 갈아입을 환자복까지 받아 들고 샤워실로 들어섰다.

이런 식으로 능력을 썼단 게 좀 부끄럽기도 하면서도 일단 몸을 씻을 수 있단 사실에 신난 강현이 얼른 옷을 벗어 던지고 샤워실로 들어가려는 순간.

[커다란 행운이 발동됩니다]

[전직 퀘스트 절차가 대부분 생략되었습니다]

[행운 작용으로 전직 퀘스트가 변화했습니다]

[퀘스트 귀인의 마음을 사로잡아라!]

[살면서도 몇 번 마주치기 힘든 귀인을 맞닥뜨린 당신! 이 기회를 놓치지 마십시오! 귀인을 설득하면 특임병 전입은 물론 이후 군 생활에서도 심심치 않게 도움을 받게 될 것입니다]

[현재 호감도 0]

[퀘스트 성공 조건 호감도 10이상을 달성할 것]

[실패 조건 호감도 –10 이하]

갑작스레 퀘스트 알림이 떠올랐고 의문을 표하기도 전 탈의실 안으로 산이 밀려 들어왔다.

아니, 그렇게 보였다.

흰머리가 듬성듬성 섞인 날카로운 눈매의 중년 남자가 탈의실로 들어섰을 때 강현이 본 환상이었다.

뭐라 입을 떼기도 전 상대가 강현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오, 그것참 물건이구먼.”

[호감도가 5 올랐습니다]

‘이거 좋은 거…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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