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명가의 마왕님 외전 20화>
프리즘에 ‘아카데미 중간고사’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영상.
건조한 제목으로 올라온 이 영상의 시청자 수가 가파르게 치솟고, 끝내는 프리즘 전체 채널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이르는데……
└ ……내가 보는 거 맞냐? 내 눈이 잘못된 거 아니지;;
└ 저거 CG 아님?;;
└ 형들 나 무서워지려 해 ㄷㄷ;;
└ 무슨 스포츠 중계도 아니고 아카데미에서 뭔 실시간 영상이냐며 봤는데. 괴물이 있네ㅎ?ㅎㅎㅎㅎㅎㅎㅎ
└ 미쳐써…… 도라이들. 저 건물 어쩔 거야. 녹아내리는 거 안 보여?
└ 겨우 중간고사에 건물 몇 채를 태워 버리는 클라쓰. 캬-
└ 돌아왔구나. 위그드라실!!
└ 초인들은 원래 다 저럼?
└ 초인들 사이에서 아카데미는 성골이라 한다며, 아카데미 생들은 다들 정도 해?
└ ㄴㄴㄴㄴ 절대 아님. 쟤들이 특별한 거임.
└ ㅋzㅋㅋzzz 진심으로 저게 평균이라 생각하면, 진심으로 뚝배기 검사해 봐야 한다.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 ㄹㅇㅋㅋ
└ 근데 보니까 쟤 봄이네.
└ 아! 쟤들이 ‘마왕의 아이들’ 아닌가?
└ 맞네!
└ 대박! ㅋㅋㅋㅋ 진짜네?
└ 마왕님, 당신은 도대체……
천사의 날개가 펄럭이면 성스러움이 폭격처럼 내리쳤고, 검이 빛무리를 뿌릴 때마다 영화 같은 현실이 펼쳐진다.
압도적인 힘은 지면을 딛고 있는 모든 것을 공평하게 짓이기고, 역사가 규명해 놓은 불가능을 가능케 만든다.
└ 봄이 미쳤다. 헤나도 미쳤어요!!
└ 언니오빠들이 격하게 응원해 ㅠㅠ
└ 우리 뽀미는 확실히 화이트 톤이 잘 받음, 능력이랑 찰떡.
└ 헤나는 오늘 코디 NG인 듯.
└ 가죽 재킷 입히고 싶다. 가죽 재킷 입히고 싶다.
└ 이스마일하고 올리버도 몰라보게 컸네요. 가끔 방송에 출현하더니 어느새 저렇게 컸데.
└ 모범적인 정변 ㅇㅈ!
└ 올리버 눈웃음 요망한 거 봐. 누나 주거 ㅠㅠ퓨ㅠ
└ 왕자님 오늘도 품위 있다. 뒷짐 지면서 턴하는 거 캡쳐 완료.
└ 그나저나 대체 봄이 아버님은 어떻게 쟤들을 다 저렇게 키우셨지.
└ 우리 마왕님 육아킹?!
누군가는 말했다.
마왕의 아이들이라고 별거 있겠냐고.
또 누군가는 말했다.
걔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고.
의심 많은 이들은 옵티멈이 아이들까지 마케팅적으로 이용한다며 손가락질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보이는 것 그대로다.
- 명불허전 ‘마왕의 아이들’ 그 베일을 벗다!
- ‘감히 실력을 논해?’ 기대 이상의 신위 보여 줬다!
- 전문가들 “기대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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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그드라실의 ‘뉴 아카데미’ 파격이란 이름에 걸맞은 출발.
- 아카데미 입장 발표 “고요하던 초인계에 파란을 일으키고 싶었다.”
- 미국 초인 관리국장. “대체 왜 저 나라에는 행운이 끊이질 않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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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왕의 첫 번째 제자 송새벽 “스승님이 키운 애들이다. 설마 저 정도일 줄 몰랐나?”
- 또 다른 제자 권용준 “아직 감춘 게 많아 보여.”
- ‘설마 초인 육성에 손을 대나?’ 수많은 학부모들의 눈길이 옵티멈에 모이고 있다.
멋지다, 대단하다, 경이롭다, 눈부시다.
인간계의 모든 찬사를 다 붙여도 모자랄 게 없는 신위였다.
그리고 아이들을 향한 관심이 빗발칠수록 마왕 박기혁의 입지도 높아져 갔다.
“집행부장님!”
“들어와. 어떻게 됐어?”
“영상 판독 결과, 완전히 깨끗합니다. 영상으로 보인 모든 게 과장 없는 실력입니다.”
“하, 미치겠군. 꽁꽁 숨겨도 모자랄 판에 이런 중요한 정보를 프리즘 따위에 뿌려? 위그드라실은 대체 생각이 있는 건가 없는 건가.”
“아카데미에 전화하고 있지만…….”
“될 리가 없겠지. 젠장…… 그나저나 볼수록 괴물이군. 당장 집행부에 들이고 싶을 정도야.”
“객관적으로 판단해, 현 집행부에서 저 네 아이를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인원은 2할도 되지 않습니다. 저조차도 승부를 장담하기 힘듭니다.”
“아마 더할걸. 마왕은 항상 한 수를 숨겨 놓거든. 쟤들도 한 수를 숨겨 놨을 거야…… 집행부가 쟤들을 품을 가능성은?”
“어렸을 때부터 마왕의 케어를 받고 자란 아이들입니다.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방법 없나? 이래서야 집행부는 또 병풍이 될 건데.”
“적(籍)은 옵티멈에 두고, 협조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게 가장 이상적일 것 같습니다.”
“좋아, 진행해 보게. 하…… 그건 그렇고 멋지군. 능력도 전투 센스도 이상적이야. 손댈 곳이 없다. 저 모습을 보고 탐내지 않으면 그건 눈깔이 없는 거겠지. 빠르게 진행해.”
“알겠습니다. 최대한 신속히 처리하겠습니다.”
“박기혁, 괴물이 괴물을 만들어 냈구나…….”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저건 말이 안 되는 성취다.
하늘이 선택한 재능, 무한의 지원, 그리고 저 재능에 걸맞은 가르침.
이 모든 게 갖춰지고 운까지 따라 줘야 이룰 수 있는 성취인 것이다.
그런데 이걸 한 명도 아닌 넷 모두를 저 위치까지 올려놓는다?
이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다.
마왕이 마왕했다.
* * *
TV 앞에 옹기종기 모인 박씨네 식구들.
“와…….”
“와~.”
‘뉴 캡틴 타이거 형제’가 나란히 페인팅 된 옷을 입은 여름이와 가을이가 넋을 놓고 TV를 보고 있다.
콧김이 씨익씨익, 어깨가 들썩들썩, 발가락이 꼼질꼼질.
멋진 언니들의 모습에 잔뜩 흥분한 게 분명했다.
“언니! 힘내!”
“봄이 언니 멋져. 헤나 언니 대단해에.”
“밟아! 부숴 버려!!”
“오빠들한테는 미안해…… 역시 난 울 언니들이 최고야!”
“난 커서 봄이 언니가 될 거야.”
“그럼 가을이는 커서 헤나 언니가 돼야지!”
갑자기 분위기 충성 경쟁.
브라운관을 부술 듯 주먹을 내지르는 여름이도, 초롱초롱한 눈으로 두 손을 모으고 있는 가을이도 언니 사랑이 뚝뚝 떨어졌다.
“허…….”
진유리는 어이가 없었다.
“뭐? 언니가 된다고? 쟤들 좀 봐. TV로 빨려 들어가겠네. 저 사랑의 반만 엄마한테 주면 어디 덧나나? 그치, 겨울아?”
무릎에 앉아 있던 겨울이는 머리를 긁적인다. 답하기 곤란할 때 나오는 버릇.
엄마는 실망했다.
“맙소사.”
“헤…….”
“아드님아, 저 철딱서니 없는 누나들은 그렇다 치지만 우리 아드님은 엄마 편을 들어 줘야죠! 엄마 좀 속상하려 해?”
“누나들이 멋지긴 하니까.”
“으윽, 아드님마저…….”
언니, 누나, 언니, 누나…… 나 소외감 느끼려 해.
“엄마도 멋져.”
“늦었단다, 아드님. 엄마 이미 대실망이야.”
아이들끼리 사이가 좋은 건 분명 기쁜 일이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잖아!
인간적으로 엄마도 좀 찾고 그래야지! 엉?
섭섭함에 진유리가 내 편을 찾는다.
“여보야! 여보도 말 좀 해 봐.”
“너무했네. 겨울이 엄마한테 뽀뽀해 줘.”
“야! 여보야! 영혼 좀 넣지?”
“어, 어, 알았어. 잠깐만 애들 하는 것 좀 보고.”
위로나 좀 받으려고 했더니, 남편 놈은 위로는커녕 TV에 눈을 박고만 있다.
입술을 지근지근 깨물며 허벅지에 손가락으로 뭔가를 쓰는 게 어지간히 집중하는 모양.
애들도 애들이지만, 남편 놈도 애들 사랑이 아주 극진하시다.
진유리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화면 속 아이들은 이제 한데 어우러지고 있었다.
1:1 개인전에서 2:2 팀전으로.
“저러면 봄이랑 헤나가 유리하지 않아?”
“아무래도 유리할 수밖에 없지.”
봄이와 헤나는 누가 뭐래도 자매다.
박기혁의 두 딸.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고, 함께 일어났다.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학교를 다니고, 같은 친구를 두고…… 아빠와 엄마에게 똑같은 것을 보고 배웠다.
박봄과 박헤나는 이런 과정을 통해 성장했고 조화를 이뤘으니, 두 아이가 뭉치는 것은 단순히 두 사람을 합친 게 아니다.
무한대의 시너지.
박봄과 박헤나는 이걸 가능케 하는 듀오였다.
그 결과가 TV에서 고스란히 펼쳐지고 있었다.
날개를 펼친 박봄이 이스마일과 올리버를 막아 냈고, 측면에서 박헤나가 탄환처럼 쏘아졌다. 이스마일과 박헤나의 상성이 좋지 않으니 올리버가 나서는 것은 필연적.
이스마일과 올리버가 교차하는 순간.
그 찰나의 틈을 두 아이는 놓치지 않는다.
박봄의 ‘혈마술’을 교묘히 이용해 올리버의 진로를 비틀고, 그 위로 박헤나의 ‘충술’이 덮이며 올리버와 이스마일의 공격에 잠깐의 공백을 만든다.
1초를 조각조각 쪼개 놓은 시간.
일반인은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시간이지만, 경지에 다다른 고수들의 결투에서 이건 크다.
콰아앙-!!
올리버의 몸이 뒤로 튕겨 나갔다.
처음이다.
거의 1시간 이상 지속된 전투 중 올리버가 유효타를 맞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이들의 입에서 우와아악! 탄성이 터져 나왔다.
진유리가 저도 모르게 박수를 친다.
“오오!”
“멋지네.”
박기혁도 인정했다.
“혈마술로 틈을 만드는 거나, 충술을 지원하는 것도. 하나부터 열까지 완벽하게 계산됐네.”
“봄이가 처음에 어깨 페인팅하는 거 봤어?”
“이스마일의 몸이 쏠리길 원한 거지. 도박수였어. 한 타이밍만 늦었어도 ‘성운’이 만든 공세에 휩쓸렸을걸.”
“아마도 ‘용의 눈’ 때문인 것 같아. 가르친 보람이 있는걸.”
“이스마일의 ‘성운’은 마나에 민감하니까. 마나의 세계를 보는 ‘용의 눈’과는 상성이 좋지 않지.”
“올리버가 더 활약해 줘야 해. 이 대결에서 이스마일은 변수를 창출할 수 있는 카드는 아니야.”
“봄이 헤나의 듀오는 이미 완성됐으니까.”
“그래도 엘하고 올리버도 가만있지 않을걸.”
“그렇겠지. 준비한 게 있으니까.”
“힘내라, 얘들아!”
진유리가 엉덩이를 들썩이며 응원했다.
진유리의 무릎에 앉아 있던 박겨울은 생각했다. 맨날 섭섭하다고 하지만 누나랑 형들 좋아하는 건 엄마가 최고였다.
전투는 다시 반전됐다.
박기혁의 말대로 감춰 둔 한 수가 있었을까. 이스마일하고 올리버는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박봄과 박헤나의 공세에 막다른 골목으로 밀렸을 때.
둘의 눈빛이 반짝인다.
그리고 이스마일의 ‘성운’이 공간을 분리했다.
필드를 축소, 활개 치는 박봄과 박헤나의 행동 범위를 강제하고 올리버를 앞세운다.
올리버가 옆에 떠 있는 ‘양피지’를 붙잡아 방패처럼 사용, 박봄과 박헤나의 공세를 막아 낸다.
수많은 계약으로 늘어져 있는 양피지.
저기에 쓰여 있는 계약은 모두 ‘방어’에 특화된 계약이니, 방어력 하나만큼은 올리버가 넷 중 단연 압도적이다.
그리고……
이스마일과 올리버가 노린 건 바로 이거였다.
이스마일의 이마에서 성운이 빛을 발하고, 성운의 검들이 공간을 뚫고 나와 앞서 분리한 공간을 채워 갔다.
돔 형태로 맞춰진 공간이 형성되고.
이스마일이 이 공간을 변화시킨다.
극의에 달한 변화는 ‘법칙’마저 변화시키니…….
진유리가 짝짝 물개 박수를 쳤다.
“나왔다! 성운의 극. 법칙 변화!”
“공격과 방어를 변화시킨다.”
올리버와 이스마일 듀오의 필살기.
올리버라는 무적의 방패를 전가의 보도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키워드.
성운의 극
법칙 개변
공방 역전
공격을 할 수 있게 된 올리버가 단숨에 박헤나를 내동댕이쳤다.
깃털을 날리듯 유려한 손짓 한 번만으로, 웬만한 대형 몬스터만큼 강력한 박헤나의 압박을 단번에 치워 버린 것이다.
박봄의 놀란 눈에서 당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박헤나가 쓰러지자, 올리버와 박봄과의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게 되었다.
열 발자국? 열한 발자국?
도약 한번이면 도착할 수 있지만, 그때면 박봄도 이미 방어 태세를 갖췄을 터.
변칙이 필요하다.
그리고 변칙은 변화와 일맥상통.
이스마일의 주특기다.
올리버는 그 자리에서 주먹을 뻗었다.
그에 맞춰 이스마일이 공간을 접었다. 주먹이 닿는 시점에 맞춰 둘 사이의 거리를 삭제, 올리버가 내지른 주먹이 박봄의 턱을 가격하고 만다.
콰아앙-!!
실로 완벽한 콤비네이션.
언니 바보인 여름이와 가을이조차 ‘오빠들 대단해!’라며 턱을 떨어뜨리고, 침착한 겨울이는 ‘저게 돼?’라며 탐구욕을 불태웠다.
진유리는 감동한 눈으로 화면 속 이스마일과 올리버를 바라본다.
“기어코 해냈네.”
“……그러게.”
“기특하다, 울 꼬맹이들.”
“응.”
박기혁은 감회가 새로웠다.
저 애들 전부, 코흘리개 시절부터 입히고 먹이고 키운 내 새끼들이다.
어렸을 때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니, 솔직히 말해 큰 것 같지 않다.
그에게 박봄은 여전히 귀여운 애기였고, 박헤나는 여전히 여린 아이다. 이스마일은 순진했고, 올리버는 상처 많은 아이였다.
그런 아이들이 이제 반듯하게 성장해, 재능의 날개를 찬란하게 비상시키고 있는 것이다.
가슴이 간질거렸다.
괜히 눈 밑도 시큰거렸다.
영상을 보는 이들이 마왕을 찬양하는 것을 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올라오는 기사들은 전부 마왕의 작품이라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옵티멈을 향해 마왕을 초청할 수 있냐며 문의가 빗발쳤다.
하지만 오히려 박기혁은.
“고맙네.”
대단한 건 내가 아니라 아이들이다.
저 모든 게 아이들이 노력한 결실이다.
고맙다, 내 새끼들.
잘 자라 줘서.
문득 생각난다. 영감이 아이를 키워 보면 달라질 거라는 말.
이번에도 영감이 맞았다.
어느덧 박기혁의 입에는 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전에는 볼 수 없는 따뜻함이 가득한 미소가……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중간고사를 생중계한다는 위그드라실의 파격으로 충격적인 데뷔를 이룬 마왕의 아이들.
세계를 향해 존재감을 드러냈고, 본의 아니게 다시 주목받게 된 마왕 박기혁.
사람들은 생각했다.
마음만 먹으면 저 정도의 능력자를 찍어 낼 수 있다는 거 아닌가?
물론 오해다.
박봄이니까 그렇게 성장했고, 박헤나니까 저 정도로 날아오를 수 있는 거다.
하지만 원래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거품인 줄 알았던 오해가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첨탑처럼 쌓였고, 정신을 차렸을 때 박기혁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혹은 미다스의 손처럼 신령스럽고 위대한 존재로 포장되고 있었다.
마왕은 죽지 않았다. 더 강해졌다.
그가 마음만 먹으면 세계 정복도 꿈이 아니다.
마왕을 가진 자, 세계를 지배할 것이다.
박기혁은 이 헛소리에, “무슨 개소리야? 누구 마음대로 날 가져?”라고 했지만 시대는 그가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옛날 삼합회를 삭제시켰던 때보다 더 폭발적인 관심이 이어졌다.
시간이 갈수록 마왕의 아이들은 저마다 신위를 뽐내며 명성을 쌓아 갔다. 자연히 마왕 박기혁의 주가도 떡상한다.
본인이 원치 않았음에도 말이다.
이때쯤, 박기혁은 반쯤 포기했다.
아니라고, 내가 대단한 게 아니라 애들이 대단한 거라고 몇 번을 말해도 도무지 들어 처먹질 않는데 뭐라 하겠나.
해명하기도 힘들었다.
그렇게 2년.
조짐을 보이던 이상 게이트 현상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세계가 요동치기 시작한다.
도심에서 게이트를 보는 것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됐다. 심지어 옆집에서 게이트가 열리는 웃지 못할 소동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제 더 이상 이 세계에 안전지대는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일까?
초인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됐고, 세계 초인계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활동하게 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절대적인 신위를 보여 주는 네 아이.
이제는 사천왕이라는 우스운 칭호로 불리는.
마왕의 아이들이 있었다.
……
…
‘출구 없는 지옥’ 동아리실.
이스마일이 검을 닦고 있다. 투명한 검면에 비친 얼굴이 마음에 드는지 싱긋 웃는다.
“미국? 이번에는 멀리 가네. 전용기 부를까?”
책을 읽던 올리버가 뒤돌아본다. 책에는 ‘미국의 맛집’이라고 쓰여 있다.
“현지가 처리해 놨을걸요. 음, 오랜만의 여행이네요. 뭔가 두근거려요. 그렇지 않나요, 헤나?”
빵을 먹던 헤나가 쿨럭쿨럭 기침했다.
올리버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헤나~ 라고 말하면 언제나 닭살이 돋는다.
“너 목소리. 재수 없어.”
그때 문을 열고 들어서는 박봄과 임현지.
“얘들아, 들었지?”
한 명씩 시선을 마주하는 박봄.
눈을 찡긋하는 이스마일을 향해 같이 눈을 찡긋해 주고.
고개를 끄덕이는 올리버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워 준다.
마지막으로 영혼의 단짝인 헤나와는 말도 필요 없다.
‘이번에도.’
‘잘 부탁해.’
준비는 끝났다.
이제는 갈 시간.
박봄이 해맑게 미소 지으며 돌아섰다.
“출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