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명가의 마왕님 213화>
“이 아까운 걸 죽이긴 왜 죽여.”
“……수치스럽군.”
크리스털이 어둡게 빛난다. 태사자의 정신만 빼서 가둬 놓은 크리스털로, 저기서 반짝이는 색이 녀석의 감정선을 나타내는 거다.
다시 말해 어둡게 빛난다는 말은, 태사자 녀석이 이 상황을 진심으로 화가 나며 수치스럽다고 받아들이는 모양인데.
우습다.
“새끼가 살 만한가 보네? 말대꾸도 하고.”
“…….”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기뻐해야 모자랄 판에, 자존심을 들먹여?
“진짜 죽여 버릴까.”
“……!!”
“주제 파악해.”
설마 내가 진짜로 아까워서 이 녀석을 살려 뒀겠나.
막말로 이 녀석 하나쯤 소멸시켜도 상위 존재는 많다. 아직 남은 수호령만 해도 다섯은 넘잖나. 그중 한 마리 정도 사냥해 봐야 티도 나지 않을 거다.
그렇다면 왜 이 녀석을 살려 뒀나.
정보 때문이다.
원래 상위 존재라는 게, 기억을 뽑아내기가 극단적으로 어렵다. 정신 방어가 워낙에 복잡해서.
하지만 지금의 나는 거의 인간으로서 극의에 다다른 몸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불가능은 아니란 말이다.
이런 생각으로 태사자의 기억을 뽑아내려고 했는데…….
막혔다.
그냥 막혀 있다.
가능 불가능을 떠나, 접근 자체가 차단돼 있는 것이다.
그 순간 난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이게 누구 솜씨인지 말이다.
“신이 무슨 이유로 너희의 기억을 막아 놨는지 모르겠지만, 아니었으면 넌 벌써 내 손에 죽었어.”
“…….”
태사자의 크리스털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들자, 녀석도 쫄았는지 파르르 색이 떨렸다.
“좋은 말할 때 알지? 기어오르지 마라. 응.”
“아, 알았…….”
“쓰읍.”
“알겠습니다…….”
“봐봐. 얼마나 보기 좋아. 하던 이야기나 계속하자. 황룡이 죽었을 수도 있다는 게 무슨 말이야.”
조금 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작업 중이던 때에 갑자기 태사자가 ‘황룡’이 죽었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죽었으면 죽었고, 살았으면 산 거지, 죽었을 수도 있다? 무슨 말이 그렇게 애매한지.
어쨌든, 태사자가 근거를 내민 것은 이거다.
“이미 말했듯이 신호가 잡히지 않습니다.”
수호령은 신이 내린 의무라는 연결 고리로 엮여 있다.
수호령들은 이 연결 고리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서로의 심상세계를 드나들며 거리에 구애받지 않고 만남을 이어 갈 수도 있다.
한데 지금 이 황룡의 연결 고리가 끊어졌다.
“일방적으로 차단하는 경우는 있을지언정 이렇게 처음부터 없는 것처럼 완전히 사라진 경우는, 제가 기억하기로 처음입니다.”
“흠…… 그래서 황룡이 죽었다?”
“확신하지 못하는 이유는, 당시에 제가 그, 그쪽…….”
“주인님은 좀 그러니까, 선생님이라고 해.”
“……선생님이 만든 세계에 갇혀 있었고, 이제껏 수호령이 소멸된 일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음…….”
구질구질하지만 그럴듯하긴 하네.
그렇지만 근본적인 의문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수호령이 죽을 수도 있어?”
태사자의 크리스털이 황당하다는 듯 번쩍인다. 마치 ‘네가 할 말이냐?’라고 따지는 듯한데.
그래서 더 의문인 거다.
세상에 나 같은 인간이 또 있겠나?
여기서 나 같은 인간이라 하면, 단순한 강함만이 아닌, 세계의 법칙에서 벗어나 신에 도전할 수 있는 인간. 그래서 신의 대리자로 이 땅에 내려온 수호령을 정말로 끝장낼 수 있는 인간이다.
이런 인간이 나 말고 또 있다고?
단언컨대 없다. 만약 있다면 내가 모를 리 없다.
이 말인즉, 내가 움직이지 않는 이상 수호령이 죽을 경우의 수는 없다는 말이다.
“황당하네. 요 근래 난 한국에 있었거든. 게이트 돌아다니면서 애들이랑 캠핑하며 놀았단 말이지. 근데 왜 얼굴도 본 적 없는 황룡이 죽어. 응?”
“모르겠습니다. 저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
“알아내.”
“어? 네??”
“알아내라고. 좋은 말할 때.”
“아니, 그걸 제가 어떻게…….”
“몰라. 짜내 봐. 어떻게든.”
아무렴 생판 남인 나보다야 같은 수호령인 네놈이 더 잘 알겠지. 너희 친했다며.
“모릅니다! 지금 제 힘으로는 알 수 없으…….”
“참고로 그럴듯한 답을 못 내놓으면 거인한테 돌려보낼 거야. 무슨 말인지 알지?”
심심한 내 거인에게 좋은 장난감이 될 거란 말이다.
태사자의 크리스털이 ‘그, 그것만은 제발…….’이라 말하며 하얗게 타오른다. 빛에서 두려움이 물씬 풍겨 왔다.
“자, 잠깐.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잠깐은 생각보다 길었다.
보아하니 머리를 행주처럼 짜내고 있는 것 같은데, 기다려 줬다. 나는 관대하니까.
꽤 오랜 ‘잠깐’ 뒤, 태사자도 생각을 정리했는지 입을 열었다.
그렇게 내놓은 답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인간 중에 맞는 게 취향인 쪽이 있어. 너도 그쪽인가 보네. 좋아, 너의 취향은 존중해. 그럼 잘 갔다ㅇ…….”
“아니! 잠깐만! 말은 끝까지 들어 주십시오! 일단 제 이야기부터 들어 보세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러며 주절주절 떠들어 댄다. 내 협박이 통했는지 불쌍할 정도로 짜내서 이야기를 해 대는데.
“황룡은 평소 신이 우리에게 쥐어 준 ‘의무’를 족쇄라고 표현했습니다. ‘수호령’이라는 호칭을 죄수복이라 표현하며, 극도로 혐오했을 정도였습니다…….”
“너랑 비슷한 과군.”
“……실제로 황룡은 어떻게든 이 족쇄에서 벗어나길 염원했습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권속의 계약’도 사실 이 족쇄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던 중에 나온 거죠.”
“계속 읊어 봐”
“……그러던 중 에우리아가 자신의 힘을 넘긴 분신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정보를 들었습니다. 저는 이제껏 황룡이 그렇게 기뻐하는 것은 처음 봤습니다. 그는 하늘을 보고는 ‘드디어 벗어날 수 있다며’ 환호했습니다…….”
“…….”
“……만약 황룡이 신이 내린 의무에서 벗어났다면, 저희 입장에서는 황룡이 ‘소멸’됐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가 다른 수호령의 존재를 파악할 수 있는 건 ‘의무의 고리’로 엮여 있기 때문이죠.”
짧게 요약하자면 신이 내린 의무, ‘인간을 지켜라’라는 이 의무에서 벗어났을 경우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는 거였다.
“음, 그러니까…… 황룡이라는 뱀 새끼는 평소 신에게 아주 불만이 많았고, 벗어날 방법을 궁리했다. 그리고 성공해서 수호령이 아닌 존재가 됐다. 내가 이해한 게 맞아?”
“정확합니다.”
“……하긴, 불만이 많을 만하네. 너희들 전부 신이 직접 창조한 게 아니면 다른 차원에서 이름 꽤 날렸을 거 아니야.”
아무리 신이라고 해도 상위 존재 정도 되면 쉽게 만들 수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다른 차원에서 끌고 왔다는 말인데.
저들 입장에서 잘 살고 있다가 생판 모르는 차원으로 끌려 와서는, 자신보다 하등한 존재 따위를 지켜라, 라고 한 거 아닌가. 쟤들 입장에서는 불만이 있을 수밖에.
그런데 곧 이어질 태사자의 말에 이런 내 생각은 틀렸다는 걸 깨닫는다.
“그건 아닐 겁니다. 저희는 기억이 없으니까요.”
“응?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입니다. 저희 수호령들의 기억은 이 땅에서 눈을 뜬 시점부터입니다. 과거의 기억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하나도 남지 않았습니다.”
“너만 그런 거 아니야?”
“아닙니다. 다른 수호령도 전부 그렇다고 했습니다.”
“와…….”
기억이 세척됐다면 불만을 가질 이유도 없다. 일 처리 깔끔한 거 보소.
이걸 지혜롭다고 표현해야 하나, 잔인하다거 표현해야 하나.
“그래서였구나.”
어쩐지 이 녀석들의 기억을 들여다보는데 터무니없이 막히더니, 이런 비밀이 있었구만.
“아!!”
그때였다.
무언가 알아챈 듯 태사자의 크리스털이 눈에 띄게 번쩍였다.
“생각해 보니 황룡이라면 과거 기억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이야. 네가 방금 기억이 지워졌다며.”
“저도 자세한 건 모릅니다.”
다만.
“연구 중 몇 차례 ‘옛날에는’, ‘그때는’이라며 혼잣말을 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하…….”
신에게 불만을 가진 수호령이 신이 내린 의무에서 벗어나, 수호령이라는 죄수복을 벗어던졌다.
이야기가 그럴듯하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적어도 느닷없이 수호령이 소멸됐다는 것보다는 훨씬 말이다.
“골 때리네.”
귀찮음에 머리를 긁적인다. 근데 거울 속 나는 왜 웃고 있을까.
모르겠다. 진심으로.
* * *
저벅저벅.
황룡이 사망한 도시를 걷는다. 도시 곳곳에서 흑백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백색의 아지랑이는 산 자의 마지막 단말마.
흑색의 아지랑이는 죽은 자의 억울한 원혼.
생과 사.
생명과 죽음.
가장 고결하며, 가장 공평하며, 가장 인간다운 기운.
황룡이 하늘을 보며 비릿하게 웃는다.
‘너는 이걸 사랑한다지.’
수호령일 때는 같잖은 제약 때문에 먹지 못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스스로 인간이 되어 족쇄를 벗어던진 황룡.
상위 존재에서 하루아침에 인간이 된 거지만.
황룡의 생각은 다르다.
아무리 상위 존재라도 족쇄에 묶인 이상 가축이나 다를 바 없다. 그럴 바에야 족쇄를 푼 인간이 더 낫지 않겠나.
‘어차피 과거의 나도 시작은 비루했다.’
하찮은 뱀에서 용이 되어 하늘을 노렸던 그인데, 그때에 비하면 썩 훌륭한 몸이었다.
물론 그렇다 해도 영원히 인간으로 남을 생각은 없다. 인간의 한계는 분명했으니.
‘방법은 마련해 뒀다.’
이제 조금만 더 성장하면 된다.
황룡이 눈을 감자 아지랑이가 된 기운이 승천하고, 일대가 흑백의 안개에 잠겼다.
그리고 이 아지랑이의 도착점은 여기, 걸음을 옮기고 있는 황룡이었으니.
우득우득.
꿈틀대는 나체.
백색 아지랑이가 깃든 근육들이 생기를 흡수해 최적의 형태로 성장한다.
흑색 아지랑이가 스며든 뼈는 크기를 키워 간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아이였던, 홀로 걸음을 옮기기도 부담스러웠던 어린 신체는, 이제 눈에 띄게 자라 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한편 황룡이 천천히 도시를 음미하고 있을 때, 도시의 외곽에서는 난설의 날 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빨리! 빨리 움직여!”
무림맹 무인들이 땀과 마나를 줄줄 쏟아 내며 장비를 설치하고 있었다.
원래라면 오늘 저녁까지 설치해도 될 설비일진대, 그래서 방금까지 여유롭게 휴식을 즐기고 있었는데.
모두 어그러졌다.
황룡이 예정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해서.
그러나 이에 불만을 낼 수 있는 간 큰 인간은 없었다. 불만에 불 자라도 꺼내는 인간은 난설이 친히 양쪽으로 찢어 놓을 테니까.
“최대한 빨리 설치한다. 아해들은?”
“준비해 놨습니다.”
“황룡 님의 영광을 나눠 받을 아해들이다. 모두 최고여야 한다.”
“존명.”
순식간에 지면이 정리되고 단상을 세운다. 그 위로 연결 장치가 깔리며 실험관들이 세워진다. 동력 장치까지 연결, 최상급 마석 수십 개가 동력 장치에 장착됐다.
그리고 이때쯤, 도시를 말끔하게 섭취한 황룡이 곧은 걸음으로 이곳에 도착했다.
“황룡 님!!”
난설은 버선발로 황룡에게 달려간다. 기다랗게 늘어진 적의가 땅에 끌려 지저분해졌지만, 상관없다. 지금 난설의 온 신경은 황룡에게 향해 있었다.
“춥습니다. 여기.”
아공간에서 꺼낸 옷을 황룡에게 덮어 줬다.
용포.
옛 황제가 입었던 그 용포가 황룡의 몸에 걸쳐졌다.
흐트러지는 용포 사이로 황룡의 단단한 육체가 드러난다. 걸음만으로도 위엄이 새겨진다.
용포를 입은 황룡이라니.
옛날, 끝도 없던 제국을 건설했던 정복 군주가 꼭 이렇지 않을까. 난설의 눈이 몽롱하게 황룡을 쫓고 있었다.
“다 됐나.”
“아…….”
“다 됐냐고 물었다, 난설.
“네, 완벽하게 준비됐습니다.”
황룡은 침묵으로 답하며 단상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랐다.
3층으로 이뤄진 단상.
1층에는 무림맹 무인들이 진법에 맞게 위치해 있었고, 2층에는 무릎을 꿇고 있는 이들이 보인다. 소년과 소녀들은 이지를 잃었는지 죽은 눈동자를 깜빡이며 계단을 오르는 황룡만 보고 있었다.
황룡은 그런 그들은 무심하게 스쳐보고는 3층 옥좌에 걸터앉았다.
“난설.”
“대법을 실행한다!”
난설의 목소리가 주변을 쩌렁쩌렁 울리더니, 무릎을 꿇고 있던 무림맹 무사들이 가부좌를 틀고는 마나를 끌어올렸다.
그 순간 무인들의 단전에 새겨진 용 모양 문신이 옷을 뚫고 빛을 내뿜는다. 빛은 바닥에 그려진 진법으로 스며들고, 곧이어 진법이 찬란하게 빛을 내뿜더니…….
정순한 기운이 진법을 타고 황룡에게로 흘러 들어왔다.
눈을 감고 음미하는 황룡.
“…….”
익숙한 기운이다.
이제는 추억이 된 기운.
과거 황룡이 살았던 차원, 강호라는 세계에서 무인들이 만들어 내던 기운들이다.
그들은 이것을 ‘기’라 표현했고, 마나 홀을 ‘단전’이라 일컬었다. 마법 대신 무공이 발전했고, 진리를 쫓기 위해 지식과 학습보다는 단련과 고행을 추구했었다.
위화감이 느껴진다.
마나 대신 기.
마법 대신 무공.
지식과 학습보다는 단련과 고행.
맞다.
현재의 중국이다.
황룡의 기억을 이식해 만들어진 중국인 것이다.
“집중.”
난설이 외치며 손을 뻗는다.
곧이어 2층에 있던 소년, 소녀들이 허공으로 뛰더니, 실험관으로 풍덩 빠졌다.
그리고 황룡이 옥좌의 등받이에 몸을 기대는 순간.
그들의 몸 전체에 정체불명의 문자들이 새겨진다.
권속의 계약
마나 암처럼 변질된 권속의 계약이 아니며, 박기혁이 아는 그 권속의 계약도 아닌.
황룡이 직접 만들어 낸 오리지널 ‘권속의 계약’이었다.
과거 그 시절, 황룡은 이무기라 불렸다. 당시의 그는 무수히 많은 인간을 먹어 치워 힘을 키웠다. 마을이 없어지고, 도시가 죽더니, 나중에는 국가 전체가 황룡의 뱃속에 삼켜졌다.
그러나 먹이의 수는 점차 늘어감에도 성장은 더디기만 했다. 나중에는 정말 인간의 눈물만큼도 성장하지 않더라.
하늘을 꿈꾸던 그는 고민했다.
이대로라면 어느 세월에 저기에 다다를까. 천 년? 만 년?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접한 것이 무공이었다.
그가 먹이로 삼던 인간들이 만든 기술.
충격적이었다. 이 하잘것없던 놈들이 이렇게 심오한 기술을 만들어 낼 수 있다니.
어쩌면 그때가 처음으로 인간을 인정했던 때였다.
그렇게 그는 무공에 심취하며 여러 가지를 깨닫는다. 싸움은 크기만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점과, 무작정 인간들을 주워 먹어 봤자 한계가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좋은 먹이를 얻으려면 그만큼 수고와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황룡이 옥좌 팔걸이에 손가락을 까딱인다.
콰직-!
실험관이 깨져 나갔다. 이제는 황룡의 권속이라고 불러야 하는 존재들.
“마음껏 먹어라.”
권속들이 몸을 날려 옥좌의 뒤편으로 몸을 날렸고.
거기에는 죽음이 잔뜩 모여 있었다.
모여 있는 죽음의 기운에 손을 넣는 권속들.
그리고 우드득, 기괴한 소리와 함께 그들의 몸이 실시간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권속들이 성장하는 가운데, 황룡이 손가락을 까딱인다. 난설이 종종걸음으로 3층에 올라 무릎을 꿇었다.
“깃발은.”
“찾았습니다.”
“좋아.”
인간에게 한계가 있다면, 한계에서 ‘자유’로워지면 되는 거 아니겠나.
황룡이 권태롭게 턱을 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