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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명가의 마왕님-179화 (179/247)

<검술 명가의 마왕님 179화>

모든 일에는 계획이 따르는 것처럼, 토벌대가 구성되기 전부터 작전 회의가 이뤄졌다.

“이번 삼합회 토벌은 무조건 속전속결로 처리해야 합니다. 들어 보세요. 여기서 삼합회 자금이 공산당으로 들어갔다는 거, 모르는 사람 있습니까? 말단 간부한테도 봉투를 찔러 주는 게 삼합회예요. 일정이 길어지면 틀림없이 중국 쪽에서 걸고넘어질 겁니다!”

“김 팀장이 무슨 말하고 싶은지는 알아. 속전속결, 좋지. 근데 삼합회가 무슨 동네 양아치도 아니고 그게 말처럼 쉽나? 이럴 때야말로 피해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돼. 막말로 우리 측 초인의 피해가 커지면 어떻게 되겠어? 당장 여론부터 흔들릴걸? 내기해도 좋아.”

과감한 결정은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그에 따른 리스크 역시 컸다.

반대로 리스크를 줄이려고 든다면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게 된다.

“어디까지 진출할지도 결정해야 해요.”

“어디까지 진출이라니? 토벌 아닙니까! 당연히 삼합회 전부를 부숴야죠. 그들은 암적인 존재예요. 기회가 왔을 때 뿌리를 완전히 뽑아야 합니다! 그러려고 우리가 작전을 짜는 것 아닙니까!”

“김 팀장님, 정의감이 투철하신 건 알겠지만 흥분 좀 가라앉히세요.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자고요. 여기 보세요. 삼합회가 먹고 있는 지역, 흑룡강성(헤이룽장성)에서 길림성(지린성) 일대예요. 여기 전부를 토벌하자고요? 감당할 수 있어요?”

“전부를 뒤질 필요는 없습니다. ‘연변’과 ‘창춘’을 비롯한 요충지와 본회가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여기, ‘하얼빈!’ 여기만 부수면 삼합회도 와해될 겁니다.”

“하아…… 그걸 누가 몰라요?”

결국 돌고 돌아 맹점은 ‘하얼빈’이었다.

삼합회 본회가 있다고 추정되는 하얼빈까지 토벌할 수 있는가.

삼합회는 자신들의 존망이 걸린 사건이기에 필사적으로 저항할 것이다. 그에 반해 이쪽은 시간도 부족, 규모도 제한, 최고의 전술 병기인 수호자조차 참여하지 못한다.

저쪽에서는 목숨을 걸었는데, 이쪽은 온갖 핸디캡을 덕지덕지 묻힌 채 싸워야 하는 전쟁.

결국, 기나긴 토의 끝에 완전 토벌까지는 ‘힘들다’라는 결론을 내게 된다.

“그래도 최소한 손발은 끊어 내야 합니다. 1차로 ‘연변’과 ‘창춘’을 목표로 합니다. 설사 그들이 다시 재기한다 하더라도 감히 이 땅을 노릴 수 없게, 철저하게 짓밟읍시다.”

너희가 무서워서 가만히 있던 게 아니다.

우리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확실히 보여 주겠다.

그렇게 결론이 나는 듯싶었다.

박기혁이 참여하기 전까지는.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팔다리를 끊어? 두려움을 심어?

무슨 개소리인데.

박기혁이 괜히 빌런을 쓰레기라고 부르는 게 아니다. 쓰레기는 사고방식부터가 정상인이랑 다르다.

팔다리가 끊기면 무고한 사람들의 팔다리를 잘라다 다시 붙일 거다.

두려움?

걔들이 두려운 걸 알면 그 지랄을 떨 수 있겠나.

오히려 벌집을 건드린 것처럼 기승을 부릴 거다. 주변을 더욱 귀찮게 하겠지.

결국, 되도록 조용히 있으려던 박기혁이 움직였다.

어머니 얼굴 때문이라도 가급적 나서지 않으려 했는데, 애들 하는 꼬라지를 보니 대단히 잘못 생각하는 것 같아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모두가 모인 회의장.

모두의 시선 속에 앞으로 나선 박기혁은.

주우우욱-!

칼을 세워 하얼빈까지 일직선으로 선을 그었다.

“여기까지, 최단 거리로. 내가 갑니다.”

그 작전이란 거 집어치워라.

피해?

까짓거, 내가 다 짊어지고 가겠다.

“전부 내 뒤만 쫓아오세요.”

지금부터 내가 곧 작전이다.

*   *   *

그렇게 박기혁은 자신이 뱉은 말대로 거침없이 전진해 나간다.

지도상으로 정확히 일직선, 하얼빈까지 최단 거리로 달려가고, 그의 뒤를 따르는 스켈레톤 군단들.

보이는 것은 모두 지운다.

가로막는 것은 모두 부순다.

지평선을 가득 채운 스켈레톤 군단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오직 폐허만이 남을 뿐이었다.

그렇게 삽합회가 구축한 전선 두 곳이 불과 하루, 엄연히 말해 하루도 되지 않는 시간에 초토화된다.

그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대규모 진법은 종잇장처럼 찢어졌으며, 전선을 지키던 인원들은 스켈레톤 군단의 진격에 갈려 메마른 땅의 거름이 됐다.

그나마 삼합회가 자랑하는 강시들로 저항해 보려 했지만, 뼈의 헤일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생전의 무공을 사용할 수 있는 생강시도, 숨결에 극독을 품은 독강시도, 강철 같은 피부로 뒤덮인 철강시도.

모두가 공평하게 스켈레톤의 발의 짓밟혀 믹서기 안의 사과처럼 갈려 나갔다.

삼합회가 자랑하는 무기가, 완벽하게 깨진 것이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진짜 최악은 따로 있었는데.

“곱게 죽여 줬으니, 제물 정도는 괜찮지?”

학살의 현장 위로 박기혁의 육망성 마법진이 뒤덮이고, 땅을 뒹굴던 조각조각 난 시체들이 부르르 떨린다. 방금 전까지 울컥울컥 뱉어 내던 핏물이 멈추더니, 심지어 흙바닥에 뿌려졌던 핏물까지도 도로 흡수한다.

마치 시간을 되돌린 것처럼.

시체가 생기를 찾더니, 저마다 기형적으로 일어나 서로 몸을 맞춰 갔다.

조각난 몸통이 기워지고, 그 위로 사지가 붙고, 목까지 뚝딱 끼워 넣는다.

그렇게 죽기 전, 인간의 형태를 갖춘 시체가 연기에 휩싸였고…….

연기가 걷히는 순간.

한 마리의 ‘스켈레톤’으로 변해 있었다.

그렇다.

박기혁의 스켈레톤 군단은 자신들이 죽인 시체를 일으켜 세를 불리고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적을 죽일수록 뼈의 해일은 더욱 커지고 강력해진다.

그 결과는 이거였다.

두 전선이 무너진 지 겨우 4시간 만에 또 하나의 전선이 초토화된 것.

일어서는 시체들 사이로 박기혁은 비릿하게 웃으며 마귀를 어깨에 걸쳤다.

“건방지게 내 앞에서 병력을 나눠?”

한데 모아 둬도 모자랄 판에 뭐, 전선을 구축? 감히 나 마왕을 상대로?

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설령 모른다고 해도 그동안 나를 겪어 봤다면 이러진 않았어야지.

너희는 사람 잘못 봤다.

하나씩 먹어치워 주마.

“일어섰으면 가자.”

박기혁이 달려가고, 그 뒤로 뼈의 해일이 뒤따른다.

한층 더 몸집을 부풀린 뼈의 해일. 사실상 전선이라는 것 자체가 소용없어진 순간이었다.

……

한편 박기혁이 하얼빈까지 일직선으로 길을 뚫는 동안.

2선은 그 뒤를 따르는 게 아닌 주변의 부스러기 세력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어느 마을 앞. 우리네 시골 같은 풍경의 마을 앞으로 차에서 내린 집행부 요원들이 일제히 무기를 꺼내든다.

“체포할 생각하지 말고, 전원 사살한다.”

“민간인이 있으면…….”

“비초인이면 포박, 초인이면 사살이다.”

“알겠습니다.”

집행부 요원들은 들이닥치자마자, 공세를 이어 나간다.

가뜩이나 삼합회는 개개인의 무력이 뛰어나지 못한데, 기본적으로 질에서 확연히 차이가 나자 속수무책으로 밀려 나갔고.

비교적 이른 시간에 그들이 가진 비장의 카드가 나왔다.

“막아!!”

“모두 강시 개방해!”

삼합회 조직원들이 전부 아공간에서 관을 꺼낸다.

쿵-!

관들이 일제히 세워졌고, 부스스 연기와 함께 강시들이 나왔다. 가장 낮은 단계의 강시인 철강시. 그들은 철강시를 앞세워 암기를 꺼냈다.

앞에는 강시.

뒤에는 독.

전형적인 삼합회식 전투였다.

일방적이던 전투 구도가 급변한다.

강시를 앞세우고 달려드는 삼합회. 쏘아진 마법들이 강시의 몸에 막히는 것을 본 요원들의 눈에 긴장이 스며든다.

하지만 긴장도 잠깐.

섬광이 화려하게 번쩍인다.

번쩍! 번쩍!

마치 사이킥 조명처럼 순백의 섬광이 일대를 휘젓더니…… 적의 뒤에서 멈추고, 섬광의 끝에서 모습을 드러낸 여인.

신속의 검사.

백호 박민지.

그녀의 백로가 검집에 찰칵, 들어가는 순간.

검호류 신속

월광난무(月光亂舞)

푸쉬이이익-!!

아스라이 춤을 추는 달빛 속에서.

적들이 두 동강 난 채 허물어졌다.

피로 물든 대지 위로 고고하게 서 있던 박민지는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은지, 혀를 차며 걸음을 내디뎠다.

“꽝이네. 빨리 가요.”

……

같은 시간.

또 다른 삼합회 지부.

“…….”

“……으…….”

조직원들 전부가 멈춰 있다.

인간도, 강시도,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한 채, 감히 인간은 감당할 수없는 경이(驚異)를 마주해야만 했다.

초저녁임에도 대낮처럼 훤한 이곳.

빛의 근원은 하늘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저 검들이리라.

황금빛 검들이 일대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마치 저 하늘의 별처럼…….

그리고 금빛의 별, 그 중심에서 한 남자가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숫자를 세듯 멈춰 있던 조직원을 훑어보는 남자.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미간에 골이 파인다.

“흠…… 규모로는 많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별거 없네요.”

황금의 왕관, ‘크라운’을 쓰고 있는 남자는.

산군 박수혁.

무결점의 검사이며 완벽의 검호였다.

“어쩔 수 없죠. 시간 없으니까, 간단히 끝내겠습니다.”

다음 생에는 부디 선인으로 태어나길…….

박수혁이 가볍게 머리를 숙여 인사하고는 검을 내려쳤다.

검호류 군왕

권선징악(勸善懲惡)

주변의 공기가 무거워진다.

황금의 마나가 일대를 장악하고, 모두의 무릎을 일제히 꿇리자, 하늘에 떠 있던 황금빛 검들이 일제히 떨어졌다.

쿵!

검에 꿰뚫린 채 숨을 거두는 삼합회 조직원들.

그들의 시체를 싸늘하게 보던 박수혁에게 집행부 요원들이 다가왔다.

“정리 끝났습니다.”

“출발하면 됩니까?”

“네.”

“다음에는 강한 놈이 있어야 할 건데…….”

박수혁이 오토바이의 핸들을 꺾으며 저편으로 달려가고, 한 무리의 차량들이 그 뒤를 따라 사라졌다.

*   *   *

더 강한 적을 찾는 두 맹수. 박수혁과 박민지가 허탕을 치는 사이, 정작 생각지도 못한 강자들과 마주한 사람은 진유리였다.

“음…….”

마룡기 ‘드래고니안’의 바이저가 올라간다. 진유리의 눈이 드러나고, 그녀가 주위를 둘러본다.

남자 셋, 여자 셋.

그 주위로 복면을 쓴 무리들.

아무리 봐도 평범한 놈들은 아니다.

‘형님이랑 아주버님이 찾던 게 나한테 왔네.’

꽤 실력자였다.

그리고 이 생각은 맞았다. 그들은 삼합회의 행동대 중 손에 꼽힌다는 3대대였다.

원래라면 5전선을 지켜야 하는 그들이지만, 박기혁이 전선을 무시한 채 본회를 향해 다이렉트로 들이닥치는 바람에 전선이고 뭐고 본회로 귀환하던 중이었다.

그러다 지부를 정리하고 있는 진유리와 마주친 것.

“…….”

“…….”

진유리와 3대대 사이에 미묘한 대치가 이뤄진다.

분명히 숫자는 3대대가 많지만, 이곳은 전쟁터다. 중국 말에도 있지 않나. ‘전쟁터에서는 노인과 여자와 아이를 조심해야 한다.’고.

전쟁터에 저렇게 여자 혼자 서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실력에 자신이 있다는 말이었다.

심상치 않다고 느낀 3대대 대장이 교묘하게 수신호를 보낸다. 굉장히 은밀한 손짓. 일반적인 사람이 보기에는 그저 칼을 짚은 손을 까딱이는 것처럼 보일 거다.

그러나 이쪽은 일반과는 거리가 먼 사람.

“언제까지 그렇게 있을 거야. 나 바빠, 손장난 치지 말고 빨리 와 줄래?”

“……!”

짜증이 잔뜩 묻은 목소리.

실제로 현재 진유리는 짜증이 났다.

기혁이랑 오붓하게 둘이서 함께하고 싶었는데, 그래서 도시락도 싸고 간식도 잔뜩 싸 왔는데.

갑자기 상황이 꼬여서 이런 떨거지랑 놀고 있다.

“아우, 열 받아!”

생각할수록 열 받는다.

“빨리 정리하고 가야겠어.”

진유리의 바이저가 닫히고, 드래고니안의 꼬리가 내려쳤다.

전투 개시.

긴장하고 있던 3대대가 동시에 흩어지고 아공간에서 관을 꺼내며 각자의 강시들을 불러냈다.

정예 행동대답게 전원 독강시로 이뤄진 3대대.

독강시 수십 구가 일제히 모습을 드러내자.

울컥!

치명적인 독기가 주위를 감쌌다.

존재만으로도 주위를 시들게 하는 독기였다.

때문에 일정 경지에 도달하지 못한 초인들에게는 가히 무적에 가까운 위력을 자랑할 정도였다.

게다가 이뿐만이 아니다.

독기의 영역 안에서는 적의 위치를 식별할 수 있는 술법까지 장착했으니…… 독기가 짙어지며 연막탄처럼 연기로 변한다. 앞이 식별되지 않는 전황.

그때.

팡-!!

“……?!”

진유리의 드래고니안을 때리는 폭발.

독기를 응축해 터트리는 폭발이었다.

곧이어 들이닥치는 독강시.

얘들도 이상했다. 기존의 강시들이 주먹이나 다리로 타격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이 독강시 녀석들은 매달리고 붙잡았다.

진유리의 미간에 골이 파인다.

번거롭다.

그래도 인정할 건 인정해야겠다.

“이런 식으로 체력을 갉아먹는 건가 보네.”

똑똑한 전투 방식이란 것. 절대적인 무력이 약한 이들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전투 방식이었다.

좋아, 인정.

니들, 꽤 한다.

근데 어쩌지.

‘상대를 잘못 봤어.’

순간, 돌풍이 몰아쳤다.

파아아아악!!

독기를 말끔히 걷어 내고, 모습을 드러낸 3대대에게 꼬리가 들이닥친다.

일단 가장 가까운 놈.

푹-!

꼬리에 꿰뚫린 삼합회 조직원이 숨을 거두고.

곧바로 진유리가 적에게 쇄도했다.

무릇 마법사라면 거리를 벌려야겠지만, 드래고니안을 장착한 진유리에게 근접전은 또 다른 장기가 됐다.

진룡 6식

용린(龍鱗)

드래고니안의 슈트 위로 검붉은 비늘들이 번쩍이며 뒤덮인다.

진도하는 용린을 근접 방어용으로 사용하지만, 진유리에게 용린은.

또 다른 무기다.

푸욱!

독강시의 심장을 뚫고 지나친 주먹.

그 상태로.

플레임 버스터

Flame Buster

쾅!!

독강시가 내부에서 터지며 육편이 되어 사방으로 튀었다.

통상적으로 철강시보다 장갑이 뛰어나다고 알려진 독강시이건만 일격에 무력화됐다.

긴장한 3대대가 꿀꺽 침을 삼키는 가운데, 정작 진유리는 용린이 반짝이는 주먹을 보며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음, 조금만 더 가다듬으면 쓸 만하겠는데.”

안 그래도 기혁이나 봄이나 헤나, 전부 무투계라 약간 소외된 기분이었는데.

이거 의외의 곳에서 활로를 찾은 기분이다.

갑자기 기분 좋아졌으!

씨익, 웃으며 적들을 바라본다.

“생각 바뀌었어.”

단숨에 해치우고 기혁이한테 갈 생각이었는데.

“시험 좀 해야겠다.”

진유리가 다리를 벌리며 기수식을 펼쳤다.

“드루와.”

이런 게 전투의 재미라는 걸까.

오늘도 조금씩 검호화가 되어 가는 진유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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