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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명가의 마왕님-178화 (178/247)

<검술 명가의 마왕님 178화>

전(前) 수호자이자, 현(現) 집행부장인 지성철. 대중들에게는 아직도 ‘만창’이란 이름으로 더욱 알려진 인물.

지성철의 빌런 혐오는 지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했었다.

이는 그가 처음 맡았던 팀의 동료가 빌런에게 살해당해서일 수도, 아니면 그가 수호자로서 맡은 첫 임무가 ‘부산 참사’여서 일 수도 있다.

인간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지성철은 수많은 사건을 마주하며 똑똑히 깨달았다.

빌런들은 거죽만 인간이지 같은 인간이 아니란 것을.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드문드문 돋아나는 흰머리만큼이나 계기는 희미해졌고, 사건은 희석돼 갔다.

그러나 한 가지만큼은 여전했다.

아니, 더욱 커져 갔다.

증오(憎惡).

여전히 지성철은 빌런을 증오하며,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쉰다는 것만으로도 불쾌해했다.

이런 그가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삼합회’를 척결하고 싶어 하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당장이라도 창을 들고 나설 수 있다.” 지성철, 삼합회 토벌에 강력한 의사 피력.

집행부曰, “중국은 삼합회를 대체 왜? 내버려 두는가.” 항의하다.

그러나 하얼빈을 비롯해 삼합회의 세력권으로 알려진 곳은 중국 동부 지역이다.

엄연히 중국의 땅이라는 말.

중국이 자국 영토에 타국의 초인을 들일까?

지나가는 개도 웃을 소리였다.

중국, 지성철 ‘삼합회 발언’에 “매우 불쾌하다.”

공산단 대변인, “중국의 일은 중국이 알아서 한다. 신경 꺼라.”

집행부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삼합회를 제거하길 요청했지만, 그럴 때마다 중국은 ‘국가 내부의 일’ 혹은 ‘이미 계획하고 있다.’ 등 발을 빼기 일쑤였다.

평행선을 달리는 관계.

그러나, 이 관계에 금이 가는 사건이 벌어졌으니.

삼합회, 국내 ‘마약 유통’ 시도.

대량으로 마약을 유통했다.

그것도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국의 정서상, 이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극악한 범죄.

미국으로 떠나 있던 박기혁은 몰랐겠지만, 당시 한국의 국민감정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학부모와 선생님들이 시위에 나섰고, 몇몇 학교는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원격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을 정도.

이제는 삼합회 소탕이 단순히 집행부 한 곳의 의지가 아니라 전 국민의 바람이 된 상황이었고, 결국 한국 대통령이 직접 중국의 주한 중국 대사를 부르기에 이른다.

대통령, 주한 중국 대사 만나 ‘삼합회 토벌에 대해 강력하게 피력.’

韓 “알면서도 방치했다면 비겁한 것이고, 힘이 부족해 치우지 못했다면 무능한 것이다.”

이 정도로 강력하게 나오자, 중국도 이전처럼 마냥 무시할 수는 없는 실정이었고.

中공산당 긴급회의 소집.

슬그머니 발을 빼려는 ‘강호’의 행태에 총서기가 호통을 쳤다는 발언 쏟아져…….

설상가상으로 미국의 중심이라는 뉴욕에서 삼합회의 마약이 발견되며 중국을 비판하기에 이르는데.

스타 히어로 “우리는 현재 뉴욕 전역에 유통되고 있는 정신계 마약이 ‘삼합회’에서 왔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

뉴욕 시장 “정신계 마약은 테러나 다름없다!” 삼합회 강력 규탄.

이 밖에도 ‘일본 사태’에 삼합회가 일정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삼합회가 중동의 모 나라에 암수를 뻗치다가 들통났다 등등.

온갖 소문이 퍼졌고 잘못하면 국제적 망신을 넘어 고립이 될 판이었다.

결국 중국은 선택하게 되는데.

中 “그들은 선을 넘었다. 대국의 명예를 욕보인 죄, 그들은 우리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스스로 버렸다.”

중국 최초로 ‘길’을 열다.

중국 동북 지역으로 가는 접경선을 열어 준 것.

‘삼합회’를 버린 것이다.

물론 조건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국경을 개방하는 기간이 명확히 명시돼 있고, 또한 인원 제한도 있었다. 가령 ‘수호자는 이번 작전에 참여할 수 없다.’처럼 말이다.

시간이 없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언제 삼합회를 제거할 수 있을지 모른다.

집행부는 육군 작전 사령부와 조율해 작전을 기획해 나갔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이 정도 이상의 실력자만 참여해야 합니…….”

“삼합회 주력이 있는 하얼빈까지는 돌파해야 해요. 그러려면 군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

“국가 안보를 위해 참여는 하지만 저희 군의 입장은 명확합니다. 저희는 언제나처럼 한 발짝 뒤에서 방어하는…….”

첨예한 토의 끝에 보급은 사령부가, 인원은 집행부가 맡기로 논의가 끝나고.

이제 선발대만 뽑으면 된다.

무릇 선발대라고 하면 전력으로 저항할 적을 선두에서 맞아 길을 터 주며, 누구보다 빠르게 적의 심장부에 칼을 꽂아야 하니.

가장 강하고, 빨라야 하며, 압도적이어야 한다.

또한 누구나 인정할 만큼 명성도 갖춰야 한다.

이 모든 게 충족되는 인물.

“되도록 엮이기 싫지만…….”

이보다 잘 어울릴 수 없군.

지성철은 쓰게 웃으며 사진 위로 ‘작전 승인’ 도장을 찍었다.

*   *   *

벌판 위를 내달린다.

앙상한 가지들과 헐벗은 대지.

얼핏 눈뭉치도 보인다.

서울에는 이미 봄이 훌쩍 다가왔건만 여기는 아직 차가운 냉기가 그득하다.

나는 전투 슈트 사이로 들어오는 냉기에 상쾌하게 웃었다.

“여러모로…….”

쓰레기 청소하기에 좋은 날이구만.

피식 웃으며 쾅-! 땅을 찍고 도약, 앞에서 숨어 있던 놈의 머리를 잡아 뜯어 버렸다.

콰직!

목이 부서지는 소리다. 분명 느낌도 확실하고, 목과 몸통이 분리된 것도 확실하다.

그런데 움직이네?

단언컨대 목이 분리되고 움직이는 인간은 없다.

고로 놈은 인간이 아니다.

강시.

시체 인형, 강시가 사방에서 튀어나와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근데 왜 이렇게 웃기지.

이 녀석들이랑 어지간히 지겹게 엉켰나 보다. 손을 뻗으며 달려드는 강시들이 굉장히 친숙하다.

“다들 봤던 놈들이구만.”

피식 웃으며 앞에 있던 놈의 몸통에 니킥을 꽂아 넣는다.

콰강-!

철이 우그러지는 소리와 함께 움푹 함몰되는 가슴뼈. 곧이어 머리를 또각, 뽑아내고 손잡이 삼아 공중에서 회전.

어느새 내 손에 들린 ‘마귀’가 심연을 뿜어낸다.

검호류 변검술

칼바람

검은 바람이 휘몰아친다.

아래, 위, 사선…… 바람이 되어 휘몰아치는 검은 검기 다발들. 웬만한 토네이도 저리 가라 할 위력이었다.

나는 ‘칼바람’을 이용해 정면을 뚫고는 곧바로 내달렸다.

멀어지는 나를 보며 멈칫하는 강시들. 은신한 채 강시를 조종하던 이들이 등을 보인 나를 보며 황당해하고 있었다.

이내 정신을 차렸는지 뒤늦게 나를 뒤쫓는 놈들.

꽤 함정을 정교하게 세웠는지, 내 뒤를 부채꼴처럼 포위하며 추격해 왔다.

얼핏 보면 내가 강시들 무리에 쫓겨 도망치는 모습일 거다.

하지만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알 거다.

난 말이다, 차라리 죽으면 죽을지언정 쪽팔리게 도망치지 않는단 말이지.

그때.

구궁!!

지축이 흔들린다.

기분 탓이 아니다. 진짜 지진이라도 발생한 것처럼 진동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 진동은 점차 강해져 간다.

곧이어 들리는 굉음.

두두두둑!

대지를 후려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뭔가 심상치 않은 걸 느꼈을까? 뒤쫓던 놈들이 뒤를 돌아본다. 그리고 이때 놈들은 생각할 거다.

X됐구나.

흔들리는 지축과 내려꽂히는 굉음. 그리고 평야 저편에서 피어오르는 먼지.

먼지가 커진다.

처음에는 드문드문 보이던 먼지가, 점차 몸집을 키우더니, 파도가 되고…… 종국에는 해일이 된다.

“저게.”

“뭐, 뭐…….”

마법?

모래 폭풍?

재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빠르게 다가오는 의문의 먼지 해일.

이제 의문을 해소해 줘야겠지.

내 등 뒤로 마룡기 ‘전우’가 생성된다. 마치 밤의 어둠이 잠시 왔다 간 것처럼 검은 망토가 빛을 흡수하며 내게 덧입혀지고.

그 순간.

지평선을 가득 채운 해일 위로 검붉은색이 입혀진다.

“……!!”

그렇다.

저 해일의 정체는.

스켈레톤.

마왕의 군단이니.

사념으로 전해 온다.

“명령을.”

그에 나는 답하길.

“얘들아.”

달려라. 삼켜라. 부숴라.

너희의 앞을 가로막는 것이 무엇이든.

“……모두 소멸시켜라.”

고개를 끄덕인 스켈레톤 군단의 안구로 푸른 귀기가 솟구쳤다.

몸집이 2배 이상 커지고, 대검이 생성되며, 그 대검을 몸 앞으로 곧게 세운다.

그리고.

돌격.

콰르르르릉-!!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며 돌격했다.

“으, 으…….”

“으아아악!!”

저기에 휩쓸리면 죽는다.

틀림없이 죽는다.

나를 뒤쫓던 놈들이 이제는 살려고 뛰고 있다. 살기 위해 억지로 다리를 놀리고 있다.

“하하하하!”

이 얼마나 즐거운 음악인가.

“하얼빈이라고 했던가.”

일직선으로.

다 부순다.

그렇게 난, 비명을 음악 삼아 달려 나가고 있었다.

*   *   *

하얼빈에 위치한 삼합회 본회.

간부 대회의에서 대방 마오안칭은 혼란을 숨기지 못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분명히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오히려 더 많은 상납금을 바쳤고, 타국의 칼날을 막아 주기로 약속했다. 그래서 적당한 희생양까지 찾아났는데…….

“갑자기 국경이 열렸어! 저 빵즈 놈들이 우리를 노리고 있다고!”

꽝-!

흥분한 마오안칭의 주먹에 탁상이 두 동강 났다.

“모두 아는 것만 말해! 빨리! 시간 없어!”

말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죽일 것처럼 달려드는 마오안칭의 말에 간부들은 저마다 뇌를 짜내어 말을 꺼냈다.

“당으로 각국의 성명이 도착했다고 합니다. 저희를 내놓지 않으면 외교적 압박도 불사하겠다고…… 아무래도 무리하게 몸집을 키웠던 부작용이 터진 것 같습니다.”

“그중 한국은 거의 전쟁을 불사할 만큼 적극적이었다고 들었습니다.”

“계속해서 당이랑 접촉해 봤지만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당에서 저희를 버린 것 같습니다.”

“다행인 점은 당이 저희의 토벌을 방관하고 있다는 겁니다. 또한 현재 저희를 노린 토벌대는 다른 외국의 세력은 없이, 오직 한국의 인원으로만 채워졌다는 것도 좋은 소식입니다.”

“그나마도 당에서 인원에 제한을 둔 것 같습니다. 토벌대에 수호자가 없는 점도, 군대를 움직이지 않는 점도 이 때문인 것 같습니다.”

두서없이 쏟아 내는 정보에서 마오안칭은 침착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그가 거칠게 술잔을 들이켠다.

머리끝까지 오른 화를 술 한 잔으로 식이고 냉정하게, 차분하게 상황을 살피자, 활로가 없는 게 아니었다.

“그러니까 종합하자면, 이번에 한국에서 오는 토벌대만 막으면, 다음은 없단 말이지.”

“높은 가능성으로 그럴 것입니다.”

생각해 보니 상황이 나쁘지 않다.

그 까다롭다는 대한국군도 안 와, 세계에서 가장 무시무시하다던 수호자 없어.

‘이번 토벌만 막으면 세계에 우리 삼합회의 저력을 알리게 되겠군.’

오히려 좋아.

그야말로 전화위복 아닌가.

가슴 한구석에서 자신감이 샘솟는다.

어떻게든 이번 사태를 막는다면, 사라진 셀루티스의 자리는 우리 삼합회의 것이나 다름없다.

“얼마나 막으면 되겠나.”

“최소로 잡으면 5일, 아무리 최대로 잡아도 10일입니다.”

“10일 이상 지나면 당에서 움직이리라 생각됩니다.”

“기간을 더 줄일 방법은 없을까?”

“……그러면 아무래도 재물이 많이 들어갈 겁니다.”

“상상한 것 이상일 겁니다. 당에서는 이번 기회를 빌어 저희의 목에 확실한 목줄을 달고 싶을 겁니다.”

“그렇겠지. 녀석들 눈에는 우리가 돈줄로밖에 보이지 않겠지.”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무시당해도 당장은 살아야 한다. 살아야 내일이 있고, 복수도 할 수 있는 법.

“줄 수 있는 것은 다 줘. 하루, 한 시간, 1초라도 이번 토벌에 빨리 개입하게 만들어.”

“알겠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당에 대한 대응은 그렇게 하고. 이봐, 방어는 어떻게 되고 있어?”

“전투 인원 전부 본회로 집결했습니다.”

“요충지 방어도 완벽합니다. 모든 강시를 분배 완료했으며 식량 또한 풍족합니다.”

“이야기는 들어서 알지? 어때? 최대 10일 버틸 수 있나?”

“버틸 수 있습니다.”

모두가 자신했다.

이제껏 개같이 모은 재물로 구축한 전선만 7곳.

방어 체계는 완벽.

과할 정도로 마법과 주술로 도배했다. 조금 오버하자면, 전술 병기의 끝이라는 핵이 떨어져도 끄떡 안 하리라.

방어 담당자가 제 가슴을 치며 자신 있게 장담했다.

“10일이 아니라 한 달도 충분합니다. 믿고 맡겨 주십…….”

그때였다.

그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쾅-!!

문이 열리며, 회의실 안으로 들어온 전령.

“저기! 저기……!”

다급한 표정으로 목 놓아 소리쳤다.

“6, 7전선이 뚫렸습니다!”

“……!!”

그리고 건넨 위성사진.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도시도, 성벽도, 사람도…… 아무것도 없는 폐허가 돼 있었다.

*   *   *

“맛있네.”

평평한 돌멩이 위에서 도시락을 먹는다.

고양이가 그려진 앙증맞은 도시락.

봄이와 헤나가 일 나가는 아빠를 위해 싸 준 김밥이다. 사실 김밥이라기에는 김에 밥을 묻힌 거나 다름없어 주먹밥에 가깝지만.

뭐 어떤가. 맛있으면 됐지. 내겐 천해의 진미보다 맛있는 김밥이었다.

냠, 마지막 하나를 털어놓고는 도시락을 아공간에 넣는다.

그리고 하늘 위를 본다.

구름을 넘어 저편, 우주 공간에서 이쪽을 찍고 있는 놈들에게.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줬다.

“내가 찾아온다고 했지.”

방금 전까지 도시가 있었던 폐허에서 스켈레톤 군단이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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