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술 명가의 마왕님-176화 (176/247)

<검술 명가의 마왕님 176화>

다음 날부터 카이로 전역에 의문의 소문이 퍼진다.

연합 내 이슬람 세력의 실질적인 지도자로 불리는 사다트.

이 사다트가 실성했다!

“사다트 의원이 실성했다는데, 이게 사실입니까?”

“가까운 지인의 얼굴도 몰라본다는 소문도 들립니다. 설마, 노망이 난 것은…….”

“금융가에서는 사다트가 ‘모다 센터’를 습격한 이슬람 무장 집단과 연관됐다는 찌라시가 돕니다. 혹시 이 의심을 피하려고 칩거에 들어간 건 아닙니까?”

끝없이 물어 오는 질문에 측근의 대답은.

‘사실 무근입니다.’ 혹은 ‘억측입니다.’

단호한 부정이었다.

그럴 수밖에. 사다트는 단순히 이슬람의 지도자가 아니다.

이슬람 아저씨라고 불리며, 그 극렬한 이슬람 조직들을 한데 묶은 정신적 지주였다.

설사 그 이미지가 철저히 꾸며진 것이고, 뒤로는 부정부패를 일삼았다고 해도, 사다트의 능력만큼은 확실했던 것이다.

그런 그가 하루아침에 미쳤다고, 말은커녕 대소변도 못 가리고 있다고 어떻게 말하겠나?

“이보게, 사다트. 나를 알아보겠나? 동지여, 이 술라이만이 왔다네.”

“밥, 밥, 바밥밥.”

“……어떻게 된 건가.”

“급성 뇌내 출혈로, 출혈성 뇌졸중으로 보입니다. 환자가 평소 고혈압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아, 갑작스런 쇼크로 인해 고혈압이…….”

“습격일 가능성은? 정신 공격 같은 거 말이다.”

“그게, 살펴본 바로 외상은 전무합니다. 또한 정신계 마법에 당한 경우 특유의 징후가 나타나는데, 환자에게는 그런 징후가 전혀 없습니다.”

“치료할 수 있겠나.”

“안타깝지만 뇌 손상이 상당히 진행됐습니다. 정상으로 회복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렇군. 그래, 동지는 끝이군…… 처리해.”

“무…… 무…… 커헉-!!”

“지금부터는 내가 통제한다. 너는 기자들 맡고, 너는 사다트의 세력들을 흡수해. 빨리 움직여.”

“사다트 님은 어찌…….”

“살려라. 아직은 가치가 남았으니까.”

일인자의 갑작스런 부재.

이는 곧 권력 전쟁의 예고나 다름없다.

가장 먼저 사다트의 죽음을 확인한 술라이만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한데 철저히 정보를 통제했음에도, 몇몇 세력들이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이들의 공통점은 ‘우연히’ 전해진 정보.

출처가 불분명한 봉투에 동봉된 것은, 사다트의 현재 상태를 담은 진료 차트였다.

“흠. 사다트, 그 친구가 노망이 났다. 어쩐지 술라이만 놈이 사다트의 저택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더니만, 이런 꿍꿍이가 있었군.”

“사다트 님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다! 형제들이여! 이건 비겁한 술라이만의 음모가 틀림없다. 모두 나를 따르라!”

“제엔장-! 술라이만 놈!! 내가 아들이다. 나야말로 아버님의 유언장에 쓰인 장자란 말이다. 근데 아버님의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게 해! 너희는 대체 아버님을 어떻게 보필했기에 상태조차 몰랐단 말인가!”

이인자가 있다면 삼인자도 있을 것이고, 오직 사다트 개인을 추종하는 세력도 있을 거고, 정통성을 내세우며 혈족이 등장할 수도 있을 거다.

그 혈족들 내에서도 첫째가 있을 것이고, 둘째가 있을 테지.

세력을 일으킬 명분은 발에 채일 정도로 많았고, 모두가 권력의 공백을 차지하기 위해 들고 일어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알까?

이 모든 게 박기혁이 만든 판이었고, 그들은 꼭두각시에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번에는 어떻게 요리할까나. 술라이만이란 놈은 권력에 집착하니까 밑에 있는 놈들을 의심하게 하고, 삼인자인 녀석은 정보를 쥐여 주자. 술라이만의 비자금 창고면 되겠지.”

“사다트한테 집착하는 놈들한테는 이게 직빵이지. ‘사다트를 습격한 놈은 술라이만이다. 모든 게 술라이만의 계획이다.’ 오케이. 좋아. 혈족은…… 막장이 좋겠네. ‘사실 장자는 술라이만의 아들이다.’ 이 정도는 돼야지.”

“오랜만에 이렇게 노니까 재미있네.”

각종 유언비어들이 범람했다.

과도할 정도로 많은 정보의 파도에서 진실과 거짓은 희석되고, 어느 순간부터 분노만이 그들을 지배해 갔다.

상황이 극단적으로 치닫자, 생각이 있는 이들은 말했다.

“차라리 사다트 님이 돌아가셨다면 이 정도로 혼란스럽지는 않았을 건데.”

“하긴, 유언장은 있으니.”

“글쎄, 난 모르겠네. 지금 돌아가는 꼴을 보니 유언이 집행됐을지도 애매하군.”

“하긴, 그 말도 일리가 있구만.”

“한 가지는 분명하네. 꼬여도 지독하게 꼬였어.”

그 말대로였다.

꼬여도 지독하게 꼬였다.

차라리 사다트가 깔끔하게 죽었으면 새로운 판에서 새로운 이슬람의 지도자를 선정할 수 있었을 거다.

그 과정에 다소 진통은 있을지언정 이 정도로 극단적이지는 않았을 거란 말이었다.

하지만 실성한 사다트의 존재는 상황을 점점 악화시켜 갔다.

카이로 시내에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이건 비단 카이로만이 아니다. 세계의 한 축인 아프리카 연합 전부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이었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순간.

최악에, 최악의 대치 상황.

누구라도 먼저 손을 뻗으면 전쟁은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비로소 지금.

박기혁이 몸을 일으킨다.

개최식이 심심하면 쓰나.

요란하게 팡파르도 불고, 멋들어진 커팅식도 하고, 축배도 들어야겠지.

“화려하게 가 볼까.”

*   *   *

허공으로 한 인간이 떠오른다.

버둥대며 몸부림치는 복면인은.

“사, 살려…….”

파아아악-!

산 채로 터져 버렸다.

대량의 혈액과 조각조각 난 신체들이 화려한 폭죽처럼 터지고, 동료의 피로 흠뻑 젖은 조직원들이 넋을 놓고 주변을 본다.

피가 묻어 있다.

바로 좀 전까지 웃고 떠들던 동료의 피가…….

“뭘 놀래.”

흠칫!

“사람 죽은 거 한두 번 봐? 너희도 많이 해 봤잖아.”

평온한 목소리.

사람을 폭죽처럼 터트렸는데 분노도, 쾌락도 없다.

그저 당연히 할 일을 한 것 같은 일상적인 행동에 조직원들의 눈이 섬뜩한 공포에 잠겼다.

아무런 감정조차 없는 일상적인 목소리가 섬뜩하게 들려왔고, 박기혁은 그런 그들을 보며 빙긋 웃어 준다.

“니들은 몰랐으니까, 그냥 죽여 줄게.”

죽음이 최대한의 자비일지니.

바닥에서 부지불식간에 일어난 흙의 가시들.

푹! 푸푸푸푹-!

입구를 지키던 조직원들이 벌집으로 변한다. 곧이어 박기혁이 손가락을 튕기자, 가시에 몸을 관통당한 시체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더니.

팡!

터졌다.

요란하게 혈흔이 남겨진 현장.

이 정도면 누구라도 이곳에 몇 명이 있었는지조차 알지 못하리라.

태연히 걸음을 옮겨 입구로 들어서는 박기혁.

“아, 맞다.”

깜빡할 뻔했네.

곧이어 허공에 그려지는 육망성 마법진.

그 심연의 어둠 속에서 왼손 ‘아수라’가 모습을 드러낸다.

“접근하는 놈은 알지?”

“…….”

끄덕끄덕.

아수라가 여섯 자루의 검을 소환하고는 어둠 뒤로 몸을 숨겼고, 박기혁은 입구를 지나쳐 안으로 들어섰다.

비밀 안가답게 사방이 막힌 구조.

흔한 창문조차 없었고, 어느 정도 들어갔을 때, 빛 한 점 없는 어둠이 박기혁을 반긴다.

그리고 어둠의 커튼에 몸을 숨긴 채 박기혁을 지켜보는 이들.

“…….”

“…….”

압둘라 여단의 최정예 어쌔신이었다.

구름 같은 인원이 도전하지만 한 해 중 두세 명만이 통과한다는 악명 높은 교육을 끝내고 당당히 ‘어쌔신’의 이름을 허락받은 존재들.

그들에게 실패란 존재치 않는다.

어쌔신이 완벽히 몸을 은신한 채 침입자 박기혁의 뒤로 따라붙는다. 상대를 경시하는 마음은 없다. 그것 자체가 방심이고 실패의 원인이니, 언제나 전력을 다했다.

확신이 설 때까지, 박기혁의 뒤를 따른다. 이중 삼중으로 포위하고 극미량의 신경독도 뿌렸다.

‘위치에서.’

‘실행한다.’

눈빛으로 대화한 어쌔신이 와이어로 손을 감쌌다.

한 발자국, 또 한 발자국…… 와이어 함정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는 박기혁.

잠시 뒤, 박기혁의 발이 함정이 있는 곳에 닿는 순간.

‘지금.’

이십여 명의 어쌔신이 정확히 동시에 와이어를 잡아당긴다.

마나로 뒤덮인 특제 와이어.

절삭력은 검기를 머금은 검과도 비견된다.

이제 침입자는 자기가 죽는 줄도 모른 채 사지가 단숨에 끊겨 고기 조각으로 변할 것이다.

그들은 믿어 의심치 않았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자신들의 목이 잘리는 줄도 모르고 죽었으니까.

촤악-!

동시에 우수수 떨어지는 목들.

박기혁은 재미있다는 듯 가장 가까운 머리를 들었다. 뺨을 우악스럽게 밀어 입을 벌려 보니 있어야 할 혀가 없다.

하는 짓이 암살자 같더니만, 역시 전문 암살자다.

“어머니 말씀대로네.”

이 동네가 암살자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만든다더니, 확실히 완성도가 쓸 만했다.

냅뒀으면 어디 가서 이름 깨나 날렸겠지.

하지만 어쩌나, 이젠 죽었는데. 저들에게 불행은 하필 나를 만났다는 거였다.

복도를 지나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런데 손잡이를 돌리자 갑자기 펼쳐진 사막.

환영 마법이다.

대규모 환영 마법진.

그리고 이건.

“정말…….”

박기혁의 자존심을 건드는 짓이었다.

차라리 필사적으로 달려들지, 이딴 식으로 시간을 끌려고 해?

한숨을 내쉰 박기혁이 아공간에서 마귀를 꺼냈다. 오랜만이라 ‘웅웅.’ 앙탈을 부리는 마귀의 검신을 쓰다듬고는…….

냅다 던졌다!

검은 섬광을 뿌리며 사막을 꿰뚫는 마귀.

곧이어 마귀가 사막 저편으로 사라지길 잠시…….

“커헉!”

단말마와 함께 환영이 해체됐다.

마귀에 가슴이 뚫린 마법사가 급속도로 쪼그라들었다. 전개 중이던 마법진이 강제로 해체되며 생긴 리바운드.

거기에 마귀의 ‘생명 갈취’가 더해지자, 단순히 꿰뚫린 마법사만이 아닌 그와 연결돼 있던 마법사 전원이 마귀에게 생명력을 뺏겼다.

“사, 살려 줘…….”

“그만!”

마법사들이 고통에 찬 비명과 함께 신체가 시들어 갔다. 극심한 고통에 거품을 물며 쓰러지는 모습.

그러는 가운데.

박기혁이 주변을 둘러보고, 대기 중이던 조직원들과 자연스럽게 눈을 마주쳤다.

“뭐 해? 덤벼.”

“…….”

눈동자가 요동쳤다.

환영 뒤에 숨어 습격하려고 했는데 방금 그들을 지킬 환영이 사라진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갈등했고.

이건 아주 아주 잘못된 선택이었다.

왜냐하면, 그 짧은 시간이 그들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였으니까.

“덤빌 생각이 없다면야.”

박기혁이 발을 구르자, 그를 중심으로 세계에 금이 갔다.

쩌쩌저저저적-

유리 위로 용암이 떨어진 것처럼 세계가 사방으로 깨져 갔고.

파스슥-

산산조각 났을 때 그들의 눈에 비친 건.

사막.

사막이었다.

사막의 더운 공기가 조직원들을 덮쳤다.

턱턱 막히는 숨.

“환영은 이런 거야.”

술자 본인이 환영이라고 인정했음에도 느껴지는 감각이 생생했다.

완성도가 다른 환영 마법.

조직원의 부장은 직감했다.

아, 여기가 나의 마지막이겠구나.

몇몇 부하는 눈을 감은 채 필사적으로 ‘이건 환영이다.’라며 되뇌고 있지만, 그가 보기에 헛수고였다.

그리고 박기혁은 그의 예감에 확신을 더해 줬다.

신기루처럼 흐릿하게 사라지며 박기혁이 남긴 말.

“기회를 줄게. 이거 깨면 너희는 살 수 있어.”

끝까지 발버둥 쳐라.

사막 한가운데 떨어진 조직원들은 그렇게 서서히 죽어 갔다.

환영에서 나온 박기혁은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육탄전을 걸어오는 놈들은 형체도 모르게 짓이겨 줬고, 건방지게 마법으로 시비를 거는 놈들은 아예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소멸시켰다.

단숨에 비밀 안가를 털어 내고, 그는 마침내 수뇌부들이 있는 비밀 안가의 중심까지 들어섰다.

끼익.

문이 열리자, 검 몇 자루가 인사를 하듯 날아오고.

박기혁은 피식 웃으며.

피의 축포를 터트려 줬다.

파앙-!!

방 안에 뜨거운 핏물이 우수수 떨어졌다.

핏물을 뒤집어쓴 수뇌부들이 하나같이 동요하고, 그들의 가장 정점에 서 있던 남자.

사다트가 사라진 지금, 이슬람 세력의 최정점에 가장 가까운 자.

술라이만이 침착한 눈동자로 박기혁을 노려봤다.

“누구의 의뢰를 받고 이 몸을 죽이러 든 거냐.”

“이 몸?”

박기혁의 입에서 풋, 웃음이 새어 나왔다. 저쪽 미국에 있는 용가리의 말투랑 비슷해서.

하지만 이를 모르는 술라이만은 그 모습에 바짝 긴장했다.

“약속하지. 얼마나 받았든 4배를 주겠다. 역으로 의뢰자를 죽여 준다면 의뢰금의 10배를 주지.”

“이야, 센데. 내가 얼마를 부를 줄 알고?”

“상관없다. 네가 얼마를 부르든, 우리는 그보다 많은 부를 가지고 있다. 부를 가지고 싶나? 우리와 손을 잡자.”

“호오.”

박기혁이 의연하게 말하는 술라이만을 보다 피식, 비웃는다.

“웃기시네. 도망가려다가 퇴로가 막혀서 못 나간 주제에 폼이란 폼은 다 잡고 있어.”

“……!!”

얘들이 무슨 신념이나 자존심 때문에 남은 게 아니다.

다 박기혁이 사전에 이곳을 봉쇄해서 못 나간 거다.

그런데 부를 주겠다니, 뭐라니, 개폼을 잡고 있으니 박기혁 입장에서 우습지 않겠나.

“좋은 시도였는데, 아쉽게 됐다.”

“잠깐!”

“잘 가라.”

어둠이 몰려든다.

사방이 어둠으로 뒤덮이자, 중력이 사라지며 모두가 허공으로 떠오른다.

마치 우주처럼 광활한 어둠.

그리고 그 어둠을 뚫고 나오는 것은.

촉수.

진액을 가득 머금은 촉수였다.

허무 심연충

虛無 深淵蟲

“쓸데가 있으니까, 기억만 뽑자.”

촉수들이 머리에 박히고, 잠시 뒤 어둠이 걷혔을 때, 박기혁은 현장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다음 날.

술라이만의 실종이 알려지며 대(大)이슬람 내전이 발발한다. 후에 단일 종교 내전으로는 가장 규모가 크다고 기록될, 그들만의 상잔이었다.

*   *   *

“에우리아!!”

“잠깐만요.”

소리친 에우리아가 마지막으로 거울을 보며 치장한다.

벌써 몇 번째 반복되는 행위. 수호령이 되고서 이렇게 거울을 본 적이 있나 싶지만, 오늘만큼은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싶었다.

그때 다시 들려오는 앳된 목소리.

“아줌마!!”

헤나의 목소리에 에우리아가 저도 모르게 웃는다. 거울 속 그녀는 기쁘면서도 슬픈 미소를 짓고 있었다.

딸이 안전해진다는 기쁨과, 딸을 떠나보낸다는 슬픔.

이 오묘한 감정이 그녀의 마음을 흔들어 댔다.

“아줌마아아!! 빨리 와아!”

“가요!”

서둘러 입술을 칠하고 나가니, 전부 에우리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 없는데 늦을래.”

퉁명스러운 박기혁이나.

“너는 말을 해도 좀! ……호호. 빨리 오세요.”

그런 박기혁을 나무라는 진유리나.

“봄이는 아빠하고 언니 중간에 있을래. 버찌는 언니 머리 위에 있고. 포실아, 넌 어깨에. 크기 좀 줄이고.”

자신의 사역마들을 지휘하는 박봄.

그리고 사랑스러운 얼굴로 이쪽을 향해 손짓하는 하나뿐인 그녀의 딸, 헤나까지.

“여기. 아줌마, 여기. 내 옆에 자리 맡아 놨어!”

박기혁과 진유리, 그리고 박봄과 헤나가 나란히 서고, 그 옆에 에우리아가 섰다.

봄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찍찍이한테 명령한다.

“하나둘셋 하면 찍어.”

하나.

옷을 정돈하고.

둘.

환하게 웃는다.

셋.

가장 밝은 모습으로.

찰칵.

그렇게 박기혁과 식구들은 한 장의 사진을 남기고 귀국길에 올랐다.

그리고, 에우리아 의자 맡에 걸려 있는 사진에는 ‘엄마, 사랑해요.’라는 인사가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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