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술 명가의 마왕님-169화 (169/247)

<검술 명가의 마왕님 169화>

암전이 된 오브.

흡사 커다란 흑진주 같던 오브에서 ‘띠릭’ 소리와 함께 빛이 출렁인다.

작은 픽셀 단위로 색이 바뀌기 시작, 곧이어 오색찬란한 빛으로 뒤덮이는 오브.

어두운 표면이 투명하게 빛나길 잠시…….

투명한 표면으로 보이는 형체는.

빵실빵실한 봄이의 턱이었다.

“……떠! 찍찍아, 눈 뜨라고!”

‘찍찍이 Plus’ 가동

……방송 On

봄이의 일기장, 시작!

*   *   *

안녕하세요.

내 이름은 박봄. 자랑스러운 아빠 딸이에요.

나이는 8세! 아직 생일 안 지났지만, 1월 1일 지났으니까 8살이란 말씀!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다구요! 이제 봄이도 교복 입는단 말이죠. 에헴~!

글쎄, 할머니가 보여 준 교복이 얼마나 예쁘던지, 벌써부터 가슴이 콩닥거리는 거 있죠. 이게 어떻게 생겼냐면 요렇게 생긴 리본이…….

“……냐아아앙- 냥-!(언니, 엉뚱한 이야기하지 말랬지!).”

“미안, 미안.”

“그르릉~!(집중해! 카메라 켠다.).”

“응!”

미안합니다아…….

버찌가 찍찍이를 들면 예민해요. 이해해 주세요.

아, 버찌는 봄이 동생이에요. 찍찍이는 아빠가 만들어 준 카메라고요. 이름이 촬영용 감지이…… 여튼 긴 이름의 오브예요.

이 찍찍이는 버찌가 제어해요. 방금 고양이 목소리가 난 것 같다구요? 맞아요! 버찌는 냥이에요.

그게 왜요?

냥이 동생 처음 봐요?

“키야악~!!(언니이~!!).”

이크!

또 혼났잖아요. 빨리 시작할게요.

여기는.

“이집트랍니다아~!”

……

우리 가족은 배를 타고 여행할 거예요.

크, 크루…… 뭐더라, 분명히 들었는데. 호텔이 안에 있는 대따 큰 배인데…….

“크루즈선.”

“맞아! 크루즈선!”

크루즈선이에요!

고마워요, 딸기 언니.

이집트는 큰 강이 지나간대요. 그래서 이 배를 타고 여행을 할 수 있대요.

봐요. 강으로 작은 배가 엄청 많이 다니잖아요!

“언니. 배야, 배!”

“요트란 거야. 어때. 멋지지?”

“귀여워! 봄이도 요트 가지고 싶어.”

“그래? 언니가 사 줄게.”

“언니 최고. 히히.”

더 놀라운 건요! 이 강이 아프리카 곳곳으로 향한다는 거 있죠!

가이드 아저씨의 말을 들어 보면요, 강 이름이 나일강이래요.

이 나일강이 세계에서 제길 긴 강이란 거 있죠. 놀라워라! 근데 이게 원래는 이렇게 배가 지나갈 정도는 아니래요. 이후로는 어려운 이야기라 딸기 언니한테 설명해 달라고 말해 볼게요.

딸기 언니, 나와 주세요!

“쉽게 말하면 길이 정돈되지 않았다는 거야. 어느 구간은 넓은데, 어느 구간은 좁고, 때론 비포장도로도 나오고 사람 하나 지나갈 골목도 나오는 거지.”

“거기다 지금처럼 아프리카 곳곳에도 퍼져 있지 않았어. 길긴 해도 몇몇만 혜택을 받았거든.”

“이걸 수호령 에우리아가 넓혀서 아프라카 전 대륙으로 수로를 연 거야.”

들었어요? 이렇대요.

솔직히 봄이는 중간부터 모르겠어요. 헤헷.

어쨌든 에우리아 아줌마가 이 땅을 위해 직접 나섰고, 아줌마는 착한 사람이라는 거예요. 아빠도 그랬어요. 에우리아 아줌마가 요정 이모랑 비슷하다고.

그럼 요정 이모는 착하니까, 당연히 에우리아 아줌마도 착하겠죠?

헤헤. 빨리 만나고 싶다.

응? 말 안 했어요? 봄이 에우리아 아줌마랑 만나기로 한 거.

헤에, 말 안 했구나. 미안해욧!

……

에우리아 아줌마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요정 이모가 에우리아 아줌마에 대해 말한 게 있어요.

“에우리아는 바보예요. 착한 바보요.”

“적당히 착해야지, 바보처럼 다 퍼 줘요. 인간을 사랑해서라는데, 가끔은 그 정도가 과하다고 느껴질 정도에요.”

원래 아프리카가 엄청 가난했대요. 가진 건 많았는데 서로 싸우기 바빴다고 하더라고요.

에우리아 아줌마는 이런 어른들을 잘 다독여서 서로 친하게 지내게 만들었대요. 마치 선생님처럼요.

그런데 봄이는 알아요.

우리 유치원에서 민재랑 현우랑 맨날 싸우거든요? 그러면 선생님이 말리면 화해해요. 근데 내일이면 결국 또 싸우거든요?

이 말을 하자, 요정 이모는 고개를 끄덕이며 제 머리를 쓰다듬어 줬어요.

“맞아요. 봄이가 지혜로워요. 깨진 그릇은 다시 복구할 수 없어요. 그걸 억지로 봉합해 봤자, 잠시뿐이죠. 인간관계도 같아요. 싸우는 사람은 매번 싸우기 마련이죠.”

에우리아 아줌마는 너무 착해서 버릴 줄 모른대요.

그래서 불쌍한 부족을 거두고, 안타까운 인간들을 거두고, 손길이 가는 데로 품다 보니 ‘아프리카 연합’이 탄생하게 된 거래요.

“봄이 양, 생각해 보세요. 저기 노란 꽃들이 만발한 화단에 회색 꽃이 들어가면 어떨까요?”

“맞아요. 이상해요. 저는 그걸 ‘조화’롭지 못하다고 봐요. 진정한 조화란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릴 줄 알아야 해요.”

요정 이모는 에우리아 아줌마에게 버림의 미덕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봄이는 아직 어린가 봐요. 잘 모르겠어요.

다만.

아빠처럼 강해지면 다 품을 수 있지 않을까요?

봄이는 그렇게 생각해요.

히히.

……

저녁 시간이에요.

원래는 봄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인데요, 솔직히 말할게요. 여기 음식은 봄이한테 꽝이에요.

이 붉고 요상한 가루가 향신료라던데, 너무 냄새가 세요.

그래서 이 시간에 딴 이야기할게요.

아프리카 연합은 어떻게 이뤄졌나!

두두둥, 타앗!

“봄아, 이거 먹…… 응? 카메라 아직도 안 껐어?”

“여행 끝날 때까지 찍을 거야! 언니, 인사해 줘.”

“응? 여기에?”

“응! 거기야. 버찌가 앉아 있는 찍찍이. 거기.”

“아, 안녕하세요? 저는 진유리라고 합니다…… 됐니?”

“응! 고맙습니다아!”

“헤…… 이게 재미있나 보네?”

“응응! 봄이 일기장이야. 여행은 모두 여기에 기록해.”

“그래, 그렇구나. 알았어.”

오늘 봄이한테 ‘아프리카 연합’에 대해 가르쳐 줄 선생님은 딸기 언니에요.

이름은 진유리.

봄이의 가장 1등 친구이자, 가족이에요.

“음, 사실 아프리카 연합은 하나부터 열까지 수호령 에우리아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대단해. 이거 모두 에우리아 아줌마가 만든 거야?”

“대단하지. 대단한데, 마냥 대단하다고 하기에는 뭐해요.”

“왜?”

“조금씩 부서질 조짐이 보이고 있거든.”

“어려워. 조금 쉽게 말해죠.”

“어떻게 설명할까…… 아! 봄이, 언니랑 블록 놀이 많이 했지? 성 쌓는 거.”

“엉! 그거 재미있지!”

“성 쌓을 때 막 틈이 안 맞는 것들끼리 뭉치면 어떻게 해?”

“삐뚤빼뚤 올라가. 못나게 완성돼.”

“또?”

“또…… 아! 부서지기 쉬워! 블록 병사가 몇 번 부딪히면 부서져.”

“맞아. 그거야. 에우리아가 아프리카 연합이라는 성을 쌓았어, 근데 너무 마구잡이로 쌓은 거야. 세모 블록 위에 네모를 올리고, 다섯 개짜리 블록 위에 여덟 개짜리 블록을 올리고.”

“그러면 안 되는데. 무너지는데…….”

“그래, 무너져. 현재 아프리카 연합이 딱 무너지기 직전의 블록 성 같은 거야.”

요정 이모의 말과 비슷해.

슬퍼, 에우리아 아줌마가 얼마나 힘들까.

만나면 꼭 안아 줘야겠어요.

……

이집트에 온 지 일주일이에요. 언니가 그러는데 이제 볼 건 거의 다 봤다는 거 있죠.

그래서 오늘은 오랜만에 가족 쇼핑을 하기로 했어요!

“어머어머. 이거 봐, 봄이야. 옷 너무 예쁘다. 인형 같아. 사자. 이건 사야 돼.”

“야, 쓸데없는 거 좀 그만 사. 그거 다 짐이야.”

“왜! 예쁘기만 한데! 봐봐. 얼마나 예뻐.”

“집에 옷이 한가득이다. 그러다 그거 다 버린다.”

“버리긴 왜 버려. 다 입힐 거야.”

“너 그거 낭비야.”

“낭비든 말든, 내가 내 돈으로 봄이 옷 사 주겠다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야.”

“너는…… 잘 들어. 봄이 이제 교육에 힘써야 할 때라고. 근데 네가 낭비해 봐. 봄이가 뭘 배우겠어.”

“허? 날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나 진유리야. 낭비? 내 기준에서 이건 낭비도 아니거든. 그리고 교육, 너 말 잘했다. 안 그래도 한 번 짚고 넘어가려고 했어.”

“뭘?”

“너 욱하는 성질, 그거 좀 고쳐! 봄이 교육에 안 좋은 건 이런 옷 쪼가리가 아니라, 네 그 더러운 성질머리야.”

“뭐, 뭐라고? 성질머리?”

“그래, 성질머리!”

“그럼 사우디에서 봄이 건드린 것도 참아?”

“아, 그건 예외.”

“언니! 아빠! 또 싸우는 거야?”

“싸, 싸우긴. 아빠 싸우는 거 아니야.”

“마, 맞아. 언니랑 아빠랑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치?”

“그러엄.”

아니에요.

싸우는 거 맞아요.

딸기 언니는 용이거든요. 아빠는 호랑이잖아요.

할머니가 그러던데, 용과 호랑이가 만나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박 터지게 싸운대요.

그래서 이걸 ‘용호상박’이라고 한대요.

“이 쥐방울이…….”

“웃겨!”

“아직 여의주도 형성 못 한 지렁이가!”

“그러는 넌 덩치만 큰 고양이지!”

헤헤.

맞는가 봐요.

……

자 여러분!

여기가 바로 피라미드랍니다!

“우와, 짱짱 커!!”

미쳤어! 미쳤어!

끝이 보이지 않아.

이걸 기계도 없이 사람 손으로만 쌓았대요. 헤, 대단해에!

놀라지 않던 아빠도 피라미드를 보곤 감탄했어요.

“휘유우. 대마법 방어진을 이렇게 무식하게 지어 놔? 신박하네. 도시 전체에 마나가 흐른다고 했더니, 이게 범인이었구만.”

“유럽이랑 대차게 싸웠잖아. 방어하려면 어쩔 수 없었겠지.”

“이해는 되네.”

아빠가 그러던데, 도시 전체에 얇은 막이 씌워져 있대요. 그래서 외부에서 마법이 날아와도 전부 막아 낸다고 해요. 대단하죠.

사막은 더 대단해요.

여기 있는 모래가 전부 ‘샌드 골렘’이 될 수 있대요. 사막이라 모래가 끝도 없이 많은데 전부 골렘이 될 수 있다면 골렘이 얼마나 많다는 건가요!

감탄이 나오는데, 한편으로는 조금 슬펐어요.

“언니.”

“응?”

“이것도 에우리아 아줌마가 세운 거야?”

“그렇지.”

“아줌마 노력 많이 했구나.”

모든 걸 품으려면, 전부를 지키려면, 이렇게 노력해야 하나 봐요.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이런 생각이 들어요.

“봄이도 열심히 노력해야겠다.”

이제 저희는 에우리아 아줌마를 보러 갈 거예요.

그럼 다음에 또 켤게요.

……방송 Off

*   *   *

게이트에 들어선 박기혁과 일행 앞에 한 여자가 다가온다.

거뭇거뭇한 피부와 곱게 땋은 흑발. 서양인 특유의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미녀.

아프리카 연합의 정신적 지주.

에우리아였다.

“환영합니다, 친구의 친구여. 에우리아라고 합니다.”

*   *   *

박기혁과 진유리가 에우리아와 이야기하는 가운데, 지겹던 박봄은 자리를 빠져나와 숲으로 향했다.

“여기도 엄청 크구나.”

요정 이모가 사는 곳이랑은 비슷한데 달라.

나무가 있는 것은 비슷하다. 위그드라실이 사는 ‘지혜의 숲’도 나무 천지니까.

다만 잎이 차이가 있다.

지혜의 숲은 잎이 동글동글하고 귀엽게 생겼다면, 여기는 길쭉길쭉하고 크다.

벌레도 엄청 많고.

“엄청 커.”

무슨 지렁이가 봄이 손바닥만 해?!

옆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꺾어 콕콕 찔러 본다. 지렁이가 움찔움찔했다. 반응하는 게 조금 귀여운 것 같아.

“만져 볼까?”

거부감이 들면서도 기대된다.

무슨 촉감일까. 말랑말랑할까?

좀 께름칙하지 않을까.

나뭇가지를 세워 지렁이를 올린 다음 손가락 끝을 살짝, 아주 살짝 대어 본다.

그 순간.

찌르르르~.

“으으으으~.”

뭔가 묘해.

한 번은 해 볼 만한데 두 번은 못 하겠다.

지렁이를 내려다 놓은 봄이는 눈앞에 펼쳐진 숲을 보며 고민했다.

‘한번 들어가 볼까?’

현재 선택지는 두 개다. 저길 들어가든지 아빠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든지.

잠깐 고민하던 박봄의 선택은 전자였다.

‘어쩔 수 없어. 거긴 너무 지겨운걸.’

풀을 젖히며 숲 안으로 들어섰다.

일단 숲으로 들어서자, 박봄은 확실히 알았다. 위그드라실의 ‘지혜의 숲’이랑은 전혀 다른 숲이라고.

밖에서 슬쩍 볼 때는 나뭇잎이나 벌레들이 좀 크고 많은 거였다면, 숲 안쪽으로 조금만 들어오자 정말 미로처럼 넝쿨들로 가득했다.

풀잎은 얼마나 억센지 찔리면 피가 찔끔 나올 것만 같다.

“안 되겠어.”

상처가 나면 아빠하고 언니가 걱정할 게 뻔해.

일단 눈치를 슬쩍 본다.

“보는 사람 없지?”

없다.

“요정 이모 집에서는 능력 써도 댔으니까.”

에우리아 아줌마 집에서도 써도 되겠지.

완벽해. 빈틈없어.

박봄은 자신의 논리에 고개를 끄덕이며 힘을 개방했다.

얼라이브

Alive

박봄의 등 뒤로 하얀 원형의 헤일로가 떠오른다.

헤일로의 안에 역(域) 육망성이 완성되는 순간, 한 쌍의 날개가 박봄의 등 뒤로 뻗어 나왔다.

파닥파닥.

큐피트의 날개처럼 앙증맞은 날개가 파닥였고.

“가자.”

박봄이 사뿐히 날아올랐다.

넝쿨을 밟고 하늘 끝까지 솟은 나무를 밟고 다시 도약, 거침없이 숲을 활보했다.

“좋아! 적응했어!”

패턴 파악 끝.

속도를 높이자.

전력으로 나무를 차자, 박봄이 번쩍이며 튕겨 나갔다.

날카로운 잎사귀가 봄이의 뺨을 때렸지만, 괜찮다. 지금의 봄이는 ‘날개’를 펼친 상태. 웬만한 물리력은 박봄을 해하지 못한다.

“신난다~.”

콩-! 콩-! 콩-!

나무를 폴짝폴짝 옮겨 타며 바람을 즐긴다.

실수로 벌집을 건드릴 뻔했지만 그 순간 박봄의 몸에 잠들어 있던 검호의 피가 반응, 경이로운 반사 신경으로 벌집을 피하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나름 숲에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박봄의 깊은 뜻이었다.

하지만 일단 인간이 이 정도로 휘젓기 시작했을 때부터 숲이 조용하기는 불가능. 특히나 곤충들은 인간의 둔한 감각보다 몇백 배는 예민한 생물들이다.

박봄이 지나가는 길마다 거미들이 몸을 숨긴다. 풍뎅이들도 나무 아래로 숨어들고 개미들은 다급히 집으로 돌아간다.

날벌레들도 다를 바 없다. 박봄이 “야호!” 소리를 지르며 자유를 만끽할 때마다 날벌래들은 혼비백산 날갯짓을 하며 도망가기 일쑤였다.

그렇게 박봄은 조용하던 곤충계에 태풍을 몰고 왔고, 이를 보다 못 한 이가 박봄의 앞을 가로막는데.

“야!! 멈춰!!”

“으응?!”

앞을 가로막는 인영에 급히 공중을 회전하며 땅에 안착하는 박봄.

“깜짝이야! 갑자기 앞을 가로막으면 어떡해!”

“너야말로 왜 자고 있는 내 ‘친구’들을 괴롭히는 거야!”

“친구들? 무슨 말이야. 봄이는 아무도 괴롭히지 않았어.”

“모른 척! 너 아주 나쁜 아이구나.”

“봄이는 나쁜 아이가 아니야!”

“아냐, 넌 나쁜 아이야!”

“익! 너 나와! 얼굴 보고 이야기해!”

인영이 나무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에우리아가 입었던 하얀 천 옷을 입고.

에우리아와 비슷한 머리 스타일에.

에우리아와 비슷한 피부색을 가진.

박봄 또래의 소녀.

“너 나빠! ‘헤나’가 혼내 줄 거야!”

소녀의 등 뒤로 무언가가 활짝 펼쳐졌다.

그것은 거미의 다리였다.

“잠깐만!! 오해야!”

다급하게 손사래 치는 박봄.

“몰라! 맞아!”

거미의 줄을 뿌리며 달려드는 헤나.

5대 에이전트였던 옵티멈을 세계 최정상에 올릴 두 여자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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