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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명가의 마왕님-154화 (154/247)

<검술 명가의 마왕님 154화>

박기혁이 알파를 생포하면서 셀루티스의 일본 점령은 막을 내렸다.

이제 남은 건 뒷수습인데…….

보다시피 문제가 많았다.

수호령 ‘아크 엔젤’ 거짓이었다!

<충격> 일본을 점령한 ‘거짓된 존재’ 셀루티스의 우상으로 밝혀져!

국가적 사기극! 일본, 최악의 오욕을 뒤집어쓰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초인 범죄를 수면 아래에서 처리한다.

이 사회의 주 구성원은 비(非)초인들이니까.

아무리 초인들이 국가 무력의 중요 부분을 담당한다고는 해도 한 나라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건 비초인, 즉 민간인들이다.

이런 민간인들이 ‘마나’라는 단어를 주야장천 기사에서 본다고 하면 어떨까?

공감도 못할뿐더러, 상대적 박탈감마저 들 수 있다.

더욱이 이건 그냥 초인 범죄도 아닌 ‘빌런’, 그것도 3대 빌런이라 불리는 세계구급 빌런 ‘셀루티스’가 벌인 일이다!

정말, 웬만하면…… 아니, 간절히! 세계 전부가 이 사건을 조용히 처리하고 싶어 했다.

실제로 중국 같은 경우는 공산당 주도하에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차단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일본 사태는 앞서 말한 것처럼 너무 컸다.

너무 커서 감추기에 불가능한 사이즈가 돼 버린 것이다.

그릇된 판단이 불러온 참혹한 결과.

잿더미로 변한 ‘도쿄’ <사진>

옵티멈 “아크 엔젤은 수호령이 아니다.” 마지막까지 경고한 것으로 드러나.

세계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던 일본. 그 일본의 수도, 도쿄가 깡그리 무너졌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는 어느 외신 기자의 기사처럼 도쿄의 형상은 온데간데없고, 불타 버린 잿더미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인프라의 붕괴.

대체 이걸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감도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크 엔젤이 박기혁에게 무력화되며 촘촘히 얽혀 있던 지배의 고리가 붕괴.

이제껏 감춰 뒀던 ‘생명’이란 리스크가 한번에 터진 것이다.

문제는 도쿄가 아니다!

<현장 입수> 급격히 노화되는 도쿄 시민 <사진> <사진> <사진>……

자신을 22살이라 주장하는 시민 <휠체어 탄 남자 사진>

하루아침에 늙어 버린 젊은이들.

작게는 10년, 많게는 수십 년…… 급격한 노화에 생체 시계가 붕괴되며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고장이 나기 시작.

전부 드러눕게 된다.

때아닌 의료 붕괴 현장. 이게 무슨 일?!

병원인가 장례식장인가. 하루마다 사람이 죽는다.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률 급증.

의료진 “대부분이 노화로 인한 합병증.” 치료가 가능하냐는 물음에 고개를 젓다.

“병상이 부족하다. 도와 달라.” 세계에 보내는 간절한 외침.

옵티멈 기자 회견 “일본의 ‘우상’이 만들어 낸 기적은 수명을 담보로 했다.”

도시가 무너졌다.

수도가 잿더미로 변했다.

국가 기반 시설이 사라졌단 뜻이고…… 즉, 국가의 모든 업무가 마비됐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를 다시 세울 노동력마저 사라졌다.

아크 엔젤에게 ‘기적’을 받은 연령 중 20대와 30대가 가장 많았다는 게 치명적이었다.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

그래서일까? 문제를 외부에서 찾는 이들이 등장한다.

옵티멈은 이미 알고 있었다?

구출한 시민들에게 새겨 넣은 ‘문신’ 그 증거.

日 ‘일부 의원’ 한국의 옵티멈이 이번 사태에 연루됐을 가능성 주장.

극우 단체 “그들의 발 빠른 대처가 의심스럽다.” 시위에 나서.

하나 그들의 주장은 힘을 얻지 못했는데.

자국의 국토에 미사일을 쏜 사상 초유의 사태 때, 후쿠오카에서 가장 먼저 구호 활동을 벌인 사람들이 옵티멈이다.

현재 도쿄 인근에 발생한 레드 게이트를 컨트롤하는 것도 옵티멈이었다.

“제발 쓸데없는 소리 좀 하지 마!”

“너희들이 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막말로 옵티멈이 손 털면 곤란한 건 우리야.”

“도쿄 인근을 휘젓는 저 예티, 미노타우로스, 파이어 버그. 얘들 막을 수 있나?”

“각 도지사들은 반한(反韓) 감정을 철저히 통제해야만 한다. 지금 우리는 자생할 능력이 전무하다.”

어느 일본 기자의 말이 딱 맞다. 인력도, 무력도……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이 말대로 현재 일본에는 초인이 거의 없다.

생각해 봐라. 일본의 화족들은 무자비한 탄압을 피해 인접한 한국으로 피신했고, 기존의 초인들은 셀루티스의 선동에 대거 사망했다.

남아 있는 이들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정작 반응은 냉담했고.

“국가는 우리를 보호해 주지 않았다.”

“버릴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거들어 달라고?”

“퉤! X같은 나라. 됐어. 난 이민 갈 거야. 한국에 에이전트 알아 놨어.”

결국 책임의 화살은 돌고 돌아.

<특종>노다 총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

유서로 보이는 문서. “내가 내가 아니게 됐다…….”

총리만이 아니다? 내각 구성원 중 절반 이상이 참담한 선택.

쓰러진 일본. 어느 하나 정상이 없다.

끝을 알 수 없는 일본의 추락.

일본의 추락은 현재 진행형이었다.

*   *   *

“……남의 불행으로 돈을 벌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죠.”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됐네.

이제는 진짜 옵티멈의 마녀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을지도…….

김연희가 서류에 찍혀 있는 천문학적인 숫자를 보며 씁쓸하게 웃자, 마찬가지로 서류에 파묻혀 있던 비서실장이 담담히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충분히 경고했고, 일본의 현 상황은 저들이 초래한 겁니다.”

누구보다 발 빠르게 구조에 나서 피해를 줄였다.

사실 후쿠오카에서 옵티멈이 나설 필요는 없었다. 그냥 계약 대상인 일본의 혈족들만 태우고 한국으로 복귀해도 그만이었다.

실제로 몇몇 팀장들도 이 부분을 지적했다. 왜 여기서 우리가 위험을 무릅써야 하나.

이런 그들을 말린 건 김연희였다.

“사람은 살려야지 않느냐며 설득한 건 대표님이셨습니다. 사비까지 들여 가며 수당을 맞춰 줬죠. 심지어 가족마저 보냈습니다.”

파이브 시스터즈를 움직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파이브 시스터즈는 동맹이 아니다. 이들을 엮고 있는 건 철저한 비즈니스다.

움직일 생각이 없던 파이브 시스터즈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내줘야 했고.

옵티멈이 내준 것은 ‘인공 정령석’의 지분이다.

비록 제값을 주고 팔았지만 인공 정령석은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천문학적인 가치를 지닌다. 팔아 준 것만으로도 엄청난 선물인 셈.

“이보다 더 잘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저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마치 제 일처럼 분개하는 비서실장.

그의 입장에서는 누구보다 존경하는 김연희가 매도당하는 게 분했고, 이제껏 쌓아 뒀던 분노가 폭발한 거였다.

김연희는 그런 비서실장을 물끄러미 본다.

어지간히 억울한가 보네. 그래도 자기 대신 화를 내 줄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고맙다 ‘찬우’야.”

“대, 대표님…….”

“누나가 딱히 줄 건 없고, 연봉 올려 줄게.”

“……!!”

간질간질한 분위기는 여기서 끝.

김연희가 ‘짝짝’ 박수를 치며 분위기를 환기한다.

“그럼 비서실장님, 이후 일정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음, 일단 레드 게이트는 어떻게 되죠?”

“도쿄 인근에 있는 레드 게이트는 한 곳을 빼고는 모두 파이브 시스터즈가 맡기로 했습니다.”

“한 곳은 파이어 버그? 거기죠. 연합군에게 넘기기로 한 게.”

“네, 맞습니다.”

“쯧, 걔들도 체면치레는 해야죠.”

사실 이번 일로 제일 체면을 구긴 건 연합군이다.

파이브 시스터즈가 움직일 동안 손가락만 빤 것.

그래, 여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이 손가락만 빨게 된 경위에 ‘셀루티스’의 로비가 있었다는 정보가 도쿄에서 입수됐다.

물론 정보는 최고 등급의 극비로 분류되며 몇몇밖에 몰랐지만, 어쨌든 셀루티스에게 놀아난 꼴이란 사실은 변함없었다.

“레드 게이트는 그렇게 처리하고, ‘나머지’는요?”

“거기는 일본 내각과 합의하고 있습니다. 아마 관세 없이 전부 저희가 가질 수 있을 겁니다.”

“후우~ 굉장하네요.”

현재 사람들의 이목이 도쿄의 레드 게이트에 집중되고 있지만, 사실 이게 끝이 아니다.

셀루티스는 일본 전역에 있는 블루 게이트에 작업을 진행했다. 저주받은 성물과 ‘인간’을 바쳐 레드 게이트로 만들려 한 것.

이렇게 오염된 게이트가 일본 내 총 게이트의 절반이 넘었다.

그나마 파이브 시스터즈가 개입해서 어느 정도는 수습했지만, 그중 도쿄 인근의 몇 개는 레드 게이트에 거의 근접했고, 대부분은 퍼플 게이트로 변해 있는 상황이었다.

“이 게이트를 전부 저희가 클리어한다면…… 손해는 충분히 메꿔질 겁니다.”

“메꾸고도 남겠죠.”

아무리 일본의 게이트가 모자란다고 해도, 국가적인 시선에서나 그렇지 에이전트 단독으로 처리한다면 과하다 못해 넘친다.

그나마 옵티멈이니 가능한 것.

“워낙 내각이 어수선해서 일본은 이 정도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다음은 화족 동맹인데.”

“왜요? 설마 말을 바꿨나요?”

원래 사람 마음이란 게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고, 보상 지불을 미루다 끝내 말을 바꾸는 양아치 짓은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특히나 화족 동맹이 약속한 것은 그들이 지닌 ‘혈족’의 모든 정보.

그들의 입장에서는 이제 좀 살 만하니까 죽어도 못 준다, 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그건 아닙니다만.”

“그럼 무엇인가요?”

“그게…….”

비서실장이 머리를 긁적이더니.

“준답니다. 대신 박기혁 씨를 만나고 싶어 합니다.”

“기혁이를요?”

“네.”

이번 일본 사태 최고의 수혜자는 파이브 시스터즈도, 옵티멈도 아니다.

바로 박기혁.

산군과 백호와 함께 셀루티스의 방어선을 해체.

앞선 둘이 최고 레벨의 초인이라고 생각한다면 호흡을 맞췄다는 것만으로도 최소한 동수라는 것.

20대 초반에 이 정도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 준 초인은 드물었고, 이렇듯 박기혁은 충격적인 글로벌 데뷔로 세계의 관심을 갖게 된다.

뭐, 진실을 아는 김연희 입장에서는 그것보다 더 충격이었지만, 제삼자의 시선에는 노출된 이것만으로도 충격적이었다.

“아무래도 기혁 군 줄에 서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줄이요?”

“왜, 일본 쪽이 잘하는 거 있잖습니까. 혼인 동맹이나 그런 거.”

“아하…….”

김연희는 안심했다.

넘어가도 되겠네.

동시에 문자를 넣었다. 요즘 자주 문자하고 지내는 싹싹한 아이한테.

“그런데 기혁이는 언제 온대요?”

“지금쯤 오고 있을 건데…… 공항에 비서실 직원이 대기 중이니, 도착하면 바로 연락이 올 겁니다.”

“그래요.”

“보고 싶으신가 봅니다.”

“그것보다는 혹시나 한국까지 날아올까 걱정돼서죠.”

“하하. 기혁 군이라면 그러고도 남을 것 같네요.”

도와줄 게 없냐는 박수혁의 물음에 박기혁이 뱉은 말.

“미안한데, 뒷정리 좀 부탁해 형. 빨리 집에 가고 싶어.”

도쿄로 진격하기 전에 한 말이, 빨리 집에 가고 싶단다.

셀루티스를 홀로 때려잡을 만큼 파괴적인 무력의 박기혁이었지만, 가족들에게는 그저 귀여운 막둥이일 뿐이었다.

김연희는 막둥이를 생각하며 미소를 짓다 당차게 말했다.

“빨리 일하죠.”

저녁은 함께 먹어야 하니까.

그리고 그 시각, 박기혁이 공항 게이트에 모습을 드러내는데.

*   *   *

“아빠아아아!!”

“봄아아아아!!”

폴짝폴짝 뛰는 봄이를 번쩍 안아 들었다. 꺅꺅, 자지러지게 웃는 우리 봄이.

그런데 얼굴에 뭔가 떨어졌다.

물이다.

눈물.

울면서 웃는 봄이.

“우리 봄이.”

“아쁘아아아.”

“왜 울어.”

“보고 싶었어.”

“아빠두.”

“히잉.”

울먹거리며 빵빵한 볼따구니를 내 볼에 부비는데, 가슴이 울렁울렁한다. 생전 느껴 보지 못한 감정.

정신계 마법을 당한 건가, 막 가슴이 쓰리고 아프다. 그러며 나도 모르게 눈에 물이 고여 오는데.

미치겠다. 감당이 안 된다.

갑자기 내가 미워진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귀한 내 새끼를 놔두면서까지 빨빨빨 기어 다녔나. 며칠 전의 내가 앞에 있었다면 바로 턱주가리를 날렸을 거다.

“이제 아빠가 어디 안 갈게. 으차!”

번쩍 들어서 어깨에 올려 뒀다.

“응? 우리 공주님 못 본 사이에 좀 큰 것 같네?”

“진짜? 봄이 컸어?”

“확실해. 아빠의 눈은 속일 수 없지.”

3.3센티? 조금인데 체감상으로는 엄청 큰 건 같다.

“헤헷. 밥 많이 먹었지롱.”

“시금치도?”

“시금치는…….”

데굴데굴, 눈을 굴리는 봄이.

키가 3센티나 컸어도 아직 시금치는 무리인가 보네.

미소가 지어진다.

행복이 별거인가, 가족과 함께 있는 이게 행복인 것을.

그렇게 나와 봄이는 미뤄 뒀던 이야기를 하며 집으로 향했다.

……

“아! 아빠가 봄이 선물 많이 가져왔어.”

“뭔데! 뭔데!”

“기대해도 좋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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