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명가의 마왕님 142화>
수많은 기계를 만들어 낸 기간트.
하지만 그녀에게도 실패작이 있다.
알파.
최초의 전투형 기계이자…….
동시에 최초의 실패작.
흔히들 알파 기어를 ‘자아를 갖춘 기계’라고 했지만, 사실 초기 알파가 지향한 바는 다르다.
‘자아를 갖춘 인간’이 아닌 ‘기계 인간.’
인간처럼 감정이 있는 기계.
박기혁이 호문클루스라 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전에도 말했든, 이 호문클루스는 절대 만들 수 없는 불가해의 영역이다. 기간트도 이를 극복할 수 없었고 계속해서 실패작을 내게 된다.
그러나 기간트는 포기하지 않았다.
오기가 생겨서?
아니, 흥미로워서. 너무 재미있었다.
이 영혼이란 영역이.
신세계였다. 파도 파도 끝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기간트는 결국 금단의 영역에 손을 대고 마는데.
“인간이 아니라면, 몬스터는 되지 않을까?”
그렇다.
우리가 최초의 워 아머로 아는 ‘알파’는 몬스터의 영혼으로 만들어진 변질된 호문클루스였다.
인간에 준하는, 아니, 오히려 인간을 넘어선 영역의 지능과 판단을 갖춘 기계.
그러나 기간트는 ‘영혼의 변질’을 생각하지 못했다.
특히나 몬스터의 영혼은 더욱 타락하기 쉬웠고, ‘알파’는 인간을 공격하는 것도 모자라 기간트의 명령을 거역하고 달아나게 된다.
대중들은 모종의 이유로 알파가 훼손됐다고 알고 있지만, 실상은 알파가 스스로 기간트에게서 도주한 것.
이에 기간트가 분노했냐면, 그건 아니다.
오히려 좋아했지.
“오래도록 계획했네. 흥미로워.”
기간트의 성격상 돌발 상황은 언제나 환영이었다.
그녀에게 이 모든 건 신선한 충격이었고 아직까지 영혼, 정확히는 호문클루스에서 손을 놓지 않는 이유였다.
다만 이후부터는 기계에 ‘영혼’을 넣는 일을 자제하게 됐고, 그에 따라 알파 기어만이 유일하게 ‘자아를 갖춘 기계’가 된 것이다.
……
…
기간트는 고개를 갸웃하며 한쪽 벽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거친 시멘트 벽면, 의문의 전구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
“흐응~.”
기간트는 자신이 만든 모든 종류의 ‘기계 작품’에 한 가지 관리 시스템을 심어 놓는다.
프로토콜 워 아머.
원래는 그저 별생각 없이 ‘메이드 인 기간트’라는, 일종의 원산지 표시에 불과했는데, 인간들이 호들갑을 떨며 기계에 ‘워 아머’란 이름을 붙였더랬다.
기간트가 친히 내려 준 명칭이니 신성하다나?
기간트는 이 ‘프로토콜 워 아머’를 통해 자신의 손을 탄 모든 ‘기계 작품’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그 ‘수명’을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이 벽면에 걸려 있는 전구들은, 기간트가 만든 기계들의 현재 상태를 나타내는 알림판인 것이다.
그리고 현재 기간트의 시선이 향한 곳은 이 전구들 중 가장 ‘첫 번째’, 왼쪽 상단에 위치한 전구였다.
“얘 봐라. 꽁꽁 숨어 있었으면서, 왜 이제야 기어 나왔을까?”
저 불빛의 주인.
알파.
감히 창조주인 자신의 명령을 거역하는 것도 모자라, 달아난 배은망덕한 놈.
그리고 한편으로는 기특한 놈.
기간트의 오점이자 자랑거리가 돌아왔다.
* * *
일본에 출현한 이형의 존재. 그 이형의 존재가 스스로를 ‘수호령’이라 칭하고 있다.
이 충격적인 사실에 옵티멈은 며칠째 초비상사태였다.
옵티멈 대회의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니터에 눈을 꽂은 채 한 손에는 전화기,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있었다.
“파이브 시스터즈 전부가 몰랐던 것 같습니다. 당황하는 것이 역력해 보였습니다. ‘로열 쉬벌리’는 이에 대해 ‘한국의 옵티멈이 인접 국가인 일본의 이상 상황을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하며 저희에게 정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진은커녕, 모습을 본 자도 없다고 합니다. 다만 일본 현 총리와 내각 주요 인물들은 자칭 ‘수호령’이란 존재를 인정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현재 일본의 모든 에이전트와 소식이 끊겼습니다. 저희와 협력 관계를 구축했던 곳은 물론이고, 일본 내 관련 사업을 등록한 모든 에이전트사가 거짓말처럼 잠잠해졌습니다.”
“대표님, 속보입니다! 방금 국방부에서 전해 오길, 일본 전역 ‘위성 관측’이 차단됐다고 합니다!”
자연히 김연희도 며칠째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
현재 그녀는 밀려드는 졸음을 카페인으로 틀어막은 채 일본의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하아, 여기까지 와서 괜히 기 싸움이야. 파이브 시스터즈에는 공식적으로 말하세요. 저희 옵티멈은 아무것도 모르며, 가장 당황스러운 건 우리라고요. 그래도 뭐라 하면 오히려 영국이야말로 일본의 우방 아니냐고 따지세요.”
“모두들 어떻게 해서든 정보를 구하세요. 사소한 것도 좋아요. 발가락 숫자, 손가락 숫자, 그게 무엇이든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최소한의 대응이 가능해요. 정보부가 힘 좀 써 주세요. 부탁할게요.”
“위성은…… 일단 스킵합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만 해요.”
그때, 방금 전 직원 전부에게 커피를 돌리고 나갔던 비서실장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땀을 흘리며 다급한 표정이 심각한 사태인 모양.
김연희가 빠른 걸음으로 비서실장에게로 향했다.
비서실장이 귓속말로 보고를 올렸다.
“지금 위그드라실 님이랑 연결됐습니다. 바로 가셔야겠습니다.”
“……!!”
김연희가 비서실장을 앞질러 나갔다.
대표실 안. 보안 회선으로 연결된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수호령 님. 김연희입니다.”
- 오랜만이에요, 연희 양. 많이 놀라셨을 테니 본론만 빠르게 말할게요.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여기는 것은 위그드라실도 마찬가지. 거두절미하고 본론을 말한다.
- 바다 건너 일본에서 나온 수호령은 저희와 같은 존재가 아니에요.
“공식적인 답변인가요?”
- 네, 제 이름을 걸고 말하죠.
“휴우…… 다행이네요.”
- 아직 다행이라고 말하기에는 일러요.
“그 말씀은…….”
- 수호령이 아닌 것은 맞아요. 근데 느껴지는 존재감이 심상치 않아요.
수호령은 아니다.
하지만 수호령에 준하는 힘을 지녔을 가능성 높다.
- ……저희는 제약이 있죠. 반면 이 미확인 존재는 제약이 없을 거예요. 인간에게 이게 과연 다행일까요. 저는 모르겠네요.
그제야 김연희의 얼굴이 심각해진다.
“위그드라실 님이 도와주실 수는…….”
- 안타깝지만 불가능해요. 이 땅을 침범한다면 어떻게든 조치를 취해 보겠지만…… 현재로써는 제가 힘을 쓰기에 허락된 상황은 아니에요.
“알겠습니다.”
- 아무쪼록 행운을 빌어요, 연희 양.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딸칵.
수화기를 내렸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함께 왔다.
수호령은 아니다.
다만 수호령이 아니기에 어디로 튈지 모른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김연희는 고민하면서도 할 일을 이어 나간다.
“비서실장님, 정보부에 전해 주세요. 일본에 출현한 수호령은 ‘수호령’이 아니다. 이를 전제로 조사 방향을 바꾸세요.”
“알겠습니다.”
비서실장이 급히 나가는 사이, 김연희도 수화기를 들었다.
5대 에이전트, 통칭 파이브 시스터즈의 비상 회선으로.
“위그드라실 공식 발표.”
“이형의 존재. 수호령 아닌 것으로 판명.”
“다만 이형의 존재가 가진 위험에 대해 경고.”
김연희는 사실만 간단명료하게 전하고 상념을 이어 나갔다.
현재까지 얻은 정보는 며칠 전, 일본의 신문으로 전해진 기사.
일본에 내려온 의문의 천사
새로운 수호령의 탄생?
일본에 신이 강림하다!
이게 전부다.
군중 속에서 무언가 빛나고 있는 사진.
그나마도 흑백인 사진 한 장이었다.
“……천사와 수호령. 신. 이 정보로 추측해 봤을 때 천사를 닮은 신이라는 건데.”
김연희는 천사와 비슷한 모습의 몬스터를 상대해 봤다.
여기서 한층 더 공교로운 점은, 이 몬스터는 ‘게이트’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이 모든 게 우연일까?
“아냐, 아냐. 섣부르게 판단하지 말자.”
진짜 천사인지도 모르고, 하다못해 저 빛의 색도 모른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감으로 움직이기에는 김연희의 손에 들린 것이 너무 많다.
“후우.”
그래, 차분히 기다리자.
겨우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이 쌍팔년도도 아니고, 정보란 게 그렇게 쉽게 통제될 수 없다.
“무언가 나온 뒤 움직여도 늦지 않아.”
그러나 이런 김연희의 결의는 공포에 질린 채 달려오는 비서실장의 한마디에 무너지는데.
“일본 내각에서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고 합니다!”
“……!!”
사실상 모든 창구가 사라졌다.
방금, 일본이 봉쇄됐다.
* * *
축제가 끝나고 우리는 동아리 신입들을 환영할 겸 환영회를 나왔다.
까강-!!
“환영회라면서요!!”
“이게 환영회예요!!”
달려드는 ‘웨어 울프’ 무리를 막은 선우 쌍둥이가 내게 불만을 표하는데, 새삼스럽게 왜 이래?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이게 우리 방식이야.”
내 앞을 막는 웨어 울프의 심장을 뚫어 버리고.
“음식도 많고.”
달려드는 웨어 울프를 업어치기로 찌그러트린다.
“훈련도 하고.”
뒤돌려 차기로 목을 두 바퀴 반 돌려 버리고.
“친목도 다지고.”
쌍둥이의 뒤로 달려드는 웨어 울프 두 마리를 허공에서 터트려 버렸다.
“어때? 환영회 맞지?”
“……하.”
“하, 하…….”
짜식들, 아주 좋아 죽네 죽어. 너무 좋아서 몸까지 부들부들 떤다. 괜히 흡족해 웃었다.
하여튼 귀여워. 날 웃게 해 줬으니, 상을 줘야겠지.
“창 줘 봐.”
“네?”, “네?”
“창 한 자루만 줘 보라고.”
선우 쌍둥이가 어리둥절해하다, 창을 줬다. 이번에도 서로 자기 걸 주려고 하는데, 나는 그냥 가까운 가람이 걸 집어 들었다.
“잘 들어. 모든 무기에는 ‘절대 원칙’이 있어야 해.”
“절대 원칙요?”, “그게 뭐예요.”
“음, 쉽게 말해 창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사용법은?”
“찌르기죠.”, “찌르기요.”
“잘 아네. 찌르기. 이 찌르기가 창의 절대 원칙이야.”
두 아이가 ‘에이~.’ 하며 웃는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모양인데, 얘들이 뭘 모르네.
이 절대 원칙이야말로 모든 무기술의 시작과 끝이거늘.
나는 웃으며 창으로 자세를 잡았다.
창 같은 장병기를 사용할 때는 보폭을 크게 잡아야 한다.
중심을 완벽히, 팔이 아닌 등에 힘을 모은 채, 하나만 집중한다.
찌른다.
이 하나에 온전히 집중한 채로.
창을.
쏜다.
푸쉭-!
한 줄기 빛살이 쏘아지는 순간.
핏줄기가 허공을 가르며 흐트러지다 떨어지고, 땅에는 심장이 뚫린 웨어 울프가 쓰러져 있었다.
“……!!”, “……!!”
“못 봤지? 딱 한 번만 더 보여 줄게.”
다시 한번 내 손에서 빛살이 쏘아지고.
일직선상에 있던 웨어 울프 두 마리가 쓰러진다. 한 마리는 전과 같이 심장이 뚫려 있고, 다른 한 마리는 귀가 있던 자리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창은 말이야, 오직 찌르기 위해 태어난 무기야. 근데 지금 너희들을 봐. 이 창으로 막고, 때리고, 베고, 뭘 그리 복잡하게 생각해.”
“그렇게 배웠는데요.”
“창은 거리를 확보하는 게 핵심이라고.”
“거리? 맞아. 거리 중요하지. 창은 거리 조절이 핵심이야. 음…… 좋아, 기분이다. 거리 어떻게 잡는지 보여 줄게.”
한 발짝 앞으로 걸어가며 창을 찌른다.
한 뭉텅이의 웨어 울프가 쓰러진다.
다시 한 발짝 앞으로 걸어가며 창을 찌른다.
다시 한 뭉텅이의 웨어 울프가 구멍이 뚫린 채 피를 뿜어냈다.
그렇게 다섯 발자국, 단 다섯 발자국 만에 나는 거리를 확보했다.
모조리 죽여서.
“봐봐. 내 주위에 뭐가 있어?”
답하자면 시체뿐이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야. 공격받기 전에 찔러. 창으로 거리는 이렇게 잡는 거야. 어때, 쉽지?”
“…….”, “…….”
다시 몸을 부르르 떠는 선우 쌍둥이.
몸까지 떨 정도로 감격스러운가 보다. 어려서 그런지 리액션이 좋다.
짜식들, 나는 어깨를 툭툭 쳐 주며 둘을 지나쳤다.
달려드는 웨어 울프를 가볍게 부수며 걸어가자, 곳곳에서 신입들이 모여 있는 모습들이 보인다.
마주리를 비롯해 치유계 신입들이 모여 있는 무리에는 메리가 붙어 있었는데, 아무래도 사제랑 주술사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았다.
“설령 여러분들이 치유계라 해도 언제까지 후방에서만 있을 수는 없어요. 전투에서 어떤 변수가 생길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해요. 게이트 레벨이 높아지면 이 변수는 급격히 치솟아요. 이는 무슨 말일까요.”
“…….”
“결국 나를 지키는 건 나밖에 없다는 거예요.”
상황이 이러하니 당연히 무투계는 준우에게 몰려갔다.
네댓 명의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준우.
원체 숫기가 적은 친구라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애들을 잘 다뤘다.
“근접전의 시작은 무언인 줄 아나? 체력? 아니다. 힘? 아니다. 우리가 전투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얻는 정보를 생각해 봐라. 눈, 시야다.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정보의 총량. 여기서 근접전의 스킬이 달라진다.”
“…….”
“그리고 시야를 넓히는 방법은, 실전밖에 답이 없다. 이제부터 이걸 보여 주겠다.”
여기까지가 훌륭한 선배 노릇이라면.
진유리는 뭐, 진유리다.
제 딴에는 선배 노릇을 해 보려고 했지만, 쟤가 누굴 가르치는 게 가능하겠나.
결국 김하니와 공중에 떠서 수다 중이다.
“TMI, 왜 나한테는 아무도 안 오는 걸까.”
“그야 선배가 이상한 말을 하니까 그러죠. ‘보이는 대로 느끼라니’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예요.”
“그치만, 우리 봄이는 내가 그렇게 말해도 다 이해하는걸?”
“기혁 선배님이랑 봄이는 제외예요. 그 둘은 사기캐라고요.”
“흐흐. 그치, 우리 봄이 천재야. 히히히.”
……이러고 놀고 있는데 뭘 바라겠나.
그들을 지나쳐 어슬렁어슬렁, 달려드는 웨어 울프를 부수며 전진한다.
비교적 뒤쪽에 있던 전장에서 벗어나, 진짜 웨어 울프들이 우글대는 곳으로 들어서자, 드디어 찾던 이가 보였다.
“으아아아악!!”
송새벽. 귀여운 내 제자다.
웨어 울프 무리 한가운데에서 포효하는 녀석. 피 칠갑을 한 채 필사적으로 무기를 휘둘렀다. 한 가지 특이할 점이라면 새벽이의 손에 도끼가 아닌 ‘쌍검’이 들려 있단 점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내가 구해 준 거다.
몇 가지 실험해 볼 게 있어서.
공중에 떠서 녀석의 근처로 다가갔다.
“잘하고 있네.”
“허, 허억, 허억…….”
새벽이가 숨을 헐떡이며 내게 인사하려 했고, 나는 손을 휘저으며 만류했다.
“흐름 끊긴다. 싸우면서 듣기만 해.”
솔직히 지금의 송새벽은 손댈 부분이 많아도 너무 많다. 어느 정도냐면, 체력 하나를 제외하면 볼 게 없는 수준이다.
몸을 쓰는 법부터 무기를 다루는 법, 몸의 밸런스. 모든 게 엉망이다.
물론 이건 나의 기준이다.
보통이라면 이 정도만 해도 이름을 날리기엔 충분할 거다.
실제로 얘보다 못하면서도 일류 헌터라며 SNS에서 이름 날리는 애들이 수두룩했으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보통의 기준이고.
내 제자이지 않나. 제자인 만큼 응당 스승의 기준을 따라야 하는 법.
“네 가장 큰 문제점이 뭔지 알아?”
어느 철학인이 그랬던가. ‘너 자신을 알라.’라고.
손자병법에도 그랬다.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현재 송새벽의 가장 큰 문제점이 바로 이거다.
“너는 너를 전혀 몰라.”
오니와 신장.
신장과 오니.
송새벽은 자신의 근원을 전혀 모른다.
자신을 모르는데, 발전이 가당키나 하나.
아니, 발전이란 말도 우습다. 내가 보기에 송새벽은 아직 시작점에도 오르지 못했다.
“일단 알아야 해. 너에 대해서. 근데 알 방법이 없잖아? 네가 그 두 가문에 가서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는 게 가장 손쉬운 방법인데, 넌 그게 싫다며.”
사정이 이러하니, 방법이 있나.
“무식하게 알아내야지.”
누구나 들어 봤을 거다. 인간은 위기의 순간에서 초인적인 힘을 낸다는 말.
“숨이 넘어갈 때가 되면 네 안에 힘들도 모습을 드러내겠지. 살기 위해서라도.”
딱, 손가락을 튕긴다.
저 멀리 하늘에서 번개가 내려치길 잠시.
평야 저편을 가득 매우고 있는 무언가.
웨어 울프 떼였다.
“힘내 보자.”
* * *
그렇게 ‘출구 없는 지옥’의 환영회는 아침부터 시작해 저녁 늦어서야 끝났다.
박기혁은 탈진한 송새벽을 업고서 게이트를 나왔는데.
게이트를 벗어나는 순간.
“도련님! 제발 저희를 구해 주십시오!”
“……뭐냐, 너희들.”
이때는 몰랐다.
이들이 김연희가 애타게 찾던, ‘일본’의 정보를 가진 자들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