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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명가의 마왕님-141화 (141/247)

<검술 명가의 마왕님 141화>

이 이야기의 시작은 두 버림받은 자에게서 시작된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 혈족.

신장(神將) 가문.

한국의 역사와 함께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신장가(神將家)’는, 진룡과 더불어 몇 안 되는 ‘집성촌’을 유지하는 유서 깊은 가문이었다.

이 신장 가문에서 어느 아이가 태어난다.

남자아이였다.

작고 왜소한, 선천적으로 다리를 저는 아이.

장애를 가진 데다, 결정적으로 ‘신장’의 힘도 계승받지 못했다.

부모는 아이의 미래를 직감했다.

버림받겠구나.

혈족이라 해서 모든 이이게 혈족 계승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확률로 따지면 오히려 아닌 쪽이 더 많다.

그래서일까? 모든 혈족들에게는 이 혈족 계승의 ‘계승률’을 올리는 것이 숙명이었다.

신장 가문도 그런 경우여서 자신들을 혈족을 ‘엄격히’ 관리하는데, 이 과정에서 비인도적인 행위도 일어나는 게 사실이었다.

부모는 이를 두고 볼 수 없었다.

“안 돼요. 버리다니요. 그럴 수 없어요.”

“당신…….”

“이 불쌍한 것이 무슨 죄가 있다고 버리나요. 죄가 있다면 이 아이에게 아픔을 준 제가 죄인이에요. 저는 절대 이 아이를 놓지 못해요.”

결국 부모는 아이와 함께 신장 가문에서 나왔다.

가문에서 받았던 모든 힘을 잃은 채.

그렇게, 평범한 나날을 살아갔다.

작은 분식집을 차려, 배고픈 아이들에게 배가 찢어져라 주는 인심 좋은 부부로서.

“아주머니, 이거 떡볶이 1인분 맞아요?”

“뭐야, 뭐야. 배 터지겠어.”

“한창 클 나이인데 많이 먹어야지. 모자라면 말하렴.”

이런 부부의 노력 덕분일까.

아이는 훌륭히 자라난다. 비록 장애를 가져 다리는 절지만, 착하고 밝은 청년으로 자라났다.

여기까지가 남자의 이야기다.

버림받았음에도, 그래도 행복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세상일이 그렇듯, 우리 주변에는 해피 엔딩보다 배드 엔딩이 훨씬 많다.

여자의 이야기가 그렇다.

바다 건너 일본, 일본을 대표하는 혈족, 그들은 화족이라 부르는 가문 중 ‘오니’ 가문이 있다.

마법, 주술, 요술, 도술, 법술.

마나를 컨트롤하는 모든 분야에 능통한 마법 명가.

한국에 ‘진룡’이 있다면 일본에는 ‘오니’가 있다고 말할 만큼 명망 높은 가문이었다.

그리고 이런 오니 가문을 상징하는 게 심연을 담은 눈, ‘요안(妖眼)’이었다.

비극은 이 요안에서부터 시작된다.

“안타깝지만 앞을 보지 못할 겁니다.”

“그렇군. 알았네.”

여자는 요안(妖眼)의 안(眼). 눈을 뜨지 못했다.

태어날 때부터 시력을 상실한 여자. 오니 가문은 여자를 가문의 수치라 칭했다.

“쟤가 그, 그 애라면서요. 맹인.”

“쯧, 우리 가문에 저런 열등 종자가 나오다니! 액운이 낀 거야, 액운이. 에잉, 쯧.”

“눈치가 있으면 본가에는 안 와야 되는 거 아니에요? 아, 눈이 없으니 눈치가 없나.”

의지가 될 부모마저 여자를 매몰차게 버렸다.

“아줌마, 치워요. 꼴도 보기 싫으니까.”

“내가 몇 번을 말하지. 아침은 네 방에서 먹으라고. 귀는 안 먹었을 텐데 왜 말귀를 못 알아먹는 거지?”

지옥 같던 나날이었다.

하나, 여자는 이게 지옥인 줄 몰랐다. 단 한 번도 행복을 경험한 적이 없으니까.

슬프게도, 그녀에게는 이 지옥이 일상이었다.

그렇게 모두의 외면 속에 투명 인간처럼 잊혔던 세월이 지나, 여자가 성인이 된 날. 여자는 가문에서 축출당한 채 오니 가문에서 쫓겨나게 된다.

국적도, 성별도, 환경도, 모든 게 다르지만…… 하나, 장애로 인해 버림받았다는 공통점을 지닌 남자와 여자.

둘은 운명처럼 만났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사랑에 빠졌다.

“나는 네 눈이 돼 주고, 넌 내 발이 돼 주는 거야. 어때? 멋지지 않아?”

“……구려.”

“아니, 히미코. 그거 못된 말이야.”

“바보.”

“그것도!”

부족했지만 행복했고, 모자랐지만 사랑했다.

그리고 둘은 마침내 결실을 이루게 된다.

송새벽.

절망의 끝에서 태어난 희망이었다.

……

송새벽이 이를 악물며 도끼를 내려쳤다.

콰직!

들러붙는 스켈레톤의 두개골을 산산조각 내며 전진한다. 그때 들려오는 목소리, 송새벽의 도끼 ‘신령님’이었다.

- 해골이 마치 인간처럼 움직이고 있구나. 어째 죽은 자가 저리 민첩할꼬. 심상치 않은 해골이야.

“생각 이상이야.”

- 조심해야 한다.

“말만 하지 말고.”

- 흘흘흘. 힘써 보마.

송새벽을 중심으로 마나가 끓어오른다.

마치 끓어오르는 주전자처럼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도끼가 찬란한 빛을 흩뿌린다.

혈족 ‘신장(神將)’.

무구의 혼을 끌어내어 빙의, 혼이 가진 경험과 힘을 그대로 전승시키는 능력이었다.

양손에 들린 도끼가 춤을 춘다.

스켈레톤의 척추를 끊고, 두개골을 산산조각 낸다. 폭풍처럼 몰아치며 근처의 스켈레톤을 지웠다.

일기당천(一騎當千).

만부부당(萬夫不當).

신들린 듯 도끼를 휘둘러 댔다.

그리고 잠시 뒤.

깨끗해진 운동장에 스켈레톤이 분쇄되며 남긴 뼛가루가 흩날리고 있었다.

“후우, 후우…….”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다.

거추장스럽다.

도끼 날로 지지직, 윗도리를 찢어 냈다.

상체가 탈의되자, 노력의 증거들인 근육들이 꿈틀대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근육의 사이즈만큼은 박기혁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

- 네 친구들이 위험하구나.

“봤어.”

흥-!

콧김을 힘차게 뱉은 송새벽이 황소처럼 돌진, 친구에게 달라붙던 스켈레톤을 깨부쉈다.

“새벽아.”

“괜찮아. 내 손 잡고 일어서.”

친구가 ‘미안해.’라며 울먹이지만, 송새벽은 괜찮다며 시원하게 웃어 줬다. 이후로도 송새벽은 까마득히 쌓여 있는 스켈레톤 군단 사이를 귀신처럼 누비며 친구들을 구하러 다녔다.

그리고 면목 없어하는 친구들에게 오히려.

“미안해. 내 실수야. 더 준비하고 들어갔어야 하는 거였어.”

- 기특한지고. 흘흘. 보기 좋구나, 보기 좋아.

“아직 기회는 있어. 나만 따라와.”

- 그럼, 그럼. 우두머리는 마땅히 앞장서야 법이지. 내가 도와주마.

송새벽의 등에 매달려 있던 배틀 액스가 허공으로 날아, 바닥에 꽂히고.

공명하는 둘.

인간과 무기.

둘을 중심으로 격류가 이어지고.

송새벽이 양손으로 도끼를 잡는 순간.

신장 출두

천하대장군(天下大將軍)

구구구구궁-!!

대지 위로 솟아오르는 장승들.

“따라와.”

강인한 힘.

뛰어난 리더십.

그리고, 어떠한 고난이 닥쳐도 절대 동료를 버리지 않는다는 굳은 결의.

이것이 송새벽이 2학년의 중심이 된 이유였다.

*   *   *

내려치는 도끼를 검으로 막는다.

콰앙!

“오오!”

손끝을 타고 전해지는 저릿한 충격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확실히 하는 짓부터 범상치 않더니,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송새벽이 다시 도끼를 내려쳤다.

체중을 실어 배틀 엑스를 내려찍고는, 단숨에 허공에 있던 도끼 한쪽을 다른 손에 들고서 빠르게 몰아쳤다.

나도 이에 맞춰 단검 한 자루를 더 들었다.

오른손에는 장검, 왼손에 단검. 양손에는 양손이다. 몰아치는 도끼를 빠르게 걷어 냈다.

그런 가운데 녀석의 동료들이 쏘아 내는 마법들이 내 뒤를 노렸다.

이 부분에서도 칭찬할 만한 게, 녀석들은 나한테 쏘는 마법들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고 내 주변, 그러니까 내가 딛고 있는 이 지형을 부수고 있다.

나의 동선을 꼬이게 해서 대장인 송새벽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심산이다.

아주아주 베스트 판단이다.

처음 습격에 정신을 못 차릴 때만 해도 ‘에이, 그럼 그렇지.’라고 판단했는데, 내가 잘못 봤다. 이 아이들은 내 생각 이상으로 괜찮은 녀석들이었다.

양손에 검이 없었으면 박수라도 치고 싶네.

일진일퇴의 격돌.

평온했던 운동장은 이미 엉망이 된 지 오래다. 진유리가 하늘을 날며 벽을 세우지 않았다면, 다른 동아리의 부스도 이 격돌에 휘말려 일찌감치 접어야 했을 거다.

콰아앙-!

우리 둘이 무기를 맞댄다.

호흡이 느껴지는 거리.

우리는 서로의 무기에 기대며 숨을 골랐다.

“송새벽이라 했지. 너도 그렇고, 쟤들도 제법인데?”

“후우, 후우. 감사…… 합니다.”

나를 노려보는 녀석. 나는 녀석의 눈에서 익숙한 감정을 보았다.

간절함, 절박함…….

과거, 빈민가 구렁텅이를 헤매던 내가 마왕이 될 수 있었던 원동력.

독기.

녀석의 눈에 담긴 것은, 독기였다.

“눈빛 멋지다.”

“감ㅅ…….”

말이 완성되기도 전에 떨어지는 도끼. 양손이 내게 붙어 있느니, 저건 허공에서 떨어진 거였다.

정수리를 쪼갤 듯 내려치는 배틀 액스.

실드로 막으면 되지만, 왠지 그러기 싫다.

왠지 옛날을 추억하게 만드는 이 순수한 독기를 좀 더 가까운 거리에서 느껴 보고 싶었다.

반 발짝 백 스텝. 장검으로 쳐 냈다.

당연히 이틈을 노리고 달려드는 송새벽.

단검과 손도끼가 충돌한다.

다시 돌아서 장검으로 도끼를 쳐 내고, 어깨로 들이박아 녀석의 균형을 무너트린다.

하지만 송새벽도 가만있지 않았다.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체중을 실어 발차기를 했고, 끝내 내 복근에 박아 넣었다.

난타전.

한 대를 치면 한 대를 맞는다. 회피는 개나 줘 버리라는 듯, 죽어라 몸을 부딪쳤다.

“그래, 이거지. 이거야.”

“허억, 허억.”

“재미있는 걸 들고 다니더니, 너 좀 치는구나.”

“……!!”

송새벽의 눈이 휘둥그레지고.

“보이십니까?”

“그럼 안 보이겠냐. 이렇게 가까운데.”

얼핏 보면 정령 같기도 하고, 영령 같기도 하고…… 어쨌든 조금 신기한 게 붙어 있었다.

다시 무기를 교차하며 말을 잇는다.

“저기 저 나무 인형도 ‘토템’이잖아.”

“……이미 다 아시는군요.”

“그럼, 당연하지. 말 나온 김에 하나 더 맞춰 볼까?”

“…….”

“너, 저기 네 동료들. 저 동료들의 ‘믿음’만큼 강해지는 거.”

“……!!”

응? 반응이 희한하다? 왜 놀라는 거지?

“왜 놀라냐?”

“……몰랐습니다. 처음 안 사실입니다.”

“몰랐어?”

“네.”

“왜 몰랐어. 네 혈족이…… 이크!”

쿠웅-!!

배틀 액스가 강력하게 떨어졌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위력. 저 영령이란 놈이 흥분한 게 분명하다.

한 바퀴 구르고 다시 보는데, 송새벽의 눈동자가 가라앉았다. 기형적으로 검던 녀석의 눈동자가 빨려 들 듯 음습하게 빛난다.

슬픔? 분노? 우울?

뭔가 복잡한 감정들이 느껴졌다.

“뭔가 사연이 있는 것 같네?”

“…….”

뭔지는 몰라도, 저게 녀석이 가진 독기의 근원이라 추정됐다.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가 절절히 전해졌다.

“저는 선배님을 꺾을 겁니다.”

“왜? 왜 날 꺾고 싶은데.”

“선배님이 제일 강하니까요. 선배님을 꺾으면 제가 제일 강해질 수 있습니다.”

“왜 강해지려고 하는데?”

“저는…… 증명할 겁니다.”

무언가를 생각하는 송새벽. 녀석의 독기가 한층 더 짙어졌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버린 자들에게, 똑똑히 보여 줄 겁니다. 당신들이 버린 자의 아이가 이렇게 강해졌다는 것을, 제가 보여 줄 겁니다.”

녀석의 심연 같이 검은 눈동자가 꿈틀댄다.

“지금부터 진심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 내 주위를 감싸던 마법이 사라졌다. 아니, 정확히는 송새벽의 눈동자로 빨려 들어갔다.

“어어?”

이게 뭐래.

한순간에 무장 해제.

계속해서 나를 노리던 다른 녀석들의 마법이 나를 덮쳤다.

콰과가가가가가강-!!

“이때야!!”

폭발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송새벽과 아이들의 총공세가 펼쳐졌다.

번개가 내려친다.

화염의 파도가 덮친다.

물은 감옥이 되어 나를 옭아맸고, 땅은 이미 뻘이 됐다.

그사이 늑대 환수들이 사방에서 내 몸을 물어뜯었고, 저격용 화살 두 방이 내 복부를 노리며 들이쳤다.

그리고 이런 가운데 송새벽은 배틀 엑스를 든 채 기를 모으듯 잔뜩 몸을 부풀리더니, 온 힘을 다해 배틀 엑스를 내려쳤다.

“으아아아악!!”

난 폭발 속에서 그 모습을 뚫어져라 봤다.

형도 없다.

식도 없다.

기술이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조잡하다.

솔직히, 아무것도 볼 게 없다.

그냥 내려치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

“끌리네.”

끌린다.

저 투지가, 저 독기가.

그때 불현 듯, 영감의 말이 스쳐 간다.

“수재, 영재, 천재. 수많은 재능들을 마주했지. 그들은 내 제자가 되려고 산더미만큼의 금을 들고 찾아왔다. 그런데 난 그들을 제자로 맞이하지 않았어. 왜일까?”

“독기! 최악의 현실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독기! 온갖 시련에서도 절대 굴하지 않는 독기. 지금 네 눈에 비친 그 독기가 날 매료했단다.”

아아…….

그렇구나. 난 매료된 거였구나.

영감을 매료시켰던 내 과거의 모습을, 난 이 녀석한테서 보고 있었던 거였다.

그 순간, 내 양 허공이 찢어지며 ‘거인의 손’이 등장하고.

내려친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폭탄이 떨어진 듯 버섯구름이 생기고, 먼지가 걷힌 뒤에 이곳, 운동장 전체에 나를 제외한 그 누구도 일어서 있지 않았다.

끝이었다.

나는 멍하니 쓰러져 있는 송새벽에게 손을 내밀었다.

“너, 내 제자 할래?”

과거, 영감이 그랬던 것처럼.

녀석은 멍한 눈으로 한참을 고민하더니, 내 손을 잡았다.

그때 내가 영감의 손을 잡은 것처럼.

난 웃으며 송새벽을 일으켰다.

“배고프다. 밥 먹으러 가자!”

그렇게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축제는, 내 과거를 품은 제자를 얻으며 끝나고 있었다.

*   *   *

그로부터 며칠 뒤였다.

충격적인 소식이 세계를 덮친 것이.

일본에 내려온 의문의 천사

새로운 수호령의 탄생?

일본에 신이 강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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