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명가의 마왕님 13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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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올해 상반기 ‘영입 시장’ 총평 #3
과연 최고의 유망주는 누구인가.
심층 인터뷰 그 3회 차.
아카데미 2학년, 스탠다드한 탱커로 명성을 쌓는 중인 차인수……
└ 이거는 누가 쓰는 거임?
└ 위에 뉴비냐? 이거 아카데미 학생회에서 올리는 거잖아.
└ 축제 10일 전날부터 하루 한 번씩 올라와요. 학생회 자체적으로 평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100명 선출해서 인터뷰하는데 꽤 공신력이 높아서 ‘골든 베스트’ 혹은 ‘베스트 100’이라고 불러요.
└ 아…… 몰랐음, ㅈㅅ ㅎㅎ;;
└ 형님들, 초보 스카우터입니다. 저희 파티가 처음으로 상반기 영입 시장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노하우 좀 공유해 주십시오. 부탁합니다.
└ 아재요. 잘못 찾아오셨수.
└ ㄹㅇㅋㅋㅋ 공유는 무슨, 여긴 전쟁터인데 ㅋㅋ
└ 인심 썼다. 행님이 대박 정보 공유할게. 올해에 뭐라도 건질 놈들은 상반기에 올인해라.
└ ㅅㅂ뭐래는 거야. 니가 뭔데 정보고 나발이야.
└ 하반기 영입 시장이야말로 영입 시장의 꽃인데요? 솔직히 상반기는 그냥 눈도장만 찍는 거죠.
└ 미련한 놈들, 가르쳐 줘도 지랄, 알아서 하렴.
└ ;; 위에 분 말이 완전 틀린 말은 아닙니다. 미라클 있죠? 칠성그룹 모기업으로 둔 에이전트, 걔들이 이번 상반기 영입 시장에 올인한다는 소문이 돌아요.
└ ㄹㅇ?
└ real?
└ 그거 진짜였어?
└ 형이 썰품. 이번 삼합회 사건으로 미라클 급부상. 메이저 에이전트 위기감 느낌. 견제하기로 암묵적 합의. 미라클 하반기 영입 시장 참여불발. 극대노한 칠성 회장 돈쭐내겠다 약속.
└ ……같은 한국인 맞냐?
└ 어쨌든 해석하자면 회장님이 빡돌아서 돈을 풀겠다는 소리네?
└ ㅅㅂ 이거 대기업 횡포 아니냐? 법규 좀 만들어라!
└ 왜 난 재미있는데? ㅋㅋㅋ 난 이거 미라클의 패착이라고 본다.
└ 동감 222222222
└ 나도 ㅎㅎ; 3333333
└ 엌ㅋㅋㅋㅋ 유망주 독식, 그립읍니다.44444444
└ 그래도 칠성인데;;
└ 칠성이면 뭐ㅎ? 공격적인 투자ㅎ? 옛날에는 저런 애들 없는 줄 아냐.
└ 근데 대부분 망했지 ㅎㅎ
└ 지금 메이저 에이전트란 애들도 한 번씩 쫄딱 망했지 ㅎㅎㅎㅎㅎ
└ 옵티멈 날아올랐잖아.
└ 걔들은 빼자;
└ 쉿, 이 게시판에서 옵티멈은 금지어야.
└ 옵티멈이랑 비교하면 끝이 없어.
└ 여튼 유망주는 유망주야. 유망주가 괜히 복권이라 불리는 게 아니란 말이지. 필드에 나가면 제 실력 ㅂㅅ되는 게 대부분이다.
└ 하긴 요즘은 반짝 유망주보다는 육성 시스템 구축하는 추세지.
└ 우리 같은 스카우터들은 명심해야 한다. 유망주에 대해 확신이 든다? 무조건 뜰 것 같다? 당장 스카우터짓 그만둬야 한다. 눈이 흐려졌단 거거든. 유망주한테 하는 베팅은 도박이나 매한가지야. 명심해.
└ 그래도 아카데미는 믿을 만하잖아요.
└ 그나마 확률이 높은 도박장인 거지. 아카데미는.
* * *
축제 일주일 전.
아카데미의 공기가 달라졌다.
여기저기서 구조물들이 올라가고, 축제에 사용될 물품들이 트럭으로 온다.
학생회는 잠도 잊은 채 바쁘게 아카데미를 누비는 중이었고 각 동아리들은 축제 참여를 위해 노점이다, 카페다, 하며 막바지 작업에 몰두했다.
웃음, 기대, 흥분.
젊음의 감정들이 아카데미를 잠식하고 있었다.
나 빼고.
“……대체 축제가 뭐기에.”
아카데미 벤치에 멍청하게 앉아 주위를 본다.
낯설다.
뭔가 요상한 걸 만드는 애들도, 운동장 한가운데서 밥을 먹으며 웃고 떠드는 애들도, 새로 주문한 동아리복을 함께 입으며 깔깔대는 애들도.
이런 모든 모습이 몹시 낯설었다.
왜 낯설까?
곰곰이 생각을 해 보니, 내가 축제를 즐긴 적이 없더라.
따지고 보면 축제란 일주일의 장기 휴일 아닌가. 앞뒤 주말까지 더하면 거의 10일은 쉴 수 있는데, 내가 가만있었겠나.
애들 데리고 게이트 공략하러 갔었다.
그러니 이런 모습이 낯선 거다. 본 적이 없었으니까.
“차라리 전투가 낫지.”
나는 내 손에 들린 종이를 봤다.
아까 학생회 간부라는 녀석이 와서 주고 간 종이.
충 요약하자면, 업종을 선택하라는 거다. 축제에 어떤 걸로 참여할지 내일까지 제출하라네.
“내일까지 제출하지 않을 시, 축제 참여는 취소됩니다.”
축제 전반 모든 행사에 참여할 수 없다고 쓰여 있다.
그냥 영입 시장에만 참여하는 건 안 되는가 보다. 뭐라도 하하는 말인 건데.
“뭐, 대충해도 되겠지만…….”
그건 또 싫다.
안 하면 안 했지 일단 했으면 최고가 돼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이 분야의 최고. 매년 업계에서 아카데미 축제를 가장 알차게 즐기셨던 분.
검호가의 안주인이자, 옵티멈의 마녀.
김.연.희 여사님!
“어머, 아들. 이 시간에 웬일이야?
……
…
“……그러니까, 우리 아드님이 동아리를 유지하려고 축제에 참여하겠다. 이 말이지?”
“그렇죠. 동아리 해체되지 않게 딱 9명만 영입하려고요.”
“9명? 확실해?”
“네, 10명 미만이면 학생회에서 자체적으로 ‘해체 신청’이 가능하다 하더라고요.”
“아닐걸. 엄마가 보기에 너희 9명만 영입하면 무조건 해체될걸.”
“네?”
“최소 11명은 받아야지. 최대한 많이 받아야 해.”
“……네?”
“변수란 걸 생각해야지. 딱 9명만 받았다 치자. 근데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한 명이 탈퇴해. 그럼 어쩔래.”
“아…….”
“이건 순진한 경우고, 이럴 수도 있지.”
어머니가 대표실 한쪽에 있는 화이트보드를 끌고 와 설명을 이어 나간다.
“입장을 바꿔 보자. 만약에 네가 교수나 학생회라 치자. 근데 저 동아리가 꼴도 보기 싫어. 막 보기만 해도 짜증 나서 없애고 싶단 말이야. 근데, 정원이 달랑 10명이네? 그럼 어쩔까?”
“……아.”
“감 잡은 거 같네.”
아홉 개의 원 중 두 개에 X 표를 하는 어머니.
“이렇게 매수하면 돼. 어때, 깔끔하게 처리됐지?”
“그렇…… 네요.”
“우리 기혁이가 겨우 이런 걸 놓칠 리 없는데…… 솔직히 말해. 너 동아리에 별로 관심 없지? 애들이 뭐라 하니까 억지로 하는 거지. 그치?”
정확하다.
“근데 막상 하려니까 모르겠는 거야. 감도 안 잡혀. 그렇다고 대충하자니까 자존심 상해. 그래서 엄마를 찾아온 걸 테고.”
역시 어머니.
“……박잘알.”
“박잘알은 무슨…… 그래도 본격적으로 할 맘은 있어 보이니 기특하네.”
“이왕 할 거면 잘해야죠. 어머니야말로 이 분야의 최고잖아요. 최고에게 배우는 게 지름길 아니겠어요?”
“어머나, 엄마 감동받았어.”
곧이어 어머니가 전화기를 잡고서 ‘미팅, 내일로 미뤄 주세요.’라고 말하시고는 질끈 머리를 묶으셨다.
“그럼 우리 귀여운 아드님의 컨설팅을 시작해 볼까요.”
그날 난, 어머니와 저녁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퇴근했다.
배움도 배움이지만 어머니와 함께 보던 달이 꽤 마음에 든 하루였다.
* * *
박기혁은 어머니의 조언을 들은 다음 날부터 빠르게 일을 처리해 나갔다.
“지금 아들의 가장 큰 문제가 뭔 줄 알아? 아무런 정보가 없다는 거야. 영입 시장이란 게 무슨 진짜 시장처럼, 유망주들이 가판대에 앉아 ‘날 사 가세요!’라고 하는 게 아니란 말이야. 그냥 축제 기간 내에 ‘접촉권’을 주는 것뿐이야. 나머지 정보는 각자가 알아서 구해야 해.”
“근데 넌 뭐가 있어? 아무것도 없어. 하다못해 학생회에서 주는 일간지라도 들고 와야지. 최소한 네가 어떤 인재를 선호하는지는 알아야 엄마가 도와줄 수 있는 거야.”
“일단 영입할 애들을 물색해. 그게 첫 번째야.”
이건 전투나 다를 바 없다.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가?
정보다! 나를 비롯해 적, 전장 등, 이 전투에 연관된 모든 정보들.
박기혁은 진지하게 축제에 임하기로 했다.
마치 전투를 준비하는 자세로.
“김하니, 너 발 넓지. 영입 시장에 대한 정보가 필요해. 네가 책임지고 찾아와. 자, 여기 카드. 활동비는 마음껏 써도 되니까, 정보만 물어 와.”
“4학년은 메리하고 준우가 책임져 줘. 어쩔 수 없어. 나나 진유리나, 애들한테 얼마나 찍혔냐. 그나마 이미지 좋은 너희가 해야지.”
블랙 카드를 쥔 김하니가 바쁘게 아이들과 접촉했다.
방법은 평범했다.
평소 사교성이 많은 김하니답게.
“안녕! 나 3학년 김하니야. 전에 수업 같이 들었지? 밥이나 같이 먹을까?”
인상도 좋고 평소 착하기로 소문난 선배.
무엇보다 공략대의 귀족이라는 힐러다.
당연히 김하니와의 식사 자리를 거절할 애들은 없었고, 김하니의 주위로 아이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반면 메르헴은 파격적이었다.
“할아범, 최대한 빨리 파티 준비해 줘요.”
“어느 정도로 준비할까요.”
“제 이름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요.”
잊지 마라. 그녀는 공주다.
사교계의 최정점에 군림하고 있는 신분이란 말이다.
사교계에서 타인의 정보를 확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파티였다.
“넥타이. 불편해.”
“준우, 겨우 이 정도로 불편해하면 안 돼요. 다음에 저희 아버지 보러 갈 때는 이 정도는 우스울 거라고요. 그때 가면 어쩌려고요.”
“……그때는 그때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
“준우답네요. 아주 무책임해요.”
이처럼 갖가지 방법으로 쓸 만한 정보들이 속속 들어오는 가운데.
박기혁은 다음 작업이 한창이었다.
“다음은 매력 어필이야. 저들이 너희 동아리에 가입할 만한 매력. 이게 필요해. 그럼 아카데미에서 동아리가 의미하는 게 뭘까? 맞아. ‘인맥’이야. 결국 인맥 쌓으려고 동아리에 가입하는 거거든. 매력 어필은 다른 게 아니야.”
“네 인맥을 보여 줘. 그거면 돼.”
인맥? 그건 자신 있지.
박기혁은 일단 가족들을 찾아갔다.
아버지에게 가고.
“뭐? 검을 빌려 달라고? 하하하하. 아들아! 갑자기 찾아와서 검을 달라니, 아주 건방지구나. 그 모습 아주아주 마음에 들어! 그렇다면.”
다음은 형에게.
“흐음, 검사에게 검을 빌려 달라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지? 가벼운 마음으로 한 말은 아니라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누나에게.
“……백로를 빌려 달라…… 조금 당황스럽네.”
세 사람의 반응은 가지각색이었다.
하지만 결국 답은 같았다.
“뭐 좋다.”
“알았다.”
“그래.”
대신.
“싸우자.”
그렇게 박기혁이 혈투 속에서 세 사람의 검을 얻고 있는 사이, 진유리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아빠! 아빠! 나 ‘파초선’ 좀 빌려줘.”
“……배고프군. 밥 좀 차려 주겠소.”
“파초선 빌려 달라니까! 아빠,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국수가 좋겠어.”
“기혁이가 빌려 달래.”
“자, 여기.”
인맥이 별거인가? 유명하고 강한 사람이면 되는 거 아닌가.
진도하의 부채, 유해련의 창, 진도민의 지팡이 등등.
진유리는 진룡산 일족의 무기들을 전부 싹쓸이해 갔다.
운동장 한편에 마련된 부스에 장식되어 가는 무기들. 하나하나가 전부 내로라하는 강자들의 무기였다.
특히나 한국을 대표하는 검호와 진룡의 무기가 입구부터 떡하니 전시돼 있는데, 어찌 한국의 초인이 이를 외면하겠나.
이쯤 되자, 무기를 구경하기 위해서도 흘깃흘깃 사람들이 몰릴 지경이었다.
정보도 구했다.
관심도 끌었다.
조건이 갖춰 줬다.
이제 대망의 마지막.
“강렬한 카리스마.”
“결국 사람이 사람을 상대하는 거야. 네가 그를 품을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해.”
강렬한 카리스마.
이건 더 설명할 필요 없다.
박기혁의 전문 분야니까.
* * *
콰아아앙-!!
먼지가 일렁이고, 벽에 부딪친 인간이 주르륵,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음, 좋네. 합격.”
박기혁이 만족스럽게 웃으며 글러브를 고쳐 잡았다.
꿀꺽, 침을 삼키는 대기자들. 그런 그들을 보며 웃어 보이는 박기혁.
그래도 아쉬운 건 이쪽이니까, 최대한 상냥하게 웃는데.
그 모습에 대기자들은 전부 얼어붙는다.
“다음.”
어디선가 김연희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기혁아, 그거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