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명가의 마왕님 128화>
도심의 어느 카페.
디저트가 맛있기로 유명한 집이라 평일에도 자리를 잡기 힘든 곳이다. 그 때문일까? 평일도 아닌, 주말 점심 카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이 가득 찬 인파들 사이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나타내는 테이블.
유난히 볕이 잘 드는 자리에, 자연광을 조명 삼아 앉아 있는 세 여자.
“여기도 과제, 저기도 과제, 전부 과제투성이예요-!! 이건 음모예요! 과제로 저희를 죽이려는 음모라고요!!”
시스터 TMI로 불리며 20팀의 소식통을 담당하는 김하니와.
“……흐응? 하니, 그렇게 많았어요? 저희야 기혁 때문에 과제를 받은 적이 없잖아요. 안 해 봤으니 하니의 고충을 알 길이 없죠.”
게이트 공략을 마치고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메르헴.
그리고.
“음? 여기 마카롱 맛있는데? 달지도 않고 쫀득쫀득한 게…… 우리 봄이 좋아하겠다! 사 갈까? 아닌가, 너무 당이 많나…… 히히. 봄이 보고 싶다.”
여기 봄이 생각에 팔푼이처럼 웃고 있는 진유리까지.
아카데미의 재앙이라 불리는 20팀의 여자들이었다.
박기혁의 부재로 이리저리 어수선한 20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은 어찌나 많은지, 김하니는 3학년 학생부 때문에 바쁘고, 메르헴은 평소와 다름없이 한준우와 게이트행을 하느라 바빴다.
그나마 가장 시간이 많이 남는 게 진유리인데…….
“있지, 봐봐. 이게 뭐냐면, 그저께 봄이가 유치원에서 그린 그림인데. 글쎄! 나를 그린 거 있지. 잘 봐. 너무 잘 그렸지 않아? 나 이거 보고 눈물 났잖아 정말. 아, 그리고…….”
……보다시피 진유리는 현재 박봄한테 취해 있는 상황.
여러모로 만날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복귀한 메르헴이 발 벗고 나서서 이런 자리를 만든 거였다.
“유리, 요즘도 봄이랑 붙어 다니는 거예요? 아카데미는요? 출석은 하고 있지요?”
“으, 응. 아마도…….”
“거짓말! 말도 마요, 선배! 있잖아요, 유리 선배 요즘 아카데미 출석 다 빼먹고 있어요. 얼굴도 보기 힘들다니까요? 전에는 글쎄, 지도 교수님께서 저한테 유리 언니를 찾던 거 있죠.”
“……그렇다네요?”
“하, 하핫.”
혀를 빼꼼 내밀며 능청을 떠는 진유리.
메르헴은 이 철없는 친구의 행동에 숨이 턱턱 막혔다.
“유리, 아무리 저희가 출석에 자유로워도 이제 졸업반이에요. 졸업 후 활동을 생각해서라도 최소한의 ‘실적’을 챙겨야 하지 않겠어요?”
“옳습니다! 메르헴 선배의 말이 백번 옳아요! 유리 선배는 아카데미 생활에 너무 소홀해요.”
“그런…… 가.”
“차라리 나랑 준우랑 같이 게이트라도 다녀요. 실적을 쌓는다고 하면 아카데미에서도 뭐라 하지 않잖아요.”
“맞아요! 선배는 어차피 학력 우수생이라 최소한, 아주 최소한의 시늉만 해도 교수님들이 이해한다고요. 지금은 그 시늉도 하고 있지 않으니 문제잖아요.”
“흐응~ 그치만 봄이 등원하고 하원시켜야 하는걸.”
“……그럼 이건 어때요. 어차피 나랑 준우는 한동안 쉴 거니까 저희가 박봄 양 등하원을 시킬게요. 그동안 사냥 갔다 오세요.”
“에이…… 그래두 내가…….”
“아니면!! 차라리 제가 있는 아카데미 연구부에 들어오실래요? 거기서 이번에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여기에 참여하면 될 거예요. 어때요? 이거면 괜찮지 않나요?”
“흐응.”
두 사람의 끈질긴 설득이 이어진다.
괜히 미안할 정도.
하긴, 내가 너무 아카데미에 소홀하긴 했어.
진유리는 유일한 여자 사람 친구와 유일한 여자 사람 후배의 조언을 깊이 새겨듣기로 한다.
단.
“알았어. 기혁이 오면 출석 잘할게.”
기혁이가 오면.
모든 일에도 선후가 있는 법 아니겠어? 분명 박기혁이 봄이를 부탁한 게 먼저였으니, 이게 끝나면 진지하게 학업에 열중하면 된다.
암, 그게 맞아.
“솔직히 말해요. 그냥 박봄 양이랑 떨어지기 싫다고.”
“히히. 들켜 버렸다!”
“그렇게 좋아요?”
“엉, 너무 좋아. 말이 나와서 말이지, 그저께 밤에 소나기 오고 번개 친 날. 그날 봄이랑 같이 잤거든. 근데 막 번개 무섭다면서 내 품에 안겨서 가지 말라고 하는데…… 와, 심장 터지는 줄 알았다니까.”
“그거 중증이에요. 심장 검사받아 봐요.”
“하…… 진짜. 누가 보면 유리 선배가 봄이 엄마인 줄 알겠어요.”
“어, 엄마?”
“유치원 등하원시켜 주고, 매일 같이 놀아 주고, 잠도 같이 자던 것 같고. 그 정도면 엄마죠.”
“엄마…… 엄마…….”
엄. 마.
엄마라는 두 글자에 진유리가 어쩔 줄 몰라 한다.
엄마라고? 엄마…… 두근두근, 쿵쾅쿵쾅. 심장이 고장 난 것처럼 요동쳤다. 얼굴은 이미 붉어진 지 오래. 입에는 배시시, 바보 같은 웃음이 지어진다.
“엄마라니. 엄마…….”
이런 진유리의 모습에 두 사람은 기가 막힐 지경.
“……그만하지요, 하니. 완전히 고장 났어요.”
“네, 제 생각도 같아요.”
다년간의 경험상, 이 정도로 망가진 진유리는 약이 없다. 혼자서 진정하라며 놔둬야지.
“기혁은 연락 없어요? 게이트 들어갈 때쯤 미국 갔던 것 같은데 아직도 소식이 없네요. 뭐 아는 거 없어요, 하니?”
“아, 선배는 모르겠구나. 기혁 선배, 푸흡!”
“왜 웃어요?”
“그게요.”
말을 하려다, 생각을 바꿨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 보여 주는 게 낫겠지.
김하니가 비집어 나오는 웃음을 삼키며 캡틴 타이거 기사들을 찾아 줬고.
메르헴의 반응은 딱 예상대로였다.
“……허? 이게 뭐예요?”
빨간 쫄쫄이에 망토까지? 헤에? 검에 달린 저 날개 장식은 또 뭐고?
도라인가?
혹시 착란 마법에라도 당했나? 아니면 약?
아니지. 저주도 씹어 먹는 몸이다. 착란 마법은 물론이고 약이 들 리가 없다.
온갖 의문들로 메르헴의 머리가 하얘졌다.
갑자기 얼굴이 화끈해졌다. 부끄러움이 엄습했다. 왜 친구의 기행에 자신이 부끄러운지 억울하기도 했지만 어쩌겠나. 본래 정상인이 손해 보는 법이다.
“……얘는 왜 이랬대요?”
“봄이 때문이라는데, 자세한 사정은 저도 몰라요. 저기 망가진 분은 아실 건데.”
“됐어요.”
메르헴은 아직도 ‘엄마’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지 못한 진유리를 보자 질문할 의지가 꺾였다.
다시 사진을 본다.
혹시나 박기혁이 아닐 수도 있지 않나?
스스로에게 되물어 보지만.
맞다. 사진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건 박기혁이 맞다.
이상한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지만 등판도, 다리도, 어깨 길이도, 가로 세로 어디를 봐도 박기혁이다.
저 터질 듯한 허벅지와 팔뚝을 봐라. 옷이 죽여 달라고 외치고 있지 않나. 저 고통에 찬 비명이 증거다.
이럴 거면 왜 가면을 썼는지.
“지금은요? 지금 기혁은 뭐 하고 있는데요. 한국에는 언제 온대요?”
“저도 잘…….”
“조금 걸릴 거야.”
“이제 정신 차렸어요.”
“응? 뭐?”
“아니에요. 계속 말해 봐요.”
진유리가 커피를 마시며 말을 이었다.
“기간트한테서 뭐 배운다고 하더라고.”
“기간트라면, 수호령요? 수호령한테 뭘 배운다고요?”
“그게…….”
진유리는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들은 대로 말했다.
“커지는 법 배운다고 하던데?”
* * *
현재 나는 커지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거인(Giant)? 넌 그렇게 불러? 좋네! 이제부터 나도 그렇게 부를래!”
“네가 거인의 힘을 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줄 알아? 엄청 쉬워. 한번 맞춰 봐.”
“잘 들어. 네가 거인의 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말야.”
“네가 한 번도 ‘거인’이 돼 보지 못해서야.”
본질이 아니다.
물리적인 크기다.
쉽게 말해, 내가 거인의 크기로 거대화돼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라는데…….
말이 되는가? 거의 빌딩만 한 크기의 인간이 있을 수 있나?
지금도 크다고 난리인데 머리가 구름 언저리까지 간다고? 끔찍하다.
애초에 신도 아닌 인간에겐 불가능한 일.
기간트가 이를 모를 리 없다. 얘가 정신적으로 맛탱이가 가서 문제지 바보는 아니었으니까.
“맞아. 네가 인간인 이상 절대 불가능한 일이야. 솔직히 이 부분은 아직도 신기해. 네가 가진 ‘거인’이라는 힘, 절대 인간은 가질 수 없는 거거든. 근데 가지고 있잖아. 이거 말이 안 되는 일이야!”
“큼큼.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거인은 인간이 가질 수 없는 힘인데 넌 인간이잖아. 여기서 오는 괴리감? 불균형? 뭐 이런 거야.”
가질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인간에게 허락되면 안 되는 힘.
거인(巨人).
“아니거든! 난 태어날 때부터 무진장 컸거든! 이건 내 본체 아냐! 전에 봤던 걔가 내 본체 중에 하나야. 근데, 넌? 태어날 때부터 요만하잖아.”
“너와 나의 차이가 여기서 나와.”
“진짜 거인이 되어 보지 못하면 네 ‘거인’은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기간트는 내게 진짜 거인이 돼 보라 했다.
술식을 그릴 줄 모르는데 마법을 배우는 게 가능해? 검을 잡지 못하는데 검술을 배우는 게 가능해?
거인의 힘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선, 거인이 돼 봐야 한다.
구름까지 닿는 까마득한 높이에서 세계를 내려다보며, 새로운 시각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래서.
“넌 이제부터 이거에 타는 거야.”
내가 진짜 거인처럼 커질 수는 없다. 그러나 거인에 탈 수는 있지 않나?
나는 그렇게 기계 거인에 올라탔다.
발을 내딛는다.
쿠웅-!
기계 거인의 걸음걸이마다 밑에 있던 지형이 부서진다. 까마득한 아래의 땅이 두부처럼 뭉개졌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다.
아무런 감정도 없다.
그저 걷기만 했을 뿐인데, 환경들이 바뀌었다.
이게 거인의 시각인가.
모든 것이 하찮게 보였다. 저 아래에서 무언가 밟혀 죽었다 해도, 나는 모른다. 나의 사소한 몸짓 하나에 수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그럼에도 모른다. 보이지도 않고, 느껴지지도 않기 때문이다.
산책을 하듯 걷다 어떤 산에 걸터앉았다.
기계 거인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움푹 꺼지는 산. 여기까지 걸어온 길을 따라 거대한 족적이 보였다.
“천신 놈이 고약한 것도 이해가 가네.”
겨우 이 정도 높이에서도 이럴진대, 천신은 내가 내려다보는 이 세계를 더 많이, 더 높이 곳에서 오시하고 있을 거다.
얼마나 세상이 덧없어 보이겠나.
이처럼 많은 생각들이 든다.
육체에 대한 다른 시각, 마법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 인간의 기술이 가진 분명한 한계와 이를 초월한 가능성.
단지 시각 하나만 달라졌을 뿐인데, 깨달음이란 파도가 너울너울 나를 덮쳐 왔다.
“즐겁네.”
강해지는 것은 언제나 짜릿하다.
* * *
현재 기간트는 매우 혼란스럽다.
“쟤 인간 맞을까?”
인간 아닌 것 같아. 쟤 좀 무서워.
지금 박기혁이 하고 있는 훈련은 이른바 ‘거인 되어 보기’.
생각나는 대로 붙인 이름이라 촌스럽지만, 훈련 자체는 유서 깊게 내려온 훈련이다.
인간보다 큰, ‘탑승형’ 알파 기어를 사용할 때의 괴리감을 줄여 주는 훈련.
가령 저 정도 사이즈의 기체는 인간처럼 뛰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랬다가는 하체가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버릴 것이다.
이처럼 크기와 무게, 모든 게 상식에서 벗어나면 중력이나 운동 능력, 이런 게 인간이랑은 완전히 달라진다.
속된 말로 서 있는 것에도 힘이 쭉쭉 빠지기에, 소환을 할 때도 신속하고 정확하게 행동만 하고서 역소환해야 한다.
넓은 의미에서 박기혁의 ‘거인’이 힘을 못 쓴 것도 이거랑 관련 있다.
여기 기간트의 표현을 빌리자면 ‘쓸데없이 완성도가 높아 소모되는 힘이 터무니없이 높은데 기술까지 쓰려 한다.’라는 거다.
그래서 거인의 크기에 익숙해지면.
“……‘최적화’를 진행하려 했는데.”
최적화.
대형 워 아머를 제대로 활용하는 기간트만의 방법.
이 최적화는, 가타부타 설명할 필요 없이 로자리아를 보면 된다.
로자리아의 빅터는 부위별로 소환해 마나 소모를 최소화했다.
이에 따라 빅터라는 초대형 병기를 사용하면서도 사용자의 부담을 줄이고, 여기에 작은 적을 정확하게 타깃팅해서 제거하거나 방어와 공격에 자유도를 높이는 등.
단지 워 아머의 신체를 분리해서 활용했을 뿐인데 공격의 자유도가 대폭 상승하는 것이다.
일견 간단해 보이지만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그 로자리아조차 4년 만에 최적화에 성공했으니까.
기간트는 박기혁의 재능을 감안해 반년 정도 봤다. 반년 착실히 배우면 저 거인이란 힘, 최소한 쓰러지지 않고 쓸 수 있지 않을까, 예상했다.
“근데, 이게 뭐야.”
기간트의 예상은 보기 좋게 틀렸다.
“오래도록 놀 줄 알았는데.”
겨우 2주 만에 깨우칠 줄이야. 이 도둑놈!!
기간트의 눈이 급 우울해졌다.
더 놀고 싶었는데, 아직 궁금한 게 하늘만큼 땅만큼 많은데, 왜 쟤는 쓸데없이 유능해서 이렇게 빨리 배워!
이대로라면 내일 당장 최적화를 해도 이상하지 않다.
안 돼. 그럴 수 없어!!
“난 더 놀고 싶단 말이야!”
이제 한창 재미있어졌거늘.
아포칼립스도, 검호의 본능도, 저 거인이란 힘도.
모두 신기하고 새롭다.
단언컨대, 박기혁은 기간트가 이제껏 본 인간 중 가장 인간 같지 않은 인간이었다. 솔직히 거죽만 바꾸면 ‘자신들’과 비슷한 존재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런 신기방기한 인간을 놓쳐? 보낸다고?!
인정 못 해! 더 놀 거야! 난 더 놀아야겠어!
까득, 기간트가 손톱을 물어뜯으며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고.
“찾아내야 해.”
박기혁이 좋아할 만한 것.
그것을 찾아야 해!
기간트의 두뇌가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 * *
한편, 기간트와는 반대로 박기혁이 어서 이곳을 떠나기만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아직도 나오지 않았습니까.”
“전혀.”
“언제쯤 나올지 알 수 있을…….”
“Holy shit! 제발! 그만!”
윌리엄이 묻고 있는 여자를 향해 소리쳤다.
“대체 몇 번이나 묻는 건데. 나도 모른다고! 내가 알면 여기서 이렇게 기다리고 있겠어? 내가 더 알고 싶어! 박기혁, 그 개자식이 언제 나올지!”
“…….”
“오히려 이쪽이 묻고 싶다. 내가 진짜 똥개 새끼도 아니고, 생전 연관도 없던 기어스 스쿨에서 박기혁을 기다려야 해? 챈들러 제니, 말해 봐. 나 언제까지 있어야 되냐고?!”
그렇다.
여자의 이름은 챈들러 제니.
챈들러 가문의 제2계승자로, 현재 박기혁을 데려오라는 가주의 명령을 받고 온 여인이었다.
그러나 로스앤젤레스에서 워싱턴까지 거의 미 대륙을 횡단한 그녀는 박기혁의 얼굴은커녕 그림자도 보지 못했고, 이에 윌리엄과 함께 기어스 스쿨에서 하염없이 대기 중이었다.
“둘 다 조용해. 정신 사나우니까.”
“로자리아, 넌 화 안 나?”
“저기, 부탁 하나만 할게요, 로자리아 씨. 당신이 한번 보고 오면 안 되나요? 당신은 기간트랑 인연이 있잖아요.”
“제니가 말 잘했네. 네가 말해 봐. 너 효율, 시간, 이런 거 좋아하잖아. 가서 상황 좀 보고 와 봐.”
“……미친놈들.”
기간트 님이 어디 옆집 친구인 줄 아나. 들어가고 말고 하게.
말할 가치도 없다.
로자리아는 책을 펼쳐 들며 무시로 일관했고, 두 사람은 또 의미 없는 잡담을 하며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