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술 명가의 마왕님-126화 (126/247)

<검술 명가의 마왕님 126화>

잠들어 있던 공포! TA 브루클린 브리지 습격!

‘캡틴 타이거’ 시민의 안전을 위해 몸을 날리다!

왜 그는 히어로인가. ‘캡틴 타이거’ 행동으로 보여 주다!

……

<사진> ‘사진’ 속 캡틴 타이거에게 안겨 있는 아이 찾다!

레지 밀러(8세, 남아)

- 캡틴 타이거는 내게 F**king 튼튼하다고 했어요.

<특종> 레지 밀러의 모친. ABC방송국 간판 토크 쇼 ‘헬로우 이사벨라’의 이사벨라로 밝혀져!!

현장을 벗어난 이사벨라. 구조대를 만나자마자 늑장 대응 성토!!

이사멜라 밀러(39세, 여)

- 이봐요. 들어 봐요. 브루클린 브리지가 타고 있었어요! 송두리째 잿더미로 변하고 있었다고요! 방금 전에 전 제 보물과 저기 있었어요. 믿겨져요? 저희가 저기 있었다니까요-?!

- 그런데 어떻게 저희를 구하러 온 히어로는 네, 한 명이에요. 믿겨져요. 한 명이라고요!! 홀리 쉿!

- 미디어에서 매일 같이 떠들던, 내 토크 쇼에서 본인을 ‘정의를 지키는 히어로’라 으스대던 사람들 다 어디 있나요? OH! MY! Godddd!!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그들은 오지 않았다고요.

이사벨라. “내가 알고 있는 히어로는 없었다. 내 토크 쇼에 다시는 히어로를 출연시키지 않겠다.” 보이콧 선포.

곧이어 이사벨라, 캡틴 타이거에게 진정으로 감사를 전하다.

- 오, 캡틴 히어로. 당신은 우리 가족의 영웅이에요. 저는 당신의 Big 팬이고, 언제 어디서나, 당신이 무슨 일을 벌여도 응원할 거예요.

생존자 이구동성 “그는 반격할 수 있음에도 우리를 위해 몸을 던졌다.”

‘Sacrifice(희생)’ 진정한 의미의 히어로란 이런 것이다.

……

스타 히어로 공식 발표 “캡틴 타이거는 불가피하게 활동을 중지하게 됐다.”

‘캡틴 타이거’ 부상 및 소속사 문제로 활동 중지 선언.

캡틴 타이거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나다.

“I am Captain Tiger.”

*   *   *

캡틴 타이거와 이별을 고한 나는 곧바로 다음 일정으로 들어갔다.

아, 참고로 ‘스타 히어로’ 지원 업무는 종료됐다. 뭐라더라? TA라던가? 걔들이 설쳐서 날 신경 쓸 겨를이 없다나?

전에 만났던 방화범 녀석도 여기 TA 일원이란다.

진화단, 셀루티스와 함께 3대 빌런으로 손꼽히는 녀석들이라던데, 자세한 이야기는 흘려들었다. 가르쳐 줄 생각도 없는 것 같고 본인 또한 관심이 없어서.

이렇게 스타 히어로에서 나온 내가 향한 곳은 워싱턴 D.C에 위치한 미 국방부 컨트롤 타워 ‘펜타곤’이었다.

뜬금없이 ‘왜 펜타곤?’ 하겠지만, 사실은 본래 내 미국행의 메인은 이거였다. 예전에 일어난 셀루티스와 타천사 사건의 증인으로 참석하는 일 말이다.

한국의 타천사는 미국을 대표하는 가문, ‘챈들러’ 가문의 혈족 계승, ‘아이스 쉬프트’를 사용했다.

한국 측은 이에 관해 미국에 정식으로 해명을 요구했고, 미국 측은 진상 조사 중이라고 했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어이가 없더라.

끝난 거 아니었어? 아직도 이 사건으로 가타부타 말을 하고 있다고?

근데 저쪽은 심각한 모양이었다. 얼마나 급했으면 호텔에 막 도착해 짐을 풀고 있는데, 부리나케 찾아와서 증언을 해 달라고 하던 거 있지.

“증인, 당신이 본 게 챈들러 가문의 ‘아이스 쉬프트’가 맞습니까? 다른 빙계 마법을 아이스 쉬프트로 오해한 것 아닙니까?”

“당신과 챈들러 머레이가 불미스러운 일로 엮였다는 것을 압니다. 이에 대해 발언해 주시길 바랍니다.”

“공교롭게도 증인과 챈들러 머레이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 뒤, 챈들러 머레이가 종적을 감췄습니다. 이에 대해 아는 것이 있습니까?”

“증인은 타천사가 ‘섭취를 통해 타 생물의 능력을 뺏는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증인은 챈들러 머레이가 타천사에게 ‘먹히는’ 것을 확인했나요? 직접?”

질문의 수준도 참…….

타천사 관련 질문하는 거 아니었나?

갑자기 왜? 머레이가 왜 나오는데?

이미 예상했지만, 예상보다도 훨씬 처참하더라.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니다. 미국 측 입장에서야 어떻게든 챈들러와 타천사를 분리하고 싶을 거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 왜 지들 잘못을 나한테 찾아?

나는 ‘아닌 건 아니다.’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아이스 쉬프트 확실해요. 아이스 쉬프트랑 빙계 마법을 오해하기에는 제 수준이 너무 높습니다.”

“자세히? 좋아요 자세히 말해 주죠. 덩어리, 아니, 머레이란 놈이 여자에게 찝쩍댑디다. 자기 가슴에도 못 미치는 민간인 여자에게요. 근데 알다시피 얼굴이 X같잖아요. 여성분은 싫다 했죠. 근데, 이 덩어리는 눈치가 없는지, 주제 파악을 못 하는지 계속 찝쩍…… 뭘 그만해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자세히 말하라면서요. 자, 어디까지 했죠? 아, 그래서 그 새끼가 어쨌냐면…….”

“알았겠습니까? 종적을 감추지 않았으면, 걔는 저한테 죽었어요.”

“제가 확인을 왜 합니까. 그건 그쪽에서 할 일이죠.”

그리고 발언의 끝에 ‘재미있는 가설’을 덧붙여 줬다.

“제가 미국 와서 느낀 게 있어요. 이 나라 땅덩어리가 참 크더군요. 그만큼 게이트도 많겠죠? 한국보다 훨씬 더?”

“여기서 문제. 미국의 그 많은 게이트에서 나온 타천사는 어디로 갔을까요?”

타천사로 인해 한바탕 소란을 겪었던 한국.

그런데 다른 나라는 조용하다. 심하게 조용하다.

이상하지 않나?

정보를 은폐했을 수도 있다. 우리처럼 대충 레드 게이트라고 둘러대면서 말이다.

이곳, 미국에 오기 전까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근데, 아니더라.

얘들은 진짜 모르더라. 타천사도, 셀루티스도…….

일반 시민은 그렇다 치지만, 대부분의 관계자들도 타천사란 존재 자체를 모른다니까? 이건 내 예상이 아니라 팩트다. 타일러가 대화에서 말한 내용이니까.

“타천사가 생산된 것은 확인했어. 몇 마리 잡았거든. 근데 옵티멈이 타천사와 셀루티스의 정보를 공개했을 때부터 그들은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어. 이미 타이밍을 놓친 거지.”

“맞아. 네 말대로 우리 에이전트가 총력을 다 하면 못 잡을 거 없지. 하지만 말이야, 이게 또 쉬운 게 아니라서. 쩝. 답답하네. 담배 하나만 펴도 될까?”

“후우~ 헤이, 루키. 자세한 사정은 말해 줄 수 없고, 그냥 이것만 알아. 기본적으로 저기 위에 분들은 실수를 인정하지 않아. X같지.”

수호령이 두 마리나 있는, 게다가 5대 에이전트, 속칭 파이브 시스터즈 중 하나가 있는 미국이 이 정도인데 다른 나라라고 다를까?

세계의 수많은 게이트에서 탄생된 타천사.

그들이 사라졌다.

그들의 뒤에는 셀루티스가 있다.

다시 말해, 지금 얘들이 걱정해야 할 건 내가 아니라 감쪽같이 사라진 타천사와 셀루티스의 목적이라는 거다.

이런 시시비비 따위가 아니라.

“한심한 것들. 됐다. 내가 왜 신경 써. 알아서 하겠지.”

여기가 우리나라고, 내 가족들이 위험할 수도 있다면야 후려쳐서라도 생각을 고쳐 놓겠지만, 아니잖아.

질문을 던진 정도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의리는 지켰다. 나머지는 너희들 몫이다.

그렇게 증인으로서 충실히 답변한 지 3일. 드디어 난 펜타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   *   *

그로부터 며칠 뒤.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 벨에어의 어느 고즈넉한 저택.

“허허, 그렇게 됐습니까…….”

지금 통화 중인 노인의 이름은 챈들러 릴라드. 챈들러 가문의 가주였다.

“아쉽…… 습니다. 더 이상의 방법은 없는 겁니까?”

아쉬운 소리를 해 보지만, 들려오는 답변은 부정적.

노인은 콧등을 꾹 누르며 화를 참는다.

타천사의 손에서 ‘아이스 쉬프트’가 발현되며, 졸지에 셀루티스랑 엮이게 된 챈들러 가문.

이런 불명예가 또 있을까.

릴라드는 가주로서 자랑스러운 가문 곁에 광신도 따위가 붙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이 사실을 숨기고자, 최선을 다해 수습했다. 다행히 릴라드가 챈들러 가문의 재물을 끊임없이 퍼다 나르며 수습한 끝에 타천사 문제가 덮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번 사건에서 ‘챈들러 머레이’란 이름을 완전히 빼기에는 역부족이었나 보다.

“결국에는 이번 사건에, 저희 가문의 이름이 남겨지겠군요.”

마냥 덮기에는 증거가 너무 많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놈이 충돌한 사람은 ‘검호’ 가문.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명문 가문이다.

결국은 이렇게 꼬이나…….

챈들러 릴라드는 질끈 눈을 감았다.

“알겠…… 습니다.”

체크 메이트.

끝이다.

결국 이렇게 됐다.

결국 명예롭지 못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전화를 끊은 릴라드는 차를 마시며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하지만 이내.

“도저히 안 되겠군.”

다시 전화기를 드는 릴라드.

“제니, 그 아이를 데려와 주겠니.”

적어도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다.

챈들러 릴라드의 결심에 챈들러 가문의 전용기가 워싱턴으로 향하고 있었다.

*   *   *

한편 오늘도 진룡산으로 온 박봄.

이쁜 할머니가 해 준 밥도 먹고, 버찌랑 산책도 하고, 딸기 언니랑 목욕도 했다.

이제 남은 건 기대 기대 기대! 왕 기대하던 선물 개봉 시간!!

“이제…… 언박싱해 볼까?”

“응응!!”

상자를 앞에 두고 머리를 맞댄 진유리와 박봄.

진유리는 마나를 일으켜 조심스레 상자를 열었다.

“후우, 후우.”

“조심, 조심.”

선물을 보낸 이는 박기혁.

봄이가 왕 사랑하는 아빠다.

요즘 아빠는 3일에 한 번씩 봄이에게 선물을 보내 줬다.

매일 통화를 못 하게 된 게 그 이유. 혹시나 봄이가 엉엉 울까 싶어 아빠가 보내 주는 거라고 했다.

‘봄이는 괜찮은데.’

정말 괜찮다. 언니니까.

언니는 씩씩하다. 옆에 있던 버찌를 끌어안았다.

그래도 아빠가 주는 선물은 좋아.

특히나 캡틴 타이거 사인은 너무너무 좋았어. 뭔가 묘하게 아빠 냄새가 났지만, 기분 탓이겠지. 그럴 거야.

꿀꺽.

‘이번에는 뭐가 들어 있을까.’

샤락.

다 풀리자, 안에 들어 있는 건.

“블록?”

“어어?”

블록 놀이다. 정확히는 블록 인간.

더 정확히는.

“캡틴 타이거!!”

붉은색 모양의 블록 인간이 칼을 들고 있었다.

“뭐 만든다고 하더니, 이거 만들고 있었나.”

“우와! 우와! 언니, 이거 움직일까? 움직이겠지? 움직일 거야!”

“한번 해 보렴.”

진유리가 손을 딱 튕기자, 저 멀리서 널빤지들이 날아와 두 사람 앞에 조립됐다.

“움직여 봐.”

봄이가 기대에 찬 눈으로 캡틴 타이거 캐릭터를 널빤지 위에 올렸다.

그리고 정의로운 마음을 담아.

“움직여.”

콩-!

봄이의 부름에 다리를 움직이는 블록 인간.

“우와아아아-! 짱이야!! 아빠 최고야!!”

방방 뛰는 박봄.

진유리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다가, 상자 옆에 있는 쪽지를 본다.

“응? 봄아. 아빠가 그러는데, 그거 ‘기술’ 사용할 수 있대.”

“진짜? 진짜?”

“응, 여기 적혀 있네.”

“나도 나도!”

쪽지를 본다.

기술 사용 가능.

기술 목록 ‘산사태’, ‘달빛 베기’, ‘십자 베기’……

“우와아. 해 볼래! 해 볼래!”

후우- 들뜬 마음을 추스르며 마나를 집중하는 박봄.

박봄의 눈이 호랑이의 눈처럼 갈라지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기술을 펼친다.

“검호류.”

검호류 강검술

산사태

쿠웅-!

블록 바닥이 스르륵, 갈라지며 쿵-! 하고 일정 범위를 강타했다. 만약 저 범위 내에 다른 블록들이 있었다면 전부 튕겨 나갔을 거다.

“우와아아-!!”

멋져. 짜릿해. 신나!!

“언니 언니! 우리 한판 해!”

“잘 시간인데?”

“아아아~ 한판마아안!!”

“그래, 그러자. 대신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해. 약속.”

“약속!”

“준비해.”

박봄이 블록 군대를 세워 둔다.

그리고 오늘 선물받은 캡틴 타이거를 제일 앞에 세워 두면.

“히히히.”

아빠 최고야! 아빠 짱 좋아!

언제나 아빠는 최고지만, 오늘은 더더더 최고인 봄이었다.

*   *   *

“응?”

한창 연구 중이던 내가 뒤돌아본다. 보이는 것은 레일과 화로. 그리고 볼트와 너트들이 전부.

평소 모습 그대로인데 왜 봄이의 웃음이 들리는 걸까.

“하긴 지금쯤 웃을 선물이 갔을 거니, 웃긴 하겠다.”

캡틴 타이거 블록.

보기에는 별거 없는 것 같지만, 요즘 공부하고 있는 ‘소형화’의 모든 정수가 담긴 결정체였다.

다시 연구에 집중한다.

이제 조금만 더하면, 나도 한 단계 업그레이…….

그때, 저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

“야아아아!! 박기혁! 놀아 줘어어!!”

“……진짜.”

집중 좀 하려니까.

나는 짜게 식은 눈으로 변태, 기간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다.

현재 내가 있는 곳은 기간트 팩토리(Gigant Factory).

기간트의 허락 없이는 한 발짝도 들어오지 못한다는, 워 아머의 정수가 숨 쉬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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