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술 명가의 마왕님-117화 (117/247)

<검술 명가의 마왕님 117화>

처음으로 타 본 비행기.

처음으로 나온 외국.

처음으로 타국 땅을 밟은 내 기분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굉장하네.”

신기하다. 굉장하다.

이제 좀 익숙해졌나 싶었는데, 이 세계는 또 한번 나를 놀라게 해 줬다.

과거, 그러니까 전생의 제국에서도 비행기 비슷한 게 있었다. 비공정이라고, 하늘을 나는 배.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군사적인 용도지 이동 수단은 아니었다. 그마저도 굉장히 느려서 효용 가치가 없었고.

그런데 여길 봐라. 구름을 구경하다 기내식 먹고, 쫄쫄이 타이즈 입은 히어로 영화 몇 편 보고 자니까 벌써 미국이다.

대륙과 대륙을 연결하는 하늘길이라니. 진정한 의미로 하늘을 정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게 즐거운 경험을 끝내고 미국에 도착하자, 이 거대한 대륙의 잠재력을 물씬 느낄 수 있었다.

누굴 통해?

이 남자를 통해.

“안녕하세엽.”

어설프게 한국말을 하는 남자.

기다란 챙의 모자에, 주렁주렁 뭔가가 달린 가죽 재킷과 승마 바지.

스타 히어로의 주인, 존 C. 타일러였다.

이 남자. 아주, 매우 많이 강하다. 존X! 욕이 나올 정도로 말이다.

아버지와 진도하 아저씨와 비견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내가 본 최고의 재능인 수혁 형도 이 남자한테는 안 된다. 적어도 아직은 말이다. 5년 정도 수련을 거치면 동수를 이루지 않을까?

놀라운 사실은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

“텍사코. 예약 시간 45분 전. 이동 시간 20분. 시간 없음.”

검은 피부에, 말끔하게 넘긴 머리. 정장에, 외알 안경. 메르헴의 할아범을 연상케 하는 차림의 남자.

희한한 말투 때문에 내 통역기가 고장 났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 이 남자도 보통이 아니다.

이름이 말튼 에브리헴이라는데,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스타 히어로의 실질적 브레인이라고 들었다.

내가 보기에 저 남자, 단순한 브레인이 아니다. 브레인이 저렇게 난폭한 마나를 가졌다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설득을 빙자한 ‘폭력’으로 다 부술 놈이었다.

그래, 내 과다. 이 에브리헴이란 남자는 내가 가진 마나랑 아주 흡사했다.

솔솔 느껴지는 흑마법의 향도, 저 폭력적인 기운도.

으으! 정말, 끝내주네.

못 견디겠다. 몸이 덜덜 떨린다.

이 둘에 비하면 윌리엄 이 자식은 정말…… 하찮다. 비교조차 미안할 정도야.

“이놈이 미국 유망주 랭킹 1위라고 해서 기대 안 했는데.”

“……응? 뭐라고 했나?”

“너 욕했다, 멍청아.”

이런 강자들이 존재하는 미국인데, 유망주 중에서도 최고라는 놈이 이렇게 덜 떨어지다니.

얘는 좀 맞아도 된다. 아니, 맞아야 한다.

“부끄러운 줄 알아.”

“Fuck…….”

존 C. 타일러.

말튼 에브리헴.

두 강자의 출현에 진지하게 소름이 돋았다.

즐겁다. 신난다. 흥분된다.

세계는 넓고 강자는 많다.

또 어떤 강자가 나를 흥분시킬까.

정말 끝내주는 세계였다.

*   *   *

한동안 호텔에서 생활하던 난, 몇 가지 수속을 밟은 뒤에야 스타 히어로의 숙소로 들어오게 되었다.

“공항에서 했잖아. 그때도 빡세게 하더만.”

“그건 연방 정부에서 하는 거다.”

윌리엄이 내 곁으로 따라붙으며 말했다.

“그럼 이건?”

“이건 주 정부에서 하는 거고. 우리나라는 각 주마다 초인 관련 법이 다르다.”

윌리엄이 연방 정부와 주 정부의 차이를 말하려 하자, ‘됐다.’라는 한마디로 잘랐다.

내가 미국에서 살 것도 아닌데 괜히 알 필요가 있나.

대충.

“까다롭네.”

이 정도만 알면 됐지.

“미국의 다른 주를 가도 이 정도는 다들 한다. 뉴욕이라 더 심한 부분도 없지는 않지만 말이다.”

“됐어, 됐어. 그건 넘어가자고. 근데.”

윌리엄을 빤히 봤다.

“넌 서부 소속이라며. 여기 동부인데, 와도 되냐?”

“무슨 병신 같은 소리냐.”

“사이 안 좋지 않아? 난 그렇게 아는데. 무슨 내전이라던가…… 동서 내전?”

“그게 언제적 이야기인데. 여긴 미국이고, 나는 시민권을 가진 미국 시민이다. 동부고 서부고 어디를 가든 내 자유다.”

“아…… 난 뭐 두 쪽이 싸운다 해서.”

“하, 무식하기는. 이스트와 웨스트가 사이가 좋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서로 죽일 정도는 아니다.”

곧이어 우리가 있는 곳으로 도착한 차량.

영화에서나 볼 법한 길쭉한 리무진이 우리 앞에 섰다. 스타 히어로 측에서 마련한 차량이라는데, 처음 타 봐서 그런지 제법 신기했다.

“오, 냉장고. 이햐, 이건 뭐야. 과자? 땅콩? 오오.”

“……촌스럽게 리무진 정도로 호들갑 떨지 마라. 너도 타려면 얼마든지 탈 수 있지 않나. 옵티멈이 그렇게 돈이 없지는 않을 텐데.”

“처음은 언제나 신기한 거야. 그런데 말이야…… 기분 탓인가? 왜 아까부터 말이 티껍게 느껴지지?”

“……그, 글쎄.”

“주의해.”

리무진이 도로를 물 흐르듯 이동했다.

외곽 도로로 들어가 복잡하던 도시를 벗어난다. ‘스타 시티’로 향하는 길일 거다.

미국의 에이전트는 주로 업무를 처리하는 본사와는 다른, 분리된 거주 구역을 갖는 게 보통이란다.

쉽게 말하면 ‘숙소’인데, 실제로 보면 숙소 정도가 아니다. ‘스타 시티’라는 별칭답게 거의 소도시급의 동네가 전부 거주지다.

마트, 학교, 차량 정비 센터…… 심지어 병원까지, 다양한 편의 시설이 다 있다.

과연 천조국. 땅덩어리가 넓다 보니 별 해괴한 짓을 다 하네.

그렇게 도착한 중앙 센터.

대충 봐도 거의 잠실종합운동장 크기의 이 센터 전부, 스타 히어로 소속 히어로들이 사용하는 곳이란다.

“숙소로 가시겠습니까, 아니면 식사를 하시겠습니까.”

“그것보다는 몸 좀 풀고 싶은데, 운동할 곳 있나요?”

“그러시면 센터 내부 시설을 활용하시면 됩니다.”

헬스, 스파, 마사지, 바버샵 등등 안내인의 입에서 내부 시설들이 줄줄이 나오는데…… 과하다 과해.

슬슬 질린다. 이 정도면 그냥 ‘다 있습니다.’라고 한마디 하면 되지 않나. 이건 정말 언어 낭비다.

그래도 헬스장은 좋더라.

주루루룩, ‘랙’들이 기다란 트랙을 따라 놓여 있다.

어쩜 저렇게 참하게 모아 놨는지, 보기만 해도 근육들이 펌핑되는 기분이었다.

“운동하자 운동~ 야, 물 좀 떠와.”

“저기, 나는 쉬러 가면…….”

“여기 리프팅 벨트도 있고 여긴 스트랩. 오오, ‘마나 차단’ 벨트도 빌려주네. 캬! 운동할 맛 난다. 그치?”

“아니 난, 좀 쉬고 싶은…….”

“응? 죽고 싶다고?”

“……물 떠온다.”

윌리엄이 똥 씹은 표정으로 물을 뜨러 갔다.

하여튼 저 자식 재능은 쓸 만한데 정신 상태가 글러먹었다. 재능이 아까워서 손 좀 봐주려 했더니 벌써부터 귀찮아하는 것 봐라.

“네가 준우 반의반만 닮았어도 로자리아랑 비벼 볼 만했을 거다.”

“……계속 혼자 말하지 마라.”

“혼잣말이 아니라 너한테 한 거다, 멍청아. 닥치고 이거나 차고 랙에 들어가.”

“마나 차단 벨트? 아니, 내 마나를 왜…….”

“마나 써서 하는 게 무슨 단련이냐. 닥치고 들어가. 말하기 귀찮으니까.”

나와 윌리엄은 신나게 근육을 조져 줬다.

벤치 프레스, 스쿼트, 데드 리프트. 소위 말하는 3대 운동에 풀업, 오버 헤드 프레스 등등.

밀고, 당기고, 수축과 이완으로 온몸의 관절 하나하나 공평하게 어루만져 주자.

내 귀여운 근육 덩이들.

비행기다, 시차다, 뭐다 해서 잔뜩 굳어 있던 녀석들이 아우성치며 좋아 죽는다.

그렇게 근육과의 대화 시간을 나누는데, 우리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내 눈이 잘못됐나. 1320파운드(약 600킬로그램)? 마나 안 쓰고 저 무게로 스쿼트를 한다고?”

“……Wow. 자세 봐. So Perfect!”

“아니지. 넌 자세에 왜 집중해. 저 근육에 집중해야지.”

“어쩜, 황인종이 저렇게 커? 혼혈인가?”

“너 방금 말 별로였어.”

“맞아. 백인이든 황인이든 흑인이든 인종이 뭐가 중요해. 빌어먹게(Fucking!) 섹시한데!”

“근데 저 Strong Boy는 누구야?”

“나도 몰라. 아는 사람?”

“쟤는 모르겠고, 옆에 있는 사람은 낯이 익는데.”

“윌리엄이잖아. 크리스토퍼 윌리엄. 엘리멘탈 마스터 제자.”

“쟤는 또 왜 저기 있는데?”

“아, 왜 자꾸 나한테 물어. 모르겠다니까.”

처음에는 몇 명이던 사람들이 점차 늘고, 사람이 사람을 불러 모아 더 몸집을 부풀리더니, 어느새 이 헬스장의 모든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날 주목하고 있었다.

“음.”

새로운 곳에 오니까 이런 면은 단점이네.

기존에 내가 운동하던 곳이라면 동아리실이나, 연구소 밑에 딸린 홈 짐, 아니면 옵티멈 시설이다. 당연히 모두가 나를 알고 누구도 내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 사람들은 나를 처음 본다.

불쾌하지는 않다. 이해도 된다. 저들의 입장에서 나는 충분히 신기할 만하니까.

일단 외견부터가 말이 안 되잖나.

2미터가 넘는 신장에, 완벽하게 조율된 육체. 힘과 수행 능력.

여기는 스타 히어로 센터다. 여기 있는 이들은 전부 난다 긴다 하는 초인들. 그런 이들 사이에서도 나는 압도적이었다.

이렇게 말하니까 주목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거네.

그래도 귀찮은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단점이라 말한 것이고.

하나, 세상살이에 단점이 있으면 장점도 있는 법.

이 관심이 나를 모르기에 벌어진 단점이라고 한다면.

나를 모르니까 굴러들어 온 장점도 존재한다.

예를 들면, 지금 스파링 코트 위에서 이쪽을 부르는 저 사내처럼.

“헤이, 뉴 페이스. 좀 하는데 나랑 한 판 어때?”

봐봐. 장점이지?

나는 땀을 닦으며 활짝 웃었다.

*   *   *

스타 히어로는 미국을 대표하는 에이전트다.

그 말인즉, 여기 구성원들도 미국에서 거르고 걸러진 에이스들로만 가득 찼다는 뜻이다.

자신의 가치를 알기에 자부심도 높고, 본인의 실력에 자신이 있는 만큼 자존심도 강하다.

하지만.

“미친놈들. 건들 게 없어서 저 괴물을 건드려.”

윌리엄은 잘못됐다고 본다.

자부심? 자존심? 사람 봐 가면서 부려야 한다. 적어도 저 괴물 같은 박기혁 앞에서 부릴 것은 아니란 말이다.

윌리엄 본인이 몸으로 체득한 확실한 사실이었다.

봐라. 또 한 놈 넘어가는 거.

“이크.”

윌리엄이 눈살을 찌푸리는 순간.

파아앙-!

스파링 코드가 휘청이며 한 사람이 코트에 꽂힌다.

코트 중앙에서 대자로 뻗은 사내. 하얀 게거품을 문 채 기절한 상태였다.

“다음.”

박기혁이 손을 까딱이자 다른 사람이 들어섰다.

“드디어 내 차례네. 참기 힘들었다구, 스트롱 보이.”

혀로 입술을 핥으며 들어서는 장신의 여자.

족히 180은 되는 키에 드레드 머리. 스포츠 브라. 그리고 섬뜩하게 갈라진 식스? 아니, 에잇 팩이 새겨져 있는 여자였다.

훌륭한 육체. 노력의 성과가 그대로 드러난 육체에 박기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룰은?”

“프리하게 하자구. 마법도, 무기도, 워 아머, 모두 꺼내도 좋아. 보이도 그쪽이 좋지?”

“물론.”

카운트가 떠오른다.

3.

기수식을 취한다.

2.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듯, 서로를 노려봤고.

1.

곧바로.

땡땡땡-!

경종과 함께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들소처럼 파고드는 두 사람.

서로 어깨를 부딪쳤다.

쿵-!!

분명히 어깨와 어깨가 부딪쳤는데 무슨 중장비가 충돌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선공을 취한 건 여자.

유려한 움직임으로 어깨를 잡고 박기혁의 뒤로 넘어간다. 그러고는 양팔로 갈빗대를 부서뜨릴 듯 허리를 움켜쥔 채 뒤로 넘기려 했다.

이에 박기혁은 근육에 힘을 잔뜩 주며 막아 내는데, 그때 귓가로 들리는 목소리.

“그라비티.”

“……!!”

중력이 역전되더니, 힘이 역방향으로 쏠리며 박기혁의 몸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 순간, 여자가 허리를 젖히며 박기혁을 메다꽂는다.

백 수플렉스.

꽈아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체술로 힘의 방향을 지정하고, 바로 그 순간 그라비티를 이용해 중력을 역전, 힘의 방향을 강제한 다음 물 흐르듯 백 수플렉스.

“허, 허…….”

코트에 꽂힌 박기혁은 핑핑 도는 머리보다, 이 환상적인 연계가 아른거려 웃음이 나왔다.

이에 여자는 멈추지 않고 그녀가 자랑하는 그래플링 기술을 이어 나갔다. 뱀처럼 하체를 움직여 오른팔을 감싸고는 관절을 부수려 하거나, 아예 등 뒤에서 목을 직접적으로 조였다.

얽히고설킨 싸움. 진흙탕 싸움이 이런 것일까.

도망치려는 박기혁과 어떻게든 붙잡으려는 여자의 치열한 싸움이 계속됐다.

박기혁이 거칠게 발로 차며 주먹을 뻗는다. 여자는 워 아머를 ‘부분 생성’해 내며 간단하게 주먹을 막고는, 다시 박기혁의 겨드랑이로 팔을 밀어 넣었다

뺨을 맞대고 있는 두 사람.

모든 게 느껴진다.

체취도, 심장 소리도, 심지어 근육의 움직임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꽤 선정적인 자세여서일까. 구경하던 이들이 전부 휘파람을 불며 박수를 쳤다.

하지만 정작 붙어 있는 이 둘의 대화에 그딴 건 없었다.

“끄, 끙. 신기하게 싸우네.”

“보이가 더 쩔어. 젠장, 내 그래플링을 이 정도로 막은 사람은 네가 처음인걸.”

“궁금해서 그러는데, 하나만 물어봐도 돼?”

“얼마든지.”

“너 여기서 몇 번째야.”

여자가 다리를 휘어 감으며 상큼하게 웃더니.

“여기서는 열 손가락 안에 들지. 이래 봬도 팀장이거든.”

“역시.”

박기혁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었다.

체술의 완성도, 거리에 대한 이해, 중력을 다루는 숙련도 모두 최상이다.

특히 압권은 중간중간 알게 모르게 관절에 가하는 물리 마법이다. 중요한 순간, 힘을 발산하려는 순간마다 물리 마법을 가해 힘을 비틀었다.

물론 박기혁이 마법을 사용하지 않으며 순순히 당해 준 감도 없지 않다. 하지만 여자도 ‘워 아머’를 활용하지 않았으니 서로 페널티가 있는 상태.

굉장히 수준 높다.

박기혁의 목을 옥죄어 오는 여자. 그는 밀려드는 압박과 고통에 점점 무언가 풀려 가는 게 느껴졌다.

뚜뚝.

뭔가 중요한 거.

뚜둑.

나를 감싸던 최소한의 그거.

뚝.

그래, 안전핀!

모든 게 무너지는 순간.

그대로 여자를 매단 체로 몸을 일으켰다. 놀란 여자의 눈빛이 스쳐 간다.

마지막 경고를 날린다.

“워 아머 착용해.”

“……!!”

그러고는, 바로 패대기친다!

꽝!

그대로 들어 다시 코트로 꽂아 박는다.

콰앙-!

그대로 다시!

콰앙-!!

다시!!

콰아아앙-!!”

“그래, 이거지!!”

쾅, 쾅, 쾅……

“이거야! 이거라고!”

쾅, 콰아아앙-!!

죽어라 내려쳤다. 중간중간 여자가 자랑하는 물리 마법이 관절에 박혔지만, 온몸으로 견뎌 내며 있는 힘껏 내려치기만 했다.

코트에 열 번을 내려치자, 코트가 움푹 들어갔다.

스무 번을 내려치자, 코트가 부서졌다.

서른 번을 내려치자, 여자의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박기혁이 상대를 놓았을 때, 여자는 워 아머를 착용한 채 기절해 있었다.

“후우.”

강자와의 싸움.

역시 기분 끝내주네.

슬쩍 링을 건너가 다른 코트로 간 박기혁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한다.

“다음.”

박기혁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해맑게.

아직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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