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명가의 마왕님 1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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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들, 전에 급전 필요하다던 놈이야. 게이트 조금씩 풀리면서 숨통 트였어. 그때 내가 흥분해서 욕 싸지른 거 머리 박고 사과할게.
쏴리~!
근데, 형님들, 나 궁금한 게 있어. 몇 번 같이 공팟 뛰던 사람이 같이 일하면 돈 제대로 벌게 해 준다는데 액수가 졸라 커. 사냥해도 못 벌 거 같은 액수야. 근데 이거 말 안 되잖아. 궁금해서 물어봐.
└ 액수가 어느 정도인데?
└ 글쓴이) 1레벨 게이트 5인 공팟 기준 5배임.
└ 5배면 ㄷㄷㄷ 거의 3레벨 게이트 수익인데? 말 안 되는데?
└ <<< 고수익 보장. 초인 모집. 정식 인증 회사. 계약서 지급. 전화 070.8888.XXXX >>>
└ 스카웃 제의 아님? 계약금 같은 거.
└ 글쓴이) 내가 내 실력을 아는데, 스카웃 받을 정도는 아냐.
└ 보라돌이 하자는 거잖아.
└ 글쓴이) 보라돌이? 그게 뭔데?
└ ‘퍼플 게이트’ 사냥하는 거. 그거는 동급 블루 게이트 사냥보다 훨씬 많이 받는다.
└ 오! 진짜인가요?
└ ㅅㅂ 위에 놈 뇌를 냉장고에 처박았음? 말 똑바로 해야지. 퍼플 게이트 돈 받는 거, ‘생명 수당’이다. 잘못 가면 X된다. 게다가 그마저도 ‘직접’ 클리어 못하면 못 받는다.
└ ㅇㄱㄹㅇ 친구 따라 1레벨 보라돌이 갔다가, 전부 지가 클리어하겠다고 눈 벌게져서, 혼파망이었음 ㄷㄷㄷㄷ
└ 퍼플 게이트 레이드는 아무나 가능한 게 아닙니다. 에이전트 끼고 하는 거니까. 절대 하지 마세요.
└ 글쓴이) ㅇㅋ 이해했음. 안 감.
└ 쓴이야. 네가 말한 거 내가 보기에 요즘 유행하는 ‘언더 써클’ 이야기 같거든. 깡패나 조폭 같은 불법적인 일인데. 웬만하면 가지 마라.
└ 언더 써클? 우리는 지하 에이전트라고 불러.
└ 언더 써클, 지하 에이전트 ㅋㅋㅋㅋㅋ 개ㅅㅂ ㅋㅋㅋ 그냥 조폭이지, 조폭 ㅅㄲ들 거창한 거 보소.ㅋㅋ킼ㅋㅋㅋㅋㅋ
└ 무시할 게 아니에요. 요즘 조폭들은 초인 영입해서 ‘통제’도 해요. 조심하세요.
└ 나 봤음.
└ 요즘 통제가 많은 이유가 저거였구만. 잡았다 시X롬들.
└ 쉽게 번 돈은 무조건 탈이 납니다. 절대 가지 마십시오.
└ 그래, 불법이 돈 벌기는 쉬운데, 한 번 들어가면 나오기 쉽지 않아. 현생 포기한 거 아니면 아예 눈길도 주지 마.
└ ***** 당신이 초인이라면 ‘5분 대출!’ 무담보, 무보증, 무이자. 등급 상관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금 바로 연락…… …
└ ㅅㅂ 요즘 광고는 왜 이렇게 많아!
……
…
* * *
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나태하다 생각한다.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게 사람 본성 아닌가.
그 증거가 월요병이잖나. 분명히 주말에 쉬었을 텐데, 쉬면 컨디션이 좋아야만 하는데, 월요일 출근길을 보면 다들 얼굴이 누렇게 떠 있다.
마치 지금의 우리처럼.
“아쁘아, 유치원 가기 싫어.”
“아빠도 가기 싫어.”
침대에 함께 누워 있는 우리 부녀.
“미야…… 아옹.”
그래, 버찌도 함께지…….
아무것도 하기 싫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그렇게 우리 부녀는 잘 구워진 계란프라이처럼 퍼져서 일어날 생각을 못 하고 있다.
하긴.
‘너무 놀았어.’
바닷가에서 뿌린 폭죽은 신호탄이었다.
대장정의 신호탄. 정말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이고 돌아다녔다. 어느 날에는 산에서 자고, 어느 날에는 바다에서 눈을 떴다.
때론 길을 잃고 헤매기도 했다.
“아빠, 여기 어디야?”
“내비에는 울산이라는데.”
“울산이 어디야?”
“아빠도 잘 몰라. 밥이나 먹으러 갈까?”
“그러자~!”
부모 마음이 그렇더라. 최대한 많은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 더군다나 나는 마법사잖나.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는 게 얼마나 영혼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힐링 여행 스케줄 중 하나인 놀이공원은 보육원 애들이랑 함께 갔다.
처음 보육원에 들어설 때 웃겼지. 언제나처럼 혼자 오는 줄 알고 달려왔던 애들이, 내 뒤로 봄이가 들어서자 정말 보육원이 떠나가라 소리쳤다.
“와! 얘들아! 봄이 왔어!”
“봄아!”
“어머, 봄아. 나 기억나?”
“봄아, 흐어어엉! 다행이야. 잘 있어서 다행이야.”
솔직히 조금 놀랐다.
한 명쯤은 시기하고 질투할 줄 알았는데, 전부 반갑게 맞이해 주더라.
나중에 생각해 보니, 보육원 환경 때문인 거 같다.
안 그래도 옵티멈 공식 후원 보육원이라 다른 보육원에 비해 풍족한 편이었는데, 내가 자주 오는 걸 알고부터는 어머니가 후원금을 대폭 올려 버렸단다.
어쨌든, 혹시 봄이에게 상처 줄까 조심스러웠는데, 일이 잘 풀려서 다행이었다.
그렇게 봄이와 보육원 애들을 데리고 놀이공원에 갔다.
그리고 난 이 놀이공원에서 또 한 번 놀랬다. 오직 놀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라니. 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람도 많고 기구도 많더라. 자유 이용권을 끊었지만 다 놀 수 없을 정도.
기구마다 늘어진 줄을 보며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안 되겠다. 너희들 방학이지?”
“그렇죠?
“혹시 약속 있는 사람 손. 없네. 그럼 더 놀고 싶은 사람 손. 좋아, 근처 호텔로 가자. 거기서 자고 내일 아침에 또 오는 거야. 어때?”
“우와아아아아아!!”
근처의 호텔을 오가며 2박 3일을 놀았다
인간적으로 이왕 왔으면 종류별로 한 번씩은 타 봐야 될 거 아니야.
이렇게 놀고도 일정이 남아, 봄이와의 여행을 더했다. 다만 이때 여행은 처음의 힐링 여행과는 좀 달랐다.
노는 것도 노는 것이지만, ‘칼춤’과 ‘별 마법’을 가르치는 시간이었다. 여기서 칼춤은 검호류 검술이었고, 별 마법은 아포칼립스였다.
“아빠, 이렇게?”
“보자. 응, 잘했어. 검은 그런 느낌으로 잡는 거야.”
“아빠 근데, 큰 검은 언제 잡아?”
“대검은 봄이가 검을 제대로 잡을 수 있게 되면.”
“부우우우~.”
참고로 인형 놀이는 못 했다.
왜 인형 놀이에 ‘진짜’가 붙는가 싶더니, 실물 크기 인형으로 하는 거란다. 위그드라실이 가르쳐 줬다네.
미안하다고 말하며, 다음 방학에는 아빠가 직접 인형을 만들어 주기로 약속했었다.
간략하게 떠올려 봐도 이 정도다.
“하…….”
참 많이도 놀았네.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도 이 정도로 놀았던 적이 있었나? 아마 없을 거다. 애초에 놀았던 기억이 없으니까.
내가 이 정도인데, 봄이는 어떻겠나.
계속 뒤척이며 내 품에 파고든다. ‘나 유치원 가기 싫어요.’를 온몸으로 표현하는 중.
마음 같아선 ‘가기 싫으면 가지 마.’라며 상냥하게 말해 주고 싶지만, 난 아빠. 나라도 중심을 잡아야 한다.
“일어나자, 봄아.”
“우우웅, 조금만 더.”
“그럼 봄이는 가만있어.”
아빠가 움직이면 되니까.
누워 있는 봄이를 번쩍 들어 화장실로 간다.
그렇게 후다닥 채비한 뒤 차를 탔고,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은 유치원 앞.
“……다녀오겠습니다.”
“수업 잘하고, 밥 잘 먹고.”
“……응…….”
봄이가 영혼이 반쯤 빠진 것처럼 흐느적흐느적 유치원으로 들어가고.
나도 아카데미로 가기 위해 운전대를 잡는데.
“……가기 싫다.”
나도 인간은 인간인가 보다.
만사가 귀찮다.
힘겹게 액셀을 밟았다.
……
…
어떻게든 아카데미로 도착한 나.
강의실 문 앞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는 문을 연다.
끼익-
강의실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나로 향하고, 그 무수한 시선 속에서 직접 육체로 돌격하는 사람은.
말할 거 있나. 진유리지,
“기혁아!”
“어.”
“오랜만이야. 나 안 보고 싶었어.”
“보고 싶었지. 이렇게 들러붙기 전까지.”
“와, 감동. 감동.”
지 듣고 싶은 말만 듣는 거, 확실히 진유리가 맞다.
열렬하게 안기는 녀석을 달고서 아무렇지도 않게 내 자리로 걸어갔다. 고목나무에 매미가 붙으면 딱 이 모습이려나…… 몇몇이 이 모습을 보고 웃는다.
그런데 우리의 진유리. 전혀 표정 변화도 없이 내게 안부만 묻는다.
봄이랑 재미있었냐는 둥, 어디가 제일 재미있었냐는 둥,
다음에는 나도 같이 가면 안 되냐며 앙탈도 부리고.
정말 나도 남들 시선 따윈 신경 쓰지 않지만, 얘는 진짜 하나도 안 쓴다니까.
자리로 가자 나를 반기는 준우와 메리.
“왔냐.”
“왔어요, 기혁.”
“오랜만이다. 근데 얼굴 좋네? 여행 갔더니 재미있었나 본데?”
“그럭저럭.”
“잠시만요, 기혁. 준우, 방금 뭐라,했어요? 그럭저럭요?”
“그럭, 저럭. 아까도 말했지만 잠이 부족했다.”
“하? 그걸 말이라고 해요? 누구 때문인데요!”
“너, 아침에 깨운 건 너였다.”
“와! 준우가 아침 먹는다면서요!!”
평소와 다름없이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딱 꼬집을 수 없지만 둘 사이가 많이 깊어진 것 같다. 뭔가 부부를 보는 느낌이랄까.
“준우와 메리 봐봐. 진짜 부부 같아.”
“나도 그 생각했어.”
“보기 좋지 않아? 막 부럽고, 나도 저렇게 되고 싶고?”
“보기 좋네.”
“저러다 졸업하면 결혼하는 거 아냐? 요즘 빨리 결혼하는 게 유행이잖아.”
“나쁘지 않지. 쟤 둘, 파장이 좋아. 아마 잘살걸.”
“우리도 잘살 거야.”
“…….”
“알았어. 적당히 할게.”
히잉, 콧소리를 내며 쭈그러드는 진유리.
참나, 귀엽기도 하고 어이도 없어서 웃음이 났다.
바로 얼마 전까지 집에서 나오기도 싫었는데, 또 이렇게 오니까 재미있다니. 인간이란 참 간사하다니까.
“근데 기혁. 오늘 왜 모인 거래요?”
“나도 몰라. 그냥 오라 해서 온 거지. 넌 들은 거 없어?”
“나도 바빴어요.”
“훗.”
그때, 코웃음을 치며 진유리가 끼어들었다.
저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콧대를 보니, 뭔가 아는 것이 있는 것 같았다.
“궁금해?”
“……궁금해.”
“정말?”
“정말로 궁금해.”
사실 하나도 궁금하지 않지만, 그래도 알아 온 성의가 있잖나. 일단은 장단에 맞춰 줬다.
하지만.
“오늘 왜 모였냐면…….”
끼익-!
“……?!”
문이 열리며 교수가 들어오고.
“반가워요. 방학 잘 보냈죠? 오늘 모인 이유에 대해서 말해 드릴게요.”
나만 맞춰 주면 뭐하나. 세상이 안 도와주는데.
난, 심술이 난 진유리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 * *
“오늘부로 여러분은 4학년이 됐어요. 아카데미에서 남은 시간이 1년밖에 남지 않은 거죠. 이제 곧 현역으로 투입되는 여러분에게 이론 공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을 겁니다.”
“솔직히 수업 듣기 싫잖아요. 실적을 쌓고 싶지. 안 그래요? 안 그런 사람 손! 훗. 솔직해서 좋네요. 저도 다 안답니다. 여러분이 성적보다 실적에 신경 쓴다는 거. 한때는 저도 여러분과 같았으니까요.”
“그래서 아카데미는 매년 4학년 졸업반에게 최대한 많은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른바 현장 수업이죠. 오늘 모인 이유는 이 현장 수업 때문이에요.”
“현재 전국적으로 ‘불법 조직’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요. 여러분들은 경찰과 협조해 이 불법 조직을 수사, 검거해야 합니다.”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과 인간을 상대하는 것은 많이 달라요. 이제껏 여러분이 게이트를 공략하며 얻은 경험은 ‘헌터(Hunter)’의 역할이라면, 이번 일은 공공의 이익과 정의를 지키는 ‘나이트(Knight)’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겁니다.”
“헌터와 나이트. 왜 같은 초인을 헌터와 나이트로 나눌까. 이번 현장 수업을 통해 확실히 알아 두세요.”
“아, 참! 그렇다고 본 수업을 빼먹을 수는 없겠죠? 월화수는 수업, 목금토는 현장 수업으로 진행될 거예요. 호호. 반응 좋네요. 학점 모자라는 분들은 미리 준비해 놓으세요.”
“마지막으로, 이번 현장 수업은 지도 교수 대신 ‘졸업생’들이 지도 역할을 해 줄 겁니다. 다들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선배들이니까, 부디 많은 것을 배우시길 바랍니다. 이상!”
* * *
현장 수업에 대한 이야기가 발표된 지 이틀 뒤.
게이트에서 사냥을 끝낸 우리는 미리 약속해 둔 카페로 향했다.
다들 알다시피 우리 20조는 전원 ‘학력 우수생’.
사실상 학점에 대한 부담이 없어 필수 과목을 월요일에 몰아 두고 몬스터 사냥만 하는 편이었고, 오늘도 그랬다.
나는 어깨를 돌리며 말했다.
“너무 많이 놀았나. 오랜만에 사냥하니 몸이 제멋대로 움직이네.”
“……나만 하겠나.”
오늘 준우의 기분은 매우 흐림.
헛손질도 많고 포지셔닝 실수도 많아서 저런다.
“준우, 괜찮아요. 속담도 있잖아요. 치타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원숭이.”
“야이 눈치 없는 놈아. 그냥 알아 처들어. 메리가 걱정해 줘서 저러잖아.”
“괜찮아요, 유리. 준우 눈치 없는 거 한두 번인가요.”
그렇게 투덕투덕하며 카페에 앉아 있길 잠시.
한 여인이 카페 문을 열자마자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남색 여성 정장에 반듯하게 빗은 머리. 살짝 우리 어머니의 패션이 생각나는 복장의 여인.
저 사람인가? 우리 현장 수업을 도와줄 사람이.
내 예상이 맞았는지, 여인이 우리 쪽으로 와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연수지라고 해요. 만나서 반가워요. 우리 잘해 봐요.”
그런데 연수지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오랜만이죠. 그동안 잘 지냈어요?”
나는 눈에 불을 켜는 진유리를 진정시키고 말했다.
“누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