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명가의 마왕님 59화>
호수가 흐르는 정원.
새가 지저귀고, 아기를 닮은 동상 위로 분수가 뿜어져 나온다.
따스한 바람, 시원한 바닷소리.
햇살마저 영롱하게 빛나는 한 폭의 그림 같은 정원
그런데 이곳에 딱 하나, 풍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 있었으니.
분수 꼭대기, 정원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검은 십자가.
아래와 위가 바뀐 채 불길하게 빛나는 역십자.
3대 빌런 단체 중 하나인 ‘셀루티스 교단’의 상징이었다.
“흠, 임 대사제님은 어리석은 이단 종자들이 한국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생각하신다는 겁니까?”
“생각이 아니랍니다, 에드워드 대사제님. 마땅히 ‘옳은’ 거죠.”
차를 마시던 세 사람 중, 유일한 여자인 임 대사제가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짓다 찻잔을 내려놨다.
“원래 동방은 저희 교단의 영향권입니다. 진화를 믿는 그 가여운 이단 종자들이 감히 발붙일 곳이 아니랍니다.”
“임 대사제의 지금 말씀은 어폐가 있군요. 그들이 한국 지부를 연 것은 명백히 사실이지 않습니까?”
“그 또한 신의 안배 아닐까요?”
“…….”
“다만, 그게 저의 권역 안이라는 게 마음에 안 들지만, 어쩔 수 없죠 뭐.”
대체 이 무슨 괴상한 답변인가. 최소한 이해는 돼야 할 거 아니야. 설마 자신이 신입 대사제라 무시하는 건가.
두루뭉술한 대답에 에드워드 대사제의 미간이 사정없이 찌푸려졌다.
그때, 타이밍 좋게 끼어드는 한 사람. 여태껏 잠자코 있던 날카로운 인상의 사내였다.
“에드워드 대사제님, 임 대사제가 원래 말이 헛돕니다. 악의를 가진 것은 아니니,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가토 대사제님…….”
“또한, 이번 진화단 한국 지부 일은 교황님의 안배였습니다.”
“교황님이 말입니까?!”
“네, 저희도 자세한 사정은 듣지 못했습니다. ‘계시’와 연관됐다는 것밖에.”
“계, 계시!”
헙!!
소스라치게 놀란 에드워드가 두 입을 막았다.
곧이어 성호를 긋는 에드워드. 그만큼 교단에서 ‘계시’가 가지는 무게는 절대적이었다.
두 선배 대사제는 그런 신입 대사제의 모습을 흐뭇하게 보다, 따라서 성호를 그었다.
“한데 임 대사제님, 이야기가 나와서 말입니다.”
“말씀하세요, 가토 대사제님.”
“그 이단들이 했던 연구가 ‘혈족 계승’을 다뤘다 들었습니다.”
“맞아요. 혈족 계승을 직계 혈족이 아닌 제삼자, 완전한 타인에게 강제로 이식한다. 비록 이단들의 연구였지만 꽤 인상적이었죠.”
“성과를 냈습니까?”
“어머? 못 보셨어요? 이에 대한 건 이미 전부 교단에 제출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정말입니까?”
순간 가토 대사제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냈다.
정말인가.
제출한 자료가 진실이냐 묻는 것이다.
일본인에게 혈족이란 권력과 정통성의 상징. 만약 이 연구가 성과를 냈다면, 가토가 바라는 ‘혁명’에 한 발짝 더 나갈 수 있었다.
이런 절박한 가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임 대사제는 싱글싱글 사람 좋은 미소만 짓고 있었는데.
“정말이에요. 성과를 내긴 했는데 겨우 30퍼센트의 힘이었죠. 여차저차 부작용을 생각하면 차라리 안 쓰느니만 못해요.”
“30퍼센트라…… 확실히 유의미한 성과는 아니군요.”
에드워드도 그녀의 말에 동조했다.
그러나 가토는 집요했다.
“그래도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겁니다. 30퍼센트의 성과를 냈다면, 더 향상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 아니겠습니까? 연구자가 누굽니까. 저희 쪽에 넘겨주신다면, 저희가…….”
“안타깝지만요, 가토 대사제님. 연구자가 죽었어요.”
“……!!”
“……!!”
“쩝. 이번에 시끄러웠던 납치 사건 있죠? 이거 그 연구자 독단으로 일으킨 사건이래요. 위의 명령에 항명한 것 같더라고요.”
이단이 그럼 그렇지, 아주 콩가루 집안이라니까. 임 대사제가 쯧쯧 혀를 차며 이야기를 잇는다.
“어쨌든 마지막에 저희랑 거래를 하고 싶다며 연락을 취했는데, 보고서에 쓰인 대로 저희의 손길이 닿기 전에 옵티멈이 한 발 빨랐죠.”
“…….”
“저도 개인적으로 안타깝답니다. 가토 대사제님에게 비싸게 팔 생각이었는데. 뭐, 가토 대사제님 말씀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보다 낫잖아요. 개인적으로 연구하시겠다면 도움을 드릴게요.”
“아쉽군요. 아쉽습니다. 진심으로 아쉽습니다.”
아쉽다 읊조리는 가토.
정말 진심이었는지 그의 등 뒤로 무언의 기운이 꿈틀댄다.
그건 살의(殺意)였다. 지독한 원망과 증오로 가득 찬 살의 말이다.
긴장하는 에드워드 대사제. 임 대사제는 뭐, 여전히 생글생글 미소 짓고 있었다.
에드워드가 겨우 살기를 떨치며 입을 열었다.
“커흠. 시, 시간이 벌써. 이제 본론으로 드, 들어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죄송합니다. 제가 분위기를 흐렸군요. 본론으로 들어가서, ‘재창조’ 현상에 대해 말해 보겠습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재창조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분을 섬기지 않는 무지몽매한 자들은 ‘생태계 붕괴 현상’, 줄여서 붕괴 현상이라 부르고 있는데, 한국은 어떻습니까, 임 대사제님?”
“그분의 말씀대로죠.”
낡은 질서는 무너지고 혼란에 빠지리라……
교황청에서 내려온 ‘계시’의 전반부였고, 실제로 현 시간 세계는 게이트 내 생태계가 무너지며 패닉에 빠져 있었다.
“그분의 말씀대로라면 이제부터 우리는.”
“‘뒤’를 준비해야겠죠.”
……하나 울지 마라, 나의 종이여. 악취가 나는 거름 속에서 싹을 틔우듯, 무너진 질서에서 ‘구원’이 도래하리라.
“다들 아시겠지만, 우리의 목적은 누구보다 먼저 ‘구원’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절대 잊지 마시길.”
“……그분의 뜻대로.”
“그분의 뜻대로.”
성호를 긋는 세 사람.
역십자 스테인드글라스를 지나친 햇살이 그림자처럼 세 사람을 비추고 있었다.
* * *
샌드웜 사냥을 마치고서 귀환하던 난, 내려쬐는 햇빛에 인상을 찌푸렸다.
“덥네. 여기 시원하다고 하지 않았냐. 완전 여름 날씨잖아.”
“그러게. 나 숲 필드라 해서 긴 팔만 입고 왔는데. 하으응.”
“원래는 시원하다고 알려져 있어요.”
나와 진유리의 불평에 불쑥 답을 하는 여자. 며칠 전부터 우리를 졸졸 따라다니는 후배, 김하니였다.
“7레벨 게이트, ‘사마귀 여왕의 궁.’ 필드 계절은 초봄. 일평균 기온은 7~12도 사이. 최저 기온은 영하 -1도. 기록지만 보면 기혁 선배님의 말씀대로 시원한 날씨였어요.”
전투로 바쁜 우리를 보조하기 위해 특별히 붙여 준 인원이라는데.
그래서인지 제법 똘똘하다.
“아직 정확한 검증은 없지만 모두 생태계 붕괴 현상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어요. 몬스터의 구성만이 아닌, 기후 및 자연 환경마저 바뀐다는 거죠.”
“지형도 바뀔 수 있겠네?”
“그럴 수도 있죠. 아직 연구는 없지만요.”
“네 생각은 어때?”
진유리의 질문에 김하니는 턱에 손을 올리며 고민하다.
“선배님이 제 생각을 물어보신 거라면, 제 답은…… 네, 충분히 그럴 것 같아요. 몬스터에 기후까지 변하는 판국에 지형 좀 바뀐다고 뭐가 대수인가요.”
“똑 부러지네. 귀여워, 그치?”
“더운데 엉겨 붙지 마라.”
“풋. 부끄러워하긴.”
은근슬쩍 팔짱을 끼는 진유리를 떼어 내며 김하니에게 시선을 뒀다.
“그게 전부야?”
“네에……?”
“조사, 너 개인적으로 조사한 거 있잖아. 사진 많이 찍더만.”
“아…… 그, 그건. 그냥 혼자 망상을…….”
“뭐든 괜찮으니까 아무거나 이야기해 봐.”
“……몬스터부터 할까요?”
“너 편한 대로.”
김하니의 정보 수집 능력이야 쫄쫄 따라다니며 하는 짓만 봐도 알 수 있다. 대물 카메라에 최신식 드론. 혹여나 우리를 놓칠까 봐 갖가지 장비들을 다 동원하더라.
참나, 겨우 전투력 측정하는데 무슨 오버인지. 잠시나마 내가 연예인이 된 줄 알았다.
어쨌든 내가 인상적으로 본 건, 그녀의 준비성이다.
똑똑한 놈은 많아도, 철저한 사람은 흔하지 않거든.
“……현재 이곳은 주력 몬스터인 멘티스 외에도 맹독을 사용하는 ‘킬러 비’. 같은 곤충류 군집 몬스터인 ‘자이언트 엔트’. 마지막으로 저희가 사냥한 ‘샌드웜’. 현재 이렇게 네 종류의 몬스터군이 혼란스럽게 얽혀 있는 상황이에요.…….”
“……다행인 점은 아시다시피 ‘사마귀 여왕의 궁’은 7레벨 게이트답게 크기가 도시에 필적해요. 그래서인지 각 몬스터의 군집들이 영역을 확보한 채 관망할 뿐, 대대적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다만 제가 우려하는 점은, 다른 게이트에서 특이 현상이 발견됐거든요. 기존의 몬스터와 새로 등장한 몬스터가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 줬어요. 여기 들어오기 전에 확인한 정보예요. 이걸로 이제 붕괴 현상은 단순히 영역 다툼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워진 거예요. 그러니 이곳에서도 만약 균형이 깨진다면 두 개 이상의 집단이 협력하는…….”
주크박스처럼 툭 치니 쑥쑥 터져 나온다.
이런 애가 필요했다.
7레벨 게이트부터는 나 혼자 정보를 모으고 전략을 짜는 게 힘들었으니까. 굳이 하라면 못 할 건 없겠지만, 솔직히 너무 비효율적이다.
난 엄연히 전투 인원이고, 최전선에 섰을 때 가장 활약할 수 있다. 여태껏 그러했고.
하지만 7레벨부터는 이 체제. 그러니까 기존의 소수 정예 스타일인 내가 모든 전략을 짜고, 지휘하고, 결정하는 체제로는 전투를 지속하기 힘들다.
김하니가 말한 대로 7레벨 게이트는 몬스터의 난이도를 떠나 크기가 무지막지하다. 거의 도시급. 한국으로 치면 광역시만하다.
참고로 8레벨은 거의 섬만 하고, 아직 나오지 않은 9레벨 게이트는 거의 나라만 하다고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계속해서 전장의 난이도가 높아지는데 내가 정보에, 전략, 지휘, 전투까지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모든 걸 다해야 한다면?
애초에 정상적인 파티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적당한 인원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이렇게 괜찮은 아이가 떡하니 제 발로 나타났으니, 기쁘지 않겠나.
물론 검증은 필요하겠지만.
‘시간은 많으니까.’
이번 조사에서 천천히 검증하면 되는 거다.
나는 김하니의 브리핑을 음악 삼아 경쾌하게 숲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 * *
잠시 후, 거의 도착지에 다 온 시점.
저 멀리 지휘부 막사가 보이고, 이제 저 언덕만 넘으면 사람들이 보일 것이다.
고로 이야기를 하려면 지금뿐!
김하니는 크게 결심한 듯 배에 힘을 꽉 주고는.
“잠깐만요, 선배님.”
발걸음을 멈췄다.
자연스래 김하니를 따라 멈추는 박기혁과 진유리.
왜? 무슨 일이야?
둘이 말없이 표정으로 묻고 있다.
경애하는 박기혁 님을 이렇게 가까이서 영접하는 것도 영광인데, 이제는 서로 말없이 의사까지 나눌 정도가 됐다니.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
하지만 참자, 지금은 아니야. 지금 중요한 건 기혁 님을 위한 확실한 정보다!
“혹시 지금 조사대 내부 사정에 대해서 아세요?”
“모르는데?”
“굳이 알아야 돼?”
이럴 줄 알았다.
기혁 님의 팀은 학교에서도 이레귤러로 취급받을 만큼 우수한 팀. 당연히 팀원 하나하나가 초 엘리트로 구성돼 있다.
이런 분들이 눈치를 볼까? 처세를 알까?
아니, 단언컨대 신경 쓰지 않을 거다.
당연하지. 이들은 남이 만든 길을 걷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가 가는 걸음이 곧 길이 되는 진정한 개척자들이니까.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
세상에는 개척자들보다 일반인들이 더 많다는 거다.
김하니도 그중 한 명.
그러니 말해 주려 한다. 현재 저기 천막에서 벌어지는 일반인들의 진흙탕 싸움에 대해.
“지금 조사대 내부 상황이 많이 시끄러워요.”
조사대의 주를 이룬 것은 4학년.
내년이면 아카데미를 떠나 현역으로 뛰어야 하는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성적이 아닌 ‘실적’이다. 자신들이 경쟁력이 있다고, 바로 실전에 투입해도 성과를 낼 수 있다, 라는 것을 보여 주는 실적 말이다.
극단적으로 지금 4학년들은 실적에 미쳐 있다.
그래서 어떻게든 더 많은 공을 쌓기 위해 지휘부를 차지하길 원한다.
“일단 지휘부만 차지하면…….”
“많은 것을 할 수 있겠지.”
“맞아요.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에요.”
여기에 파벌까지 등장한다.
곧 있으면 아카데미를 벗어나는 4학년들. 이 시기 4학년은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앞길을 위해 외부의 단체들과 접촉한다.
협회, 헌터 연합, 관리국, 에이전트 등등.
결코 이게 잘못된 건 아니다.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이에게 누가 욕을 할까.
다만 문제는, 이게 아카데미 내부 사정에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이번 4학년을 대표하는 1팀장이 헌터 연합과 커넥션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3팀장은 협회 간부의 딸로 알려져 있어요.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헌터 연합과 협회는 옛날부터 앙숙이었어요.”
“그래? 넌 그걸 어떻게 아는데?”
“저희 어머니가 각성부 기자셨거든요. 지금은 아버지랑 제작사 세워 독립했지만요.”
“호오…… 신기하네.”
“제작사면 드라마 만드니?”
“예능이나 다큐멘터리 쪽 전문인데, 가끔 B팀으로 촬영 도와주기도 해…… 잠깐만요. 어쨌든 지금 중요한 건!”
김하니가 비장하게 손가락을 세우며 말한다.
“지금 저희가 갈림길에 서 있다는 거예요. 저희는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고, 두 쪽 다 이걸 노리고 있죠. 자연히 저희를 압박할 거예요. 자신에게 힘을 실어 달라고요.”
“넌 어느 쪽이 좋은데?”
박기혁의 물음에 김하니는 딱 잘라 답한다.
“몰라요.”
“그럼 지금껏 말한 건 뭐야? 모르면서 아는 척한 거야?”
“아니에요. 하지만…….”
박기혁은 이어질 그녀의 말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제가 결정권자가 아니잖아요.”
결정권자가 아니다. 그러니 개인적인 사견은 필요 없다.
정말 똑 부러지는 답이었고, 이에 박기혁은.
“푸하하하!”
참지 못하고 웃었다.
제법 싹수가 보이는 아이인 줄 알았더니 이미 보석이었다. 이미 반짝이고 있었다.
“마음에 들어?”
“어, 마음에 드네.”
“이야, 진짜인가 보네 이렇게 딱 잘라 말하고.”
진유리는 휘휘 웃으며 김하니의 어깨를 감싼다. 갑작스런 박기혁의 웃음에 놀란 김하니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눈을 뒤룩뒤룩 굴리고 있었다.
“후배님, 우리 자기가 너 마음에 든대.”
“제, 제가요?”
기혁 님이 날 마음에 들어 해?!
발그레, 볼이 달아올랐지만, 결과적으로 잠시뿐이다.
“그래도 넘보는 건 안 돼. 쟤는 내 거거든.”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진유리.”
“본처는 나야. 정실은 나라고.”
“……어이, 하니라고 했지? 듣지 마. 쟤 지금 제정신 아니야.”
“절대 못 줘! 날 밟고 가랏!”
“그래, 네가 오랜만에 돌았구나. 좀 밟자.”
“아악!!”
아카데미의 모든 마법사들의 우상인 진유리가 밟히고 있다. 기혁 님의 발에.
“푸웃.”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는 김하니.
재미있었다. 보고만 있어도 즐겁고, 함께하면 더 즐거울 것 같다.
어쩌면 이때, 김하니는 어렴풋이 예감했을 수도 있다. 이 인연, 생각보다 길어질 것이란 것을.
……
…
또한 그녀의 걱정이 모두 기우였다는 사실도.
“너희들 존나 구려.”
애초에 박기혁에게 타협이란 선택지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