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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명가의 마왕님-54화 (54/247)

<검술 명가의 마왕님 54화>

초인드림.com

<공략 게시판>

* 검은 재앙 트롤 *

형태 : 소형. 인간형. 선공형. 집단형

신장 : 키 3미터. 중형 몬스터

공격 레벨 : 4

방어 레벨 : 5

특징 : 속칭 ‘블랙 트롤’으로 불리며 한국(Korea)에만 나오는 트롤 개체. 인간과 유사한 신체 구조와 압도적인 재생력은 기존의 트롤과 유사하지만 ‘재앙’이라는 주술을 사용함……

……절단된 신체도 금세 달라붙는 경이로운 재생력은 무식한 돌격마저도 위협적으로 만듦. 여기에 주술의 일종으로 여겨지는 ‘재앙’은 각종 방식으로 상대를 괴롭힘……

……블랙 트롤의 가장 주의해야 할 패턴은 ‘자폭’으로, 스스로 가망이 없다 여겨졌을 때 자신의 ‘마석’을 강제 폭파시킴. 이때 터진 피는 ‘재앙’이 묻어 강력한 저주를 동반한다……

공략자 총평 :

└ 꿀 사냥터 검은 숲! 이건 못 참지 ㅋㅋ킼ㅋㅋ

└ 조용히 올라가는 추천 수.

└ 확실히 돈 됨. 버릴 게 없음 ㅎㅎㅎ

└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트롤은 죽어서 황금을 남긴다.

└ 솔삐 헌터가 블랙 트롤 잡을 정도면 돈 걱정은 끝이지

└ 그대 돈이 없는가. 트롤 한번 잡아 볼텨?

└ ㅅㅂ! 블랙 트롤이 장난인 줄 아나!!

└ 님들 매너 좀요. 무턱대고 돈 많이 번다 하면 초보들 생각 없이 들어갔다 뒤짐요.ㄷㄷ

└ 초보 헌터님들 함부로 가지 마세요. 진심 큰일 남 ㅠㅠㅠ

└ 위에 분 말대로다. 멋도 모르고 돈에 눈멀어서 오는 놈들 보이는데, 괜히 트롤 시체가 비싼 게 아니다. 그만큼 잡기 어렵고 준비물도 많이 필요하다.

└ 추 +)자폭 패턴 끔살시킬 화력도 갖춰야 함. 안 되면 리얼 지옥행.

└ 추가 ++) 항마 장비랑, 고위 저주 해체 물약 필수다.

└ 사제 데려가셈 ㅋ

└ 존나 현실 감각 없네. 누가 모름? 사제가 있어야 데려가지.

└ 사제 데려가쉴?

└ 사제?

└ ㅇㅇ

└ (비밀 글입니다.)

└ (비밀 글입니다.)

……

*   *   *

초원 한복판.

블랙 트롤 한 무리가 한가롭게 먹이를 뜯어먹고 있었다.

아그작 아그작.

들소 두 마리가 산 채로 찢겨지기 무섭게 트롤의 배 속으로 사라진다. 선혈이 낭자한 주둥이를 긴 혀로 날름거리며 게걸스럽게 뼛조각까지 씹어 먹던 트롤 무리.

한편 그런 트롤 무리를 초원 저편에서 목격한 진유리는.

“트롤 7마리. 바로 확보할게.”

트롤 무리를 손가락 총을 들고.

“빵야!”

지지직-

붉은 번개가 쏘아진다.

마법명 ‘드래곤 핑거’.

하위 번개 마법 ‘라이트닝 샷’을 진유리의 마나로 개량한 마법이었다.

하위 마법답게 위력은 약하지만 시전 속도에서 강점을 지닌 마법. 때문에 견제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라이트닝 샷.

진유리의 드래곤 핑거는 이 라이트닝 샷을 한층 더 개량했다.

보다 빠르게.

보다 정확하게.

무시무시한 속도로 초원을 가로지르는 붉은 번개가 트롤 무리, 정확히는 트롤 무리의 머리에 적중했다.

까앙-!

둔기로 때리는 소리와 함께, 7마리 트롤이 동시에 휘청인다.

얼마나 강력했는지 왜소한 놈은 아예 땅에 쓰러진 상황.

진유리의 막대한 마나가 압축된 ‘드래곤 핑거’는 이미 견제기를 뛰어넘는 위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크르르.

겨우 정신을 차린 트롤 대장.

본능적으로 자신을 공격한 ‘적’을 찾아낸다.

대장의 동공에 진유리가 담기기 무섭게 ‘쿠어어어!!’ 포효하며 달려드는데, 트롤 무리는 대장의 뒤를 따랐다.

방금 전까지 즐기던 들소의 피를 입에 덕지덕지 묻히고서 달려오는 모습이 괴기스럽기까지 했지만, 진유리는 뭐가 그리 좋은지 헤실헤실 웃기만 했다.

“잘 오네~ 그러면 저쪽은.”

진유리의 시선이 자신이 나왔던 숲을 향한다.

그리고 때맞춰 숲에서 등장한 건 또 다른 무리의 트롤들.

이쪽도 진유리의 ‘드래곤 핑거’에 뚝배기가 깨진 녀석들이고 씹어 먹을 기세로 달려오는 중이었다.

“좋아, 이걸로 15마리. 내 몫은 끝.”

그렇다.

현재 진유리가 맡은 역할은 몰이꾼.

그녀는 한준우와 더불어 트롤을 몰아오는 중이었다.

“룰루~.”

양쪽에서 달려드는 트롤 무리를 뒤로한 채 통통 튀듯 달려 나가는 진유리. 그런 그녀를 기필코 죽일 기세로 쫓아오는 트롤 무리.

박기혁을 만나고 신체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았지만 트롤과 비교하기에는 민망한 수준이었고, 당연히 트롤 무리와의 거리가 좁혀진다.

점점, 점점, 양쪽에서 숨통을 조여 오는 트롤 무리.

하지만 진유리의 표정에는 일말의 걱정도 없었다.

실제로도 걱정하지 않는다.

명확한 근거가 있으니까.

저깟 트롤들에게 절대 잡히지 않을 근거 말이다.

차르르륵-

진유리의 가슴 언저리부터 붉은 비늘이 퍼져 나간다.

운동 능력 대폭 증가.

자율 마법 체계 가동.

대마법진 ‘진룡’ 발동.

“드래고니안 기동.”

드래고니안 모델-1(Dragonian Model-1)

그녀가 박기혁과 공동 제작한 진유리 전용 워 아머가 모습을 드러내고.

그 순간.

수십 개의 마법진이 그녀를 감싼다.

곧이어 그녀를 에워싸는 수십 개의 마법진.

대마법진 ‘진룡’.

진룡가의 비기가 떠오르더니, 그녀의 신영이 탄환처럼 쏘아졌다.

“난 끝났어. 준우는?”

- 이쪽도 가고 있다.

*   *   *

“이쪽도 가고 있다.”

폴짝.

날아오른 한준우의 발끝이 바위에 닿는다.

나비가 꽃에 안착하듯, 발레리노가 무대에 착지하듯.

가볍게 바위에 가라앉은 한준우가 또다시 날 듯 허공으로 도약한다.

마치 중력에서 벗어난 것처럼 한준우의 신영은 나풀거리며 앞으로 전진했고, 그 뒤를 미친 듯이 쫓는 트롤 무리.

크억! 쿠익!

콰지직-!

방금 한준우가 밟았던 바위가 부서지며 돌가루가 비산했다.

그를 쫓는 트롤의 숫자는 13마리.

세 곳을 들쑤신 것치고는 작은 숫자였지만 어찌 됐든 숫자만 채웠으면 됐다.

이제 무사히 ‘위치’로 배달만 하면 끝.

한준우가 무표정한 얼굴로 쫓아오는 트롤을 구경하고는 ‘음악’을 켰다.

허공에 떠오른 오브. 야구공만 한 초록빛 오브가 빛을 발하길 잠시.

- Q이제 기다리지 않아. 내 사랑 받아~

음악이 흘러나온다.

요즘 한준우가 자주 듣는 ‘블랙 스완’의 ‘사랑 받아’.

그렇다.

고풍스러운 클래식만 들을 것 같은 한준우지만 실은 아이돌 노래를 좋아했다.

이제는 여자 친구가 된 메르헴은 이런 그의 취향을 보고 한숨을 쉬었지만 어쩌겠나. 좋아한다는데.

취향 존중이란 말도 있잖나.

다행스럽게도 그의 여자 친구, 메르헴은 남자 친구의 취향을 존중할 줄 아는 지성인이었고, 남친이 쾌적한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게 아낌없이 선물할 줄 아는 넓은 가슴을 소유한 여인이었다.

실제로 지금 이 ‘오디오 오브’도 메르헴의 선물.

최신식 사운드 트랩으로 실황과 거의 흡사한 음질을 내는 모델로, 버프도 없이 기능이라곤 음악 재생 하나뿐인 오브이지만 그 가격은 웬만한 외제차는 명함도 못 내미는 수준이었다.

빵빵한 사운드가 초원을 때렸다.

댄스곡답게 절로 몸이 들썩이는 경쾌한 비트.

춤의 완성은 음악 아니겠나. 당연히 무희에게 음악은 빼놓을 수 없는 친구다.

심장이 쿵쾅대는 비트에 맞춰 스텝을 밟아 간다.

진유리가 부족한 신체 능력을 전용 워 아머 ‘드래고니안’으로 보완해서 거리를 벌렸다면, 한준우는 태생부터 검사다.

사물을 인지했을 때부터 검을 들어, 평생을 훈련한 검사.

그의 신체는 굳이 워 아머라는 기물에 의지할 필요가 없단 말이다.

그러니.

‘춤추자.’

문득 불어온 바람.

나는 네게서 여름을 본다.

높새바람의 춤

흙을 밟은 한준우의 발끝에서 열기가 솟구치고, 돌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3분 뒤에 도착.”

- 3분? 알았어. 시간 맞출게. 그쪽은 괜찮아?

- 확인했어요. 3분이면 충분할 거예요.

*   *   *

“……둘 다 조심해서 와요.”

수줍게 무전기를 내려놓는 메리.

수줍게??

방금 전, 길 잃은 트롤 한 마리를 철퇴로 으깬 여자가 수줍게라니.

기가 막히다. 진정 내가 알던 메리가 맞나?

“솔직하지 못하게, 둘이 뭐냐 둘이. 준우 걱정한 거잖아.”

“아, 아니거든요!”

“어? 방금 얼굴 붉힌 거? 이야, 폰 어디 있어. 이 귀한 걸 찍어서 준우한테 보여 줘야 되는데.”

“까득- 이리 와요. 요즘 덜 맞았죠?”

“어이구! 금 밟는다. 조심해. 주술진 망가지면 다시 그려야 되는 거 알지? 난 괜찮은데, 네 남친 개고생한다?”

“두, 두고 봐요, 기혁.”

메리가 씨익 씨익 거리면서도 기어코 성질을 죽인다.

참나,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얘하고 준우가 사귈 줄이야.

하긴 다르게 생각해 보면 이해도 된다.

20대의 시작, 혈기가 넘치다 못해 폭발하는 이 시기를 사냥이다 뭐다 해서 매일 같이 붙어 다녔다. 게이트에 들어가면 3박 4일 한 공간에서 같이 자는 건 기본인데, 감정이 싹트지 않으면 그게 이상하긴 하다.

하지만 머리로 이해해도 눈으로 직접 보는 건 다른 법.

메리와 준우가?

신기한 건 어쩔 수 없다.

준우는 이 까탈스러운 공주님 어디가 좋은 걸까?

또 메리는 저 전투밖에 모르는 미련퉁이가 뭐가 좋은 거고?

“먼저 고백했다며. 공주님은 준우 어디가 맘에 들어서 고백했을까?”

“놀리는 거예요?”

“아니, 진지하게 궁금해서.”

“음…….”

작업을 하며 진지하게 고민하던 메리는.

“이유를 생각한 적 없는데, 굳이 찾는다면 귀여워서일까요?”

“귀여워? 준우가?”

“네, 귀엽지 않아요?”

검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는 눈이나, 겉모습은 잔뜩 무게를 잡지만 실상은 아무 생각이 없는 순백의 뇌나, 돈가스나 생선가스 같은 튀김류만 고집하는 초딩 입맛도.

“……그중에서도 최고는요, 스쿼트 중에 톡 튀어나오는 엉덩이…….”

“그만.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왜요? 이제부터가 진짜인데…….”

“됐어. 너희는 충분히 잘 어울려.”

스쿼트하는 한준우의 뒤태가 귀여워?

미쳤다. 이게 사랑이란 건가. 생각만으로도 불쾌하다. 머리를 홱홱 돌려 쓸데없는 상상을 떨쳐 내고는 앞에 놓인 주술진에 집중했다.

“마석 다 배치했지? 술식 적어 놓는 거 잊지 마라. 틀리면 큰일 난다.”

“왜 이래요, 기혁. 나도 이제 어엿한 ‘상위 주술사’인걸요. 이 정도는 가뿐해요.”

“상위 주술사가 엉덩이를 좋아하는 변ㅌ…….”

“죽을래요?”

현재 우리가 펼쳐 놓은 주술진은 ‘아귀 무저갱.’

대상의 생명력을 갉아먹으며 상처를 악화시키는 ‘거머리 대지’와 마찬가지로, 일정 시간 육체의 재생력을 완전 억제하는 ‘악령의 늪’이 결합된 대단위 주술.

상처 악화와 재생 억제.

트롤이 자랑하는 방어력과 재생력이란 무기를 한순간에 무효화시키는, 그야말로 대트롤전을 위해 만들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닌 주술이었다.

“슬슬 오는 것 같네. 넌 뒤로 빠져.”

“알았어요. 발동은, 기혁이 할래요?”

“괜히 애들 휩쓸리면 안 되니까 내가 할게.”

저 멀리서 들려오는 소음에 귀 기울이며 주술진 정중앙에 자리했다.

대검을 빼 든다.

검신부터 손잡이까지 온통 검은색으로 칠해진 대검.

몇 개월 전, 내가 인공 정령석을 어머니에게 안겨 드리고서 이를 이용해 처음으로 만들어진 내 전용 병기.

마귀(魔鬼)였다.

“마귀야, 오늘도 잘 부탁한다.”

웅웅-

검신이 내 말에 응답하듯 귀엽게 떨려 온다.

그러는 가운데, 몰이를 나갔던 아이들이 속속들이 도착하고.

“유리가 먼저 도착!”

“수고했어.”

붉은 워 아머로 전신을 뒤덮은 진유리가 내 옆을 스쳐 가길 잠시, 한준우가 그녀 뒤를 따랐다.

“13마리다.”

“응.”

곧이어 나를 향해 돌격해 오는 트롤 무리. 총 28마리의 트롤이 침을 질질 흘리며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손님 왔다, 마귀야.”

대검을 어깨에 걸쳐 멘 채 그 모습을 구경하던 난.

트롤이 주술진을 밟았을 때.

대검을 지면 아래에 꽂아 넣었고.

아귀 무저갱

餓鬼 無底坑

트롤들이 얼음처럼 멈춰 선다.

피부 위로 돋아나는 이빨 자국.

아귀 무저갱의 흔적이 트롤의 두꺼운 가죽을 감싸고, 트롤 무리가 혼란을 수습하며 다시 나를 향해 적의를 드러냈을 때는.

이미 재생력이란 무기를 잃은 뒤였다.

재생력을 잃은 트롤이란?

“훌륭한 샌드백이죠.”

폭발하듯 팽창하는 육체.

피를 갈구하는 본능.

검에 새겨지는 육망성.

자, 사냥의 시간이다.

마귀가 트롤의 허리를 잘라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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