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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명가의 마왕님-41화 (41/247)

<검술 명가의 마왕님 41화>

초인드림.com

<공략 게시판>

* 쿠마스 *

형태 : 중형. 인간형. 영역형. 비선공형.

신장 : 키 11미터. 중형 몬스터

공격 레벨 : 4

방어 레벨 : 6

특징 : 두 짝의 팔, 기다란 네 개의 팔은 채찍처럼 기괴한 각도로 언제 어디서나 공격이 가능함. 두 발은 육중한 체구를 무리 없이 버텨 낼 만큼 튼튼함……

……머리가 어깨 위가 아니라 가슴 정중앙에 달려 있음. 생명체라면 가질 수밖에 없는 목이란 약점이 거세되며 생존력 상승. 치명적인 약점인 얼굴 또한 단단한 외피로 둘러싸여 있으며 주둥이로 산성액을 뱉어 낼 때 외에는 드러내지 않음……

공략자 총평 :

- XX끼 존X 튀어!!

- 깡공은 별로인데 더럽게 귀찮다.

- 제대로 사냥할 거면 30명 이상으로 끔살할 걸 추천. 의외로 빨라서 일단 ‘도주’ 패턴 나오면 막기 X같다.

- 비위 필수. 하루 종일 궁둥이만 봐야 할 수도 있음. 내가 그랬음.

- 이놈 잡다가 이틀 동안 사냥해 봤다. 레알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 그래도 수입은 괜찮지 않나요? 시체 비싸게 사던데.

- ㅇㅇ 화장품 업체에서 고가에 매입함. 존나 개꿀.

- 침만 피하면 볼 거 없다. 함정은 침 쏠 때가 약점이란 것ㅋ

- 은근히 귀여운 건 나만 그럼 ㅎ?

- 응, 너만 그래.

- 확실한 건 쿠마스‘만’ 있는 곳은 절대 피해라. 녀석들 서로 물고 빨면 헬이다. 그런 의미에서 ‘배불뚝이 미로’는 절대 비추.

……

*   *   *

박기혁과 일행들이 공략하는 게이트는 ‘배불뚝이 미로’.

5레벨 게이트로 출현 몬스터는 쿠마스, 그 외에는 없다.

중형 몬스터 중에서도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쿠마스가 지천에 널렸다? 돈을 쫓는 헌터에게는 금광이라 여겨질 만도 했지만, 현실은 전혀 아니다.

‘배불뚝이 미로’는 민망할 정도로 찾는 이가 없는 비주류 게이트였다.

왜냐하면 쿠마스의 기이한 습성 때문에.

비선공형 몬스터답게 비교적 온순한 쿠마스는 평소에는 수면 상태로 있다.

“조용한데? 죽은 거 아니야?”

“돌덩이 같아. 숨은 쉬는 거겠지?”

“호흡 기관도 숨어 있다고 배웠어.”

“모두 조용. 우선 포위하고 탱커 돌입한다. 바로 공격하지 마. 들어가서 패턴 좀 볼 테니까. 너희들은 위치 선정에 신경 써. 준우는 준비됐지?”

이런 쿠마스가 전투에 들어가면 온순하다는 말이 쏙 들어갈 정도로 과격하게 돌변하는데, 중형 몬스터답게 체구를 앞세운 육탄 돌격이 주를 이뤘고 주위가 초토화되는 것은 일상다반사였다.

지금처럼.

“야, 뒤! 나무 떨어진다. 조심해.”

“씨, 더럽게 발악하네. 쿠마스 팔이 채찍 같다더니, 진짜잖아. 또 온다!”

“와…… 그런데 쟤들 봐봐. 저게 보이나 봐. 다 피해.”

“박기혁은 검호라지만, 한준우라 했나. 쟤는 좀 놀랍네. 쟤가 저 정도였어?”

“둘 다 혈족이잖아. 우리랑 태생부터 다르다…… 온다! 막앗!”

사실 쿠마스의 공세가 과격하게 보여도 중형 몬스터라면 응당 이 정도는 가능하다. 오히려 공격력 면에서는 다른 중형 몬스터에 비해서 평균 이하.

하지만 문제는 이제부터다.

쿠마스는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 그러니까 체력이 낮아지거나 회복 불능의 치명상을 입은 경우 ‘도주’한다.

“뭐야? 쟤 등 돌렸는…… 오, 온다!”

“갑자기 도망을?!”

“막앗!!”

또한 이 도주 패턴 때 일시적으로 쿠마스의 스탯이 증가하고.

“디버프 걸고, 벽 세워!”

“마법 적중…… 근데 왜 더 빨라지지?”

“내 마법은 아예 씹혔어.”

증가된 스탯을 바탕으로 전력으로 도망친다.

“뚫렸다…….”

“멍하니 있지 말고 쫓아가.”

그렇다면 이 쿠마스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렇다.

가장 가까운 다른 쿠마스에게로.

전문 용어로 ‘친구 찬스’였다.

이렇게 친구 찬스에 성공한 쿠마스는 그 즉시 일정량의 체력이 회복되고 다시 전투태세에 돌입하게 된다.

“정신 차려! 자리 다시 잡아. 진유리, 후방 딜러들 제어한다. 메리는 준우랑 같이 체력 빠진 놈 맡아. 멀쩡한 놈은 내가 맡는다.”

체력이 낮아진 쿠마스는 본능적으로 동료를 찾는데, 알다시피 여기 ‘배불뚝이 미로’에는 쿠마스뿐이다. 개체수가 엄청나게 많다는 말이고, 이 말인즉, 도망치는 쿠마스가 동료를 찾는 일이 어렵지 않다는 말과 같다.

싸우다 체력 떨어지면 도망가고, 친구 데리고 싸우다 체력 떨어지면 또 도망가고, 또 친구의 친구 데리고 싸우다 체력 떨어지면 또 도망…….

이렇게 무한 루프 서너 번만 거치면 어느새 눈앞에는 순진한 쿠마스 서너 마리가 ‘캬륵캬륵~.’ 울어 대며 사이좋게 뛰어노는 기적을 보게 되리라.

이게 바로 쿠마스가 까다로운 이유이며, 동시에 ‘배불뚝이 미로’가 비주류 게이트로 취급받는 근본적인 원인인 것이다.

*   *   *

“으으…….”

한 명이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신음하다 쓰러지자, 다른 이들도 도미노처럼 풀썩풀썩 쓰러진다.

정신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마법사란 놈들이…… 나약한 놈들. 고작 18시간 사냥해 놓고 쓰러져?

라떼는 말이야, 삼 일 밤낮을 내리 사냥했어!

젊은 놈들이 이렇게 약해서야, 대체 체력 훈련은 하고 있는 거야 뭐야?

“어이, 부장. 너희들 체력 훈련 안 해? 애들 상태가 왜 이따위야?”

“뭐? 야! 내가 말 안 하려 했는데, 이게 정상이라 생각해? 네 허들이 너무 높다고는 생각 안 해 봤어? 어느 공략대가 18시간 휴식 없이 사냥을 해, 이 미친놈아!”

“쩝, 어쩔 수 없지. 넌 애들 인솔해서 천막에서 자게 해.”

풀죽이 된 아이들이 엉기적엉기적 천막으로 사라지고.

혼자 남은 나.

드디어 조용해졌다.

서포팅 머신이 건네주는 커피를 받고선 아무데나 걸터앉는다.

“쿠마스, 게이트. 그리고 열쇠.”

손가락으로 열쇠를 돌렸다.

이게 20시간 동안 질리도록 쿠마스를 때려잡고 나온 열쇠다.

배불뚝이 미로의 필드는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오늘 우리가 사냥한 ‘초원 필드’.

여기는 명칭 그대로 초원이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당장이라도 양이 나타나 여유롭게 풀을 뜯어도 이상하지 않은 젖과 꿀이 흐르는 푸른 초원.

물론 눈앞에 있는 건 귀여운 양 대신 집채만 한 쿠마스지만 말이다.

다음은 초원의 중심부에 위치한 ‘미로 필드’.

사실상 여기가 메인이다.

왜 게이트의 명칭이 배불뚝이 ‘초원’이 아니라 ‘미로’겠나. 이곳이야말로 이 게이트의 메인 필드란 소리다.

“저기지.”

시선이 하늘 저편을 향한다.

하늘 저편에 뿌옇게 끼여 있는 어둠. 분명히 햇살이 내리쬐는 대낮인데도 저곳만 정체불명의 어둠이 장막처럼 가리고 있었다.

저곳이 미로 필드다.

미로 필드에 들어서면 검은 벽들이 어지럽게 세워져 있고, 공략대는 그 미로를 뚫고 중심부로 들어가야 한다.

그때 필요한 게 열쇠.

지금 내 손에 들려 있는 이 열쇠다.

미로의 각 길목마다 문으로 가로막혀 있는데 그 문을 열려면 열쇠가 필요하다.

열쇠로 문을 열면?

‘문지기’와 싸울 기회를 얻게 되고 문지기를 처리해야 한다.

그렇게 문을 하나씩 열며 중심부에 도착해, 최종적으로 보스 네임드 쿠마스 ‘바바’를 사냥하면 게이트가 클리어되는 것이다.

“역시 신기해. 이 게이트란 거.”

이제껏 난 제법 많은 게이트를 드나들었다. 단순히 사냥으로 간 것은 셀 수도 없고, 위그드라실의 의뢰로 클리어도 몇 번 해 봤다.

그런데.

이렇게 돌아다녔음에도 아직 풀리지 않는 의문.

“게이트…… 대체 무슨 의도로 만든 것일까.”

누가 만들었을까는 의문이 될 수 없다. 이미 답을 아니까. 이 정도 규모라면 무조건 ‘천신’, 정확히는 이쪽 차원의 신이 개입해야만 했다.

무슨 근거로?

게이트마다 ‘법칙’이 존재하거든.

가볍게는 시간의 흐름이나, 복잡하게 들어가면 그 공간만의 절대 거스를 수 없는 법칙 같은 게 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저 편에 있는 미로 필드. 저 미로는 절대로 부서지지 않는다.

물리, 마법, 완전 면역이란 소리. ‘왜?’라는 의문은 무가치하다. 그게 이 공간의 법칙이니까.

이처럼 각 게이트마다 대동소이하지만 독립적인 ‘법칙’이 있다.

그리고 이를 다르게 해석하면…….

“진리와 비슷하지.”

세상에 진리를 만들 수 있는 존재는 신밖에 없다.

다시 돌아와, 게이트는 ‘신’이 만들어 낸 작품이다.

그렇다면 과연 왜 이걸 만들었을까? 진리를 쫓는 마법사로서 이는 당연한 의문이다.

내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게이트를 드나들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제국에는 없는 전혀 새로운 방식의 진리. 이에 의문을 표하지 않는다면 마법사 자격이 없는 거지.

그래서 지금까지의 성과는?

솔직히 모르겠다.

부끄럽지만 감도 안 잡힌다.

그래서 재미있는 것일지도…….

“여러모로 재미있단 말이야. 그치 유리야?”

“들켰어……?”

“천막 뒤에서부터. 감추려면 제대로 하든지. 그리고 너 은폐 마법 술식 틀렸더라.”

“그럴 리 없어!”

“뻥이지. 일로 와.”

냉큼 내 옆을 차지하는 진유리.

재미있다.

게이트도, 이 세계도, 얘도.

다음은 무엇이 날 즐겁게 해 줄까.

난 웃으며 눈을 감았다.

*   *   *

공략 3일째.

아직은 공략대 모두가 쿠마스에 적응하는 단계.

“딜러들은 공격 마법보다는 디버프 끊기지 않게 신경 써 줘.”

“팔 공격 유의하고, 공격 범위 엄청 넓더라.”

“이제 슬슬 도망갈 때가 됐는데…… 온다!!”

“막아! 마법 쏠 생각하지 말고, 골렘으로 밀어붙여!”

공략 5일째.

이제 볼 만큼 봤다. 슬슬 쿠마스의 패턴을 익힌 공략대는 ‘도주’ 패턴 없이 사냥 가능하게 됐다.

이때부터 박기혁은 미로 필드에 접근하게 되는데.

“이게 미로란 말이지?”

쿵! 쿵! 콰앙-!!

“……시끄러워요, 기혁. 안 깨진다니까요.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혹시나 해서 해 봤다 뭐. 근데 진짜 안 깨지려나…… 잠깐 비켜 봐.”

“자, 잠깐만요, 기혁! 갑자기 아포칼립스는 왜…… 진정해요! 진정하라니까요옷!!”

공략 7일째.

미로는 깨지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박기혁은 착실히 열쇠를 모아 미로를 뚫었다.

그리고 정확히 12개의 문을 개방했을 때야, 그는 비로소 왜 이 배불뚝이 미로가 5레벨 게이트인지 알 수 있었다.

“돌겠네. 또 문이야?”

“대체 문이 몇 개인가.”

“유리야, 열쇠 몇 개 남았어?”

“없는데. 다 썼어.”

“꼼짝없이 또 사냥해야겠군.”

“XX…… XXX 같은!…….”

공략 10일째.

보통의 미로는 어지럽게 엮인 길에서 출구를 찾는 게 관건이겠지만, 배불뚝이 미로는 다르다.

길이 문제가 아니다.

문이 문제다.

그것도 아주, 매우, 많은 문이 말이다.

공략하려면 이 문을 모두 열 수 있을 만큼의 열쇠가 필요하다.

이 단순한 명제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하루 종일 쿠마스의 펑퍼짐한 궁둥짝을 쫓아 봐야 얻을 수 있는 열쇠는 3개. 이것도 운이 좋아서 이 정도다. 그런데 문은 끝도 없이 공략대의 앞을 가로막았다.

기약 없는 레이스. 도착점이 어디인지도 가늠이 되지 않는다.

더 환장하겠는 건, 미로의 길을 낼 때마다 초원과의 거리가 길어져 이제는 왔다 갔다만 해도 시간을 꽤 잡아먹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박기혁.

결국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데.

“찢어지자. 너희끼리 사냥할 수 있지?”

“넌? 혼자하게?”

“기혁, 혼자 가능하겠어요?”

“나도 갈래.”

“응, 될 수 있으면 개인플레이 안 하려 했는데, 이대로는 시간 너무 잡아먹겠다. 메리, 네가 지휘 맡아. 너라면 가능할 거야. 그리고 진유리, 넌 좀 떨어져.”

공략 11일째.

그렇게 공략대와 찢어진 박기혁은 홀로 쿠마스 앞에 서 있었다.

*   *   *

“보는 눈도 있고, 웬만해선 개인행동 안 하려 했는데.”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쿠마스 앞에 섰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똘똘한 준우도, 잔소리하는 메리도, 틈만 나면 질척대던 진유리도 없다.

오직 나, 나만이 서 있다.

홀로 선 전장.

오히려 좋아. 솔직히 고백하자면 혼자가 훨씬 편하다.

이 세계로 오고 많은 것이 변화했다.

가족이 생기고, 친구가 생겼으며, 여유란 것도 부려 봤다.

좋았다.

가끔은 바뀐 내가 당황스러울 때도 있지만, 한편으론 이게 정상적인 인간으로서의 감정인가 싶어 기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근본이 바뀌지는 않아.

“와라.”

어둠의 장막이 드리운다.

어둠 속에서 핏빛처럼 요요한 불빛들이 발화하고…… 장막을 뚫으며 스켈레톤 군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너희도.”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허공이 깨지며 바포메트와 아수라가 존재를 갖췄다. 아직은 머리뿐이지만 대악마였던 존재감이 주위를 감쌌다.

이제 불러낼 건 다 불러냈고.

“오른팔은 오른쪽 애들 지휘하고, 왼팔은 왼쪽이 지휘해.”

본래라면 내가 했겠지만 나도 손맛 좀 봐야지. 대검을 어깨에 걸치며 앞으로 나섰다.

“가자.”

앞다투어 달려 나가는 스켈레톤.

백색 파도가 휘몰아친다.

두려움도 주저함도 없다.

오직 왕의 적을 멸하는 것. 죽음의 군세는 이 하나의 일념을 불태우며 적을 향해 도약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죽음의 군세 가장 앞.

선봉에 있는 건.

바로 나.

마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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