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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명가의 마왕님-26화 (26/247)

<검술 명가의 마왕님 26화>

중간고사 마지막 날.

코인 하나에 울고 웃던 일주일간의 시험이 막바지에 이른 지금, 이제 각 조의 명암이 뚜렷이 갈렸다.

우수한 성적을 확신하는 아이들은 자축하는 분위기라면, 한 줌의 코인으로 연명한 이들은 그래도 다행이라며 위안하는 분위기였다.

최악은 해체당한 조.

그들은 내일의 태양이 부서지기라도 하듯 망연자실하는 중이다.

아직도 조가 해체된 게 믿기지 않는지 습관적으로 조 훈련실을 기웃거리는 이도 있다.

반면 빨리 현실을 수긍하고 제 앞길이라도 챙기겠다며 일찌감치 ‘영입 시장’을 위해 물밑 작업을 하는 이들도 있었는데.

미련을 버리지 못한 쪽이나 영악하게 움직이는 쪽이나 얼굴에는 음울한 그늘이 져 있었다.

냉탕과 온탕, 천국과 지옥, 축제와 초상.

한쪽에서는 웃고, 한쪽에서는 우는 진풍경.

현재 아카데미의 분위기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난? 난 어떠냐고?

솔직히 말하면 감흥 없음.

끝이다. 정말로.

왜냐하면 아이들의 축제잖아?

지금 울고 웃는 저들은 아이들이다.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하는 것도 아이들이기 때문이고, 반대로 세상을 다 잃은 듯 절망하는 것도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고작 중간고사에 저렇게 솔직히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전부 아이들이기 때문인 것이다.

일희일비(一喜一悲).

이건 순수를 가진 아이들의 특권이며 매력이다.

살아가다 보면 별의별 난관을 많이 만난다.

이 중간고사는 그 난관 중 하나? 어쩌면 난관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계단일 수도 있다. 인생이란 여정을 길게 펼치면 오늘의 이 순간은 까마득한 은하수 사이의 별만큼 사소해질 테니까.

닳고 닳은 어른인 내가 보장한다.

그런데, 한때나마 어른이었던 내가 저 틈에서 헥헥대며 흥분한다? 쪽팔리다 못해 추하다.

실제로 내가 개입한 것도 초반부 때 잠깐이다.

몇 개 조만 해체하고는 메리와 준우에게 맡긴 거지. 덕분에 내 어린 친구들은 원 없이 실전 경험을 채워 갔다.

단시간 내에 이렇게 많은 종류의 마법과 무기, 전투 형태를 겪는 것도 드물 것이다. 돈 주고도 못할 값진 경험을 한 거지.

이 과정에서 내가 한 일은 박수나 치는 정도.

어린 친구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그들의 반짝이는 재능에 진심을 담아 박수를 쳐줬다.

이게 어른의 역할이니까. 훌륭한 어른이라면 응당 그래야 하니까.

“그런데.”

내 눈이 가늘게 찢어진다.

찢어지는 눈에 들어오는 장면은 결투.

요 며칠간 질리도록 본 메리와 준우의 결투였다.

5:2로 붙는 교전.

다만 생소한 모습이 있다면 밀리고 있는 것이 내 어린 친구들이란 거다.

쿵-

메리의 메이스가 상대의 방패에 막힌다. 때맞춰 상대의 차지가 들이닥치고 메리가 밀린다. 중심이 무너진 상태에서 들이닥치는 또 다른 차지.

메리보다 머리 두 개는 큰 사내놈들이 어깨를 들이민다. 체중과 몸집으로 찍어 누르는 원초적인 공세에 메리가 수세에 몰리고.

무서운 속도로 주술을 써 보지만.

탱!

막힌다.

상대의 갑옷에서 기이한 마법진이 떠오르며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게 막혀 버렸다.

흔들리는 메리.

보통은 이 상황까지 오지 않지만, 설령 오더라도 준우가 메리를 보조해 주는 게 맞다.

내가 그렇게 가르쳤고.

한데 준우 쪽은 오히려 더 심각한 상황.

한 명은 준우의 속도와 비견될 만큼 빠른 암살자로, 한 명은 준우와 검술에 비벼 볼 만큼 그럴싸한 검사로, 여기에 한준우가 가진 혈족 계승, 무희의 힘을 억제하기 위해 공간계 마법사가 보조했다.

준우가 가진 가장 치명적인 무기 세 가지를, 상대도 들고 나온 것.

손발을 끊겠다는 거다.

여기에 이 포인트가 주요했다.

이기겠다가 아니라, 견디겠다. 봉쇄하겠다.

최종적으로 지치게 하겠다.

차라리 전력으로 맞붙었다면 반격의 여지라도 있겠지만 이렇게 작정하고 귀찮게만 하니, 아직 이런 개싸움에 미숙한 준우의 입장에서는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이다.

“거참.”

좋다. 좋아.

저 모습 자체는 참으로 좋다.

둘이 얼마나 날뛰었나?

파훼법은 나와도 벌써 나와야지, 명색이 이 나라를 대표하는 유망주들이 모인 곳인데 당연히 이 정도는 해야지.

항마력이 덕지덕지 붙은 보호 장비도.

준우의 칼날을 무디게 할 작전도.

다 좋다니까.

“그런데 말이야.”

앞서 말했다.

이건 어디까지나 아이들의 싸움이라고?

싸우고, 이기고, 지고, 환호하고, 좌절하고.

어린 새싹은 이 모든 경험을 양분 삼아 쑥쑥 자랄 거라고.

우리 어른들은 이를 한 발짝 뒤에서 응원해 줘야 한다. 훌륭한 어른이라면 응당 그래야 하는데.

왜?

“왜? 애들 싸움에 어른이 낀 거지?”

내 시선이 상대 쪽 진영을 담았다.

*   *   *

‘뭐야 이거 완전 쩌는데!’

‘기분 탓이 아니야! 진짜라고!!’

한 손으로 스펠을 완성하고 다른 손으로 또 다른 스펠을 시도하는 더블 캐스팅이나, 상대의 공격 궤적을 예측해 맥을 끊는 것 같은.

평소 꿈도 꾸지 못한 기예가 자신들의 손에 펼쳐지고 있었다.

믿기지 않는다.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고, 실제로 가능하다니.

모두 ‘칵테일’이란 물약이 만든 기적이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약이라 했던가. 조장 최미정이 구해 왔다는 약에 처음은 긴가민가했던 그들이다.

버프와 도핑은 엄연히 다르기에, 혹여 징계를 받지 않을까 선뜻 손을 대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어진 최미정의 말은 이런 조원들의 불안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는데.

“아빠가 구해 온 거야. 울 아빠, 협회 부회장인 거 알지?”

사실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허점이 많은 논리다.

협회.

정확히는 ‘대한초인협회’는 한국 초인들의 이권을 주장하는 꽤 높은 단체가 맞다.

하나, 감히 위그드라실이 뒤에 있는 아카데미에 비할 바가 되냐면, 그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이쪽이 높으면 높지.

그러나 고작 1학년들이 이를 알까.

혈연, 지연, 학연 중에서도 가장 선두에 있는 혈연.

그것도 아빠 찬스란다. 설마 아버지가 딸내미에게 심각한 약을 줬을까, 싶은 막연한 믿음에 모두가 안심한 채 약을 들이켜게 된 것이다.

그리고 결과는 확실했다.

“크윽.”

“커억!”

본래도 뛰어났지만 주술을 배운 뒤로는 상대가 없다는 메르헴과, 1:1 실력만큼은 조장조차도 발아래로 둔다는 한준우.

평소라면 꿈에도 못 꿀 상대를 쓰러트렸다!

발아래에 두었다!

비록 5:2였지만 무슨 상관인가.

결과가! 이겼다는 게 중요하지!

‘이대로라면.’

‘저 재앙이라 불리는 괴물도.’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다.

실은 ‘칵테일’ 부작용으로 점차 이성이 마비되고 있는 거지만, 흥분 상태에 빠진 16조원들이 이를 알 리는 만무했다.

속된 말로 눈에 뵈는 게 없는 상태.

그러다 보니 평소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짓을 벌인다.

쓰러진 상대를 향해 확인 사살을, 고위 화염 마법인 플레임 버스트를 갈기는 미친 짓을 벌인 것이었다.

“크하하하! 죽엇!!”

“……!”

“멈춰-!!”

설마 패배를 인정했는데 뒤통수에다 폭격을 때릴 줄이야. 뒤늦게 동료가 멈추려 했지만 이미 마법은 쏘아진 뒤였다.

상상도 못 한 돌발 상황에 메르헴이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본능적으로 눈을 감아버린 것.

‘안 돼!’

급히 다시 눈을 떠 방어 주술을 펼쳐 보려 했으나, 늦었다.

살이 익는 듯한 열기가 느껴졌고, 시야에는 온통 불꽃이 가득했으니까.

절체절명의 순간.

아무리 그녀라도 무방비한 상태에서 플레임 버스터를 직격 당하고 무사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순간 메르헴의 머리에 들어찬 생각은 위기 따위가 아니다.

‘잔소리 듣겠구나.’

또 이걸 꼬투리 잡혀 얼마나 들들 볶일까. 암담한 앞날에 절로 식은땀이 흘렀다.

그리고 메르헴의 생각은 정확했다.

“방심하지 말라 했지.”

부지불식간에 등장한 박기혁이 메르헴의 앞을 가로막길 잠시.

플레임 버스트가 폭발을 일으키며 사방팔방 불길을 쏟아 냈다.

쾅!

우르르-!

땅에는 거뭇한 그을음이.

허공에는 매캐한 연기가.

살아 있는 것이라면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모든 것을 집어삼킬 정도의 화려한 불꽃이었다.

하지만.

불꽃이 꺼질 기미도 없이 계속 타오름에도,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박기혁이 쓰러졌다고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

왜냐하면 상대는 재앙이니까.

“잔소리는 나중에 하고.”

휙, 메리가 던져져 불꽃 밖으로 튕겨져 나오고.

넘실대는 불꽃 속에서 박기혁의 눈이 호선을 그린다.

“꼬마들, 우리 할 이야기 남았지?”

순간, 박기혁을 중심으로 어둠이 내려오더니.

불꽃이 먹힌다.

공간이 사라진다.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어둠이.

어둠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대화를 나눠 볼까.”

*   *   *

아카데미에 전해지는 말이 있다.

아카데미 어디에도 위그드라실의 눈이 있다.

옛날부터 알음알음 전해지던 말이다.

그저 아카데미 내에서 위그드라실의 가치를 대변하는 말이라 추측할 뿐이지, 현재에 이르러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이건 100프로 진실이다.

정말로 위그드라실이 원한다면 아카데미 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일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흐음…….”

잔잔한 호숫가에 영상이 떠오른다.

박기혁과 16조 전원의 결투였다.

“막아! 연습한 대로 막으면 문제없어!”

“전부 아티팩트 사용했지? 견뎌! 우위는 우리 쪽에 있다니까. 결국 이기는 건 우리야.”

“모든 이에게 빛을. ‘블레스’!”

“과연 미정 양, 준비를 많이 했네요.”

극단적 암 속성인 박기혁에 대항해 명 속성의 아티팩트로 도배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어둠의 약점은 빛이니까. 속성의 우위를 잡은 상황에서 차분히 공략한다면 박기혁이란 재앙을 극복하는 것도 꿈이 아니라 믿었을 거다.

앞서 말했듯 그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흔히들 속성의 역학 관계라 말하는 것.

불은 물에 꺼지고, 물은 땅에 묻힌다. 땅은 바람에 깎이고, 바람은 불을 꺼트리기는커녕 오히려 키운다.

이 역학 관계에서 어둠을 비추는 건 빛이다. 극상성이란 말이다.

하지만 위그드라실에게 이 속성의 역학 관계를 묻는다면.

그녀의 답은.

“그런 게 어디 있나요.”

유리하다, 불리하다. 상성이 있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이 또한 자연의 순리니까.

하나, 지금 말하는 건 마법이다.

마법은 자연에서 비롯된 힘이지 자연이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기적에 가깝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적. 이 기적에 상성이란 틀을 갖다 대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나?

허공에 불을 피워 내는데, 물에도 꺼지지 않는 불을 만들지 못할 것은 무엇인가.

위그드라실이 마법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숙련도다.

“불꽃이 물에 항상 꺼지나요. 그럼 용암은요? 물이 땅에 묻히나요. 그럼 바다는요?”

어떤 바람에도 자리를 지키는 저 산처럼,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태풍처럼.

완전한 속성이란 그 자체가 완전한 거다.

어둠도 마찬가지다.

“완전한 어둠은 모든 것을 감추죠.”

설령 그것이 세상을 비추는 태양이라도.

*   *   *

쏟아지는 마법들 사이에서 휘파람을 불었다.

“준비성은 합격이지만…….”

구하기 힘들다는 백마법 아티팩트를 둘둘 말고 있는 아이들.

신성력을 가진 아티팩트까지 있는지 마나의 파장을 타고 불쾌한 신성의 냄새가 전해 온다.

덕분에 내가 불러낸 스켈레톤들을 어찌어찌 힘겹게라도 버텨 내고 있었다.

쯧, 나도 아직 멀었다. 겨우 저런 수준에 막힐 정도라니. 만약 오늘 얻는 게 있다면 이 깨달음이 가장 클 것이다.

그래, 이게 다다.

이게 이번 결투가 내게 미치는 의미다.

“하음, 슬슬 지루하네.”

저쪽이 쏘고, 이쪽은 막고.

이쪽이 다가가면, 저쪽은 뒷걸음치고.

힘을 빼겠다는 건 알겠는데, 너무 노골적으로 거리를 유지하는 터라 지루하다 못해 지겹다.

이제 이 지겨운 대치도 끝내야 할 것 같다.

“배도 고프고, 저녁은 뭐 먹지.”

저녁 메뉴를 생각하며 ‘딱’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허공에 있던 마법진이 내 정면을 가렸다.

곧이어 빛이 일렁이는데.

원에 갖춰진 온갖 도형과 문자.

술식과 구성, 주문의 기초부터 발현까지 모든 게 완성된 마법진.

여기에 아직은 완성하지 못한 ‘마왕의 편린’이 담기면.

‘육망성’이 빛난다.

시작해라.

딱!

다시 손가락이 힘차게 튕겨지는 순간.

마법진에 닿는 족족 마법들이 지워진다.

마법들이 지워진다.

불꽃이 마법진에 삼켜지고 바람이 흩어진다.

물은 액체가 되어 마법진으로 흡수됐고, 땅 밑에서 솟아오르는 가시 역시, 마법진에 닿는 즉시 모래로 분해돼 마법진으로 흡수됐다.

그나마 형태를 오래도록 유지했던 빛의 창도, 마법진에서 나오는 어둠의 촉수에 순식간에 빛을 잃더니 어둠이 되어 마법진으로 빨려 들어왔다.

아-!

곳곳에서 들려오는 탄식.

“말도 안 돼…….”

말이 왜 안 돼.

본래 검정은 모든 색을 포용하는 색이다.

완전한 어둠이 담지 못할 속성은 없다.

하지만 내겐 너무 당연한 진리가 저들에게는 어지간히 충격인가 보다.

교수들은 마치 신대륙을 발견한 개척자처럼 경악했고, 구경하는 아이들은 자신이 내 상대라도 된 듯 긴장해서 숨조차 제대로 못 쉬고 있다.

그래도 그중 가장 불쌍한 몰골을 꼽자면.

바로 내 앞의 상대들, 이제는 약빨이 슬슬 빠져 가는 아이들일 것이다.

흥분 상태가 꺼지며 슬슬 상황 파악이 된 건지 안색이 나빠진 녀석들.

머리가 흥분에서 벗어나는데 몸도 반응이 없을 리가 있나. 피로감이 눈에 뛸 정도로 움직임이 굼떠지고 있다.

“쯧, 어지간히 싸구려 ‘자극제’였나 보네.”

제국 정식 명칭은 ‘마나 홀 자극제’

말 그대로 마나 홀을 자극해 마나 활성도를 비약적으로 올리는 약물이다. 잠시나마 한 단계 높은 경지를 엿볼 수 있기에 한때는 ‘진리의 물약’이라 칭송받던 때도 있었지만.

나중에 마나 홀에 영구적인 손상을 준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발표되며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춘 약물이다.

사실 말이 안 돼지.

부작용이 없을 리가 없다.

경지를 뛰어넘는다는 게 애들 장난인가.

그 옛날 영감은 내게 말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당연한 것도 없다.”

모든 현상에는 인과가 있다. 네가 당연하다 여기는 것의 뒤에는 무수한 현상의 고리가 연결돼 있다.

그것이 공부일 수도, 피나는 노력일 수도 있다는 것.

“그러니 닥치고 연구실로 가라고 했던가.”

문득 그때를 생각하며 키득대고는 다시 표정을 굳혔다.

“콩알만 한 것들이 벌써부터 꼼수나 쓰고.”

필시 누가 바람을 넣어 부추긴 것도 있을 거다.

예를 들면 나를 싫어하는 누군가.

내 시선이 교수들을 쓸어보자, 몇몇이 시선을 피했다. 특히 나한테 한차례 당했던, 황 뭐시기 교수께서는 날 죽일 듯 노려보고 있다.

재미있네.

“아무래도 경고가 필요하겠는데.”

딱!

마법진들이 떠오른다.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마법진들이 하늘을 수놓았다.

수백 개의 마법진이 합쳐지며 하나의 마법진으로 변하고.

마법진이 마치 신의 눈처럼 세상을 오시했다.

지금부터 펼칠 마법은 죽음의 군대 스켈레톤과 더불어 나를 마왕으로 이끌었던 마법.

세계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가장 완성된 어둠이라 불렸던 마법.

모든 것을 무로 돌려 ‘멸망’이라 불렸던.

나 마왕의 징벌.

아포칼립스

Apokalypsis

세계가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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