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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240화 (1부 완결) (240/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마지막 회)

켄지를 만났다.

많은 얘기를 나눴다.

일단, 켄지의 부상은 꽤 심각했다.

“비축해 둔 회복 물약을 전부 써 버렸지요. 사람을 보내기는 했는데, 언제 돌아올지는….”

내가 가진 회복 물약을 그에게 전달했다.

비상용으로 두 병은 남겨 둔 채였다.

“이번 사건으로 던전 마을의 이방인들은 1/5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내가 알기로 던전 마을에 거주하는 이방인은 약 300명쯤이었다.

계산해 보면, 50을 웃도는 정도가 남았다는 소리였다.

더불어 어렵게 목숨을 건진 사람들도 하나 같이 심각한 부상자들뿐이라 했다.

“레드 길드는 거의 전멸이고, 울트라 닛폰 쪽도 피해가 심각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안타까운 것은 히데 님의 죽음이지요.”

히데가 죽었다는 말에 진짜로 충격을 먹었다.

어쩌다가 그랬냐는 물음이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오려 했지만, 끝내 말하지 못했고, 그 때문에 제대로 된 얘기 또한 듣지 못했다.

그 와중에 썬더 길드는 피해가 가장 적었다는 자랑을 들어야 했다.

“저희도 처음 있는 일이라… 그래서 방비도 못 하고, 제대로 된 대응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켄지는 물론, 그 누구도 이번 사건의 이유를 모르는 듯했다.

하긴, 이유를 묻기도 전에 발키리들이 검을 휘두르고, 물어도 대답조차 하지 않았으니까.

“떠도는 소문에는 ‘궁’인지, ‘국’인지 하는 것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전혀 근거도 없고, 도움도 되지 않는 정보였습니다.”

어디서 나온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유를 뻔히 아는 상황에서 ‘궁’이란 단어가 나오자 겁나게 뜨끔했었다.

“그래도 저희는 이곳이 좋습니다. 다시 길드를 재정비할 것이고, 이곳에서 살 생각입니다.”

끔찍한 일을 겪고도 이곳 자트란드에서의 생활이 좋다는 부분은 살짝 이해할 수가 없었다.

뭐, 그들의 선택이기에 내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었다.

이번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끝내고는 묻고 싶은 이야기를 꺼냈다.

“울트라 닛폰에서 저에게 자객을 보낸 것은 알고 계십니까?”

“아, 얘기는 들었습니다. 그럴 거라고 예상되어 저희가 먼저 찾아간 것인데… 아무튼, 유감입니다.”

“아, 뭐 그래서 묻는 것입니다만….”

울트라 닛폰 놈들과 싸우면서 겪었던 흑역사… 몸이 굳고, 정신을 잃는 이상한 현상에 관해 물었다.

흔쾌하면서도 명쾌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이곳 자트란드 말고, 다른 곳… 던전 마을 사람들이 이동석을 이용해 갈 수 있는 도시에는 ‘용병’이란 자들이 다수 존재했다.

말 그대로 돈을 받고 전투에 참전하는 이들을 말함인데, 그들 역시 딱 그런 일을 했다.

특이한 것은 이 용병이란 자들이 각성자들처럼 레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용병들의 레벨은 그리 높지 않았다.

고작해야 10레벨쯤?

막말로 함께 사냥을 해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들을 고용하는 비용은 꽤 비쌌다.

그런 용병들을 고용하는 이유나 상황은 따로 있었다.

바로 나 같은 이들을 손쉽게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무슨 말인고 하니….

각성자들처럼 레벨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 역시 던전 마을 주민과 같은 존재들이었다.

이방인들은 던전 주민에게 해코지를 할 수 없다는 페널티가 그대로 부여된다는 얘기다.

그랬다.

레벨과 그에 따른 기운이 느껴지기에 그들이 던전 주민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전에, 던전 주민에게 해코지를 한 적이 없어 그런 이상한 상황도 처음 겪었다.

해서, 영문도 모른 채 몸이 굳고, 정신을 잃으면서도 내가 던전 주민을 공격하다가 그리됐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대충 그리된다는 얘기만 듣고서 알고 있던 것과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상태에서 실제로 당했을 때의 느낌은 매우 다른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이상하네요. 분명 그들도 공격이 먹혀들었는걸요.”

“그래요?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아아! 혹시, 다른 사람… 그러니까, 공격당한 이방인이 중간에 끼어 있지 않았나요?”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랬던 것 같기도 했다.

내 표정을 살피던 켄지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 경우라면 가능한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한 다리 건너의 공격이나 피해.

곁에 있던 이방인이 나가떨어지면서 용병을 덮친다거나 튕겨 나간 무기가 우연히 용병을 해할 수는 있다는 얘기였다.

궁금했던 부분들이 깔끔하게 해결됐다.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시원했다.

“이제 어쩌실 겁니까?”

“일단은 던전을 빠져나갈 생각입니다. 쉬고 싶거든요.”

“아아… 그럼, 다시 오실 생각은 없으신 겁니까?”

“오긴 와야 할 것 같기도 한데… 솔직히 말해서 확실치는 않습니다.”

리나의 진화를 위해서라도 한 번쯤은 다시 와봐야 했다.

자세한 얘기는 할 수가 없으니, 대충 얼버무리는 식으로 넘겼다.

“음… 꼭 다시 한 번 들러 주십시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켄지가 내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다시 오라는 이유나 명분은 말하지 않았지만, 어째 부담감이 확 들었다.

“그리고 이건 약소하지만, 회복 물약을 나눠 주신 것에 대한 제 성의 표시입니다. 다시 방문하시라는 의미의 선물이기도 하고요.”

켄지가 작은 나무 상자 하나를 주었다.

양해를 구하고, 상자를 열어봤다.

안에는 귀환석 네 개와 큼직한 마정석 하나가 들어 있었다.

“저번에 보니까, 일행이 네 분이시더군요. 마정석은 아시겠지만, 자이언트 샌드 웜의 마정석입니다.”

“아아… 가, 감사합니다.”

던전을 빠져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다시 돌아올 때 편하게 오라는 의미의 선물이라니….

‘이거, 진짜로 한 번은 들러야 할 것 같잖아?’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고는 여관으로 돌아왔다.

….

일정이 대폭 앞당겨졌다.

사실, 귀환석을 얻기 위한 노가다를 할 생각에 머리가 좀 아팠는데, 너무나 일이 잘 풀렸다.

진심, 아무런 미련도 남기지 않고, 날이 밝자마자 귀환석을 사용해 자트란드를 빠져나왔다.

***

던전을 빠져나와 며칠을 푹 쉬었다.

다소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에 다른 곳으로 갈까도 싶었지만, 리나의 레벨 업을 위해서 좀 더 이곳에 머무르기로 했다.

일단, 시작은 샌드 웜 조지기였다.

자이언트 샌드 웜의 진액만 있으면 피해를 전혀 입지 않고도 처리할 수 있었고, 경험치도 짭짤하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아닌 게 아니라, 사냥을 시작한 지 나흘도 채 되지 않아, 만렙인 30레벨을 찍을 수 있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와우!”

“축하해, 리나!”

“감사합니다. 다들 덕분이에요.”

만렙을 찍었지만, 딱히 별다를 건 없었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는 말았다.

그런데, 갑자기 리나가 내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오빠….”

“응?”

“저 부탁이 있어요.”

“무슨 부탁?”

“제게 검을 주시면 안 될까요?”

뜬금없이 검을 달라기에 리나를 한참이나 쳐다봤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게 있어 손가락을 튕겼다.

“아, 검! 그거 숙소에 있는데… 가자, 가서 바로 줄게!”

리나가 말하는 검이 진 발키리의 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어떤 기대감이 확 치솟아 올랐다.

하지만, 리나가 그런 나의 기대감을 훅 꺼뜨리듯 다시 말했다.

“아니요. 그거 말고….”

“그럼, 뭐?”

“그거요. 오빠가 쓰는 검.”

“엥? 이거? 아수라 스워드?”

“네. 그 검을 제게 주실 수 없나요?”

갑자기 검을 달라고 한 것보다 더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짝이 머뭇거려지기도 했다.

뭐, 이런저런 이유가 있었으니까.

그때였다.

신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상(견습 발키리)이 서약의 주인에게 ‘아수라 스워드’의 소유권을 요청합니다.]

“흠….”

잠시 고민했다.

뭐, 길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뒷일은 뭐,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했다.

“알았어! 줄게. 자, 받아!”

곧장 아수라 스워드를 풀어서 리나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리나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은 자세를 취하며, 정중하게 머리 위로 두 손을 올린 채 아수라 스워드를 받아 들었다.

다시금 신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약의 주인이 허락하여 아수라 스워드의 소유권이 대상(견습 발키리)에게로 넘어갔습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리나가 아수라 스워드를 소중하게 가슴께로 가져간 순간.

리나의 몸이 환한 빛으로 둘러싸였다.

번쩍번쩍….

갑작스러운 눈뽕에 살짝이 난리가 났다.

그런 와중에 신비한 목소리가 또 들려왔다.

[대상(견습 발키리)이 조건을 만족하여 변화를 일으킵니다.]

‘엥? 변화? 진화가 아니고?’

‘진화’가 아니라 ‘변화’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뭔지는 몰라도 좋은 것 같은 예감은 들었다.

잠시 후, 리나의 몸을 감싸던 빛이 사라졌다.

눈뽕도 막 가실 때쯤이었다.

“워….”

“어머나….”

“크륵?!”

이런 것에 별 관심 없는 오식이가 반응할 정도로 놀라운 일이 눈앞에 나타났다.

직전까지 어린 소녀의 모습이었던 리나가 단숨에 어엿한 성인 여자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하아….”

리나 본인도 변화한 자신의 모습에 놀란 듯했다.

다물어지지 않는 입을 그대로 둔 채, 재빨리 리나의 프로필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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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리나

타입: 인간형

속성: 무

레벨: 30

발키리.

좋아하는 것: 수련, 강함, 명예, 인정.

싫어하는 것: 치욕, 굴욕, 패배.

스킬: 검술의 기초, 중급 검술, 웨폰 브레이커.

호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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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된 리나의 프로필에 약간이지만 감동했다.

감정을 추스르기 전에 발키리가 그려진 카드의 프로필도 열어 맥스 레벨이 50인 것을 확인했다.

“오오, 좋아!”

….

리나의 변화로 인해 우리 팀의 분위기도 조금 바뀌었다.

“이제 뭐라고 불러야 하죠?”

“에이, 언니도 그냥 이전처럼 편하게 불러 주세요.”

“그, 그럴까…요?”

“아이잉! 언니이!”

이전까지는 분명 리나보다 린이 훨씬 더 나이가 많았다.

오식이처럼 실제 나이까지는 묻지 않았지만, 일단 외모가 그랬다.

그런데 지금은 리나가 린보다 한두 살쯤 더 많아 보였다.

사실, 얼굴이나 성격은 크게 변화가 없었는데, 쭉 커진 키를 비롯해 특히나 쭉쭉빵빵하게 변한 몸매가 확실히 그랬다.

그 때문인지, 어린애로 생각하고, 무시하는 게 눈에 보이던 오식이도 리나를 대함에 있어 어색하고, 어려워하기 시작했다.

뭐, 린을 계속 언니라 부르며 졸졸 쫓아다니는 것처럼 오식이를 대하는 리나의 모습은 전혀 변함이 없었지만….

“야, 덩치! 조금만 더 기다려! 내가 곧 실력으로 널 앞지를 테니까!”

“크르르….”

리나의 변화는 나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이전 날, 리나가 내게 검을 다루는 솜씨가 형편없다고 했던 것을 다들 기억할 것이다.

해서, 리나에게 검술 수업을 받기로 했다.

스킬로 장착되어 버린 ‘중급 검술’ 때문인지, 리나의 실력이 월등히 높아진 것도 배우기로 한 이유가 됐다.

….

‘그나저나 언제 열리는 거지?’

먹구름을 기다리고 있었다.

뭐, 자트란드로 돌아가기 위함은 딱히 아니었다.

그보다는 사마귀 놈들을 통한 광렙이 목적이었다.

겸사겸사 자트란드에 들를지는 모를 일이었다.

“흐음….”

내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들어 샌드 웜의 숫자가 부쩍이나 줄어든 것도 이유가 됐다.

사막의 맵이 워낙에 넓으니까, 다른 곳에 몰려 있을 수도 있고, 그저 단순한 착각일 수도 있는 일이었다.

어쨌거나, 먹구름이 나타나면 해결될 문제였다.

하지만, 끝내 먹구름은 나타나지 않았다.

게다가 샌드 웜의 숫자가 줄어들었다고 여긴 것도 내 착각이 아니었다.

평소처럼 열심히 샌드 웜을 찾아 사막을 헤매고 다니던 중이었다.

오늘따라 샌드 웜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음에 이상하다고 여기던 차이기도 했다.

갑작스럽게 신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경고!]

[던전의 활동이 정지합니다.]

[제한 시간 내에 던전을 탈출하세요.]

[제한 시간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4시간 후입니다.]

“헐….”

완전 정화를 알리는 경고에 정신이 반쯤 나가 버렸다.

….

던전을 빠져나왔다.

던전의 입구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아 나오는 이들을 주시했다.

‘켄지는? 나머지 사람들은?’

자트란드에 남아 있는 이들이 걱정됐다.

분명, 귀환석이 있으니 빠져나오는 것이 어렵지는 않을 터였다.

그렇게 믿어야만 했다.

‘이것도 나 때문인가?’

자트란드에 남은 이들이 던전 정화에 필요한 코어를 부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막을 돌아다니는 이들도 마찬가지일 듯싶었다.

그렇다면 이 또한 내가 저지른 일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닐까 했다.

‘아아, 모르겠다.’

머리를 감싸 쥐며 괴로워했다.

….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게이트가 사라졌다.

결국, 켄지는 던전에서 나오지 않았다.

“허….”

그동안 애써 누르고, 생각지 않으려 했던 죄책감이 장난 아니게 치솟아 올랐다.

넋이 반쯤 빠진 채, 숙소로 돌아왔다.

한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죄책감에 시달렸다.

….

며칠이 훌쩍 지나갔다.

거의 폐인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뭐,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고, 본성에 이기주의를 깔고 있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죄책감도 점점 무뎌져 갔다.

결국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며칠간, 그동안 수척해진 몸을 추스르다가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올 즈음,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다.

“일본은 이제 그만….”

더 있어 봤자, 안 좋은 기억과 생각에 다시 빠질 것 같아서 일본을 아예 떠나기로 했다.

“그래, 이번엔 대륙이다!”

처음 한국을 떠나며 고민했던 중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나저나 진짜 용이 살고 있겠지?’

1부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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