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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239화 (239/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239)

리나가 생기의 미약에 관해 물었다.

대충 설명을 해 주었다.

교감의 공간에서 사용했던 부분을 포함해서였다.

“린 언니한테 조금 나눠 줘도 될까요?”

“그래.”

“감사합니다.”

내 허락에 리나가 기뻐하며, 재빨리 린에게 생기의 미약을 흡입하게 했다.

가장 친한 린을 챙기는 모습이 기특해 보였다.

“크르르… 크르르….”

얼마쯤 지나자 왕울이의 거친 호흡이 점차 안정되어 갔다.

이후, 상처도 빠르게 아물어 갔다.

비교적 상처가 적었던 린도 깨어났다.

“으음… 주, 주인님….”

“어, 괜찮아?”

“네… 주인님은요?”

“응, 나도 괜찮아.”

“다, 다행이네요… 훗….”

“좀 더 쉬고 있어.”

“네… 그럼, 조금만 더 쉬도록 할게요.”

린과 왕울이를 리나에게 맡기고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깨끗하구만.”

시뻘겋던 하늘이 까만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달도 떠 있고, 별 무리도 가득했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평온하고, 고요했다.

‘그나저나 어찌 된 걸까?’

갑작스러웠던 상황을 다시 떠올렸다.

최후의 수단인 바람의 창도 꺼냈고, 진 발키리도 하나 제거했다.

하지만, 좋은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었던 상황이었다.

지나간 상황을 비추어 봤을 때, 고작해야 한둘 정도를 제거하는 것도 힘들었을 터였다.

그 뒤, 나는 기절했을 것이고, 전투 불능에 지쳐 있던 우리는 남은 셋의 진 발키리와 다수의 발키리들에게 난도질을 당하고,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을 게 뻔했다.

그런 절체절명의 상황이 갑작스럽고, 영문 모를 현상과 함께 끝나 버렸다.

운이 좋았다고만 하기에는 그 이유가 너무나 궁금했다.

“흠… 하늘이 변하면서였지?”

어디선가 불어왔던 한 줄기의 바람.

그 후에 벌어진 시뻘건 하늘의 움직임.

그 뒤에 이 같은 일이 이어졌다.

지금은 하늘마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아! 설마, 축제가 끝난 건가? 그래서….”

문득 떠오른 생각이었다.

급히 고개를 돌리며 리나를 찾았다.

“리, 리나!”

“네!”

“축제 기간이 어떻게 되지?”

“네?”

“그러니까, 축제를 알리는 신호… 빛기둥이 생기고부터 일주일간 축제가 시작되잖아.”

“네, 네….”

“그 일주일이라는 게… 아니지, 음… 축제가 끝나는 마지막 시간이 언제야?”

내 물음에 눈을 깜빡이던 리나가 뭔가를 계산하는 듯하더니 답했다.

“본격적인 축제가 시작된 다음 날 저녁이요. 해가 지고 나서 두어 시간쯤 후라고 할까요?”

“그렇지? 그래, 그런 거였어!”

“…?”

문득 떠올린 생각과 가설이 맞아떨어졌다.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빛기둥이 치솟으면, 숨겨져 있던 마을인 발할라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 뒤, 일주일간 발할라는 그대로 외부인에게 노출된다.

축제의 준비와 이틀간의 본격적인 축제 기간 내내….

그러다가 모든 축제가 끝나면 다시 모습을 감춘다.

어제가 본격적인 축제의 시작 날이었다.

발할라가 모습을 드러낸 지 6일째 되는 날이기도 했다.

당연히 오늘은 7일째.

축제의 마지막 날이었고, 발할라가 다시 모습을 감추는 날이었다.

정확한 시간은 알 수 없었지만, 시뻘겋던 하늘이 움직이던 시점은 아마도 해가 지고 나서 몇 시간이 흐를 즈음이리라.

정말이지 우연과 행운이 겹쳐, 기가 막힌 타이밍에 정해져 있던 축제의 기간이 끝나고, 발할라가 사라지면서 발키리들도 강제로 돌아간 게 분명했다.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닐 테고….’

그럴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당장에 같은 일이 벌어질 것 같지는 않았다.

못해도 1년… 다시 축제가 시작되는 날까지는 아마 안전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었다.

뭐, 상황이 리셋되어 완전히 잊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때가 되어 뚜껑을 열어 보기 전까지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마을로 돌아가도 될까?’

던전 마을이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 끔찍하고, 엄청난 사건의 주범으로서 낯짝 두껍게 뭔가를 하겠다는 것도 좀 그랬지만, 그래도 돌아가는 상황과 결과를 확인하기는 해야 했다.

“후우우… 일단은 좀 더 쉰 다음에….”

당장에 움직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자리에 주저앉아, 조금은 편안해진 마음으로 휴식을 취했다.

그렇게 한 3분쯤 쉬었나?

어둠으로 보이지 않는 숲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끼드드득….”

특이하면서도 익숙한 소리였다.

이 근처에서 주로 서식하는 괴물… 타조와 비슷하지만, 발이 네 개나 달린 놈이었다.

레벨은 11쯤 됐고, 타조처럼 발이 빠르며, 부리로 쪼아 대는 공격이 꽤 강했다.

놈의 이름 또한 타조와 비슷한 ‘다쵸’였는데, 일본어로 타조를 그렇게 발음하는 모양이었다.

‘괴물들도 다시 나타났군.’

시뻘겋던 하늘의 영향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혹은 못 했던 괴물들이 다시 돌아다니는 모양이었다.

다시금 상황이 끝났음을 인지했다.

스윽….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났다.

옆에 벗어 놓은… 아니, 리나가 벗겨 놓았을 것 같은 엘프의 활을 집어 들었다.

화살을 시위에 걸고 가늘게 뜬 눈을 시전했다.

어둠 속에서 놈의 특징인 목 웨이브가 실루엣으로 잡혔다.

끼기긱….

활시위를 당겼다.

손가락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바닥까지 떨어진 체력의 회복이 아직 덜 된 까닭이었다.

“췟!”

혓소리를 내고는 까딱대는 놈의 대가리에서 한참이나 아래쪽을 겨냥했다.

조준을 마치고, 그대로 활시위를 놓았다.

띠잉!

쐐애애애액!

바람을 가른 화살이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이어, 놈의 짧은 비명이 들려왔다.

“후우우….”

긴 한숨과 함께 무겁게 느껴지는 엘프의 활을 내려놓은 뒤, 오식이를 깨웠다.

“오식아.”

“….”

“야, 인마!”

“크, 크륵! 아, 안 잤다, 혀, 형님!”

녀석이 화들짝 놀라서는 벌떡 일어났다.

내 고함과 녀석의 호들갑에 린과 왕울이도 살짝 깬 듯했다.

리나를 향해 괜찮다는 의미로 손을 들어 보였다.

역시나 놀란 얼굴이 된 리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린과 왕울이를 토닥여 다시 잠들게 했다.

“저쪽… 가서 고기 가져와라.”

“에? 고, 고기! 어, 어디냐, 형님!”

“저쪽이라고, 저쪽!”

“알았다. 오식이가 간다, 형님!”

쿵쾅거리는 뜀박질로 오식이가 달려갔다.

잠시 후에 녀석이 커다란 다쵸를 어깨에 짊어지고 왔다.

놈은 아직 숨이 붙어 있는 터라, 이따금 푸드덕대며 몸부림을 쳐 댔다.

“고기 가져왔다, 형님!”

“오냐, 잘했다. 얼른 불 피워라!”

“알았다, 형님!”

오식이가 놈을 바닥에 내려놓고는 익숙하고, 능숙하게 모닥불을 피웠다.

“불 다 피웠다, 형님!”

“응. 이제 조심해서 다리만 뜯어.”

“알았다, 형님!”

오식이가 바닥에 내려놓은 놈을 들고는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갔다.

이어, 우악스럽게 놈의 다리를 하나씩 뜯어냈다.

두 개쯤 다리를 뜯어낼 때까지는 놈이 ‘꾸에엑’거리는 비명을 작게나마 질렀는데, 그 뒤로는 잠잠했다.

그래도 아직 숨은 붙어 있을 터였다.

사실, 몸 상태가 상태인지라 활을 쏘기가 좀 버겁기는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겨우 11레벨짜리 놈을 처리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단번에 숨통을 끊겠다고 마음먹었다면, 단발이 아니라 그냥 파탄을 쏴도 될 일이었고 말이다.

내가 놈에게 단발로 화살을 쏘고, 푸드덕거릴 만큼 살려 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다 있었다.

단방에 놈의 숨통을 끊어 버리면, 재가 되거나 기화하여 사라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식이에게 놈의 다리를 뜯을 때, 조심하라 이른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다 뜯었다, 형님!”

놈의 다리 네 개를 들고 온 오식이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제는 놈의 숨통이 끊어져도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다리는 남아 있을 테니까.

또한, 조류는 다리가 제일 맛있는 법이었다.

놈도 그랬다.

더불어 몸통은 내장도 있고, 손질도 지랄 맞아 그냥 버리는 편이었다.

어쨌든.

“어, 이제 털 뽑고, 잘 구워 봐.”

“알았다, 형님! 오식이에게 맡겨라, 형님!”

녀석이 자신만만하게 말하고는 손질에 들어갔다.

….

맛있게 구워진 다쵸 다리 구이를 잘 나눠 먹었다.

식탐이 그리 없는 왕울이도 체력의 회복을 위해서인지 평소보다 많이 먹었다.

“잘 먹었어요, 오식 씨.”

린이 오식이에게 감사를 표했다.

녀석의 어깨가 하늘 높이 솟았다.

“어이, 덩치! 요리 솜씨가 제법인데? 다시 봤어.”

리나도 칭찬했다.

그에, 오식이의 콧대마저도 하늘로 향했다.

그러다가는 슬쩍 나를 쳐다봤다.

모른 척하려다가 그냥 한마디 툭 던져 줬다.

“맛있네.”

“으하하하하!”

내 영혼 없는 칭찬에도 녀석은 크게 웃어댔다.

….

배불리 식사를 마치고, 한참을 더 쉬었다.

얼추 움직일 수 있는 체력이 회복된 듯하여 마을로 향했다.

린은 괜찮다고 억지를 부렸기에 함께 움직이기로 했고, 왕울이는 좀 더 쉬라는 의미에서 카드에 봉인했다.

“고기 많이 먹었으니까, 우리 앞길 막는 놈들은 네가 다 처리해!”

“알았다, 형님!”

“리나는 린 좀 잘 부축하고.”

“네, 오빠.”

왕울이 대신에 동물적 감각을 넓게 펼치고는 걸음을 옮겼다.

저벅저벅….

천천히 걸어 몇 시간에 걸쳐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흐음….”

마을의 분위기는 역시나 심상치 않았다.

아니, 처참하다고 하는 게 더 옳을 듯했다.

“으으….”

“아, 아파아….”

“읏! 크으윽!”

여기저기서 앓고, 신음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눈으로 보기에도 그랬다.

멀쩡한 사람들이 거의 없다고 보는 게 좋았다.

아니다.

멀쩡한… 그것도 너무나 멀쩡한 이들이 있기는 있었다.

바로 던전 마을 사람들이었다.

발키리들은 각성자들만 공격했다.

던전 마을 사람들은 전혀 건들지 않았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던전 마을 사람들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끔찍하고, 엄청난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좀 바뀌어 있었다.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쓰러져 있고, 상처를 입은 각성자들을 던전 마을 사람들이 보살피고 있었다.

“아이고, 어쩌나….”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래?”

“이쪽! 이쪽으로 와 봐, 여기가 심각하다고!”

마치, 자신의 일이나 가족을 돌보듯 걱정하고, 열과 성의를 다해서 말이다.

‘역시, 하늘 때문인가?’

이 또한, 시뻘겋던 하늘의 영향이라 여겼다.

“흐음….”

애써 생각지 않으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양심을 찔러 대는 죄책감을 안고는 마을 안쪽으로 향했다.

마을 안쪽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와, 계속 보고 있다가는 미칠 것 같네.”

그러면 안 되지만, 얼굴에 철판을 깔고는 급히 자리를 피했다.

근처에 있는 여관을 향해 미친 듯이 뛰었다.

“방 있나요?”

“네, 있습니다.”

“큰 방으로 하나 주세요.”

방으로 들어와서는 커튼이란 커튼을 모두 닫은 채, 바깥 상황에 대해서는 생각마저도 완전히 차단해 버렸다.

….

며칠이 흘렀다.

전혀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식사도 여관 주인에게 부탁해 방에서 받아먹었다.

그렇게 일주일쯤 지나자, 그나마 상황들이 다소 안정을 찾은 듯했다.

나도 조금씩 마음의 짐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똑똑!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여관에서 잡일을 하는 꼬마였다.

녀석에게 심부름을 하나… 썬더 길드로 찾아가 한 번 방문할 수 없겠느냐는 말을 전하라 했었다.

“말씀을 전했는데, 거동이 불편하시다고, 직접 찾아오실 수 없냐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언제 오라든?”

“아무 때나요.”

“그래, 알겠다. 수고했어.”

꼬마에게 심부름 값으로 은화 한 개를 쥐여 줬다.

“가, 감사합니다.”

머리가 바닥에 닿도록 허리를 넙죽 구부린 녀석이 신을 내며 돌아갔다.

‘많이 다쳤나?’

켄지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소리에 또다시 마음이 무거워졌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켄지를 만나러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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