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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230화 (230/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230)

“하아! 하아! 하아….”

가빠지는 숨을 다스릴 틈도 없이 무작정 숲을 향해 뛰었다.

던전 마을을 벗어난 지 5분쯤 된 듯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알 듯 말 듯하고, 긴가민가한 상황에 혼란스러웠다.

….

30분 전….

갑작스러운 울림의 소리와 함께 하늘이 시뻘겋게 변한 직후.

꽤 먼 곳에서부터 강렬한 기운들이 느껴졌다.

최소화 모드의 동물적 감각으로도 전해지는 느낌에 영역을 넓힌 순간, ‘뜨억!’하는 경악의 신음을 흘려 내야만 했다.

“마을… 광장 쪽이다.”

어둡기도 하거니와 꽤 거리도 있었다.

앞은 탁 트여 있지만, 그 너머로는 건물들로 가려져 있었다.

해서, 눈으로 뭔가를 확인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가 볼까? 아니, 가지 말아야 하나?’

불길함과 호기심을 두고 몇 초 고민했다.

결국엔 호기심 쪽으로 추가 기울었다.

‘상황만 파악한다. 멀리서도 가능할 거야.’

녀석들을 모두 봉인했다.

위험할 수도 있지만, 혼자서 움직이는 게 편하고, 눈에도 덜 띌 터였다.

곧장 강렬한 기운들이 느껴지는 광장 쪽을 향해 뛰었다.

다다다닷….

공터를 가로질러 건물들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빠르게 주위를 살피고는 오식이를 소환했다.

“크륵!”

“위로 올라갈 거야! 무슨 말인지 알지?”

“안다, 형님!”

건물과 골목을 빠져나가기보다는 위로 올라가서 확인하는 것이 나을 듯싶었다.

외곽임에도 건물들의 높이가 좀 높은 듯했지만, 무리는 없을 듯했다.

‘그래, 별것 아니야! 할 수 있어!’

발할라로 향하던 중, 두 번째 거대한 산의 험준함을 타파하기 위해 녀석과 비슷한 짓을 많이도 했었다.

서로의 믿음과 호흡이 꽤 중요한 짓이었고, 그런 면에서 우리는 나름 찰떡궁합이었다.

처억!

내 뜻을 바로 알아챈 녀석이 양손을 깍지 끼우고는 아래로 내렸다.

양발은 어깨 너비보다 조금 더 벌렸고, 무릎은 최대한 굽혔다.

“좋아!”

뒤로 몇 걸음이나 물러났다.

앞뒤로 몸을 가볍게 흔들며 리듬을 타다가 냅다 지면을 박차고 힘껏 뛰었다.

이어, 단단하게 받치고 있는 녀석의 깍지 낀 손을 밟았다.

정확한 타이밍에 녀석이 팔을 들어 올리며 힘을 더해 줬다.

휘이익!

오식이의 깍지 낀 손을 밟고 뛰어오른 내 힘과 급격하게 더해진 녀석의 힘에 몸이 로켓처럼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위로 쳐든 얼굴로 날카로운 저항이 사정없이 날아들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계단을 밟듯 허공에서 보행을 몇 번 하다가 5층 높이의 건물 지붕 끝에 올라설 수 있었다.

처억….

상당히 멋진 폼으로 착지했음에 내심 뿌듯함을 느꼈다.

“유후!”

빠르게 주위를 살핀 뒤, 아래쪽에서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오식이를 향해 ‘엄지 척!’을 날렸다.

녀석도 나름의 귀여움을 뽐내며 쌍 엄지로 화답했다.

히죽 하고는 녀석을 불러들였다.

‘봉인!’

자세를 낮춘 채, 다시금 주위를 살폈다.

주변은 거의 다 불이 꺼져 어둑했지만, 광장 쪽만은 축제의 불빛으로 제법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즉시, 가늘게 뜬 눈을 시전했다.

그러나 건물들이 시야를 방해하는 통에 제대로 볼 수 있는 게 없었다.

‘좀 더 가까이 가야겠다.’

건물의 지붕을 타고 빠르게 이동해 거리를 좁혔다.

….

몇 개의 건물을 넘으니, 드디어 광장의 상황을 살필 수 있는 각이 나왔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당연히 축제 분위기로 한창인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곧 동이 터올 무렵인데도 그들은 여전히 흥겹게 먹고, 마시고, 춤추며, 시끄럽게 떠들어 대고 있었다.

이어, 눈에 들어온 것은 굉장히 멋들어지고, 아름다워 보이는 이들의 모습이었다.

딱 봐도 여자인 것이 분명한 그녀들은 고급스러운 은빛과 시원한 파란색의 절묘한 조화가 돋보이는 갑옷을 입고 있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투구는 앞이 뾰족한… 마치, 새의 부리를 연상케 하는 모양새에 앙증맞으면서도 딱 맞아떨어질 만큼 잘 어울리는 한 쌍의 새하얀 날개 장식이 달려 있었다.

눈 부분이 가려져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려웠지만, 오뚝하게 솟은 코와 앵두처럼 새빨간 입술, 갸름한 턱 등으로 미루어 봤을 때, 하나같이 절세의 미인들이라 여겨졌다.

갑옷의 상의는 심플한 느낌의 어깨 장식으로 가느다란 목과 뚜렷한 쇄골이 훤히 드러나는 오프 숄더 형태에 잘록한 허리와 배꼽마저 보이도록 짧았다.

타이트하게 꼭 맞춘 모양새였지만, 노출도가 제법 심하고, 워낙에들 몸매가 좋아서인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현기증이 나며, 코끝이 얼얼해지려 했다.

또한, 팔에는 팔꿈치부터 시작해 손가락 중간까지 하나로 이어진 듯한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별다른 모양새나 장신구가 없음에도 굉장히 잘 어울리고, 움직이기도 편해 보였다.

갑옷의 하의도 상의와 마찬가지로 상당히 짧고, 과감한 노출도를 자랑했다.

길이는 잘빠진 허벅지의 중간쯤으로 흡사, 테니스 스커트를 떠올리게 했으며, 끝이 뾰족뾰족한 게 특징이었다.

뭐랄까… 손바닥보다 넓적한 칼날을 거꾸로 해서 여러 개 이어 붙인 모습이라고 하면 이해가 쉬우려나?

무척이나 아슬아슬해 보이지만, 움직임이 불편해 보이지는 않았다.

다른 면에서는 정말 아슬아슬… 아니, 아찔함을 충분히 느끼게 해줬다.

부츠 역시, 무릎부터 발아래까지 하나로 이어진 듯한 모양새로 팔의 보호대와 비슷했다.

그보다는 확실히 화려하고, 훨씬 더 갑옷처럼 보였지만, 늘씬하게 뻗은 각선미를 더없이 부각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쭉쭉빵빵’하고 아름다운 외모에 화려함과 멋스러움이 더해진 퍼펙트함을 자랑했다.

해서, 내 점수는….

‘10점 만점에 10점… 아니, 9.8점!’

아쉽게 빠진 0.2점은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과 그녀들이 대놓고 풍겨 대는 살벌함 때문이었다.

‘저게 진짜 발키리들일 테니, 저쪽은….’

진짜 발키리… 진 발키리가 분명해 보이는 그녀들 곁에 붙어 있는 또 다른 여자들.

새하얀 한 쌍의 날개 장식이 달린 투구 대신에 다소 밋밋해 보이는 가죽 투구를 썼고, 화려함과 고급스러움 위에 아찔한 섹시함까지 더한 갑옷 대신에 역시나 가죽으로 된 갑옷을 입은….

하지만, 전체적인 외모나 노출도 면에서는 절대 빠지지 않는 여자들이 다수 있었다.

딱 봐도 시험에서 떨어져 진 발키리가 되지 못한 그냥 발키리들이 분명해 보였다.

‘그나저나 많기도 하네….’

1 대 5의 비율.

진 발키리 한 명에 대략 다섯 명쯤 되는 발키리가 붙어 있는 듯했다.

그렇게 모인 수가 얼추 60은 될 듯했다.

비교적 헤아리기 쉬운, 진 발키리의 수가 열 명이기에 추산된 계산이었다.

‘이렇게 한데 모여 있으니, 강렬한 기운이 퍼지고, 느껴질 만도 하지.’

그랬다.

딱히 풍겨 나오는 기운을 감추지 않는 것도 있었지만, 반듯하게 정렬된 진형을 갖추고서 한데 모여 있기에 그 기운이 하나로 뭉쳐 퍼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한 명 한 명의 수준이나 레벨은 명확히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이 역시, 우리가 앞서 예상했던 수준 정도라고만 어림잡아 느낄 수 있을 뿐이었다.

‘근데, 이들이 왜 여기에 온 거지?’

내가 알고 있는 정보에는 없는 상황이었다.

하긴, 환영의 문이나 축제를 구경하러 오는 대규모의 외부인조차도 내가 얻은 정보에는 없는 내용이었다.

‘X댕! 업데이트도 안 된 정보를 주다니….’

뭐, 정보의 대가로 쓴 돈의 액수가 적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딱 그만큼의 값어치인 듯하니, 더는 할 말도 없었다.

….

그대로 몸을 숨긴 채, 계속 상황을 주시했다.

웃긴 것은 대놓고 드러내는 발키리들의 기운과 위용을 다른 이들은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너희들이 그렇게 있거나 말거나, 우리는 축제나 흠뻑 즐기련다!’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 의미에서 발키리들도 크게 다른 이들을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대체 뭐 하자는 건지… 헛!’

순간, 등 뒤쪽에서 작은 기척 하나가 느껴졌다.

급히 뒤를 돌아보니, 꽤 떨어진 곳에서 실루엣 하나가 빠르게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게 보였다.

내가 이곳에 당도했을 때처럼 건물과 건물을 넘고, 지붕을 타고서 말이다.

‘뭐, 뭐야?’

당황했다.

본능적으로 벽에 몸을 착 붙이고는 곧장 그림자 숨기기를 시전했다.

“스으으, 흡!”

빠르게 거리를 좁혀 오는 실루엣이었지만, 약간의 여유를 두고 그림자 숨기기가 발동했다.

샤샤샤샷….

내가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실루엣이 속도를 전혀 줄이지 않고, 내 앞을 스치며 지나갔다.

‘…?’

실루엣의 정체는 발키리였다.

건물 하나를 더 넘어간 발키리가 근처 건물의 벽과 벽을 번갈아 차며 안전하게 아래로 착지했다.

잠시 틈을 주고는 그림자 숨기기를 풀었다.

“후우우….”

길게 숨을 뱉어내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내 앞을 스치고 지나갔던 실루엣처럼 자리를 이탈했다가 모여드는 발키리들이 더 있었다.

사방팔방, 여기저기서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고는 가장 선두에 서 있는 진 발키리에게 무언가를 말하고는 곧장 대열에 합류했다.

당연히 어떤 말을 하는지는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여기저기서 정보를 물어다가 보고하는 듯하다는 느낌은 들었다.

더불어 이내 그녀들이 뭔가를 위해 모두 움직일 것 같다는 예상도 하게 됐다.

그게 무엇을 위한 것이고, 어떤 일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째 등골이 서늘하고, 불길한 것이 기분을 더럽게 했다.

그리고 그런 내 지랄 같은 불길한 예상은 곧 현실화가 되며 이루어졌다.

그것도 전혀 뜻밖의 상황이 벌어지며, 애초의 예정보다 이르게 말이다.

나 혼자 느끼는 착각일 수도 있지만, 긴장으로 한껏 고조된 분위기를 깨는 소리가 들려왔다.

끼이익….

평상시라면 문을 닫고도 남았을 시간인 술집의 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이어, 그 안에서 두 사람이 비틀대며 걸어 나왔다.

딱 봐도 이방인… 각성자들이었다.

“으으, 취한다으, 딸꾹!”

“이봐아, 제대로 거르라고! 나처럼 마뤼야….”

“내가 머? 나눈 똑빠로 건는데… 너나 자라세요.”

똥이 묻었는지, 겨가 묻었는지 따질 것도 없이 둘 다 똑같이 고주망태 이상으로 취해 있었다.

저 정도로 취했다면, 운전이 아니라 그냥 걸어만 가도 경찰이 잡아가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냥 가라….’

그들이 웬만하면 사고를 치지 않고 그냥 가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런 상황… 저런 이들은 꼭 저희가 사서 사고를 치기 마련이었다.

“어라라? 저게 머지?”

“어엇! 여자다아….”

“그러네? 좍좍 빠지고, 느을쒼한 언니드리네?”

“유후, 이쁘니드을 안뇨옹.”

“어허! 너눈 가마니 이써 바… 이런 거는 좔생긴 내가 나서야 해.”

“멀 가마니 이써? 저러케 나 자바 잡수라고 인는데… 저런 거는 먼저 먹눈 게 임자라구!”

“구래? 구러며는 내가 다 머글꺼다! 비켜어!”

미치겠다.

그들이 하는 짓거리가 하도 심각해 나름으로 거르고, 순화시켰지만, 진심 개차반에 발정이 난 개새X들 같았다.

이런 식이면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난리가 났을 게 뻔했다.

그런데 지금은 뭔가 일이 터질 것만 같았던 분위기였다.

‘아, 안 돼….’

속으로 안 된다며, 그들의 안위를 걱정하던 그 순간!

휘이익!

앞서 있던 진 발키리가 비틀거리며 다가오는 그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거의 린과 필적할 만한 빠른 속도.

단숨에 거리를 좁힌 진 발키리와 그들 사이에서 번쩍하는 빛이 일었다.

“엇….”

“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한 그들의 반응.

하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두 명의 사내가 통나무처럼 그대로 쓰러지며 뒤로 넘어갔다.

이어, 그들의 몸에서 부채꼴 모양의 분수 피가 쏟아져 나왔다.

촤아아아….

‘헛!’

얼추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벌어지지 않길 바랐던 그들의 비참하고, 끔찍한 최후에 나도 모르게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더 놀라운 일은 그 뒤에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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