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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229화 (229/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229)

리나의 커다란 외침에 놀라 깬 오식이가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시선에 고개를 갸웃했다.

나도 놀란 탓에 린과 리나를 향해 물었다.

“또 뭔데?”

내 물음에 시선을 돌린 리나가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투로 물어 왔다.

“선ㅇ… 아니, 오빠! 저 덩치가 린 언니보다 강하다는 게 사실이에요?”

우리 중에 덩치라고 불릴 만한 녀석은 오식이뿐이었다.

리나의 손가락도 녀석을 가리키고 있었다.

“흠….”

리나의 물음에 잠시 생각했다.

오식이 녀석과 린의 레벨은 같았다.

파워 면에서는 확실히 오식이가 앞섰고, 스피드 쪽으로는 린이 월등했다.

싸우는 장소나 상황 등을 따져 봐야겠지만, 내 생각으로는 오식이의 손을 들어 주는 게 옳다고 봤다.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경이로운 회복력까지 갖춘 터라 끝내는 녀석이 이기지 않을까?

‘아, 아닌가? 녀석이라면 린을 공격하지 못하고 그냥 처맞다가 끝나려나?’

린에게만큼은 순애보인 녀석이라면 그럴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건 갑자기 왜 물어?”

“방금 린 언니랑 얘기하는데, 언니가 그랬거든요. 우리 중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오빠고, 그다음이 저 덩치라고요.”

기분이 좋아졌다.

사실이기도 했지만, 인정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네?”

“그렇다고 해도 그게 뭐가 어쨌다는 거야?”

“아… 미, 믿을 수가 없어서요.”

“어떤 점을 믿을 수가 없는데?”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하던 리나가 곧 다시 입을 열었다.

“저 덩치가 키도 크고, 우락부락하니 무섭게 생긴 건 사실이지만, 언니한테 꼼짝도 못하잖아요. 그런데 더 강하다는 게 말이 안 되죠.”

뭐, 그렇게 보일 수도 있었다.

리나의 말을 듣던 오식이가 몸을 움찔거렸고, 그에 웃음이 터질 뻔했지만, 간신히 참아 냈다.

딱 여기까지나 듣고 끝냈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한낱 해프닝이나 소소하지도 않을 에피소드로 끝났을 상황이었다.

오식이의 반응에 웃음을 참느라 잠시 놓친 빈틈을 타고, 리나의 말이 조금 더 이어졌다.

“게다가 오빠도 그래요. 이상한 마법으로 우리를 카드 속에 가둘 수 있다는 것을 빼고는 그리 강하지 않잖아요.”

리나의 화살이 오식이에게서 갑자기 내게로 날아들었다.

순간, 벙찐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곁에 있던 린도 당황했는지 리나의 어깨를 잡으며 말하는 것을 멈추게 했다.

“리, 리나야. 그, 그만….”

“아, 왜요? 사실이잖아요? 내가 오빠랑 싸워 봐서 알아요. 물론, 저보다는 강하지만, 검술의 기본도 안 되어 있고, 힘이나 속도도 언니보다 많이 모자랐다고요.”

벙찜이 계속 이어졌다.

이번에는 오식이가 나를 힐끔거리며 웃음을 참고 있었다.

서서히 뚜껑이 열리려 하고 있었다.

다들 알겠지만, 교감의 공간에서 리나를 상대했을 때, 나는 전력을 다하지 않았었다.

고의라고는 전혀 없는 실수가 좀 있었고, 아무런 죄도 없는 소녀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서 최대한 힘을 빼고 상대했었다.

그런데 뭐?

검술의 기본이 안 되어 있고, 힘이랑 속도도 떨어진다고?

“리나야. 제발, 그만해. 어쩌려고 그래?”

“왜요? 제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닌데요.”

폭발 직전의 뚜껑을 애써 누르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 상태에서 나직하게 말했다.

“어디 네 말이 틀렸는지 옳았는지 한번 확인해 볼까?”

절로 피어오른 분노와 살기의 기운이 엉덩이를 깔고 앉은 바닥 주변의 흙먼지를 퍼트리듯 흩날렸다.

그에, 뭔가를 깨달은 것처럼 리나가 눈을 크게 떴다.

“앗! 구, 궁니르….”

날리는 흙먼지에 바람의 창인 궁니르를 떠올린 모양이었다.

갑자기 태세를 바꾼 리나가 빠르게 말했다.

“하하! 궁니르는 무조건 인정이니까, 오빠도 인정! 오빠가 제일 강한 게 맞네요. 그, 그렇죠, 언니?”

리나가 린에게 도움을 청했다.

린이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럼! 내가 뭐랬어? 주인님이 우리 중에서 제일 강하다고 했잖아.”

“네, 제가 잠시 착각했나 봐요. 하하!”

그런다고 풀릴 화가 아니었다.

하지만, 더 해 봤자 남는 것도 없을 듯했다.

한 번 더 열리려는 뚜껑을 내리누르며 쉬이 꺼지지 않는 분노의 열기를 식히려 애를 썼다.

“후우우….”

나만 참으면 상황이 끝날 줄 알았다.

아니었다.

“형님!”

“응?”

“나도 한다.”

“…?”

오식이가 리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녀석의 얼굴에 어떤 의지와 강경함 같은 것이 그려져 있었다.

“뭘 하겠다고? 설마, 쟤랑 싸우겠다고?”

“싸움 아니다. 확인이다.”

싸움도, 확인도 아니었다.

그냥 본때를 보여 주거나 혼내 주고 싶은 마음인 듯했다.

오식이를 다독이고, 상황을 마무리하는 것이 팀의 리더로서 할 일이고, 그것이 베스트였다.

하지만, 범을 무서워할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의 안하무인을 깨닫게 해 주는 것도 리더가 할 일이었다.

‘그래, 그래도 서열이란 게 있는데, 이런 식이면 곤란하지!’

팀에 들어온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분란(?)을 일으키는 것도 문제.

아무리 레벨이 낮기로써니 상대의 수준을 조금도 분간하지 못하는 무능함도 이참에 뼈저린 가르침으로 일깨워 줘야 할 듯싶었다.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직 가시지 않은 뚜껑 열림의 앙금을 날려 버리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기는 했다.

“그래, 해 봐!”

내 허락에 린이 먼저 반응했다.

“헛! 주, 주인님….”

그에, 아무런 문제도 없을 거라는 듯이 말했다.

“괜찮아! 오식이도 생각이 있는 녀석인데, 무슨 큰일이야 있겠어? 안 그래, 오식아?”

“맞다. 그냥 확인이다, 형님!”

“오케이! 확인시켜줘!”

그렇게 오식이와 리나의 확인을 가장한 참교육의 시간이 만들어졌다.

“덩치만 크다고 단 줄 알아? 어디 덤벼 봐, 인마!”

목검을 뽑아 든 리나의 기세는 더없이 호기로웠다.

그런 리나를 대하는 오식이의 표정은 사뭇 진지함으로 가득했다.

“아, 주인님… 괜찮겠죠?”

린이 진심으로 걱정하며 안절부절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오식이 녀석의 청을 들어주며 ‘어디 한 번 따끔한 맛 좀 봐라!’하는 마음이었지만, 녀석의 진지 빠는 표정과 분위기를 보자 내심 불안감이 샘솟았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에이, 아닐 거야.’

애써 큰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여기며 상황을 지켜봤다.

“뭐 하고 있어? 쫄았냐, 덩치? 드루와! 드루와!”

실력과 비교해 과한 리나의 도발이 이어졌다.

오식이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제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기만 했다.

“안 와? 그럼 내가 간다!”

리나가 먼저 움직였다.

지면을 힘껏 박차고 앞으로 튀어 나갔다.

목검을 머리 뒤로 한껏 넘긴 채였다.

목표 지점에 도달했을 때, 속도와 힘을 더해 강하게 내리칠 모양이었다.

강력함을 추구하기에 더없이 효과적인 공격법 중 하나였다.

단번에 적에게 치명타를 입히고,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공격이 적중한다면 말이지….

문제는 동작이 너무 크고, 빈틈이 많다는 것이었다.

단조롭고 뻔한 공격이기에 상대가 막아내기도 쉬웠다.

아니, 힘을 잔뜩 실은 공격이기에 막기보다는 피하거나 빈틈을 노려 역공하는 것이 정답이었다.

해서, 공격자의 실력이 더 높거나 승패가 기운 경우의 마무리, 또는 운에 맡긴 채 일발 역전을 노리는 상황에서 주로 쓴다.

반대로 얘기하면, 공격자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이도 정신을 바짝 차리거나 타이밍을 제대로 포착한다면 승패를 뒤집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공격자인 리나보다 오식이의 수준이 월등히 높았다.

운이나 상대의 방심 같은 걸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그런 걸 기대하기에는 오식이의 표정이나 분위기가 너무나 진지했고, 집중력도 굉장했다.

마치, 수북하게 음식을 쌓아 놓은 상태에서 내가 ‘먹어!’라는 말을 하기 직전처럼 말이다.

‘췟! 검술의 기본이 어쩌고 하더니만….’

결과가 눈에 빤히 보였다.

아니,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결과는 예정되어 있었다.

그저, 오식이가 어느 정도로 힘 조절을 하느냐가 관건이었고, 그 결과가 곧 확인될 순간이었다.

다다다닷….

“이야압!”

앞으로 내달리던 리나가 힘찬 기합을 내뿜었다.

검을 내리칠 정확한 타이밍이기도 했다.

등과 엉덩이에 닿을 것처럼 머리 뒤로 한껏 넘어가 있던 목검이 커다란 궤적을 예고하며 움직였다.

스흣….

하지만, 그보다 오식이의 동작이 조금 더 빨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오식이는 그저 단단하게 쥔 주먹을 앞으로 쭉 뻗었을 뿐이었으니까.

단순하기 그지없는 동작의 펀치가 리나의 얼굴에 작렬했다.

아니, 오식이는 그냥 주먹을 앞으로 내밀었을 뿐이고, 힘차게 달려들던 리나가 스스로 얼굴을 녀석의 주먹에 가져다 댄 꼴이었다.

퍼어어어억!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끄어억!”

흉내 내기는 좀 그렇지만, 어떤 느낌으로 내는 것인지는 알 것만 같은 비명과 신음의 중간쯤 되는 소리를 내며, 리나가 격하게 뒤로 튕겨 나갔다.

철푸덕….

드드드드듯….

바닥으로 떨어진 리나가 그대로 한참이나 미끄러지듯 뒤로 밀려 나갔다.

처음 마주 서서 오식이에게 미친 듯이 도발을 날려대던 자리보다 조금 더 멀리 간 후에야 멈춰 섰다.

꿈틀꿈틀….

경련하듯 몸을 꿈틀댔지만, 일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리, 리나야!”

린이 다급하게 리나의 이름을 부르며 날 듯이 곁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품에서 회복 물약을 꺼내 먹이기 시작했다.

“이, 이것 좀… 아휴, 어떡해….”

상태가 많이 심각한 모양이었다.

분위기가 급 어색하고, 싸늘해졌다.

“오식 씨! 적당히 하셨어야죠! 애를 이렇게 만들면 어쩌자는 거에요?”

린이 빽 하고 소리를 지르며 오식이를 나무랐다.

그에, 오식이가 뻘쭘하게 서서는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그러고는 나를 쳐다봤다.

곧장 린의 시선도 내게로 날아왔다.

뾰족하고, 날카로운 화살과 함께였다.

“주인님도 그래요. 적당히 하라고 하시든가, 끝까지 말리셨어야죠.”

린이 이렇게 화를 내는 것도 드문 일이었다.

이대로라면 나도, 오식이도 한동안 미운털이 박힐 게 뻔해 보였다.

‘쩝! 나라도 살아야겠다.’

변명하듯 모든 책임을 오식이에게 넘기기로 했다.

“나야 적당히 할 줄 알았지, 이렇게까지 할 줄 알았나? 알았으면, 당연히 말렸겠지… 이 자식아! 넌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분명 확인이라며, 어? 이제 어떻게 할 거야?”

한통속이라 여겼을 나의 배신에 오식이의 표정이 벙찜으로 굳어졌다.

쐐기를 박듯이 리나와 린의 곁으로 다가가며, 한껏 걱정스러움을 담아 말했다.

“리나는 어때? 회복 물약으로 안 될 것 같으면, 생기의 미약으로 해 볼래?”

오식이를 향해 원망으로 눈을 흘기던 린이 리나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러고는 한결 누그러진 투로 내게 말했다.

“괜찮은 것 같아요. 부러진 코뼈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일단 코피는 멎었고, 숨도 제대로 쉬고 있어요.”

“그래? 다행이네… 어휴, 저 무식한 자식… 너 인마, 저기 가서 반성하고 있어!”

한 번 더 오식이를 언급하며 책임의 화살을 깊숙이 꽂아 넣었다.

….

잠시 후, 리나가 정신을 차리며 깨어났다.

“으음….”

“리나야, 괜찮아?”

“아, 괘, 괜찮… 앗! 아파요오, 흑흑!”

“그래그래, 코뼈가 부러져서 그래. 조금만 참아 봐. 여기 이것 좀 더 마시고.”

린이 리나에게 회복 물약을 더 먹였다.

한동안 리나는 계속 울먹이고, 훌쩍거렸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

리나는 통증이 좀 가셨는지 다시금 조잘조잘 떠들기 시작했다.

“하아, 정말로 강하네요.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당연하지, 수치상으로만 따져도 너보다 네 배는 더 강한걸.”

“네? 그렇게 나요?”

“응. 나도 그렇고, 주인님도 그래.”

리나가 힘겹게 고개를 돌리며 나를 쳐다봤다.

어깨를 한 번 으쓱해줬다.

“아마 곧 알게 될 거야, 우리가 얼마나 강한지. 그렇죠, 주인님?”

“그럼! 온 힘을 다하지는 않겠지만, 보면 깜짝 놀랄걸? 킥킥!”

동이 트면 시작될 사냥.

그때 가서 우리의 진짜 실력을 여실하게 보여 줄 생각이었다.

이렇게 처참하게 당한 것이 쪽팔리거나 억울하지 않도록….

더불어 우리와 함께 하는 것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여길 정도로 말이다.

깜짝 놀랄 리나의 표정을 떠올리며 키득거리던 그때였다.

그르르르르릉….

심장을 울리는 묵직한 굉음이 하늘에서 울려 퍼졌다.

이어, 시커멓기만 하던 하늘이 순식간에 시뻘겋게 변했다.

마치, 발할라에서 봤던 하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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