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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204화 (204/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204)

주저앉은 나를 향해 시선과 달려듦이 집중됐다.

내 복부를 찔렀던 놈이 가장 빨랐다.

“이잇!”

놈이 이를 악문 채, 내 피로 물든 검을 다시금 내게 찔러 넣었다.

‘안 돼!’

피해야 했다.

그럴 수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곧 날아들 고통을 참기 위해 눈을 질끈 감는 것뿐이었다.

‘젠장….’

인상을 있는 대로 구기며 눈을 감았다.

거의 동시에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어, 고막을 울리는 금속성의 굉음이 울려 퍼졌다.

까아앙!

본능적으로 눈을 떴다.

시야가 막혀 있었다.

“…?!”

처음엔 뭔가 싶었지만, 이내 익숙한 뒤태임을 깨달았다.

린이 내 앞을 가로 막고 서 있었다.

“주인님, 괜찮으세요?”

린이 다급하게 물어왔다.

애써 고개를 끄덕였지만, 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간신히 목소리를 냈다.

“으응….”

내 목소리를 확인한 린이 반 발짝 앞으로 나서며 분노를 표출했다.

“감히 네놈이… 이이잇!”

순간, 가슴이 뜨겁게 울컥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너무나 이상하고, 놀라운 광경이 눈앞에서 일어났다.

휘이익!

린이 들고 있던 빗자루를 크게 휘둘렀다.

당연히 나를 찌른 놈을 향해서였다.

분노로 가득 찬 린의 공격을 놈은 전혀 막을 길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아니었다.

멈칫….

린이 공격을 멈췄다.

아니, 그보다는 ‘정지’한 것 같다는 표현이 더 옳을 듯했다.

“…?!”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린의 공격은… 린의 움직임은 그 어떤 것으로도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터트리듯 표출한 분노도 그렇고, 힘이 가득 실린 역동적인 동작도 그렇고, 급격하게 짧은 타이밍마저도 도저히 중간에 멈추거나 거둬들일 수 있는 그런 상태가 아니었다는 소리다.

그냥 흐르는 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자연스럽지, 일부러 멈춘다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었으며, 몸에도 큰 무리가 갈 게 분명했다.

더군다나 그 상태 그대로….

그러니까, 비틀었던 허리가 거의 다 풀려 제자리로 돌아가고, 곧게 뻗어 휘두르던 팔과 손에 들린 빗자루가 놈의 머리통을 가격하기 직전의 상태에서 그대로 멈춰 버렸다는 것이 놀라웠다.

마치, 액션 동작을 취하게 하고서는 사진을 찍겠다고 일부러 멈춰 세운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다른 것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움직이는데, 린 혼자서만 격한 포즈를 취한 채 꼼짝 않고 멈춰 서 있는 그런 이상한 상황이었다.

“리, 린….”

여전히 극심한 고통을 참으며 린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린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이대로 있다가는 놈의 공격에 오히려 당할 것이 분명… 어라?

그제야 발견했다.

놈의 손에 들려 있어야 할 검… 내 피가 묻은 검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뭐지?’

고개를 갸웃했다.

본능적으로 주위도 둘러봤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놈의 검을 발견할 수 있었다.

‘….’

당장에는 놈의 검이 왜 그곳에 떨어져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중에서야 내게 달려들던 놈의 검을 린이 쳐 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어쨌거나, 지금은 그런 게 중요한 타이밍은 아니었다.

“흐이잇….”

놈이 놀라서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다가 엉덩방아를 찧고 뒤로 넘어졌다.

그런 놈의 뒤에서 또 다른 놈이 달려들고 있었다.

손에 들린 검을 꼿꼿하게 세운 채였고,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는 린을 향해 그대로 내리칠 기세였다.

‘아, 안 돼!’

끔찍한 결과를 예상했다.

무조건 막아야만 했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크읏!”

이를 악물고는 간신히 팔을 뻗었다.

한 번의 허우적거림….

조금 더 팔을 뻗었고, 손가락 끝에 린의 옷자락이 걸렸다.

곧장 손목을 크게 돌렸다.

휘리릭!

손가락에 린의 옷자락이 휘감겼다.

지체할 틈도 없이 그대로 잡아당겼다.

뻣뻣하게 굳은 린이 내 몸 위로 쏟아지듯 덮치며 넘어왔다.

휘이이익!

달려들던 놈의 검이 허공을 가른 것도 바로 그 타이밍이었다.

직전까지 린이 서 있던 자리였으며, 조금만 당김이 늦었거나 놈의 공격이 빨랐다면, 결과는 끔찍함으로 바뀌었을 터였다.

문제는 아직 상황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크으!”

공격에 실패한 놈이 아쉬운 듯 소리를 내고는 다시 검을 치켜세웠다.

‘젠장….’

놈의 어설프기 그지없는 공격 자세를 빤히 보고 있으면서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가뜩이나 심각한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지금은 뻣뻣하게 굳어 있는 린에게 짓눌려 있기 때문이었다.

‘오, 오식이… 이 자식은 대체 뭘 하고 있지?’

속으로 오식이를 찾았다.

약간의 원망 같은 게 서려 있었지만, 그보다는 녀석의 도움이 절실했다.

하지만, 지금의 자세에서는 녀석을 찾을 수도 없었고, 도움의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금 ‘젠장’이란 단어가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다.

“크크크!”

놈이 지랄 같이 웃었다.

우리가 처한 상황을 확실히 인지한 듯했다.

처억!

스으윽….

놈이 검을 거꾸로 잡았다.

이어,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린과 나를 동시에 꼬치처럼 꿰어 낼 생각인 듯했다.

“끄응….”

최선을 다해 힘을 줬다.

꿀렁거리는 느낌과 함께 복부에서 뜨거운 것이 울컥거렸다.

통증은 크게 없었지만, 기분이 참으로 뭐 같아졌다.

상황이 더욱더 나빠졌음을 인지하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 중의 다행이라면, 놈이 꼴 같지 않게 여유를 부린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더없는 기회를 안겨 주기에 이르렀다.

“흐읏….”

린이 이상하고, 야릇한 신음을 토해 냈다.

이내, 뻣뻣하게 굳었던 몸도 사르르 녹듯 풀어졌다.

이렇게 무거웠었나 싶었던 무게가 반으로 훅 줄어드나 싶더니만, 이 와중에 부드러운 살결과 푹신한 느낌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헛!”

린이 정신을 완전히 차린 듯했다.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등 뒤로 깔아뭉갠 나를 의식했고, 눈앞에서 검을 치켜든 놈과 절체절명의 순간인 것도 깨달은 듯했다.

“죽엇!”

놈이 거꾸로 든 검을 힘껏 찍어 내렸다.

보통이라면 옆으로 몸을 굴려 피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일 테지만, 린은 다른 방법을 택했다.

만약, 그대로 몸을 굴려 피하게 된다면, 나는 여지 없이 놈의 검에 찍히고 말았을 것이다.

그것을 안 린이 손에 들린 빗자루를 들어 놈의 검을 막았다.

푸슉!

이어진 소리가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상황이 지랄 같으니 어쩔 수 없었겠지만, 린의 선택이나 판단이 그리 좋은 게 아니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누가 봐도 검과 빗자루의 대결은 뻔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아래로 힘 있게 찍어 내리는 뾰족한 검 끝을 고작 빗자루로 막아낸다는 것이 어디 가당키나 할까.

하지만, 그건 잘못된 예상이었다.

린의 빗자루는 보통의 빗자루가 아니었음을 잠시 잊고 있었다.

더불어 린이 65레벨이고, 놈이 10레벨이란 것도 생각지 않았다.

끼기긱….

분명히 놈의 검 끝이 린의 빗자루를 꿰뚫었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고작 5센티미터쯤을 뚫고 들어왔을 뿐이었다.

게다가 더 밀고 들어오지도 못했고, 빼낼 수도 없는 상태였다.

린이 빗자루의 솔 부분을 꽉 움켜잡아 밀집도를 높여 방어력을 견고하게 한 까닭이었다.

제아무리 찍어 누르는 힘이 더 세고, 날카로운 검이 더 유리하다고는 하지만, 상대조차 되지 않을 레벨의 격차와 보통의 것이 아닌 빗자루를 어찌할 수는 없었다.

“이익!”

놈이 안간힘을 썼다.

린은 침착했다.

놈의 힘쓰기에 맞춰 완벽하게 버텨 냈다.

그러다가 놈이 검을 빼내려고 버둥거리는 타이밍에 맞춰 움켜잡고 있던 빗자루의 솔을 풀었다.

슥….

빗자루에 잡혀 있던 검이 뽑혔다.

자신의 힘을 어쩌지 못하고 놈이 뒷걸음질 쳤다.

“흐이잇….”

린이 재빨리 일어나 자세를 잡았다.

이어, 옷 속을 뒤적이다는 뭔가를 꺼내 내게로 건넸다.

“주인님, 어서….”

린이 내게 건넨 것은 각자 예비로 가지고 있던 회복 물약이었다.

생각하거나 따질 것도 없이 곧장 병뚜껑을 따고는 회복 물약을 목구멍에 들이부었다.

화아아아아….

회복 물약의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어느새 가물가물해지던 시야가 또렷해지고, 축 늘어져만 가던 몸에 생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상의 상태가 심각한 복부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할 듯싶었다.

일단은 몸을 좀 추스르며 주변 상황을 돌아봤다.

놈과 린은 서로를 주시한 채 가만히 있었다.

겁이 난 것인지 놈은 우물쭈물했고, 린도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나를 찔렀던 놈도 제 검을 찾아와 가세한 상태지만, 역시나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고 있었다.

‘오식….’

바로 오식이를 찾았다.

이런 상황에서 도대체 뭐를 하고 있나 싶었는데, 녀석도 열심히 놈들과 싸우고 있었다.

나와 린 앞에 서 있는 두 놈을 제외한 나머지 놈들과 말이다.

‘이, 이런….’

녀석에게 가졌던 원망과 의심이 부끄러워졌다.

그러던 와중에 이상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왕울이였다.

‘쟤는 또 왜 저러고 있지?’

놈들과 대치 중인 오식이의 뒤편에 우두커니 서 있는 왕울이의 모습이 너무나 이상했다.

함께 싸워도 모자랄 판에 멍을 때리고 있다니….

평소의 행동과는 상반된 모습에 절로 고개가 갸웃해졌다.

“크아아아앙!”

우렁찬 오식이의 포효가 귀를 때렸다.

왕울이에게 고정되어 있던 시선이 녀석에게로 옮겨졌다.

순간, 기마 자세를 취한 오식이가 지면을 세차게 긁으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콰과과과과과과….

텅어엉! 텅! 텅….

앞을 막아선 놈들이 오식이의 가공할 숄더 어택에 맥없이 나가떨어졌다.

힘을 잃고서 잠시 멈칫하나 싶던 녀석의 몸이 한 번 더 튕기며 다른 놈들을 향해 움직였다.

콰과과과과….

실로 무시무시하고, 강렬한 공격에 놈들은 어떠한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앞선 놈들처럼 엄청난 숄더 어택에 부딪치고, 속수무책으로 나가떨어지기만을 기다리듯 꼼짝없이 얼어있었다.

하지만, 이어진 다음 상황은 정반대가 되었다.

못에 박힌 듯 멍하니 서 있던 놈들에게 오식이의 매서운 숄더 어택이 작렬하려던 바로 그 순간!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것처럼 오식이가 우뚝 멈춰섰다.

불과 몇 분 전에 봤던 린의 모습과 흡사한 것이었다.

아니, 동작의 크기나 맹렬함이 전해 주는 모양새 때문인지, 그보다 더 이상하게 여겨졌다.

사정없이 긁어대던 지면의 흙먼지가 가라앉지도 않은 채였다.

완벽하게 힘이 실린 숄더 어택의 자세도 그대로였다.

한순간에 긴장의 끈을 놓거나 자그마한 뭔가라도 있을라치면, 당장에 방아쇠가 당겨져 녀석의 돌격 스킬이 그대로 작렬할 것만 같았다.

“…?”

영문 모를 괴현상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그사이, 놈들이 움직였다.

꼼짝도 하지 못하는 오식이를 향해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다.

촤아아악!

파아앗!

채앵! 챙!

속절없이 거센 난도질을 당하는 오식이는 여전히 그 상태 그대로 멈춰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녀석의 피부가 강철만큼 단단하다는 것이었다.

인간인 나는 상상도 할 수 없고, 쨉도 되지 않을 만큼 막강한 방어력을 자랑하는 덕에 놈들의 공격은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

“비켜!”

쉴 틈 없이 오식이를 공격하던 놈들 너머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어, 그나마 또렷하게 전해지는 기운도 느껴졌다.

고오오오오오….

다른 놈들보다 조금 더 덩치가 큰… 앞서,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던 놈이 뿜어내는 기운이었다.

아마, 비키라고 소리치던 것도 놈이었지 싶다.

다다닷….

기운을 뿜어대던 놈이 검을 앞세운 채 오식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다른 놈들의 공격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아, 안 돼!”

급한 마음에 소리부터 질렀다.

하지만, 놈은 멈추지 않았고, 나름의 기운을 끌어모은 검 끝이 오식이의 복부를 향해 틀어박혔다.

푸우우욱….

그와 동시에 꼼짝도 하지 않던 오식이의 몸이 움찔거렸다.

이어, 고통에 찬 녀석의 울부짖음이 공터를 가득히 수놓았다.

“크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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