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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202화 (202/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202)

평온하기 그지없는 린의 시음으로 상황은 일단락됐다.

여전히 못 미더운 표정을 짓는 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중 하나는 오히려 켄지를 이상하게 여기는 이도 있었다.

“흠흠!”

켄지는 헛기침을 몇 번 하며 어색한 분위기의 공기를 바꾸려 애썼다.

뭐, 난리 통에 죄다 엎어 차가 한 방울도 남지 않은 찻잔을 보기도 싫은지 옆으로 슬쩍 치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약속도 없이 저희가 이렇게 불쑥 찾아온 이유는… 귀하를 저희 길드에 모시기 위함입니다.”

“…??”

“이곳 자트란드에서 정식으로 활동하는 길드가 세 곳이란 것은 알고 계시죠?”

알고 있다.

울트라 닛폰, 썬더, 레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러시군요. 하면, 세 곳 중 귀하께서 생각하시는 최고의 길드는 어디인가요?”

규모나 영향력의 순위도 앞서 나열한 순서대로였다.

던전 마을에서 지나가는 사람 열을 잡고 물으면 열 명 모두 그렇게 대답할 게 분명했다.

그런 뻔한 질문을 내게 하는 의도가 궁금해졌다.

“울트라 닛폰 길드 아닌가요?”

내 대답에 켄지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웃었다.

그의 표정에 어떤 의미나 의도가 담겨 있음을 확실히 느꼈다.

“그렇게 대답하실 줄 알았습니다. 뭐, 다들 그렇게 알고 있으니까요.”

“…??”

대체, 뭐 하자는 짓인가 싶었다.

살짝 자세를 바꾼 켄지가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

“하지만, 실상은 조금 다릅니다.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잠시 틈을 준 켄지가 때아닌 자트란드의 역사(?)부터 설명을 시작했다.

“이곳 자트란드의 첫 발견은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순간, 식겁했다.

이야기가 길어지고, 지루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쓸데없는 얘기는 빼 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려 했는데, 다행히 알아서 스킵을 했다.

“자트란드에서 처음 만들어진 길드는 썬더 길드였습니다. 최초이자 유일한… 그리고 지금까지 그 명성을 이어 온 명문 길드죠.”

스스로 명문이니 뭐니 말하는 켄지의 표정과 말투에는 더없는 뿌듯함과 자긍심이 넘쳐 흘렀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길드 순위 1위 역시 썬더 길드였습니다.”

2년 전이라….

그 안에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미칠 정도는 아니었지만, 궁금함은 일었다.

“당시, 썬더 길드를 이끌던 길드장은 신지님과 히데님으로 두 분이었습니다. 절친한 친구 사이였고, 선의의 경쟁을 하는 라이벌이었죠, 레벨도 같았고, 실력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다음으로 이어질 이야기가 머릿속에 살짝 그려졌다.

“신지님은 온화하고, 인자한 성품으로 길드원들을 챙기셨습니다. 반면, 히데님은 강한 카리스마로 길드원들을 통제… 아니, 아우르셨습니다.”

하나의 길드를 이끄는 두 사람의 성향이 정반대다.

파가 갈릴 수 있다는 얘기다.

역시나, 이어진 얘기도 그랬다.

“자잘한 마찰들이 계속되던 중, 히데님은 자신을 따르던 이들을 모아 썬더 길드를 탈퇴하고, 새로운 길드를 만드셨습니다. 그곳이 지금의 울트라 닛폰이지요.”

“흐음… 히데라는 사람을 따르는 이들이 더 많았던 모양입니다?”

그럴 것 같았다.

그러니 길드 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내 예상은 틀린 것이었다.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당시, 히데님을 따른 이들은 고작 10여 명 남짓이었습니다.”

“아… 그런데 어쩌다가….”

내 물음에 켄지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진 그의 말에 따르면, 극명한 두 사람의 성향이 지금의 상황을 만든 것이었다.

신지라는 사람은 길드원들을 품에 안고, 보듬는 방법을 택했다.

해서, 평화적이고, 가족 같은 분위기의 길드가 됐다.

애초에 신비한 세상에서의 유희가 그들의 목적이었던 것도 있고, 혼자서 많은 이들을 관리해야 하기에 본인에게 쓸 시간이나 발전의 기회도 늦춰질 수밖에 없었다.

반면, 히데는 넘치는 카리스마로 소수의 인원을 이끌며, 강함을 추구했다.

적은 인원으로도 어디 가서 꿀리지 않기 위함이었겠지만, 오히려 그것이 큰 득이 됐다.

다른 곳도 그런 곳이 많겠지만, 특히나 헌터, 던전, 길드 생활에서는 레벨이 높은 게 최고고, 강자가 우대받는 게 너무나 당연했으니 말이다.

어느새 자트란드 내의 각성자들 중에서 최강자가 된 히데.

더불어 그와 시작부터 함께했던 이들도 나름으로 최고의 반열에 올랐다.

그런 그들을 향한 시선이 많아지고,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새로이 이곳 자트란드에 유입된 각성자들 중 대부분이 울트라 닛폰 길드에 흡수되었고, 그 세력은 하루가 다르게 커졌다.

말 그대로… ‘울트라 닛폰의 시작은 미미했으나, 그 끝은 거대하고, 창대하였음이니라!’였다.

‘그나저나 이딴 걸 왜… 아차, 나를 썬더 길드에 들이고 싶다 했지?’

요지는 그랬다.

잘나가던 길드가 두 개로 분리됐다.

떨어져 나간 무리에 밀려 2위 자리로 내려앉았다.

내색을 하든 안 하든 간에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재도약을 꿈꾸고 있을 테고,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각성자를 영입해 길드의 힘을 키워야 한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

나랑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혼자서도 잘 먹고사는데, 굳이 길드 따위에 들어 귀찮을 이유가 없었다.

하물며, 대한민국도 아닌 일본 길드에 들어갈 필요 따위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말씀은 고맙지만, 저는 길드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혼자서 여행하듯 다니는 게 좋아서 말이죠.”

정중하게 제의를 거절했다.

살짝 여유를 부린 켄지가 입을 열었다.

“저희의 제안을 거절하시면 곤란해지실 텐데요.”

“…??”

“어제 있었던 일 말입니다….”

어제 있었던 일이라면 한 가지뿐이었다.

식당에서의 난투극… 지랄 같은 놈에게 한 응징 말이다.

켄지의 입에서 말이 나왔으니, 이제는 한층 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나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썬더 길드가 갑작스레 찾아온 이유도 어제의 일과 연관이 있다 싶었었다.

물론, 확실치 않아 내색도 하지 않았고, 생각도 그리 깊게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말을 꺼내 든 것이라면….

‘아뿔싸, 놈들이 썬더 길드원이었나 보구나?’

미간이 좁혀졌다.

그렇게 되면 어찌해야 하는 걸까?

‘사과를 해야 하나? 아니면, 이유가 있었다고 따져야 하나?’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여차하면, 이곳에서도 한바탕 난투극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쓸데없는 고민이었고, 너무 멀리까지 내다본 예상이었다.

“어제 귀하께서 쓰러뜨린 이들은 울트라 닛폰의 길드원들입니다.”

다행이었다.

아, 아닌가?

모르겠다.

뭐, 일단은 다행이라 치자.

눈앞에 있는 이들과는 그다지 상관없어 보이니까.

당장에 어떤 사고가 나거나 일으킬 확률은 없었으니까.

켄지가 계속 말을 이어 갔다.

듣자 하니, 내가 혼을 내준 썩을 놈과 패거리는 나름 울트라 닛폰 길드의 핵심 인물들이란다.

‘에? 그 정도 실력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놈들은 약했다.

끽해야 40레벨도 되지 않아 보였다.

그런 놈들이 1위 길드의 핵심 인물들이라니….

켄지가 뭔가를 잘 못 알고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흠… 뭔가 오해가 있으신 듯한데요. 놈… 아니, 그들은 그렇게 강하거나 실력이 높은 편이 아니었는데 말이죠.”

내 말에 켄지가 잠시 틈을 주고는 입을 열었다.

“실례지만, 귀하의 레벨이 어찌 되십니까?”

“저요? 저는 30레벨입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했다.

아니, 습관처럼 나왔다고 보는 게 옳았다.

어쨌든….

그러자, 켄지와 다른 이들이 죄다 의외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다시금 짧은 틈이 벌어졌고, 고개를 갸웃하던 켄지가 말을 이었다.

“흐음… 그것참 이상하군요. 어제 귀하께서 상대하신 이들은 35레벨 전후로 그중 마에다라는 인물은 37레벨입니다만….”

켄지의 말에 눈을 몇 번이나 깜빡거렸다.

말의 앞뒤가 맞지 않음을 나 역시 깨달았고, 그것을 넘겨야 할 방법을 찾느라 애를 쓰는 중이었다.

하지만, 뾰족한 수가 딱 하고 떠오를 리 없었다.

그런 나를 켄지도 한참이나 쳐다봤다.

그러다가 옆에 있던 이들을 불러 모아, 저희끼리 쑥덕거렸다.

뭐, 거리가 워낙에 가까웠던 터라, 나에게 들리지 않게 해야 할 속닥거림이 자연스럽게 들려왔다.

“고작 30레벨이 마에다 녀석들을 그리 만들었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요?”

“혹시, 정보가 잘 못 된 건 아닐까요?”

“속임수나 함정을 사용했을 수도….”

일단은 의심부터 했다.

뭐, 나라도 그랬을 터였다.

그들의 진지한 쑥덕거림은 조금 더 이어졌다.

듣다가 나도 모르게 피식할 뻔했다.

끝내 그들이 내린 결론이란 것이 어째 좀 황당했기 때문이었다.

“잠재력이 뛰어난 인물 아닐까요?”

“잠재력? 설마, 히든 캐릭터처럼?”

“음… 그럴지도….”

“그렇다면, 더욱이 우리가 데려다가 보호하고, 잘 키우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분명히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듣고 싶지 않아도 다 들리는 그들의 쑥덕거림이 끝났다.

그들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내용에 대해서는 아닌 척, 모른 척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터져 나오려는 피식거림을 간신히 참아 내느라 죽을 맛이었다.

어차피 그에 관한 내용은 끝내 나오지 않을 듯했기에 내가 궁금한 점부터 물었다.

“혹시, 그 마에다라는 자가 얼마 전에 결혼했다는 자입니까?”

“네, 맞습니다. 이곳 자트란드의 아가씨와 결혼했습니다. 아가씨 이름이….”

켄지가 살짝 머뭇거리자 옆에 서 있던 이가 빠르게 나섰다.

“엘리자입니다.”

“오, 그래. 엘리자라는 아가씨와 결혼했습니다.”

놈이 맞았다.

뭐, 그건 그거고….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겨우 30대 중후반 레벨이 길드의 핵심 인물들이라는 점이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것이 있었다.

‘아, 맞다….’

직전까지 켄지가 엄청난 카리스마에 무엇보다 자신의 성장을 최고의 목표로 삼고, 정진하는 것은 물론, 소수의 인원으로 시작해 단기간에 1위 길드로 올라선 울트라 닛폰의 길드장 히데.

자신들이 뛰어넘어야 할 라이벌 길드의 수장이지만, 진심 거품까지 물어 가며 대단하다고 했던 그가 내게는 ‘겨우’의 수준이었음을 잠시 잊고 있었다.

내가 이곳을 떠나기 전, 울트라 닛폰 길드장 히데의 레벨은 61이었다.

공공연하게 퍼져 있던 소문이 틀림없는 사실이고, 내가 이곳을 떠난 사이에 천지개벽 같은 게 일어나지 않았다면, 현재의 레벨도 비슷할 터였다.

‘췟! 그러니 그렇지….’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들이 깔끔하게 해결됐다.

더불어, 눈앞에 있는 이들의 수준도 다시 보였다.

뭐, 다른 이들이야 원래 별것 없다고 여기긴 했지만, 화려하게 차려입은 모습 등에 켄지만큼은 조금 다르게 여긴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 찬찬히 살펴보니, 그 역시 나부랭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끽해야 40대 중후반이려나?’

상대의 수준이 파악되면, 대하는 자세부터가 달라지는 게 인간의 본성이었다.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려는 그것들을 억지로 감추며, 이 쓸데없는 얘기를 한시라도 빨리 마무리하기로 했다.

“염려하시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아, 그러시군요. 뜻이 그러시다면 어쩔 수 없지요.”

켄지는 순순히 물러났다.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자리를 뜨며, 살짝이 미련을 남기기도 했다.

“혹시라도 생각이 바뀌신다면 언제라도 연락을 주십시오. 저희는 끝까지 기다리겠습니다.”

….

켄지 일행이 떠나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놈들이 또 찾아올 것 같은데….’

주제도 모른 채, 복수를 꿈꾸고 마에다가 다시 찾아올 가능성이 있었다.

개망신을 당했으니, 울트라 닛폰이 움직일 수도 있었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였다.

결과적으로 피를 보고, 더 큰 피해를 받을 것은 울트라 닛폰 쪽이었다.

“올 테면 와 봐! 아주 그냥 다 쓸어버릴 테니까!”

허세가 아닌 자신이었고, 진심이었다.

말이 씨가 된 것일까?

얼마 뒤, 진짜로 놈들이 쳐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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