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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196화 (196/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196)

꿈틀꿈틀….

제 목을 스스로 자른 놈이 서서히 죽음을 맞이했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무리의 대장이 넌지시 입을 열었다.

“저놈은 이때가 제일 위험합니다.”

“…??”

“아직 신경이 살아 있거든요. 목이 떨어졌다고 안심한 채 가까이 다가갔다가는 큰 변을 당합니다.”

경험한 적이 있는 부분이었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거대한 날개를 펼친 후 그대로 굳었다가 재로 흩날리는 놈의 마지막을 지켜보고는 자리를 떴다.

….

마침내 피라미드 근처… 두 개의 게이트가 있는 곳까지 왔다.

‘호오… 매번 선택할 수 있는 모양이지?’

이중 게이트처럼 한 번 선택하면 다시는 바꿀 수 없는 옵션이 아니라는 것에 감탄했다.

원하는 입맛에 맞게 돈과 경험치를 선택할 수 있다면 활용도는 훨씬 높아지리라.

‘우린 이번에도….’

당연히 경험치를 선택할 생각이었다.

고민 없이 빨간색 게이트로 향했다.

“어? 어디 가십니까?”

무리의 대장이 의아한 투로 물어왔다.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니, 죄다 파란색 게이트 쪽에 서 있었다.

‘아, 다들 돈을 택했구나?’

충분히 이해되는 광경이었다.

샌드 웜의 서식지도 그렇고, 이곳에서 잡은 사마귀 놈들도 그렇고, 돈이 되는 던전은 아니었으니까.

수준은 낮지만, 그래도 마정석과 잡템들을 주는 던전 마을의 사냥터에서라도 돈을 좀 만지는 게 그들로서는 이득을 챙길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게 있었다.

‘아아, 그렇지! 귀환석도 있었지?’

귀환석은 던전 마을의 사냥터에 서식하는 모든 괴물에게서 공통으로 얻을 수 있었다.

더불어 마정석을 포함한 그 어떤 것보다도 가격이 비쌌다.

하지만, 자이언트 샌드 웜의 마정석만큼이나 드롭률이 극악이었다.

파란색 게이트를 통과하면 아이템의 드롭률이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극악의 수준에서 얼마나 드롭률이 오를지는 모르겠지만, 단 1%라도 확률이 오른다면 분명 얘기는 달라질 터였다.

‘그럼, 차라리 저쪽이 더 나은 건가?’

어차피 수준이 확 떨어지는 놈들뿐이었다.

빨간색 게이트를 통한 경험치의 이득도 미미한 수준일 게 분명했다.

그러나….

‘에이, 그래도 나는 경험치지!’

내가 원하는 바는 확고했다.

게다가 이곳에서 꼭 해야 할 또 하나의 목표가 있었다.

그때가 되면 경험치 이득의 효과도 톡톡히 볼 수 있으리라 여겼다.

“저는 레벨 업이 시급해서요.”

담담하게 말했다.

그런 나를 향한 그들의 반응이 조금 이상했다.

고개를 갸웃하기도 하고, 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느냐는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무리의 대장이 내게 반문했다.

“레벨 업이라니요?”

“네? 아, 저는 돈보다 경험치를 더 많이 얻는 게 좋다고요. 그래서 이쪽으로….”

빨간색 게이트를 한 번 쳐다본 후, 다시 그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나를 보는 그들의 표정과 시선은 여전히… 아니, 더욱더 의아해져 있었다.

이번에도 무리의 대장이 나섰다.

“설마, 던전 안에 있는 마을로 가실 생각입니까?”

뭔가 말이 묘하게 들리기는 했지만, 일단은 무시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재차 확인하듯 다시 물어 왔다.

“그게 레벨 업을 하기 위해서란 말이죠?”

이번 질문도 어째 이상하고, 묘하게 들렸다.

그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가 살짝 한숨을 내쉬고는 내게로 다가왔다.

멀뚱멀뚱하게 그를 쳐다봤다.

내 앞으로 가까이 다가온 그가 차분하게 말을 늘어놨다.

“뭘 몰라서 그러시는가 본데, 던전 마을의 사냥터는 경험치를 많이 주지 않습니다. 차라리 샌드 웜을 잡는 게 훨씬 빠르죠.”

다 아는 얘기였고, 맞는 얘기였다.

하지만, 아는 척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내 계획까지 털어놓기도 그래서 가만히 있었다.

그런 나를 향해 그가 약간은 한심하다는 투로 물어 왔다.

“그런데도 저쪽으로 가시겠다는 겁니까?”

기분이 좀 그랬다.

잠시 틈을 주고는 대답했다.

“음… 그래도 저는 이쪽으로… 돈보다는 경험치가 낫다는 주의라서요. 하하!”

한 방 먹여 주겠다는 마음으로 빈정거림을 살짝 섞었다.

하지만, 그는 알아채지 못했는지 그냥 고개만 갸웃거렸다.

그러고는 포기와 미련을 동시에 담아 말했다.

“흐음… 생각이 그러시다면야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돌아가셔서 샌드 웜을 잡는 게 훨씬 나을 겁니다.”

순간, 그가 나를 진심으로 생각해서 말을 해 주고 있다는 걸 느꼈다.

지금껏 친절하게 대해 준 것도 잊은 채, 한 번 기분을 상하게 했다고 바로 빈정거림을 날린 내가 참으로 쪼잔해 보였다.

더불어 앞으로 큰 도움이 될 일은 거의 없을 테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니만큼 가늘게라도 그들과의 인연을 이어 가는 게 낫다는 생각을 했다.

해서, 넉살 좋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그럴 수도 있겠죠. 뭐, 어차피 넘어가서는 따로 움직이겠지만, 오다가다 만나면 인사도 하고, 혹시 귀환석이 나오면 저한테도 하나 파세요.”

내 말에 그가 다시금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네?”

“귀환석이라니요?”

“아, 귀환석 모르십니까? 아니지, 모르실 리가 없을 텐데요.”

그랬다.

던전 마을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귀환석이 꼭 필요했다.

몇 번이나 이곳을 왔다 갔다 한 그들이 귀환석을 모를 리가 없었다.

“알기야 알죠. 던전 마을에서 밖으로 이동할 때 쓰는 아이템이잖습니까?”

봐라, 정확히 알고 있지.

이내, 아리송한 반응을 보이긴 했지만….

“그런데 그걸 왜….”

“네? 아아, 소문으로는 귀환석이 잘 안 나온다고 들어서요. 저는 경험치를 택했지만, 여러분들은 아이템 드롭 확률을 택하실 테니, 부디 여러 개 얻으셔서 하나만 파시라는 얘기였습니다.”

“흐음….”

그의 반응이 역시나 이상했다.

그에, 대화를 하면서 몇 번이나 느낀 이상함과 묘함을 상기했다.

아무래도 뭔가 잘못된 듯했다.

“혹시, 제가 한 말 중에서 이해가 안 된다거나 이상한 부분이 있습니까?”

내 물음에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가 천천히 입을 뗐다.

“조금 전에 말씀하셨던… 경험치를 택하고, 아이템 드롭률을 택한다는 게 무슨 뜻입니까?”

다소 엉뚱하고, 뜬금없는 물음이라 여겼다.

‘아니, 그런 것도 모르고 게이트를 넘는다는 거였어?’라는 생각과 함께 ‘아직 레벨이 낮으니 모를 수도 있지!’ 하며 그들을 이해했다.

뭐, 지금껏 그들이 베푼 친절도 있으니, 나도 친절하게 가르쳐 주자고도 마음먹었다.

“혹시, 이중 게이트라고 아십니까?”

“이중 게이트요? 그게 뭐죠?”

“아아, 그것도 모르시는구나….”

간단하면서도 쉽게 이중 게이트와 색깔별로 나뉘는 게이트의 종류를 설명해 줬다.

내 설명을 듣는 그의 표정 변화가 장난 아니었다.

친절의 보답으로 베푼 지식 공유에 겉으로 내색은 안 했지만, 속으로는 겁나게 뿌듯해했다.

‘후훗!’

하지만, 이어진 그의 말에 내가 더 놀라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일본에서는 아직 이중 게이트라는 게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에? 진짜요?”

“네, 제가 알기로는 그렇습니다.”

“흠, 그럴 수도 있죠. 대한민국도 이런 류의 던전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으니까요.”

고개를 끄덕인 그가 두 개의 게이트를 하나씩 힐끔 쳐다보고는 입을 열었다.

“그럼, 저것들도 그런 효과가 있는 걸까요?”

“그렇지 않을까요?”

“흐음….”

“왜 그러십니까?”

“아니요. 그렇다기에는 그다지 효과가 없는 듯해서요.”

“왜요? 파란색 게이트로 넘어가도 귀환석이 잘 안 나옵니까? 그거야 원래 잘 안 떨어진다고 하니, 다른 아이템… 마정석을 비교해 보면 되지 않을까요?”

내 말을 들은 그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이어, 상상도 못했던 말을 전했다.

“아직 모르시는 것 같은데… 파란색 게이트를 넘으면 샌드 웜 밭으로 이동합니다. 빨간색 게이트를 넘으면 던전 마을로 이동하고요.”

“…??”

잠시 멍해졌다.

그제야 대화에서 느낀 이상함과 묘함, 그리고 문제점 등이 모두 파악됐다.

‘헐… 대체, 이 던전은 뭐야?’

오늘만 해도 벌써 몇 가지나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됐다.

역시나 던전은… 당연히 그렇다고 여겨서도 안 되고, 절대로 그럴 리가 없다고 여겨서도 안 되며, 다 알았다고 자신하는 것처럼 멍청한 행동도 금물인 곳이었다.

….

“부디 몸조심하시고 즐거운 여행이 되길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의 앞날도 평탄하길 바랍니다.”

살짝 오그라들면서도 훈훈한 마무리 인사를 나눴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들이 먼저 파란색 게이트를 넘었다.

끝까지 그들을 지켜봤다.

“나도 가 볼까?”

몸을 돌려세우고 빨간색 게이트로 걸어갔다.

가벼운 심호흡과 함께 게이트로 발을 들여놨다.

***

“후우우….”

길게 숨을 뱉어 내며 눈을 떴다.

익숙은 돌기둥과 풍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돌아왔군….’

다시 돌아왔음을 확인했다.

꽤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감격스러웠고, 그리웠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풀리는 듯했다.

당연히 생각나야 할 얼굴도 머릿속에 떠올랐다.

‘엘리자… 내가 돌아왔어. 곧 갈 테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저절로 서둘러지는 발걸음에 박차를 가하며, 완만한 언덕을 날 듯이 내려갔다.

오매불망 나를 기다리고 있을 엘리자가 있는 던전 마을이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어디에 있을까?’

아직 저녁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이때쯤이라면 엘리자는 당연히 식당에 있을 시간이었다.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식당 쪽으로 내달렸다.

다다다닷!

“꺄악!”

“이봐, 앞 좀 잘 보고 다녀!”

“죄,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오가는 사람들을 몇 번이나 아슬아슬하게 피했고, 한둘과는 살짝 부딪치기도 했다.

연신 사과를 하면서도 내달림을 멈추지 않았다.

‘다 왔다.’

식당 앞에 도착해서는 내달림을 멈췄다.

그러나 기다림은 없었다.

당장에 식당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

“엘리자! 나 왔어, 내가 왔다고!”

식당 주인의 인사를 끊고는 크게 소리쳤다.

식당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내게로 쏠렸다.

하지만, 엘리자는 보이지 않았다.

식당 주인을 향해 그녀의 행방을 물었다.

“엘리자 어디 있죠? 주방에 있나요?”

내 물음에 나를 빤히 보던 식당 주인이 퉁명스럽게 답했다.

“엘리자를 여기서 왜 찾아?”

“네? 엘리자가 여기 없나요? 여기서 일하고 있지 않나요?”

“진즉에 그만뒀거든?”

“아아….”

허탈함과 허망함에 순간적으로 힘이 빠졌다.

대충 고개를 몇 번 숙여 보이고는 식당을 빠져나왔다.

“왜 일을 그만뒀지?”

그동안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됐다.

서둘러 엘리자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을과 식당으로 향했을 때보다 더 빠르게 내달렸다.

다다다다닷!

금세 상점가를 빠져나와 주거지역으로 들어섰다.

익숙한 건물과 골목들을 지나쳤고, 드디어 엘리자와 내가 살던 집이 눈에 들어왔다.

심장이 두근거리며 가슴이 벅차올랐다.

울컥!

눈시울도 살짝 뜨거워졌다.

집 앞마당에 널어놓은 빨래를 걷고 있는 그녀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우뚝….

잠시 멈춰 섰다.

격하게 차오르는 감정을 잠시 달래 보려는 의도였지만 쉽지가 않았다.

‘뭐야? 왜 저렇게 말랐어?’

수척해 보였다.

오랜만에 보는 그리움이나 느낌 같은 것이 아니라 진짜로 그래 보였다.

‘치잇!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기에… 미안, 다 내 잘못이야.’

금방 돌아오겠다고 약속하고는 너무 오랫동안 돌아오지 못했다.

마땅한 이유가 있었고, 그만한 사정이 있어서였지만, 어쨌든 간에 내 잘못이 컸다.

그런 못난 나를 그리워하다가 수척해진 그녀가 너무나 안쓰러웠다.

스윽….

눈가에 맺힌 눈물을 소매로 문질러 닦았다.

빠르게 엘리자를 향해 다가갔다.

일부러는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발소리가 작게 났고, 바로 뒤에까지 다가갔지만, 엘리자는 눈치를 채지 못했다.

“엘리자!”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힘껏 백허그를 시전했다.

와락!

깜짝 놀란 엘리자가 더없이 찢어지는 비명을 질러댔다.

“꺄아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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