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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191화 (191/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191)

이곳에 온 지 정확히 열흘이 됐다.

늘 그렇듯, 나는 잘살고 있었다.

“달링!”

엘리자가 뒤에서 나를 끌어안았다.

여전히 그녀의 달콤한 호칭은 어색했다.

등으로 확실하게 느껴지는 뭉클함은 뭐….

“으응… 왜?”

“우리 언제 이사 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들어 자연스럽게 한곳을 응시했다.

오식이와 린, 그리고 왕울이까지 모두 그곳에 있었다.

그리 넓지 않은 방 안이 다섯으로 더없이 꽉 차 있었다.

엘리자와 본격적인 동거를 시작한 지 이틀 만에 녀석들을 공개했다.

어차피 계속 숨길 수도 없는 일이었고,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사실을 밝혔다.

뭐, 소환수니 뭐니 하는 말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냥 이방인 동료와 길들인 늑대라고만 했다.

다만, 떨어질 수 없이 꼭 붙어서 같이 살아야만 한다는 억지스러운 옵션을 붙였다.

“반가워요, 나는 엘리자. 앞으로 잘 지내봐요.”

엘리자의 반응은 예상보다 쿨했다.

그렇게 우리는 다 같이 살게 됐다.

녀석들의 반응도 별것이 없었다.

사실, 오식이나 왕울이는 그러려니 했지만, 린의 반응은 조금 걱정됐었다.

엘리자의 적극적인 애정 공세… 하지만, 나는 전혀 반응하거나 좋아할 수만은 없는 그녀의 육탄(?) 공격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건 뭐, 애초부터 내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듯이 조금도 어색하거나 마음을 쓸 만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둘이 짝짜꿍이 되어서는 언니 동생 하며 친하게 지냈다.

겉으로 내색은 안 했지만, 속으로는 겁나게 서운했다.

아무튼.

다섯이 살기에 엘리자의 집은 좁았다.

어마어마한 식비도 문제였다.

당장에 비상 대책 회의가 열렸다.

여러 가지 의견들이 엘리자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고, 대부분이 원만하게 합의됐으며, 무사히 통과됐다.

그중 하나가 하루빨리 큰 집을 얻어 이사를 하는 것이었다.

“음… 아직 멀었어. 사냥을 시작한 지 이제 겨우 4일째인데….”

“우웅… 우리 더 열심히 하자.”

“그래, 그러자.”

내친김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무와 책임감을 짊어졌으니, 오늘도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여기까지 듣고 난 이들 중에는 분명히 나를 무진장 호구스럽다거나 이상한 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뭐, 그럴지도 모르겠다.

술집에서 생판 처음 만난 여종업원과 갑자기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된 것도 모자라, 동거니 뭐니 하며 얼른 돈을 벌어 큰 집으로 이사까지 가는 꿈까지 꾸고 있으니 말이다.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일이 좀 이상하게 돌아가는 듯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런 결정을 내리고, 상황을 이어 나가는 것에는 내 나름의 생각과 이유가 있었다.

어차피 이곳에서 하루 이틀만 있을 게 아니었다.

모르긴 몰라도 몇 달은 족히 보내야 할 듯했다.

그러는 동안, 직접 경험하거나 이런저런 정보들을 모아 차차 이곳에 대해 알아 가고, 적응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유능한 가이드를 곁에 두는 것이 훨씬 나은 일이었다.

그것도 내게 진심으로 몸과 마음마저 내준 지극정성의 여자라면 더할 나위가 없지 않을까?

뭐, 몸이나 육체적인 면에서는 ‘할말하않’이었지만….

“사냥 가는 거야?”

“응.”

“같이 나가. 나도 일하러 갈 시간 다 됐어.”

“그래.”

엘리자는 술집을 그만두고, 새 일자리를 구했다.

그녀의 새 직장은 우리가 금화 세 개라는 거금을 썼던 식당이었다.

그녀가 갑자기 일자리를 바꾼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술집과 식당에서 하는 일은 비슷했다.

술과 안주를 나르는 것이나 음식을 나르는 것이나….

때가 좀 달라서 그렇지, 일을 하는 시간도 엇비슷했다.

하지만, 술집보다는 식당이 조금 더 힘들고, 급여는 적었다.

그런데도 식당 일을 하는 것은 낮에 사냥을 하고, 저녁에 와서 쉬는 나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또한, 늘 걱정스럽고 부담이 되는 식비도 한몫했다.

매일 같이 식당에 가거나 사서 먹는 것보다는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게 훨씬 저렴했다.

더불어 식재료를 싼값에 대량으로 들여오는 식당에서 우리 몫으로 조금 더 주문한다면, 일반 가게에서 사는 것보다 확실하게 돈을 아낄 수가 있었다.

가끔 소비하지 못한 식재료나 남는 음식들을 공짜로 얻어 올 수도 있었고 말이다.

이 모든 게 엘리자의 머리와 입에서 나온 의견이었다.

자신을 희생하며, 나는 물론이고 녀석들까지 생각해 주는 착한 마음씨.

솔직히 처음에는 어떤 이용 가치와 므흣함을 따지고, 원한 게 사실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녀가 고맙고, 점점 더 내 마음을 차지해 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

“달링! 너무 무리하지 말고, 몸조심해.”

“응. 그럴게.”

“그럼, 이따가 봐! 쪽!”

내 볼에 키스를 한 엘리자가 환하게 웃으며 식당 안으로 사라졌다.

나 혼자 의식하고 멋쩍어하는 것이기는 했지만, 등 뒤로 꽂히는 녀석들의 시선에 괜히 입맛을 다셨다.

“쩝….”

어깨까지 한 번 으쓱하고는 이내 걸음을 옮겼다.

마을 밖으로 나가서도 꽤 걸어가야 나오는 사냥터를 향해서였다.

….

사냥터에 도착했다.

“으드드드!”

스트레칭을 먼저 했다.

이미 주변에는 여러 무리와 사람들이 열심히 사냥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도 사냥은 이방인… 각성자들만 했다.

던전 주민들은 절대 사냥 따위를 하지 않았다.

아니, 마을 밖으로 나오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어떻게 생활이 가능하냐고?

나도 처음엔 그게 너무나 이상했다.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니고, 산으로 둘러싸여 바다는커녕 물가도 거의 없는 곳에서 곡식이나 과일, 싱싱한 채소와 생선 등을 매일 같이 쌓아 놓고 파니 말이다.

자고로 이유 없는 결과는 없는 법이었다.

그런 이상한 일을 가능케 하는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귀환석’

각성자들 사이에서는 그렇게 불렸고, 던전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동석’이라 불리는 특이한 아이템이 그 이유였다.

이곳에서 서식하는 괴물들에게 공통적으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 귀환석이었다.

효능은 말 그대로 귀환.

귀환석 하나가 한 사람을 귀환시킨다.

어디로?

바깥세상으로!

정확히는 샌드 웜이 서식하던 사막으로 말이다.

그랬다.

사마귀 놈들을 잡으며, 그렇게 떨어지기를 갈망했던 마정석과 코어를 파괴해 던전을 클리어 해야만 이곳을 탈출할 수 있다고 여겼던 것을 대신 해 주는 아이템이 존재했던 것이었다.

귀환석을 사용했을 때, 샌드 웜의 서식지로 이동되는 것은 이방인뿐이었다.

던전 주민들이 사용하면 어떤 대도시로 이동이 됐다.

사막으로 돌아간 이방인은 다시 귀환석을 사용해도 이곳으로 올 수 없었다.

이곳으로 다시 오는 방법은 자이언트 샌드 웜에게서 얻은 마정석을 이용하는 것뿐이었다.

반면, 던전 주민들은 대도시와 이곳을 오가는 게 가능했다.

해서, 귀환석은 가격이 높았다.

얻기도 힘들었다.

이제 겨우 4일… 오늘로써 5일째지만, 아직 구경 한 번을 못해 봤다.

‘오늘은 좀 얻을 수 있으려나?’

물론, 이곳을 탈출하기 위해 귀환석을 얻을 요량은 아니었다.

65나 되는 우리들의 레벨과 비교해 상당히 수준이 떨어지는 괴물들과 놈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전리품 등이 그리 비싸지 않기에 조금 더 가격이 나가는 귀환석을 얻고 싶을 뿐이었다.

그래야 큰 집으로 이사를 가든 말든 할 것이고, 지금보다 더 윤택한 삶을 살 것이 아니겠는가.

“자자! 얘들아, 가서 다 쓸어버리자!”

대박이 나길 바라며, 본격적인 사냥 모드에 들어갔다.

….

앞서도 잠시 말했지만, 이곳의 사냥터나 서식하는 괴물들의 수준은 우리와 비교해 한참이나 모자라고 떨어졌다.

조금은 특이하다 싶을 만큼 갖가지 괴물들이 다양하게 뒤섞여 있기는 했는데, 그다지 의미가 있지는 않았다.

먼저 우리를 향해 달려드는 선공 타입도 그다지 많지 않았고, 동족을 해하려 한다고 해서 득달같이 몰려드는 동족형 타입도 거의 없었다.

뭐, 그런 놈들이 있다고 한들 대부분이 10레벨 안팎이었고, 최고로 높다는 놈이 20레벨 수준이기에 역시나 문제 될 게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이곳에 주둔하는 이방인… 각성자들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사냥했다.

그만큼 그들의 레벨이나 수준이 낮다는 의미였다.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처음 엘리자와 공터에서 술을 마시며 대화를 하던 중에 어떤 길드의 간부가 50레벨이 되었다면서 축하 파티를 열었다고 했었다.

뭐, 50레벨이면 어디 가서든 어깨에 뽕을 좀 넣고, 콧대를 세우며 으스댈 수 있는 레벨이긴 했다.

하지만, 특히나 이곳에서는 감히 우러러보지도 못할 만큼 대단한 대우를 받는 수준이었다.

이곳이 조금 특별하기도 하고, 헌터 육성과 던전 사업에 취약한 일본 전체의 문제와 상황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었다.

참고로 이곳에 주둔하고 있는 이방인의 무리… 길드는 세 개였다.

그중 가장 큰 길드의 이름은 ‘울트라 닛폰’이었으며, 길드원이 100명쯤 된다고 했다.

두 번째로 큰 길드는 ‘썬더’였고, 길드원이 70명 정도라 했으며, 50명이 채 안 되는 ‘레드’ 길드가 세 번째를 차지했다.

그 외에도 소규모 집단인 팀이나 혼자서 생활하는 이들까지 합치면, 대략 이곳에 들어와 있는 각성자는 300명을 넘을까 말까 했다.

더불어 가장 큰 길드인 울트라 닛폰의 최고층 간부들 레벨은 50대 중후반이었으며, 50의 나이를 넘겼다는 길드장의 레벨은 61로 300여 명 중 가장 높다고 했다.

물론, 왕울이를 뺀 우리 셋을 제외한 상태에서 말이다.

그들의 목적은 성장이 아니었다.

하긴, 성장이 목표라면 이런 수준 낮은 곳에서 시간을 보낼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들이 이곳에서 머무는 최대 목적은 ‘즐김’… 단지 그것뿐이었다.

던전과 게이트 시대 이전부터 지금까지도 모험과 판타지를 즐길 수 있는 어드벤처 및 롤플레잉 게임들은 수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게임 장르다.

특히나 일본은 찬란하리만큼 화려하게 게임 산업을 주도한 적도 있었다.

지금까지도 그 명성과 명맥을 이어가는 ‘F.F’나 ‘DQ’ 시리즈는 비록 최초의 롤플레잉 게임은 아니었지만, 요즘의 가상현실 게임 대부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천재와 인재로 폭망한 일본과 일본인들은 그때의 부흥과 영광의 시대를 잊지 못했다.

아니, 그 어느 나라의 누구라도 그런 상황이라면, 그런 좋았던 때의 꿈과 추억을 쉽게 떨칠 수 없을 것이다.

몇 년이나 지난 자료와 통계였지만, 가상현실 게임을 가장 많이 즐기는 유저가 일본인이라고도 했었다.

일반인은 물론, 각성자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즐긴다나?

그런 의미에서 가상현실이 아닌 실제로 모험과 판타지를 즐길 기회가 있다면….

게이트를 통해 던전과 바깥세상을 오가는 것뿐만 아니라, 아예 마을이란 것도 있고, 그 안에 존재하는 던전 주민들과 직접 소통하며 생활까지 가능하다면 어떨까?

이에 대한 대답은 무조건 ‘YES!’일 터였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엘리자를 통해서, 또 술집과 사냥터를 오가며 얻은 정보들을 토대로 혼자서 내린 결론이었다.

아마이지만, 그럴 가능성이 큰 가설쯤이랄까?

흐흐!

어쨌거나.

나는 그들과 달랐다.

즐김이 목표가 아니란 소리다.

나의 최종 목적과 목표는 다들 알다시피 성장.

누구보다 빠르고, 강하며, 높게 성장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한참이나 수준 낮은 이곳에 머물 이유가 없다.

차라리 다른 던전을 도는 것이 낫다.

하물며, 이전 구역인 기다란 풀숲… 사마귀 놈들을 불태워 죽이는 게 몇백 배는 이득이었다.

이제는 이곳을 탈출하지 못할 이유나 문제도 없었다.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쉽고, 간단하게 이곳을 탈출할 방법이 있었으니까.

그런데도 이곳에 머물러 있는 이유.

그것 또한 분명히 있었다.

그게 뭐냐고?

그건 말이지….

이곳에 무려 ‘그것!’이 존재한다는 정보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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