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177)
두 발의 화살이 허공을 갈랐다.
정확히 사마귀 놈들의 머리 위로 떨어질 터였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팅… 티딩….
빠르게 날아간 화살이 경계선을 넘지 못한 채 뒤쪽으로 튕겨 나왔다.
“흐음….”
작게나마 그럴지도 모른다고 예상했던 일이었다.
그러나 막상 결과가 변함없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었다.
내 심정은 아랑곳없이 바닥으로 떨어진 두 번째 화살이 이내 폭음을 내며 터져 버렸다.
퍼어어어엉….
흙먼지가 날렸다.
자잘한 파편들이 사마귀 놈들에게로 튀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
“캬캬캬!”
“죽여! 죽여라!”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가로막혀 있던 경계선의 벽이 사라진 듯 아우성을 쳐대던 사마귀 놈들이 앞으로 쏠려 나왔다.
“헛!”
예상 밖의 광경에 바람 빠지는 소리를 뱉어 내고는 본능적으로 화살을 장전했다.
뒤에 서서 구경하던 오식이와 린도 재빨리 내 곁으로 다가왔다.
녀석들의 도착과 거의 동시에 당겼던 활시위를 놓았다.
끼기긱….
팅! 티잉!
쐐애액! 쐐애애액!
빠르게 날아간 화살들이 앞선 사마귀 놈들의 머리통을 꿰뚫었다.
“키익!”
두 번째 화살을 맞은 놈이 기이한 소리와 함께 잠시 주춤했고, 이내 파탄에 의한 폭발로 머리통이 날아갔다.
바로 근처에 있던 놈 하나도 약간의 피해를 봤다.
하지만, 다른 놈들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우리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고 있었다.
“치잇! 얘들아, 쓸어버려!”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오식이와 린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나도 엘프의 활을 거두고는 아수라 스워드를 뽑아 들었다.
채앵!
“넌 좀 더 쉬고 있어!”
왕울이를 향해 말을 던지고는 사투의 현장으로 합류했다.
‘꽁으로 좀 먹어 보려 했더니만, 안 도와주네!’
작전이 성공했더라면 참으로 좋았을 일이었다.
내가 예상하고, 바라던 상황은 더블샷과 파탄이 경계선을 넘어 사마귀 놈들을 처리하는 것이었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굳이 놈들과 어우러져 싸울 필요가 없었다.
경계선을 넘지 못하는 놈들을 대량으로 몰아 놓고, 여유롭게 파탄을 날려 폭사시키면 될 일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결과는 보시다시피….
화살은 경계선을 뚫지 못했다.
더불어 파탄은 경계선의 벽에 영향을 주며, 사마귀 놈들이 넘어올 수 있게 만들었다.
절대로 두 번 다시는 쓰지 말아야 할 쓰레기 같은 작전이란 뜻이었다.
‘젠장!’
….
경계선을 넘어온 사마귀 놈들을 모두 물리쳤다.
아래로 기운 지형 때문에 몸의 움직임이 조금 불편했고, 수십의 놈들을 상대하는 것이 부담이긴 했지만, 더는 증원이 되지 않는 터라, 큰 문제 없이 처리할 수 있었다.
“후우우… 다들 고생했어.”
수고의 말을 전하고는 바로 언덕의 정상으로 향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금 더 안전한 곳에서 휴식을 취할 생각이었다.
휴식 중에 오식이가 과일들을 따 왔다.
“오, 땡큐!”
“오식 씨, 잘 먹을게요.”
충분히 먹고, 체력을 채운 다음에 다시 사마귀 놈들 사냥에 나섰다.
….
무리 없이 사냥을 하다가 적당한 시간에 맞춰 퇴각했다.
“왕울아, 뛰어!”
놈들의 추격을 여유롭게 따돌리며 언덕을 올랐다.
‘이쯤이면 됐겠지?’
언덕의 중간쯤을 지나면서는 한층 더 여유를 부리며 뒤를 돌아봤다.
‘어라?’
사마귀 놈들의 추격이 이어지고 있었다.
분명히 경계선을 넘어선 추격이었다.
‘뭐야? 왜… 앗! 서, 설마….’
쓰레기라 취급한 작전이 떠올랐다.
파탄으로 뚫린 경계선의 벽… 그것이 그대로 적용되는 모양이었다.
“계속 달려!”
이미 나보다 먼저 낌새를 눈치챈 왕울이는 쉬지 않고 달리는 중이었다.
언덕의 정상에 도착했지만, 놈들의 추격은 멈추지 않았다.
“젠장! 어쩔 수 없겠어.”
그나마 벌어져 있던 거리 차를 이용해 오식이와 린을 다시 소환해 냈고, 한껏 거리를 좁힌 놈들과 맞서 싸웠다.
….
“아, 짜증 나네….”
지친 몸을 아무렇게나 널브러뜨린지 오래였다.
피곤도 하지만, 짜증이 더 컸다.
“아으, 괜한 짓을 했어….”
그랬다.
실험이랍시고 한 짓이 쓸데없음을 넘어 무척이나 걸리적거리는 피곤함이 되었다.
만약에 그런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1시간 사냥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다시 1시간의 사냥으로 이어지는 괜찮은 로테이션을 이어 갈 수 있을 일이었다.
1시간을 채우든 못 채우든 간에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도망칠 수 있었고, 언덕의 일정 구간만 넘어서면 뒤따라오는 놈들은 무시한 채, 마음 편히 쉴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끝까지 추격해 오는 사마귀 놈들을 완전히 마무리해야 사냥을 끝낼 수 있었다.
확인하지 못해 확실치는 않지만, 사마귀 놈들의 추격은 언덕의 반대쪽을 넘은 정글까지도 이어질 듯했고, 어떻게든 끝장을 봐야 할 듯했다.
“후우우… 어쩌겠어? 되돌릴 수도 없는 일인데….”
쏟아진 물처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한시라도 빨리 빠져나가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는다잖아? 상황에 맞게 적응해 나가면 되지!”
그렇다.
그러면 될 일이었다.
….
조금은 늦은 점심을 먹고, 다시 사마귀 놈들의 사냥에 나섰다.
중반부를 넘어서기 전까지는 전혀 달라질 게 없으니, 그대로 사냥에 임했다.
“다들 준비해!”
약간의 피로감을 느낄 때쯤, 퇴각 준비를 알렸고, 이내 도망치라는 명령을 내렸다.
“뛰어!”
왕울이의 등을 빌리지 않았다.
오식이와 린의 봉인도 없었다.
그대로 내달려 기다란 풀숲 구역을 빠져나왔고, 언덕 아래에 다다랐다.
힐끔….
뒤를 돌아보며 놈들의 추격과 수를 빠르게 헤아렸다.
‘이쯤이면 되겠지?’
언덕을 조금 더 올라 내달리던 속도를 줄였다.
이어, 뒤따르는 놈들과 다시 맞서기 위해 몸을 돌려세웠다.
“빨리 정리하고, 쉬자!”
점심을 먹는 중에 이미 새로운 계획을 전달한 터라, 녀석들이 바로 반응하며 사마귀 놈들과 맞섰다.
‘그래, 이렇게 하면 그만이지!’
다소 거추장스럽고, 피곤했지만,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다만….
‘그나저나 마정석은 언제쯤 떨어지려나?’
비록, 사냥의 횟수와 시간은 짧지만, 처리한 사마귀 놈들의 수를 따진다면, 이미 하나쯤은 떨어져도 그리 이상할 게 없었다.
극악의 끝을 달린다는 자이언트 샌드 웜의 마정석과 같은 열쇠이기에 비슷한 드롭률이라 하여도, 그동안 나름으로 괜찮아졌다고 여기던 나의 운빨이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았다면 말이다.
“설마… 에이, 아니야! 절대 그럴 리 없어!”
문득 떠오르려는 불안하고, 불길한 생각을 재빨리 지우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절대로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암, 안 되고말고! 그런 의미에서… 빨리 내놔, 이 자식들아!”
염원과 바람을 가득히 담아 아수라 스워드를 휘둘렀다.
촤아아아….
사마귀 놈의 뚝배기가 몸통과 분리되어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꽝이었다.
“내놔! 내놓으라고!”
더욱더 미친 듯이 소리치며 아수라 스워드를 휘둘러댔다.
….
이후로 두 번의 사냥을 더 이어 나갔다.
어느덧 석양이 지고 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다들 수고했다.”
막판이라 여기고 조금 무리를 했더니 몸이 피곤했다.
한껏 지친 몸을 이끌고 정글로 향했다.
축 처지고, 터덜거리는 걸음에 시간이 지체되긴 했지만, 무사히(?) 어제 잠을 청하던 곳에 다다를 수 있었다.
“오식아, 먹을 것 좀 구해다 줘.”
“알았다. 많이 가져온다!”
오식이 녀석이 곧장 움직일 준비를 했다.
린이 따라나서기를 원했다.
“저도 함께 갈게요.”
“그래, 다녀와.”
흔쾌히 허락하고는 장비들을 풀어 몸을 가볍게 했다.
“후우우… 윽! 냄새….”
한숨에 이어 크게 숨을 들이마시다가 지독한 냄새에 인상을 구겼다.
다른 곳도 아닌, 내 몸에서 나는 냄새였다.
하긴, 이틀 동안 세수 한 번을 하지 못했다.
땀은 땀대로 흘렸고, 정글 안이 축축하고, 습한 탓에 냄새는 찌들대로 찌든 상태였다.
‘린도 났던가?’
곧장 날아든 의문에 고개를 갸웃하다가 왕울이에게 말했다.
“근처에 깨끗한 물이 있는 곳이 있을까? 냇가나 뭐 그런 거….”
내 말에 왕울이가 고개를 바짝 쳐들고는 주위를 살폈다.
코를 몇 번이나 벌름거리며, 킁킁대던 녀석이 한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 앞에 희미하지만 물 냄새가 난다.”
“오, 그래? 멀어?”
“거리는 좀 된다.”
“오케이. 한 번 가 보자.”
벗어 놓은 장비들을 주섬주섬 챙겼다.
그냥 두고 가도 상관없을 듯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었다.
어쨌든.
왕울이가 말한 쪽으로 5분쯤 걸어가니, 물이 흐르는 곳이 나타났다.
물은 깨끗해 보였다.
하지만, 그냥 봐도 작다는 느낌이 드는 수준… 다른 것에 정신을 팔거나 한다면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을 법한 크기였다.
“허… 설마, 너도 초능력을 쓰는 거냐?”
“크륵?”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반응하는 왕울이를 무시한 채, 흐르는 물에 손을 담갔다.
제법 시원함이 전해졌고, 조금 더 그러고 있자니 청량함마저 느껴졌다.
“오, 좋은데? 흐흐….”
흡족함에 바보처럼 웃고는 잽싸게 옷을 벗어 던졌다.
마음 같아서는 속옷과 겉옷, 전투 타이츠까지 모두 빨아 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당장에 갈아입을 옷이 없고, 젖은 옷을 그냥 입고 있을 수도 없기에 참았다.
“으으, 시원해라.”
찰방찰방한 물줄기에 손을 적시며 온몸 구석구석을 열심히 닦아대는 것으로 만족했다.
….
샤워(?)를 마치고 상쾌한 기분으로 돌아왔다.
오식이와 린은 돌아온 지 한참이나 지난 듯했다.
“어디 다녀오셨어요?”
“아, 샤워 좀 하러… 저쪽에 깨끗한 물이 흐르는 곳이 있어.”
“아, 정말요? 저도 좀 씻어야 하는데….”
린이 말끝을 흐리며 얼굴을 살짝 붉혔다.
나도 모르게 코를 킁킁거렸다.
딱히 어떠한 냄새가 나지는 않았다.
‘괜찮은데?’ 내지는 ‘아무런 냄새도 안 나!’라고 말을 꺼내려다가 급히 말을 바꿨다.
“그래, 이쪽으로 쭉 가면 나와. 뭣하면 왕울이랑 함께 가도록 해.”
“네, 식사 후에 다녀올게요.”
“응.”
대화를 마치고는 다들 빙 둘러앉아 저녁을 먹었다.
아침에 먹은 시커먼 대포알과 이름 모를 과일들로 배를 빵빵하게 채웠다.
식사 후.
린은 왕울이와 함께 자리를 비웠다.
오식이는 아쉬운 듯 대포알의 속살을 핥고 있었다.
“에구구… 피곤하다.”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가 나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았다.
얼마 뒤, 린과 왕울이가 돌아왔다.
정했던 대로 나와 오식이, 린과 왕울이로 팀을 나눈 뒤 본격적인 숙면에 들어갔다.
….
다음 날.
오식이가 구해 온 과일들로 아침 식사를 했다.
새벽부터 아침까지 보초를 섰기에 2시간쯤 달콤한 쪽잠을 자고는 사마귀 놈들을 만나러 갔다.
“흐음… 어제랑 똑같군.”
언덕의 정상에 올랐을 때, 죄다 잘라 냈던 풀들이 원상 복구된 것을 확인했다.
고개는 갸웃해졌지만, 크게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언덕을 내려가 벌초 작업부터 했다.
왕울이가 윈드 커터로 시원하게 풀들을 잘라 내며, 널찍한 공간을 만들어 냈다.
“자, 이번에도 잘해 보자!”
힘찬 응원과 함께 신나게 사마귀 놈들을 사냥했다.
“크아아아앙!”
퍼억! 퍽! 퍽!
“이야압!”
촤아악! 촤악!
“크르르르!”
파앗! 파아아앗!
다들 능숙하게 사냥에 임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제발 좀 내놔라, 이 거지새끼들아!”
사마귀 놈들 한 마리, 한 마리에 부탁과 협박 등을 먹이며 마정석이 떨어지길 기다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꽝이었다.
“에이, 빌어먹을 것들… 겁나게 안 주네!”
진심의 투덜거림을 뱉어 내고는 퇴각 명령을 내렸다.
“다들 뛰어!”
언덕을 향해 힘껏 내달렸다.
다다다닷….
기다란 풀숲 구역을 벗어나면 곧장 뒤따르는 놈들을 처리해도 됐다.
하지만, 어차피 휴식 장소는 언덕의 정상.
그에, 과일과 먹거리 등도 그곳에 뒀다.
최대한 언덕을 오른 뒤, 놈들을 처리하는 게 나을 듯싶었다.
해서, 조금 더 언덕을 올랐다.
“…??”
등 뒤로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