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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175화 (175/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175)

두 번째 사냥에서도 마정석을 얻지 못했다.

‘열쇠라서 그런 거겠지?’

뭐, 이미 사마귀 놈들에게서 마정석을 얻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건 예상했다.

극악으로 정평이 자자한 자이언트 샌드 웜의 마정석 드롭률….

그와 같은 기능을 하는 놈들의 마정석이니, 드롭률 또한 비슷하지 않을까?

해서, 마정석을 얻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그것이 열쇠라는 확신과 기대는 조금 더 커진 상태였다.

‘후우, 잠은 대충 자면 될 것 같은데….’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습하고, 찝찝하지만, 별다른 위험이 없는 정글 속에서 밤을 보내면 될 듯했다.

하지만, 당장에 급한 것은 식량이었다.

‘사마귀도 먹을 수 있나?’

동물이나 식물과의 괴물들을 식용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나와 오식이도 초창기에 뿔토끼들을 엄청나게 잡아먹었었고, 맛도 제법 있었다.

곤충류도 식용을 하는 이들이 있었다.

직접 먹어 본 적은 없지만, 1미터나 되는 나비형 괴물의 더듬이나 개미를 닮은 괴물의 다리, 벌과 유사한 괴물의 날개 끝에 붙은 살 등은 ‘천하 진미’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하지만, 사마귀를 닮은 괴물을 먹거나 먹었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아니, 어디서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한들, 놈들을 직접 대면하고 사냥까지 한 지금의 심정으로는 딱히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너도 못 먹겠지?”

앞뒤의 말을 모두 생략한 채, 오식이를 향해 물었다.

녀석이 머리 위에 물음표를 그리고는 나를 멀뚱멀뚱 쳐다봤다.

“아니다. 됐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끝을 흐렸다.

진짜 최후의 순간이 되어서는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생각지 않기로 했다.

“오늘은 이것만 먹고 참자.”

남은 식량을 반으로 나눠 턱없이 부족한 저녁 식사를 했다.

오식이의 반발이 있었지만, 이내 분위기를 파악한 녀석도 얌전해졌다.

“잠은 두 팀으로 나눠서 교대로 잔다.”

정글 안은 생긴 것과 달리 별다른 위험 사항이 없었다.

그래도 조심은 해야 했다.

동이 틀 때까지 시간을 나눠 한 팀은 보초를 서고, 한 팀은 편안하게 잠을 청하는 것이 옳은 일이었다.

“너희 둘이 먼저 자도록 해.”

오식이 녀석과 린을 한 팀으로 묶어 줬다.

누구보다 허기를 느낄 오식이를 먼저 재우고, 여자인 린을 배려한 처사였다.

“배고파… 크르르….”

그사이 홀쭉해진 배를 손바닥으로 문지르며, 애처로운 투로 어필을 한 오식이가 거대한 나무 아래쪽에 자리를 잡았다.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커다란 몸을 한껏 웅크린 채, 더욱더 불쌍한 척을 하기도 했다.

“쩝….”

씁쓸해진 입맛을 다시며, 절로 녀석에게 향하는 시선을 애써 돌렸다.

그런 내게 린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주인님….”

“응?”

“주인님 먼저 쉬도록 하세요.”

“아, 나는 괜찮아. 너 먼저 쉬도록 해.”

“음… 그럼, 왕울 씨부터 쉬게 해 주세요.”

“왜? 잠이 안 와서 그래? 하긴, 불편하겠지… 미안….”

미안함을 내비쳤다.

린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그런 게 아니라….”

“…??”

“팀을 다시 나누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팀을 다시 나눈다고?”

“네… 그러니까… 제 생각에는 주인님과 왕울 씨가 다른 팀으로 나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왜지?”

내 물음에 린이 침착하고, 똑 부러지게 자기 생각을 전했다.

팀을 나누고, 교대로 잠을 청하는 것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이유….

밤사이에 혹시라도 벌어질지 모를 위험을 예방하자는 취지라면, 나와 왕울이의 동물적 감각을 나누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얘기였다.

‘그러네….’

맞는 얘기였다.

다른 고민으로 정신이 좀 없었다지만, 미처 거기까지 생각지 못한 나의 불찰과 그런 나를 일깨워 준 현명한 린의 조언에 잠시 말을 잊었다.

그런 나를 보며 오해한 린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빠르게 말을 이었다.

“앗! 죄송합니다. 주인님께서 다 생각이 있으실 텐데, 제가 주제넘게….”

“아, 아니야. 내가 생각이 짧았어. 네 말이 맞아.”

“네?”

“팀을 다시 나누는 게 좋겠다고.”

“아아….”

“고마워, 그리고 잘했어.”

기특함을 칭찬하며 린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줬다.

부끄러운지 린이 살짝 얼굴을 붉혔다.

입가에는 배시시 한 미소를 그린 채였다.

“그럼, 너부터 쉬도록 해.”

옆에서 배를 깔고 앉아있던 왕울이에게 말했다.

녀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곳으로 가더니 자리를 잡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린을 향해 물었다.

“춥진 않아?”

혹시 몰라 불을 피우지 않았다.

습하고, 축축한 것은 물론, 밤까지 되니 기온이 뚝 떨어졌다.

“네, 괜찮습니다. 주인님은요?”

“응, 나도 괜찮아.”

나는 괜한 허세였고, 린은 내가 걱정할까 싶은 배려심에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그런 마음을 알기에 애써 웃음을 띠며 모른 척을 했다.

‘차라리 린이랑 왕울이를 팀으로 묶어 줄 걸 그랬나?’

아무런 흑심이 없다 한들, 내가 린을 안아 주기는 조금 뭣하지만, 왕울이와 붙어 있으면 조금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래, 내일은 둘이 팀을 짜 주자….’

그렇게 하기로 생각을 정하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화들짝 놀라서 몸을 움찔했다.

‘앗!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나도 모르게 이 지랄 같은 상황을 계속하리라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그런 불경하고, 암담한 생각을 품고 있으면, 좋게 풀릴 일도 꼬이게 마련이었다.

서둘러 좋은 생각을 떠올리며, 기대와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그래, 분명히 내일은 마정석을 얻을 수 있을 거야! 이곳을 빠져나갈 거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푹신한 침대에서 잠도 잘 거야! 암, 그렇고말고!’

굳건하고, 진하게 희망을 표출했다.

그것이 너무나 강렬해 오히려 더 불안해지는 건 그저 착각이겠지?

젠장….

….

“피곤하지?”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이미 자정을 훌쩍 넘기고도 남은 시간이었다.

린도 많이 피곤해 보였다.

“이제 교대하자.”

“네.”

“오식이 좀 깨워 줘, 난 왕울이를 깨울게.”

“네, 알겠습니다.”

왕울이 곁으로 다가갔다.

근처까지 다가서자 녀석이 흠칫하며 먼저 반응했다.

“이제 일어나, 교대할 시간이다.”

왕울이는 한 치의 뜸 들임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드드드드!”

등 뒤로 들려온 오식이의 격한 기지개 추임새를 통해 녀석도 별다른 저항이나 굼뜸 없이 일어났음을 알 수 있었다.

뭐, 그것을 노리고 린을 보낸 것이 나의 빛나는 계획이었다.

다들 한자리에 잠시 모였다.

잠이 살짝 덜 깬 듯한 오식이는 나를 보자마자 칭얼거렸다.

“형님, 나 배고프다.”

“참아! 너만 배고픈 거 아니야.”

“으으….”

내 단호함에 녀석이 바로 꼬리를 내렸다.

그 모습에 린과 왕울이가 키득거렸다.

“피곤하다고 나 몰라라 자면 안 돼!”

“알았다.”

“왕울이 네가 그것까지 다 감시해. 알았지?”

“크륵!”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왕울이의 머리를 토닥이고는 한쪽으로 가 자리를 잡았다.

“후우우….”

절로 쏟아지는 깊은 한숨을 몇 번쯤 뱉어내다가 기절하듯 잠에 빠져들었다.

….

몇 시간 뒤….

‘으음… 음냐음냐….’

꿈을 꿨다.

꿈속에서 꿈인 줄 알게 된다는 ‘자각몽’까지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내가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은 알았다.

말도 안 되게 커다란 그릇에 가득히 담겨 있는 온갖 새콤달콤한 과일들.

나는 그 안에서 마치, 수영을 하듯 즐겁고, 행복하게 파묻혀 있었다.

불가능할 것까지는 없지만, 그래도 비현실적인 상황이었음에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뭐, 어때? 좋은 게 좋은 거지!’

꿈이라도 좋았다.

너무나 행복했기에 깨고 싶지 않았다.

즐거운 마음으로 눈앞의 이름 모를 커다란 과일 하나를 크게 베어 물었다.

“아앙….”

실제는 아니지만, 혀와 미각이 기억하는 어느 과일의 달콤함과 풍성한 과즙이 입안에 퍼졌다.

아니, 그렇게 느꼈다.

‘다른 것도 먹어 볼까?’

옆에 있던 다른 과일도 입으로 가져갔다.

더없는 싱싱함을 과시하며 새콤한 향이 후각을 때려댔다.

‘으음… 좋아… 맛있어… 아우, 상큼해!’

즐거움과 행복을 만끽했다.

눈을 감은 채, 미친 듯이 날아드는 과일들의 상큼함을 느끼려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진하디진한 향기가 물밀 듯이 콧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마치, 꿈이 아닌 듯 너무나 생생하게 말이다.

“으음….”

생생함에 나도 모르게 몸을 조금 뒤척였다.

정신이 살짝 들며, 비몽사몽 한 상태를 유지했다.

다시금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이전보다 더 진한 향기… 새콤달콤한 향기가 훅 밀려들었다.

‘아… 뭐지? 너무 좋잖아?’

이미 과일이 든 커다란 그릇 속에서 유유자적하는 꿈은 검정 화면으로 바뀐 뒤였다.

꿈에서 깨어났다는 소리다.

그런데 과일의 향기가 전해진다?

뭔가 내가 단단히 큰 착각이나 환각 상태에 빠져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크, 큰일인데?’

무작정 큰일이 났다고 여겼다.

빠르게 정신이 돌아왔고, 당장에 박차듯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벌떡!

정신이 100% 온전하게 돌아오기 직전!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움찔하는 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이어, 기척이 일어난 곳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당혹과 당황… 마치, 도둑질을 하다가 걸린 것처럼 매우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오식이와 눈이 마주쳤다.

‘뭐지? 왜 저런 표정을… 뭐야? 그새 또 무슨 사고를 친 거야? 그나저나 얼굴은 또 왜 저래?’

자세히 보니, 녀석의 얼굴이 엉망이었다.

정확히는 뻘겋고, 누렇고 한… 뭔지 모를 것으로 입과 코 주변이 잔뜩 더러워져 있었다.

“인마, 너 얼굴이 왜 그래? 뭔 짓을 했기에… 빨리 말하지 못해?”

잠에서 깬 지 얼마 되지 않아,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전혀 근엄하지도, 위협적이지도 않은 투의 으름장이었다.

그래도 오식이는 무척이나 당황했다.

더불어 녀석의 곁에 있던 왕울이의 이상한 움직임도 포착이 됐다.

당장에 화살이 왕울이에게로 날아갔다.

“너 인마, 내가 저 녀석 잘 감시하라고 했지? 대체 뭐를 한 거야?”

이번에는 조금이나마 으름장 같았다.

내 타박에 왕울이가 슬쩍 고개를 돌리며 모른 척을 했다.

부스럭….

나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기척이 일었다.

저절로 고개가 돌아갔다.

린이 눈을 비비며 상체를 일으키고 있었다.

“으음… 무, 무슨 일이죠?”

귀여움에 잠시 넋을 뺐다가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바로 오식이를 향해 꽥하고 소리를 질렀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고!”

고함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오식이가 제 손을 앞으로 들어 보였다.

녀석의 손에는 큼지막하고, 둥그런 것이 들려 있었다.

의아함에 물었다.

“그, 그게 뭔데?”

“머, 먹을 거다, 형님… 맛있다, 형님….”

오식이가 살짝 주눅인 든 투로 말했다.

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가 싶었다.

눈을 몇 번이나 깜빡거렸고, 고개도 갸웃했다.

나보다 빨리 상황을 파악하고, 확인의 행동을 한 것은 린이었다.

“뭐라고요?”

자리를 벗어난 린이 오식이와 왕울이 곁으로 다가갔다.

그제야 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걸음쯤 옮기려는데, 린이 호들갑스러운 반응을 일으켰다.

“어머! 이건… 과일인가요?”

과일이란 말에 직전에 꿨던 꿈과 후각을 찔러 왔던 상큼함이 떠올랐다.

입에는 한가득 침도 고였다.

잠시 멈칫했던 걸음을 빨리해 녀석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린의 말처럼 오식이와 왕울이 앞에는 먹음직스럽도록 싱싱한 과일들이 놓여 있었다.

그것도 꽤 많은 양이 말이다.

“뭐, 뭐야? 이것들 어디서 났어?”

내 다그침에 고개를 푹 숙인 오식이가 정글 쪽 어딘가로 손가락질을 했다.

“저, 저기… 많이 있다, 형님….”

나와 린이 동시에 그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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