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174화 (174/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174)

배낭에서 먹을 것들을 꺼냈다.

혹시 몰라 일부는 남겨 뒀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서였다.

‘그래 봤자 하룬데….’

하나의 걱정이 더 늘어 버렸다.

….

식사를 마치고는 휴식과 함께 대책 논의를 했다.

먼저 놈들의 수준과 상태부터 점검했다.

“각자 어땠는지 말해 봐.”

녀석들이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토대로 놈들의 대략적인 데이터를 뽑았다.

우선, 놈들의 생김새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어디를 봐도 ‘사마귀’와 똑같았다.

몸길이는 1.5미터를 훌쩍 넘었고, 힘과 빠르기는 나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특히나 낫처럼 생긴 앞발의 휘두름은 정말이지 전광석화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레벨은 40대 전후쯤으로 판단됐다.

1:1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 혼자서도 셋 정도는 커버할 수 있었다.

뭐, 그 이상은 솔직히 좀 버거운 게 사실.

그런 의미로 문제가 되는 것이… 놈들이 떼거리로 몰려다니고, 바로바로 투입되어 일정 수를 유지한다는 것이었다.

“방어력은 조금 떨어지는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머리와 목이 약점 같고요.”

린의 말에 다들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빠르고 강한 공격력과 비교해 놈들의 몸은 튼튼하지 않았다.

딱히 스킬을 사용치 않아도 대부분의 공격이 먹혀 들었고, 놈들 역시 방어에 그리 치중하지 않았다.

또한, 어느 정도의 힘 이상으로 놈들의 삼각형 대가리나 목 근처에 타격을 입히면, 흡사 ‘똑’하는 소리가 들릴 것처럼 분리되어 떨어져 나갔다.

“좋아,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노려서 공격하기로 하자.”

아직 한 번밖에 싸워 보지 않은 터라, 마땅한 대책은 그 정도가 최선이었다.

다른 대응책은 몇 번 더 싸워 보고 나서 다시 얘기를 해야 할 듯싶었다.

“다음은 조금 심각한 문젠데….”

진지한 투로 다음의 말을 꺼냈다.

녀석들도 표정을 바꾸며 나를 주목했다.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이곳을 빠져나갈 방법을 모르겠어.”

사실, 조금이 아니었다.

정말로 큰 문제였다.

어찌어찌 들어오기는 했는데,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니, 이보다 심각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어쩌면….’

확실치는 않지만, 그나마 가능성이 있을 법한 생각이 머릿속에 있기는 했다.

바로 마정석과 클리어였다.

자이언트 샌드 웜을 잡고 얻은 마정석을 통해 이곳으로 들어왔다.

이미 갖고 있던 다른 마정석은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것이 열쇠임은 틀림없었다.

아니면, 40레벨짜리 마정석만 통용되는 것일지도….

그렇다면, 이곳을 빠져나가는 데 필요한 열쇠도 마정석일 가능성이 컸다.

문제는 자이언트 샌드 웜의 마정석이나 40레벨짜리 마정석을 더는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놈들을 잡으면 나오려나?’

자이언트 샌드 웜과 비교해 크기도 작고, 방어력도 약하지만, 무시무시한 공격력을 가진 사마귀 놈들이었다.

해서, 우리가 논의 끝에 내린 놈들의 레벨은 40대 전후였다.

첫 번째 사냥에서 마정석을 하나도 얻지 못해 확실치는 않지만, 놈들이 주는 마정석이 또 다른 열쇠이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 본다.

아니, 꼭 그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다른 방법인 클리어.

애초에 코어가 파괴되지 않은 활성화 던전이었다.

던전의 어딘가에 코어나 그것을 가지고 있는 최종 보스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뭐, 아무리 좋게 봐도 자이언트 샌드 웜이 최종 보스는 아닐 터.

훨씬 더 안쪽으로 들어가야 놈을 만나지 않을까 진작부터 예상하던 차였다.

그런데, 이런 비밀스러운 구역이 떡 하니 존재하다니….

어느 누가 봐도 너무나 의심스럽고, 그냥 ‘이곳이 최종 구역입니다’라는 느낌이 팍하고 오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나 놈들은 아닐 것 같고….’

사마귀 놈들도 최종 보스일 리는 없어 보였다.

놈들보다 강한 놈이 분명히 존재하리라 예상됐다.

‘아마도….’

놈들의 서식지인 기다란 풀숲의 너머… 대놓고 웅장해 버린 피라미드 어딘가에 말이지.

또한, 그놈을 처치하고, 코어를 부숴 던전을 완전히 정화 시킨다면, 길이 열리던가 하여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흐음….”

만약에 그런 것이라면… 그게 정답이라면, 정말로 크나큰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굶어 죽을 것 같은데….’

그랬다.

혹시 몰라 아껴 두기는 했지만, 남은 식량으로는 고작해야 한 끼… 조금 더 아껴 봐야 두 끼를 버티는 게 다였다.

오식이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하루 이틀쯤 굶는다고 쳐도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넉넉히 잡아야 5일… 최고로 길게 잡아도 7일이었다.

뭐가 됐든지, 그 안에 이곳을 공략하여 클리어 해야만 한다.

그 이후로는 따질 것도 없었다.

쫄쫄 굶어 허기에 지친 몸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을 테니 말이다.

당연히 앞을 가로막는 난관이 수두룩했다.

먼저, 사마귀 놈들이 득실거리는 기다란 풀숲을 뚫어야 한다.

한 번뿐이었지만, 이미 그것조차 쉽지 않음을 인지한 상태라 막막함에 한숨부터 나오는 실정이었다.

기다란 풀숲을 뚫고, 피라미드에 당도해도 문제다.

그 안에서 뭐가 나올지도 모르고, 어떤 방식으로 공략해야 할지도 전혀 알 수 없는 미지로 가득 찬 곳이었으니까.

‘더 강한 놈들이 나올 게 분명해.’

확실했다.

아니라면, 그것만큼 땡큐인 것도 없겠지만, 솔직히 기대조차 되지 않았다.

더불어 그런 시련 뒤에 마주할 최종 보스….

“미치겠구만. 후우우….”

생각만으로도 길고, 깊은 한숨이 절로 새어 나올 만큼 암담하기만 했다.

“무조건 놈들이어야만 해!”

일단, 클리어로 이곳을 탈출하겠다는 생각이나 기대는 버리기로 했다.

무조건 사마귀 놈들이 마정석을 떨구고, 그것이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는 열쇠라 여기는 게 지금으로써는 최선이자, 최고의 방법….

그것만이 우리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기대와 희망이길 간절히 기도해야만 했다.

….

생각할수록 골치 아픈 걱정을 뒤로하고는 한 번 더 사마귀 놈들을 사냥하기로 했다.

“왕울아, 길 좀 더 터 봐!”

언덕과 기다란 풀숲의 경계선쯤에서 왕울이에게 명령했다.

녀석이 곧장 윈드 커터를 날려 풀들을 잘라 냈다.

고오오오오….

촤아아아아….

스스스스스슷….

앞은 물론, 양옆으로도 뻥 뚫린 넓은 공간이 만들어졌다.

사마귀 놈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소의 긴장을 풀고는 풀숲 구역으로 들어왔다.

“계속해서 공간을 확보해.”

이동과 벌초 작업을 이어나갔다.

무척이나 더디기는 했지만, 무엇보다 안전이 최선이기에 개의치 않았다.

그렇게 어느 정도 전진을 했을 때쯤이었다.

정확히는 왕울이가 왼쪽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윈드 커터를 날렸을 때였다.

촤아아아아….

스스스스슷….

윈드 커터에 시원하게 잘려 나가는 기다란 풀들 너머로 쏜살같은 다수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팟! 파밧! 팟팟….

사삭! 사사삭! 사삭….

당연히 사마귀 놈들일 테고, 내 명령이 떨어지기도 전에 다들 전투 태세에 돌입했다.

“….”

긴장과 고요함이 이어졌다.

동물적 감각을 최대한으로 끌어내 사방을 경계했다.

처음에는 주위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걸리는 게 없었다.

하지만, 차츰 노골적으로 뿜어대는 놈들의 살기가 하나둘 느껴지더니만, 이내 수십으로 늘어나며 등줄기를 서늘하게 만들었다.

“젠장… 온다, 다들 긴장해!”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놈들의 사정없는 공세가 날아들었다.

“크아아아아앙!”

“이야아압!”

“크르르르륵!”

녀석들도 힘찬 기합을 뿜어내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나 역시 아수라 스워드를 앞세우고는 이를 악물었다.

“이래 봬도 51레벨이다, 이놈들아!”

촤아아악! 촤악! 촤하악….

파앗! 팟! 서걱! 서석….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치열한 사투가 끝없이 이어졌다.

….

1시간 후.

첫 번째 턴과 비슷한 시간 동안 사냥을 이어 나갔다.

여전히 놈들은 계속해서 수를 충당하며, 일정한 머릿수를 유지한 채, 맹공을 펼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도 만만치 않았다.

논의 중에 파악한 놈들의 약점… 머리와 목이 약하다는 취약점을 노리고서 그 부분을 최대한 이용해 놈들을 공략했다.

그로 인해, 처음보다는 그나마 조금 더 수월하게 사냥을 할 수 있었다.

뭐, 그래도 시간이 갈수록 체력적으로 불리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지만 말이다.

‘이쯤에서 빠지는 게 좋겠어.’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솔직히 남은 체력을 가늠해 봤을 때, 몇 분쯤… 30여 분 정도는 충분히 사냥을 이어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굳이 욕심을 부린다거나 무리를 강행하는 건 좋지 않았다.

어차피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한 것은 우리 쪽이었고, 나중에는 그저 버티는 수준밖에 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차라리 체력이 남아 있을 때,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하고, 이로운 상황이었다.

또한, 그것이 무리를 이끄는 책임자로서 내려야 할 현명한 판단이었다.

“다들 튈 준비해!”

크게 소리쳤다.

다들 알아들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다닷….

먼저, 왕울이가 내 곁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녀석이 잠시 숨을 고르도록 하게 하고는 주위로 덤벼드는 놈들을 처리했다.

잠시 후.

“가도 되지?”

내 물음에 왕울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의 등에 바로 올라탔다.

우리에게 달려드는 놈들은 오식이가 나서서 막아줬다.

“자, 준비하시고… 뛰어!”

내 신호와 함께 왕울이가 지면을 강하게 박차며 앞으로 내달렸다.

당장에 오식이와 린도 상대하던 놈들을 무시한 채 뒤를 따랐다.

당연히 놈들도 우리의 뒤를 추격했다.

“봉인!”

오식이와 린을 차례대로 불러들였다.

그러자 왕울이가 한 단계 더 속도를 올렸다.

다다다다닷….

사마귀 놈들이 전혀 따라붙지 못하고, 점점 더 거리를 벌리며 멀어졌다.

“자, 잠깐만!”

쉼 없이 언덕을 오르던 중에 소리쳤다.

왕울이가 의아함을 내비치면서 이내 속도를 줄였다.

고개를 돌린 채, 우리의 뒤를 추격하던 사마귀 놈들을 제대로 관찰했다.

“흐음….”

먼저도 그러더니만, 놈들이 언덕 아래쯤에서부터는 추격의 기세를 다소 줄이는가 싶더니, 중간 지점부터는 아예 따라오지 않고 있었다.

뭐, 아직은 우리를 향해 아우성과도 같은 반응을 보이는 중이었다.

하지만, 벽에라도 가로막힌 듯 그 이상으로 넘어오지는 못하는 모양새였다.

“…?!”

그 모습에 문득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저주받은 저택의 정원에서 쇠창살의 문을 넘어오지 못하고, 좀비처럼 절규하며 아비규환을 이루던 정원사 놈들의 모습이었다.

‘설마, 그런 건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었다.

당장에 왕울이의 등에서 내렸다.

“잠깐만 쉬고 있어.”

혹시 모를 일이라 뒤를 대비했다.

이어, 천천히 언덕을 내려갔다.

조금씩 거리를 좁히며 다가오는 나를 보며, 놈들이 더욱더 아우성을 쳐댔다.

하지만, 예상처럼 한 발짝도 앞으로 넘어오지는 못했다.

“호오, 그랬구만? 키킥!”

지척까지 거리를 좁히지는 않았다.

10미터 이상의 거리를 두고 섰지만, 그 정도로도 확인은 충분했다.

‘소환!’

오식이와 린을 소환했다.

사마귀 놈들이 더욱더 미친 듯이 아우성을 쳐댔다.

그러나 그러기만 할 뿐이었다.

“어머! 어찌 된 일이죠?”

린이 그 모습을 보며 놀라워했다.

저주받은 저택의 정원사 놈들을 빗대어 설명해 줬다.

“아아, 그렇군요.”

린이 바로 이해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는 뭔가를 떠올린 듯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그때 그 방법으로 놈들을 처리할 수 있지 않을까요?”

린의 말에 곧장 트랩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놈들의 움직임이나 수준을 생각했을 때, 딱히 걸려들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건 아닌 것 같아.”

“네….”

“그래도 한 가지 수확은 있었네.”

가볍게 말을 했지만, 정말이지 크나큰 수확이었다.

흡족한 마음에 아우성을 쳐대는 놈들을 무시하고는 언덕을 넘어 정글로 향했다.

‘좋긴 좋은데….’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에 다시금 한숨이 나오려 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