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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166화 (166/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166)

조심조심… 푸욱!

“크륵!”

살금살금… 푸욱!

어기적어기적… 푸욱!

자기 차례에 당당하게 나섰던 오식이는 난항을 겪어야만 했다.

무거운 체중 때문에 자꾸만 모래 속으로 발이 빠진 탓이었다.

아무리 조심을 하고, 애를 써 봐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엔 화를 내며 울부짖었다.

“크아아앙!”

가라앉지 않는 분노에 크게 발을 구르기도 했다.

쾅! 쾅… 푸우욱!

두 번쯤 버티던 모랫바닥이 더욱더 깊이 녀석의 발을 집어삼켰다.

녀석은 무척이나 짜증이 났겠지만,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키키킥!”

린도 마찬가지였다.

소리 내서 웃지는 못하고, 옆으로 고개를 돌린 채, 어깨를 들썩거렸다.

츠츠츠츳….

츠츠츳….

오식이의 발 구름에 샌드 웜이 반응했다.

그것도 두 마리나….

급히 웃음기를 거두고는 소리쳤다.

“온다!”

모래 속에 박힌 발을 빼내려던 것을 멈춘 오식이가 상체를 살짝 뒤로 젖혔다.

그와 거의 동시에 샌드 웜 한 마리가 위로 솟구쳐 올랐다.

촤아아아아!

아슬아슬하게 비켜나간 모양새.

하지만, 아직 놈의 공격은 진행 중이었다.

최대로 솟아올랐던 몸을 급격하게 움츠러뜨린 샌드 웜이 징그러운 주둥이를 크게 벌린 채, 오식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꾸구구국….

좌아아아악!

휘이익!

호락호락하게 당할 오식이가 아니었다.

곧장 양팔을 앞으로 뻗으며 놈의 덮침을 막아냈다.

콰아아악!

꾸우우우욱!

힘과 힘의 대결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하지만, 결과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레벨로 보나, 덩치로 보나, 힘으로 보나, 오식이의 승리가 확실했다.

꾸구구국… 꾸국… 좌아아아악!

밀어내고, 잡아당기는 힘에 맞서던 샌드 웜의 주둥이가 결국엔 찢어졌다.

크게 요동치다가 이내 바들대는 꼬리의 움직임이 놈이 느끼는 고통을 그대로 말해 주는 것 같았다.

츠츠츳!

“아….”

한 마리가 더 남아 있었다.

오식이의 등 뒤쪽에서 움직이던 놈이 튀어 올랐다.

촤아아악!

사선으로 튀어 오른 샌드 웜은 주둥이를 크게 벌린 채 그대로 오식이를 덮쳤다.

정확히 녀석의 왼쪽 엉덩이를 향해서였다.

꽈아아아아!

샌드 웜이 빨판처럼 오식이의 엉덩이를 물고 늘어졌다.

보는 각도에 따라 오식이가 두툼한 꼬리를 달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자신의 엉덩이를 문 샌드 웜을 돌아본 오식이가 으르렁거렸다.

“크르르….”

그러다가 허리와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어 보였다.

흔들흔들….

덜렁덜렁….

순간, 기억 속에 고이고이 봉인했던 장면 하나가 툭 하니 떠올랐다.

‘아앗! 내, 내 누우우우운!’

진심으로 더럽고, 끔찍했다.

두 눈을 꼭 감는 것도 모자라 양손으로 가렸다.

냅다 소리도 질렀다.

“야, 인마! 더러운 장난질 그만하고, 빨리 해치우지 못해?”

이후에도 계속 눈을 감고 있었기에 제대로 보지는 못 했지만, 오식이의 엉덩이를 문 샌드 웜은 톡톡한 대가를 치르고 죽음을 맞이했다.

“흐음….”

뭔가 좀 애매했다.

결과적으로는 문제가 없었지만, 과정이 그랬다.

속을 뒤집어 놓은 역겨움도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그런 지랄 같은 광경을 보여 준 오식이 녀석에게 짜증도 난 상태였다.

“야, 너는 한 번 더 해 봐!”

확인과 벌칙을 이유로 한 번 더 사냥을 시켰다.

결과는 비슷했다.

“흐으음….”

끔찍했던 기억을 되살리는 장면 따위는 없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발이 빠지고, 움직임에 제약을 받는 모습이 연출됐다.

‘아무래도 왕울이와의 컬래버레이션은 어렵겠는걸?’

움직임의 제약으로 샌드 웜과 좀처럼 떨어지기가 어려운 오식이였다.

윈드 커터의 범위와 절삭력을 고려했을 때, 녀석이 위험해질 수 있는 그림이 그려졌다.

“일단, 대기!”

오식이를 뒤로 물리고는 앞으로 나섰다.

이번에는 내 차례였다.

“후우우….”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화살을 장전했다.

이어, 가늘게 뜬 눈을 시전했다.

번뜩!

한참을 찾았지만, 샌드 웜의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

눈을 깊게 깜빡여 가늘게 뜬 눈을 해제하고는 아무것도 없는 모래밭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티잉!

쐐애애액….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화살이 모래밭에 꽂혔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쩝!”

씁쓸해지는 입맛을 다시고는 재차 화살을 장전한 뒤에 바로 발사했다.

티잉! 팅!

쐐애액! 쐐액….

두 발의 화살이 허공을 날다가 이내 모래밭에 박혔다.

이어, 2초쯤 지나 폭발했다.

퍼억!

왠지 허무함이 느껴지는… 놀이용 폭죽과 비교될 정도로 약한 폭음이었다.

폭발의 위력도 그만큼 작았다.

위로 치솟거나 사방으로 퍼지는 모래의 양을 따졌을 때, 폭발의 범위가 50센티미터쯤 됐을까?

그래서 그랬는지, 이번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너무 약했나?”

코끝을 찡긋하고는 다시금 화살을 날렸다.

당연히 파탄의 폭발력을 조금 높여서였다.

퍼어엉!

제법 큰 폭음과 폭발이 일었다.

폭발의 범위는 대략 1미터쯤?

이번에는 샌드 웜도 반응을 보였다.

츠츠츳….

곧장 가늘게 뜬 눈을 시전했다.

지면의 움직임을 따라 시선을 고정하고는 화살을 날렸다.

티잉!

쐐애액!

푸우욱!

명중.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의 멈춤에 이어 모래밭에 박힌 화살이 위로 솟구쳐 올랐다.

당연히 샌드 웜도 함께였다.

그 모습이 마치, 낚시에 걸린 물고기를 연상케 했다.

재차 화살을 날렸다.

역시나 더블샷에 이은 파탄이었다.

푸욱! 푹!

두꺼울지언정 딱딱함이 없는 껍데기라 화살의 박힘이 좋았다.

파탄의 폭발로 인해 연출될 모습도 나름의 기대감을 유발했다.

퍼어어엉!

강렬한 폭발음이 일었다.

동시에 샌드 웜의 몸뚱이도 터졌다.

예상했던 그림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보자마자 ‘아, 끝장났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놈이 입은 피해는 컸다.

두툼한 놈의 몸뚱이가 반 이상 날아갔거든….

‘최대치라면 흔적도 남지 않겠는걸?’

마음먹고 파탄의 위력을 높였을 때 어떤 광경이 펼쳐질지 예상됐다.

….

대강의 그림이 모두 그려졌다.

“린과 왕울이가 한 팀. 나랑 오식이는 각자 한다. 대신에 오식이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너무 무리는 하지 말고. 오케이?”

“네, 알겠습니다.”

“알았다.”

“알겠다.”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별도의 휴식 없이 바로 사냥에 돌입했다.

이렇다 할 큰 문제는 전혀 없었고, 시간이 갈수록 상황에 적응하며 보다 수월한 사냥이 이어졌다.

‘그나저나 이렇게 사람이 없어도 되나?’

던전에 들어오고, 사냥을 이어 간 지 꽤 시간이 흘렀다.

어렵지 않게 샌드 웜을 잡으며 조금씩 이동한 자리도 얼추 됐다.

하지만, 우리 외에 그 어떤 이도 볼 수가 없었다.

아무리 한적함의 끝이라고는 했어도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그런 내 의아함을 풀어 주기라도 하려 했던 것일까?

30분도 채 되지 않아 우리는 다른 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도 십여 명 이상 되는 무리를 말이다.

“어라?”

당장에 이상함을 느꼈다.

던전의 입구 쪽에서부터 온 것이 확실한 이들은 일말의 멈춤도 없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뭐야? 어떻게 저럴 수 있지?’

드넓은 모래밭에는 바글바글 하다고까지는 할 수 없었지만, 상당한 수의 샌드 웜이 서식하고 있었다.

그냥 눈으로는 확인할 길이 없었고, 근처까지 접근하거나 파탄의 폭발 같은 자극을 줘야만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데 그들은 전혀 샌드 웜의 공격을 받지 않은 채 이동 중이었다.

아니, 아예 그딴 것은 신경도 쓰지 않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말도 안 되고, 이해도 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흠….”

연신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들은 아무런 피해(?) 없이 모래밭을 가로질러 저만치 멀어져 갔다.

‘놓친 거라도 있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와 보니, 던전의 정보가 다소 빈약했던 것도 같았다.

당연히 일본 사이트를 통해 이곳 던전의 자료와 정보를 입수했다.

번역은 훌륭했고, 별다른 문제도 없었으며, 내용도 일치했다.

하지만, 내가 얻을 수 있었던 정보는 겁나게 한적하다는 것과 사막형의 던전이라는 것, 그리고 샌드 웜이 서식한다는 것과 놈에 관한 기본 정보 등이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겼다.

아니, 거기까지만 적혀 있었기에 뒤는 그다지 생각지 않았다.

‘이런 것도 종특이라 해야 하나?’

한국인은 정이 많아 남들에게 퍼주기를 좋아한다.

좋게 말해 그렇고, 조금 나쁘게 말하면, 오지랖이 넓어 과한 베풂과 참견, 나서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그것을 자랑하기 좋아한다.

해서, 자기가 겪거나 본 던전의 정보도 아는 거, 모르는 거, 들은 거에 자기 생각까지… 죄다 자랑하듯 떠벌리고, 기술한다.

보는 이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강한 신념이나 생각이 옳다고만 주장하는 경우가 많아 자칫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속된 말로 ‘ㅈ문가’라 칭하며, 무시하고, 반박하고, 키보드 배틀의 혈전을 벌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반면, 일본인은 조금 다르다.

워낙에 데이터를 중요시하는 타입이라, 기본 정보 면에서는 꼼꼼하게 기록이 잘 되어 있다.

하지만,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성향이 강해 자신만의 노하우나 비기 같은 것들은 쉽게 공유하지 않는다.

늘 어떤 꿍꿍이가 속에 들어찬 느낌이랄까?

던전의 정보도 마찬가지다.

더없이 깔끔하고, 충실하게 적힌 기본 정보들은 매우 훌륭하지만, 딱 거기까지였고, 그게 전부였다.

‘아, 한국 사이트에서 좀 더 찾아봤어야 했는데… 쩝!’

실수를 인정하고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뭐, 아직 늦은 것은 아니기에 문제 될 건 없었다.

‘어차피 시간도 늦었고, 돌아가서 다시 잘 찾아보면 되지!’

어느덧 해가 지려 하고 있었다.

그렇게나 뜨겁던 기온이 빠르게 식어 쌀쌀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자, 이제 돌아가자!”

미련 없이 사냥을 마치고는 던전을 빠져나왔다.

나오는 길에 또 한 무리의 팀을 마주칠 수 있었다.

….

근처 마을에 숙소를 잡았다.

시골에 가까운 터라 좋기보다는 그냥 깔끔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시장에서 사 온 먹거리로 저녁 식사를 마치고는 일찌감치 자리에 누워 정보들을 검색했다.

“흐음….”

시작부터 난항에 부딪혔다.

당연히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여겼던 한국 사이트에서 샌드 웜에 관한 정보를 전혀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대한민국에서는 샌드 웜이 나오는 던전이 생성되거나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젠장….’

어쩔 수 없이 일본 사이트를 뒤지고 또 뒤졌다.

어렵사리 몇 개의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호오… 그랬었군.”

그나마 가장 궁금했던 것들을 해소할 수는 있었다.

‘그래, 이거면 됐지 뭐….’

충분치는 않았지만, 그 정도로 만족해야만 했다.

….

다음 날.

느지막이 일어났다.

정오가 가까워진 시간이었다.

어제 사 둔 먹거리로 간단하게 아침 겸 점심을 챙겨 먹고는 숙소를 빠져나왔다.

오식이와 왕울이는 카드 속에 봉인했고, 린만을 대동한 채였다.

“주인님.”

“응?”

일어나서도 그렇고, 식사를 하는 중에도 그렇고, 지금까지도 내내 불안한 듯한 표정을 짓던 린이 결국에는 못 참겠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물어왔다.

“너무 늦게 움직이는 거 아닌가요?”

“괜찮아.”

“…??”

“내가 언제 허투루 말하고, 움직이든?”

“그건 그렇지만….”

린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린을 향해 씨익 웃어 주고는 다가오는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어디로 모실까요?”

“시내로 가 주세요.”

택시에 올라 목적지를 말하자, 린이 또다시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봤다.

“오늘은 던전에 들어가지 않는 건가요?”

“응? 아… 아니, 들어갈 건데?”

“예? 그런데 왜….”

“먼저 사야 할 게 있거든.”

“…??”

린은 궁금증과 답답함에 미치려 했다.

혼자만 아는 즐거움에 피식했다.

‘아마, 깜짝 놀랄걸? 킥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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