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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162화 (162/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162)

공항으로 향하기 전, 잠시 들렀던 곳이 있었다.

“얼마쯤 받을 수 있을까요?”

“에….”

앞에 선 남자의 표정이 똥을 씹은 듯했다.

난감함을 지우지 못하는 그에게 친절하게 말했다.

“전혀 부담 갖지 마시고 말씀하세요.”

“하하, 그러니 더 부담이 가네요.”

“그런가요?”

어깨를 으쓱하며, 슬쩍 고개를 돌렸다.

남자에게 똥 씹은 표정을 선사해 준 나의 트럭이 그곳에 있었다.

“이 정도면 어떻습니까?”

계산기를 두드린 남자가 금액을 제시했다.

트럭을 샀던 가격의 1/3쯤 됐다.

상태가 지랄 같긴 했지만, 조금 더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실랑이를 할 시간이 없음에 입맛을 한 번 다시고는 ‘콜!’을 외쳤다.

‘차비로는 넉넉하겠네.’

….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 한 가지를 더 해야만 했다.

예기치 않은 테스트로 늦어진 점심을 먹어야 했던 것.

왕울이 때문에 식당을 잡을 수 없었다.

이것저것 왕창 포장을 해서는 근처의 공원으로 향했다.

“우걱우걱! 와구와구! 쩝쩝! 허겁지겁! 쩝쩝짭짭!”

“우물우물… 꿀꺽… 할짝할짝….”

왕울이가 아니라 오식이 때문에 더 문제가 될 뻔했다.

쩝….

먼저 식사를 마치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제부터 줄곧 고민했지만,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은 선택지… 당장에 떠날 곳을 정하는 문제였다.

‘어디가 좋을까?’

솔직히 말해서, 어제까지만 해도 국내에 머물까 하는 생각이었다.

다시금 첩첩산중에 박혀 레벨 업에 집중하면 그만이겠거니 싶었다.

어차피 어느 정도만 단절한 채 꼭꼭 숨어 살면, 놈들이 나를 찾아낼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러다 문득, 해외는 어떨까 싶었다.

이런저런 것들을 따져 보게 됐고, 이쪽이 여러모로 낫겠다 싶은 결론에 도달했다.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았고, 내친김에 다른 나라 구경도 하자는 의미가 컸다.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갈 이유는 없었다.

그냥 가까운 중국과 일본 정도로도 괜찮았다.

나라마다 특징이 있고, 장단점이 있기에 고민이 되는 것이었다.

‘아, 결정 장애도 아니고… 에잇, 운명에 맡겨 보자!’

결국엔 직접 고르지 못하고, 운명(?)의 선택지를 따르기로 했다.

톡! 톡! 톡….

아이퐁 727로 항공권 예매를 시도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시간 후… 여기서 공항까지 가는 시간과 자투리 일정에 맞춰 가장 빠른 노선을 찾았다.

5분 차이로 패가 갈렸다.

예매까지 마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아! 가자, 얘들아!”

급히 공항으로 향했다.

* * *

3시간 후.

비행기가 공항에 착륙했다.

비행시간은 겨우 30분 남짓이었다.

처음 비행기를 타는 것이라 나름 설렜었는데, 기분을 만끽할 새도 없었다.

어쨌든, 우리… 아니, 지금은 나 혼자니까… 나는 일본의 오사카 공항에 있었다.

….

“아, 대체 뭐라는 거야?”

처음부터 커다란 문제에 부딪혔다.

언어의 장벽.

일본어도 안 되고, 영어도 안 됐다.

10여 분쯤 실랑이를 했을까?

그들도 답답했는지, 결국에는 통역기를 가져왔다.

보청기처럼 귓속에 하나를 삽입하고, 넥 밴드처럼 목에 착용하는 구형 장비였다.

게다가 공짜가 아니었다.

손짓 발짓 등을 통해 어렵사리 소통한 뒤, 돈을 내고는 통역기의 포장을 뜯어 착용할 수 있었다.

“일본에 얼마나 머무를 생각입니까?”

어쨌거나, 드디어 그들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됐다.

최대한 깔끔하고, 예의 바르게 답변했다.

굳이 지랄 같이 행동해서 그들의 심기를 긁을 이유는 없었다.

그랬음에도 입국 절차는 무척이나 까다로웠다.

타국의 헌터가 해외 던전 출입증까지 발급받아 왔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뭐가 됐든 간에 자국의 재산이라 볼 수 있는 던전을 공략하겠다고 온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것도 A 클래스 헌터가 왔으니, 경계를 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

‘아, 그냥 관광 비자로 올 걸 그랬나?’

판단을 잘못 했나 싶었다.

‘아니면, 중국으로 갔어야 했나?’

겨우 5분 차로 갈린 운명의 패도 영 꽝인 것 같았다.

하지만, 이때는 몰랐다.

앞선 두 개의 선택지와 결과가 진정 베스트였음을 말이다.

일단, 관광 비자로 일본에 왔다면, 던전 안은 구경도 못 하고, 진심 관광만 하다가 돌아갈 뻔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까다로운 입국 심사를 마치고, 일본에서의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

던전과 게이트 시대 이전의 일본은 꽤 잘나가던 나라였다.

역사적으로 대한민국과는 악연이 깊었고, 그로 인한 국가적 대립도 심각했었다.

누가 보고, 들어도 일본의 악행과 잘못이 컸지만, 상대적으로 강국이었던 일본의 입김에 대한민국은 늘 분통이 터져야 했고, 약자처럼 손해를 봐야만 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두 나라의 위치와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게 됐다.

그 시작은 자연재해로부터였으며, 이를 두고서 일본의 역사적인 만행과 뉘우침 없는 안하무인의 짓거리에 하늘도 노했다는 얘기가 만연하게 퍼졌다.

일본은 원체 지진과 해일 등에 피해가 심각했었다.

막말로 6에서 7 규모의 지진을 수시로 겪었다.

다른 나라… 제일 가까운 대한민국과 비교하자면, 거의 일상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일상이라고 여기긴 했지만, 그런 와중에 그들이 늘 걱정하고, 제발 그것만은 안 된다고 여기던 일이 정말로 일어나 버렸다.

시즈오카현을 직격으로 강타한 8.3 규모의 대지진.

그로 인해, 일본의 대표적 상징이자, 3776미터로 가장 높은 ‘후지산’이 폭발했다.

결과는 그들이 걱정하고, 두려워했던 것 이상으로 엄청났고, 처참했다.

천재지변의 악재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지진 이후의 해일과 여진….

게다가 신이 멸망이란 게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 주겠다는 듯 연이어 선사한 또 다른 대규모 지진에 일본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었다.

그야말로 ‘일본 침몰’.

수도였던 도쿄는 물론이고, 한때 원전 사고로 유명했던 후쿠시마를 비롯해 북쪽 지형의 일부, 남단의 기타큐슈와 후쿠오카, 도쿠시마와 마쓰야마 지역까지 지도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해서, 남게 된 일본의 국토는 오사카에서 히로시마까지의 중앙부와 최북단인 삿포로로 한 나라임에도 거의 단절이나 다름없는 두 개의 섬나라 형태가 되었다.

당연히 일본 경제는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국가들 사이에서 그동안 누리던 권위 등도 모두 사라졌다.

알면서도 침묵하던 그들의 만행을 손가락질과 함께 비판했고, 연일 사과와 보상을 강요하고, 종용했다.

대한민국을 포함한 몇몇 나라는 견디기 힘든 어려운 상황에서 더욱더 끈질기게 버티고, 이겨내는 놀라운 근본과 감춰진 힘을 갖고 있었다.

일본 역시 그랬다.

먼 옛날,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과 그로 인해 세계 2차대전에서 패망한 후에도 놀라운 경제 성장을 보이며, 세계의 정상 무리에 껴 입김을 발할 정도니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때도 그랬다.

때마침 던전과 게이트 시대가 열리며, 일본은 다시금 예전의 찬란했던 광명을 찾겠다고 발버둥을 쳤고, 엄청난 노력을 했다.

워낙에 종특적인 설레발이 문제가 되긴 했다.

하지만, 그만큼 높은 이상과 또 다른 종족 특성으로 볼 수 있는 방대하고, 치밀한 데이터 수집,

더불어 한때 세계 1위를 고수하던 게임 산업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며 빠르게 발전했다.

그러나 일본을 향한 신의 저주와 분노… 아니, 응징과 벌함은 는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재앙의 시작이 천재지변과 자연재해였다면, 그 끝은 ‘인재’였다.

던전과 게이트 시대의 전후를 통틀어 대한민국에게는 뼈아프고, 애잔한 동족상잔의 비극이 있었다.

한 핏줄이면서도 두 개의 나라로 지내야만 했던 남한과 북한의 얘기다.

역사와 정보는 말한다.

공산주의와 독재로 인한 북한의 사정이 얼마나 처참했는지를….

하지만, 나를 비롯한 몇몇 이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던전과 게이트 시대 이전, 경제 지표인 GDP는 물론이고, 군사력과 국가 권력까지 1위였던 미국을 상대로 더 없는 깡을 선보이며, 일명 ‘배 째!’ 타입의 정책을 펼친 나라.

속된 말로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는 말을 제대로 실천하던 ‘막가파 정신’의 최고봉.

더불어 NPT나 국제 여론 등을 철저하게 개무시하면서 당당하게 핵무기를 개발하고, 대량으로 보유하기까지 한 나라.

그것이 바로 북한이었다.

그러나 그런 깡의 나라 북한도 던전과 게이트 시대의 난항을 비켜 갈 수는 없었다.

아니, 겉으로만 강하고, 누구에게도 절대 기죽지 않던 으르렁거림과는 달리 너무나 취약한 내실에 새로운 시대의 적응은 고사하고, 시작부터 미친 듯이 흔들려야만 했다.

해서, 결국 북한이 선택한 최후의 수단은 일명 ‘누워서 침 뱉기’… 보유한 대량의 핵을 본국에 투하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국제적인 반발과 비난이 일었고, 그에 대한 끔찍한 결과 또한 자명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북한의 선택을 막을 수 없었다.

아니, 막거나 뭐 할 시간조차 없었다고 보는 게 옳았다.

‘내래, 이 종간나 새끼들을 모조리 불바다에 처박아 버리갔소!’라는 외침을 국제 통신으로 알린 뒤, 곧장 핵 버튼을 눌렀고, 북한이란 나라는 삽시간에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현재,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전면 통제 구역으로 설정된 곳이 되어 버렸다.

최후의 수단으로 본국의 영토에 대량의 핵을 터트리겠다는 결정을 내린 북한도 그 끔찍한 결과에 대해 충분히 예상을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아니, 당연히 알았다고 본다.

그러니,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을 자행했겠지.

버튼 하나에 같은 시각,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발사된 핵미사일은 북한의 전역을 타깃으로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그중 1/3쯤 되는 핵미사일은 전혀 다른 곳을 향해 날아갔다.

바로 일본의 최북단… 엄청난 천재지변에서 겨우 남겨진 삿포로를 향해서였다.

이미 상당한 거리 차를 둔 두 개의 섬나라로 살아가던 일본이었다.

또한, 새로운 시대에 맞춰 엄청난 노력과 함께 겨우겨우 경제 회복을 꿈꾸던 시기였다.

그러한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북한의 핵 공격은 진심으로 치명적이었으며, 손조차 쓸 수 없는 최악의 인재였다.

결국, 삿포로… 일본의 섬 하나도 북한과 함께 역사 속에서 지워졌다.

한때, 대한민국보다 4배쯤 컸던 일본 영토는 연속된 악재 속에 겨우 1/2 수준의 작은 섬나라가 되었다.

여전히 예전의 찬란했던 영광을 되찾겠다는 희망과 꿈은 버리지 않은 듯했다.

솔직히 내가 보기에는 어렵지 싶었다.

뭐, 전 세계가 매달리고 있고, 일본 역시도 철저하게 관리하며 주요 사업으로 지정한 던전 활동.

하지만, 그보다는 변태적인 성향을 바탕으로 한 성인물과 진짜 주특기인 애니메이션 사업에 더 열을 올리는 현재의 상황이라면, 아마 수십, 수백 년은 걸리지 않을까 싶다.

아닌가?

하나쿠 짱처럼 나름으로 유명하고, 잘 팔리는 애니메이션과 캐릭터를 계속해서 만들어 낸다면, 예상보다 빠른 결과를 얻을 수 있으려나?

‘아앗! 그러고 보니….’

잠시 잊고 지냈지만, 여전히 나의 궁극적인 삶의 목표이자 바람인 하나쿠 짱….

그녀의 출생지이자, 장모님의 나라가 일본인 것을 이제야 떠올렸다.

게다가 통관 절차나 배송 문제 등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다던 ‘하나쿠 MK. 0873’의 구매와 만남도 이곳에서는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더불어 생각난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맞다. 일본에는 그런 곳도 있다고 했지?’

바로 아이퐁 727을 꺼내 검색을 시작했다.

원하는 정보를 곧장 찾을 수 있었다.

“택시!”

줄줄이 대기 중인 택시를 굳이 소리쳐 부르며 잡아탔다.

그만큼 흥분되고, 신이 났으며, 설렜고, 급했던 터였다.

“여기! 여기로 가 주세요!”

택시 기사에게 아이퐁 727을 들이밀었다.

“예, 출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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