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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160화 (160/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160)

놈들이 모두 옷을 갈아입었다.

“자, 두 줄로 선다.”

줄을 맞춘 후, 놈들을 탑차의 컨테이너에 태웠다.

“허튼짓하는 놈은 봐주지 말고 바로 죽여 버려!”

오식이와 왕울이를 함께 태우며 진심 어린 으름장을 곁들였다.

린을 조수석에 태우고 차를 몰았다.

부우우웅….

4시간 이상을 쉬지 않고 달렸다.

다행히 컨테이너 안쪽은 조용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너무나 익숙한 곳이었다.

“이곳에 또 올 줄은 몰랐네.”

씁쓸히 혼잣말을 하며 탑차를 세웠다.

“자자, 줄 맞춰서 내려!”

컨테이너를 열고 놈들을 내리게 했다.

놈들의 표정과 몸짓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뭐, 내 알 바는 아니었다.

“여기는… 그르르….”

“또 왔다.”

왕울이와 오식이가 주변을 돌아보고 익숙함의 반응을 내비쳤다.

반대로 놈들은 죄다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야, 너! 너! 너….”

그나마 좀 멀쩡해 보이는 여섯을 추렸다.

앞선 만행 때문인지 지목을 받은 놈들이 하나같이 움찔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배낭을 메도록 해. 중간에 힘들면 알아서들 바꿔도 좋지만, 조심히 다루는 게 좋을 거야.”

준비를 마치고는 이동을 시작했다.

“다들 전진!”

린을 앞장세웠다.

놈들이 줄을 맞춰 따랐다.

오식이와 왕울이는 양쪽에 세웠고, 나는 제일 뒤에 섰다.

저벅저벅….

몇 년간, 몇십 번도 더 오르내렸던 길을 따라 이동했다.

인원도 많고, 놈들의 몸도 멀쩡하지 않은 까닭에 더딤을 감내해야만 했다.

거의 두 배나 걸려 예전 보금자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흠….”

이곳을 떠난 지 두 달 하고도 며칠이 더 지났다.

매우 익숙한 전경이었지만, 사뭇 다른 모습처럼 어색하기도 했다.

그동안 사람 손을 전혀 타지 않아, 자연 본래의 형태로 복구 중인 까닭이었다.

솔직히 듬성듬성한 잡초와 이끼 등으로 지저분한 느낌이 제일 강렬했다.

잠시 휴식을 취했다.

배낭 하나를 열어 안에 든 것들을 모두에게 나눠 줬다.

물과 통조림이었다.

남은 배낭들에도 같은 것들이 들어 있었다.

“자자, 다시 움직인다.”

30분 정도의 짧은 휴식을 취하고는 다시 이동했다.

왕울이가 있던 던전으로 향하는 게이트를 넘었다.

짧은 휴식을 반복하며 계속 전진했다.

더딘 이동으로 평소의 배나 걸려 최종 목적지인 5구역에 도착했다.

“아우우우우우우우….”

멀리서 우리의 방문을 인지한 듯한 긴 하울링이 들려왔다.

“왕울아.”

내 부름에 왕울이가 앞으로 나섰다.

고개를 하늘 높이 쳐든 녀석이 시동을 걸듯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이어, 우렁차고, 멋들어진 녀석의 하울링이 5구역 전체를 아우르듯 퍼져 나갔다.

“아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잠시 후, 엄청난 모래 폭풍과 함께 와일드 울프들이 몰려들었다.

그새 또 수가 불고, 채워진 모양이었다.

‘이상한 곳이라니까.’

내가 잘 모르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알려진 던전의 룰을 가볍게 무시하는 통에 절로 고개가 갸웃해졌다.

아무튼, 놈들이 우리 앞으로 진을 쳤다.

무리의 선두에는 은빛 와일드 울프가 자리하고 있었다.

“싸우려고 온 것이 아님을 알려.”

왕울이에게 내 말을 전달하도록 일렀다.

녀석이 와일드 울프들을 향해 으르렁대고, 컹컹거렸다.

놈들이 한바탕 난리를 피워댔다.

하지만, 은빛 와일드 울프가 나서서 놈들을 진정시켰다.

‘되긴 되는군.’

돌아가는 상황에 살짝 안심이 됐다.

이제 와 말하지만, 솔직히 나도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나와 서약을 맺은 왕울이는 완전한 내 편이 되고, 한때 같은 편이자 동족이었던 놈들과는 바로 적대 관계가 된다.

지금도 다른 와일드 울프들은 나와 왕울이를 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이빨을 드러내고, 눈빛에는 살기를 띠고 있었다.

왕울이도 내 명령이 떨어지면, 당장에라도 와일드 울프들을 향해 공격을 퍼부을 터였다.

린이 클린들을 향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 왕울이와 와일드 울프를 중재하는 역할이 은빛 와일드 울프였고, 그것에 일말의 모험을 걸자는 것이 내 계획이었다.

만약, 계획이 틀어졌다면?

그때는 뭐… 피바람이 한바탕 불었겠지?

어쨌든, 무모해 보이는 계획이 통하는 분위기였다.

이어진 얘기도 잘 됐다.

얌전해진 와일드 울프들의 호위(?)를 받으며, 5구역의 안쪽으로 이동했다.

구역의 가장 끝부분에 데려온 놈들을 모아 놓고는 큰 소리로 말했다.

“이곳이 당분간 네놈들이 머물 곳이다.”

내 말에 놈들이 수군거렸다.

당황스러움이 말이 아닐 게 당연했다.

아랑곳없이 계속 말을 전했다.

“기간은 일주일이다. 넉넉지는 않지만, 식량도 있다. 아껴서 먹는다면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양이다.”

모두의 시선이 한 곳에 옮겨 놓은 배낭으로 향했다.

“얌전히 있으면 목숨은 보장한다. 더불어, 일주일 후엔 네놈들에게 자유가 주어진다. 뭐, 그 전에 참지 못하고 허튼짓을 한다면… 결과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말을 하며 뒤를 돌아봤다.

놈들의 시선도 나를 따랐다.

엄청난 수의 와일드 울프들이 뭔가를 노리고 있음을 대놓고 드러내며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다들 기억하겠지만, 와일드 울프의 레벨은 12였다.

놈들의 평균 레벨은 25 내외.

두 배쯤 되는 격차가 있으니, 크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대가리 수가 맞아야 통하는 말이다.

상대할 수 있는 수 이상이 덤벼들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성치 않은 몸의 페널티까지 짊어진 상황이라, 더더욱 몸을 사리고, 내 말을 들어야 할 처지였다.

놈들에게 전했던 말처럼 와일드 울프 쪽에게도 확실하게 부탁을 해 둔 상태였다.

일주일만 놈들을 감시하다가 풀어 주라고 말이다.

또한, 허튼짓을 하는 놈들이 있으면 알아서 처리하라고도 했다.

아무런 대가도 없이 부탁만 하는 처지였다.

와일드 울프 쪽의 안전도 생각해 줘야 했다는 소리다.

“얘들아, 한 번씩 꺾어 줘라.”

린과 오식이가 놈들의 멀쩡한 쪽 다리와 팔 등을 꺾어 놨다.

처절한 비명이 한동안 계속 이어졌다.

그 사이, 정인수를 따로 불러냈다.

“다시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

“….”

“네게는 구차한 변명처럼 들릴 테니, 자세한 얘기도 하지 않겠다.”

“….”

“뭐, 너도 조직에 있으니 대충 알 것 아냐? 당시에 나와 정인영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을지 말이야.”

“….”

정인수는 계속 침묵으로 일관했다.

잠시 틈을 주고는 챙겨 왔던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안에는 AIR WIND가 들어 있었다.

상자를 열어 본 정인수가 얼굴에 물음표를 그리며 나를 쳐다봤다.

“네 누나의 유품쯤으로 생각하고 받아, 어차피 나한테는 쓸모가 없으니까.”

또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고개를 숙인 정인수의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흠흠… 아수라 스워드는 니들 보스에게 내가 직접 전달하겠다.”

“…??”

“뭐, 당장은 아니고 때가 되면 말이야. 솔직히 아직은 자신이 없거든.”

“…??”

정인수가 연신 물음표를 그린 채 내 얼굴… 정확히는 입술만 쳐다봤다.

다시 말했다.

“때가 되면 분명히 찾아간다. 그리고 철저하게 빚을 갚아 준다. 이자까지 확실하게… 아, 물론 정인영의 복수는 아니야….”

“….”

멋쩍음에 입맛을 다신 뒤, 사족 같은 말을 덧붙였다.

“그저, 그때의 일부터 오늘의 일까지 내가 당한 만큼만 갚아 줄 거야. 그러니 이상한 오해 같은 건 하지 마.”

말을 하고 나니 더 민망하고, 멋쩍어졌다.

또다시 괜한 헛기침을 해대야만 했다.

계속해서 침묵으로 일관하던 정인수가 머뭇거림을 내비치며 입을 열었다.

“무, 물어볼 게 있어.”

“뭐지?”

“누나에게 듣기로 그때의 넌 그리 강하지 않았다고 했다.”

“음… 맞아, 네 누나처럼 뻥을 쳤지만 1레벨이었으니까.”

정인수는 내가 1레벨이었다는 말에 상상도 못 했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그가 다시 말했다.

“갑자기 나타나서 누나를 공격했다는 오크는….”

정인수의 시선이 오식이를 향했다.

곧장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오크는 녹색 피부가 특징이잖아.”

“흐음….”

“뭐, 그때 나를 도와준 건 오크가 맞아. 파악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직업이 테이머거든.”

“….”

“근데 아무래도 오크는 길들이기가 어렵더라고. 이후에는 나도 공격을 받을 뻔해서 그냥 놔줘 버렸어.”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거짓말을 술술 뱉어 냈다.

이토록 애써서 거짓말을 늘어놓는 데는 카드 소환사라는 나의 특별한 직업을 숨기는 것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다른 이유가 더 컸다.

정인영을 그렇게 만든 게 오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정인수의 원한이 그대로 옮겨질 것 같았던 것.

나름 오식이를 위하고, 생각한 나의 뜻깊은 배려라고나 할까?

흠흠.

이런 나의 거짓말이 통한 것인지 아닌지 모호했다.

정인수가 의심의 빛을 좀처럼 지우지 못하고 있는 게 뻔히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로서는 당장에 확인할 길이 없었으니까.

끝내는 포기한 듯 고개를 살짝 흔들어 보인 정인수가 다시 말했다.

“뭐, 그렇다고 치지… 그럼, 지금 네 레벨은 몇이나 되지? 말해 줄 수 있나?”

“네가 짐작하는 레벨은?”

“음… 아무리 못해도 45쯤?”

“비슷해, 그보다는 조금 더 높아.”

“아아….”

정인수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질문이 이어졌다.

“어찌하면 그토록 빨리 강해질 수 있지?”

질문 속에는 간절한 바람 같은 게 깃들어 있었다.

어째 사실을 말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어차피 알려 줘도 쓸모가 없을 터라 그냥 대충 넘겨 버렸다.

“음… 운이 좋았어. 노력도 무지하게 했고 매일 같이 던전에서 살았거든.”

거짓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중요한 부분들이 왕창 빠져 있었다.

정인수로서는 들으나 마나 한 대답일 터였다.

대번에 실망한 빛을 내비친 그가 영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정인수의 눈치를 살짝 보며 물었다.

“왜? 빨리 강해지고 싶어?”

“다, 당연하지.”

“어째서? 설마, 나한테 복수하려고?”

“그, 그건….”

정인수가 당황한 듯 말을 잇지 못했다.

피식하고는 다시 말했다.

“꿈도 꾸지 마, 네가 지금의 날 따라잡을 때쯤엔 나는 그보다 훨씬 더 높은 곳에 있을 테니까!”

빈말이 아니었다.

더불어 지금의 나는 새로운 목표 때문에라도 다시금 불같이 달리고, 또 달려 나갈 예정이었으니까.

“치잇….”

정인수가 혓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렸다.

아직 뭔가 할 말이 더 남은 듯 보였다.

문득, 떠오른 생각도 있었다.

해서, 조심스레 물었다.

“설마… 너도 조직에게 복수할 생각이냐?”

물음에 대답을 하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그래 보였다.

오지랖이 발동했다.

“아서라, 목숨 아까운 줄 알아야지.”

내 오지랖에 정인수가 발끈했다.

“어차피 돌아가면 난 죽어.”

“응? 왜? 조직에 대해 발설해서?”

분명, 그렇다고 했었다.

정인수가 조직에 대해 털어놓는 것을 보고, 들은 증인도 여럿이었다.

“그것도 그렇지만… 너를 놓친 게 문책의 가장 큰 이유가 되겠지.”

“흐음… 그럼, 돌아가지 않으면 되잖아?”

“뭐라고?”

“아니, 죽을 걸 뻔히 알면서 거기로 왜 다시 기어들어 갈 생각을 하는 건데? 네가 생각해도 웃기지 않아?”

그랬다.

굳이 정인수가 호랑이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갈 이유가 없어 보였다.

내 생각을 더 어필했다.

“아니, 막말로 너 정도 레벨이면 혼자서 돌아다니고 레벨 올리는 것에 부족함이 있나?”

“….”

“세상… 아니, 우리나라만 해도 버려진 채 아무도 찾지 않는 던전이 수두룩하다고. 그런 곳에 몰래 틀어박혀서 죽어라 레벨을 올려. 그러면 언젠가는 복수든 뭐든 할 수 있지 않을까?”

너무나 당연할 법한 얘기를 해댔다.

정인수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얘기를 듣는 듯했다.

‘머저린가?’

이해하기 어려운 반응에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 나를 바라보던 정인수가 말했다.

“도, 도와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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