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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152화 (152/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152)

부우우웅!

콰아아앙!

오식이가 마리안느 코어를 부쉈다.

이내 저택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우르르르….

격한 흔들림과 함께 세찬 바람이 불어왔다.

정신이 혼미해졌고, 잠시 감았던 눈을 뜨니, 어느새 정원에 있었다.

본능적으로 주위를 빠르게 둘러봤다.

휙! 휙!

조용했다.

평온 그 자체라고 봐도 좋을 만큼 고요했다.

이어, 생각했다.

‘이대로 끝인가?’

물음표가 끝나기 무섭게 신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정산….

저주받은 저택 4층의 클리어 보상이 이제야 주어진 것이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연이은 레벨 상승의 알림이 들려왔다.

나와 린, 오식이가 모두 49레벨이 됐다.

“오….”

“아….”

“크륵!”

셋이 눈빛을 주고받으며 탄성을 흘렸다.

너무 빠른 감탄이었고, 자축이었다.

다시금 레벨 업을 알리는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어라?”

지금 타이밍에 클리어 보상(경험치의 정산)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운이 좋다면 1레벨 정도… 아니, 솔직히 말해서 레벨 업까지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현재 우리의 레벨 수준이 너무 높았으니까.

그런데 1레벨도 아니고 2레벨이나 업이 된다?

제아무리 경험치 두 배의 옵션을 염두에 둔다고 해도 이건 말이 되지 않았다.

바로 확인을 하기 위해 상태창을 띄웠다.

그사이에도 신비한 목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스킬 ‘교감’의 숙련도가 오릅니다.]

[숙련도 상승으로 교감의 범위가 소폭 늘어납니다.]

[숙련도 상승으로 교감의 파장이 소폭 강해집니다.]

[스킬 ‘소환’의 숙련도가 오릅니다.]

[숙련도 상승으로 소환 시간이 소폭 단축됩니다.]

[스킬 ‘봉인’의 숙련도가 오릅니다.]

[숙련도 상승으로 봉인 시간이 소폭 단축됩니다.]

10레벨 단위로 추가되던 기본 스킬의 숙련도 상승 알림이었다.

뭐, 그래 봤자 딱히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기에 그러려니 했다.

“쩝….”

입맛을 다셨다.

뜻밖에 2레벨이나 업이 된 것을 의아해하며 확인하기 직전이었다.

아직 상태창을 들여다보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레 50레벨이 된 것을 알게 됐고, 정말로 2레벨이 올랐다는 것도 파악됐다.

‘그래도 확인하자.’

이왕 열었으니, 직접 눈으로 확인하려 했다.

그런데… 끝난 줄 알았던 신비한 목소리가 다시 이어졌다.

[50레벨 달성으로 스킬 ‘교감’의 봉인된 옵션이 해제됩니다.]

[스킬 ‘교감’의 수동화가 가능해집니다.]

“에에?”

무엇을 말하는지 알 듯 말 듯한 느낌.

일단, 의아함과 놀람을 겸한 반응을 크게 뱉어 냈다.

당장에 스킬창을 열어, 교감 스킬을 터치했다.

“헐….”

이전의 것과 상당히 달라져 있었다.

교감 스킬의 숨겨진 옵션인 수동화에 관해 제법 자세한 설명이 적혀 있는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의문으로 가득했던 교감 스킬 자체에 관한 설명도 추가되어 있었다.

슥슥….

일단, 빠르게 눈으로 훑어보고 다시 정독했다.

[경고!]

[던전의 활동이 정지됩니다.]

[제한 시간 내에 던전을 탈출하세요.]

[제한 시간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4시간 후입니다.]

던전의 완전 클리어로 인한 경고와 알림 메시지가 들려왔지만, 신경도 쓰지 않았다.

시간은 여유로웠고, 그동안 궁금했던 부분들을 속 시원하게 해소해 주는 설명이 내게는 더 중요했으며, 흥미를 마구마구 끌었기 때문이었다.

“호오, 그랬구나… 흐흐!”

탄성과 웃음을 연발하며, 아예 자리까지 깔고 앉아 교감 스킬의 설명을 외우듯이 정독했다.

….

교감이란 스킬을 통해 내가 던전의 괴물들과 연결이 되고, 상대가 좋아하거나 원하는 것을 들어주면 서약과 함께 동료가 된다는 것은 다들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더불어 교감 스킬이 발동되는 조건은 거의 무작위… 신비한 목소리를 통한 알림에서조차 ‘특별한 상황에 의해 발동’한다는 정도로만 얘기하고 있었다.

그 특별한 상황이란 게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많은 생각을 했었다.

이미 동료가 된 오식이나 린, 냥이와의 교감이 이루어지기 전 상황은 물론이고, 동료가 됐다가 떠나 버린 귀염둥이나 꼬시지 않았던 뿔토끼와 버섯돌이의 상황도 체크했다.

하지만, 별다른 공통점이나 이유 등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해서, 나름의 짐작 정도로만 예상하고, 그러지 않을까 하는 수준에서 생각을 멈춰야 했다.

놀라운 건 내 짐작과 예상이 얼추 맞아떨어졌다는 것이었다.

뭐, 워낙에 다방면으로 짐작하고,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상황까지 예상을 했기에 겨우 범주 안에 들었다거나 때려 맞췄다고 하는 게 더 옳은 말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설명을 통해 정확히 알게 된 교감 스킬의 특별한 상황이란, 나와 상대(괴물)의 파장이 맞음을 말하고 있었다.

그것도 95% 이상 일치할 때에만 자동으로 발동이 된단다.

던전 안에 서식하는 불특정 다수의 괴물 중에서 나와 파장이 95% 이상 일치하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을 터였다.

아니, 흔한 건가?

상대한 괴물의 종을 따졌을 때는 그나마 확률이 있었고, 그 수를 따졌을 때는 극악의 수준이라 볼 수 있었다.

‘흠… 모르겠다. 어쨌거나 케미가 좋았던 이유는 확실하네!’

솔직히 보자마자 서로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인간과 괴물 사이다.

게다가 습성과 식성은 물론이고, 언어와 생활 터전까지 제각각이다.

나와 녀석들도 그렇지만, 녀석들 사이도 따져야 할 부분이었다.

그런데 오식이도 그렇고, 린도, 냥이도… 무진장 티격태격하면서도 상당히 사이가 좋았다.

처음부터도 제법 그랬고, 시간이 갈수록 더욱 돈독해졌다.

파장이란 게 정확히 무엇인지 정의할 순 없지만, 아무튼 서로 간에 뭔가 통하고 맞는 것이 있으니까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어쨌든.

교감 스킬의 자동화 버전과 조건은 그랬다.

흔한지 아닌지 모호하다고는 했지만, 파장의 95% 일치는 사실 높은 수치였다.

게다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어떤 녀석이랑 이루어질지 미지수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 단점들을 보완한 것이 이번에 해방된 수동화 버전이었다.

일단, 수동화 버전의 교감은 말 그대로 내가 직접 괴물에게 교감을 걸 수 있음을 말했다.

하지만, 무조건은 아니었다.

여기서도 파장의 일치… 50% 이상이라는 조건이 붙었다.

이는 옵션의 해방과 함께 저절로 확인이 가능해졌다고 하는데, 어떤 방식인지는 아직 알 수가 없었다.

더불어 거리 제한도 있었다.

50센티미터… 게다가 팔을 뻗어 대상을 터치한 상태에서 스킬을 시전해야만 했다.

‘겁나 위험한 거 아닌가?’

아무리 봐도 그랬다.

그러나 그에 대한 안전장치는 있었다.

파장이 50% 일치하고, 거리의 조건까지 맞춘 뒤라면, 교감 상태가 100% 진행되기 때문이었다.

교감이 이루어지면, 하얀 방으로 이동해 대상과 서약을 위한 딜을 하게 된다.

방식은 자동이나 수동이나 똑같다.

그러나 서약을 맺을 확률에서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정확히는 일치하는 파장의 수치가 높을수록 확률도 높았다.

왠지 당연하게 여겨지는 부분이었다.

딜을 성공하고, 서약을 맺으면 동료가 된다.

하지만, 실패했을 때에는 페널티가 적용된다.

교감 상태가 풀어지고, 하얀 방에서 현실 세계로 돌아오며, 약 10초 간의 경직 상태가 되는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까….’

이전에도 그랬던 것 같다.

순간, 식겁함이 목덜미와 등줄기를 타고 싸늘하게 흘렀다.

딜에 실패했던 뿔토끼와 버섯돌이.

뿔토끼는 오식이가 붙들고 있었다.

버섯돌이는 거리가 있기에 피해가 없었다.

딜에 성공한 냥이나 귀염둥이였지만, 실패했더라도 나름 안전한 상황이긴 했었다.

그러나 오식이와 린은 사정이 달랐다.

특히나 오식이 때는… 정말이지 위험천만 그 자체였다.

1레벨의 쓰레기였던 당시의 내게 무려 30레벨의 오크 앞에서 10초 간의 경직이란 그냥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일 테니 말이다.

‘흐미….’

좀처럼 가시지 않는 싸늘함을 애써 달랬다.

그러고는 지금껏 몰랐던 탓에 신경 쓰지 않았던 이 위험천만하고, 지랄 같은 부분을 해결할 방법을 찾았다.

‘아, 있다.’

다행이었다.

이번에 생긴 것인지 아니면 이전에도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교감 스킬의 자동화 버전을 활성화하거나 비활성화할 수 있는 장치가 있었다.

당연히 바로 비활성화 상태로 전환 시켰다.

….

교감 스킬의 확인을 끝내고는 상태창을 열어 50레벨도 확인했다.

바닥에 닿아 있던 엉덩이의 감각이 묘한 것이 시간이 꽤 많이 흐른 모양이었다.

“이제 슬슬 돌아가 볼까?”

혼잣말처럼 작게 말했다.

린과 오식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반응했다.

툭….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바닥으로 뭔가가 떨어졌다.

상자… 리차드가 준 검은색 상자였다.

“아, 이게 있었지?”

허리를 구부려 상자를 주워 들었다.

곁으로 다가온 린이 관심을 보였다.

오식이는 돌아갈 생각이 먼저인 듯싶었다.

피식하고는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반짝….

상자 안에는 엄지손톱만 한 크기의 노란색 보석이 박혀 있는 반지가 하나 들어 있었다.

“엇!”

나도 모르게 놀라움의 소리를 토해 냈다.

반지나 보석이 꽤 비싸 보이는 것도 있었지만, 그 때문만은 아니었다.

“왜 그러세요?”

내 반응에 린이 물었다.

대답 대신에 급히 셔츠의 목 단추를 풀고 안에 입은 전투 타이츠의 지퍼를 명치까지 내렸다.

그리고 그 안에 든… 목에 착용하고 있던 목걸이를 꺼냈다.

“앗!”

린이 반응했다.

내가 반지를 보자마자 보인 반응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반지에 박힌 보석과 목걸이에 달린 보석의 크기와 생김새가 너무나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노랑과 빨강의 색만 다를 뿐이었다.

“이, 이건….”

“그래, 내가 저번에 말했잖아. 그리느브래크에서 받은 거라고 말이야!”

그랬다.

기억의 돌로 인해 넘어가게 된 과거의 오크 세계 그리느브래크.

그곳에서 만난 어린 친구이자, 그리느브래크 최초의 신녀인 세타니에게서 받은 목걸이였다.

물론, 여전히 린과 오식이는 그때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것과 이게 왜….”

“그건 나도 모르지.”

영문 모를 일이었다.

전혀 다른 곳에서… 게다가 어떠한 교점도 없는 상황에서 얻은 두 개의 액세서리에 박힌 보석이 이토록 닮아있다는 것이 너무나 이상하고 신기했다.

세타니에게 받은 목걸이를 감정 머신에 넣어 확인해 봤었다.

모든 항목에 ‘?’가 떴었다.

정확한 정보는 물론, 어떠한 정보도 등록이 되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결과였다.

다시 말해, 그 어떤 이도 세타니의 목걸이나 보석을 얻은 적이 없다는 얘기나 다름이 없었다.

보석상에도 들렀었다.

그 바닥에서 30년 이상이나 됐다는데, 처음 본다는 얘기를 들었다.

정밀 검사를 해 봐야겠지만, 아마도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광물일 거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꽤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팔기를 권했었다.

당연히 팔지 않았다.

뭐, 특별한 옵션이나 능력 같은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냥 걸고 다니기로 했다.

세타니와의 우정과 추억을 기리면서 말이다.

그런데 그와 비슷한 보석이 박힌 반지를 이렇게 또 얻게 되다니….

그것도 남들은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아직 밝혀진 바도 없는 특별한 상황 속에서 얻은 것들이라 분명 뭔가가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진하게 들었다.

“흐음… 아닌가?”

뭐, 아니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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