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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150화 (150/240)

각성하니 소환수가 생겼다 (150)

그렇지 않아도 살벌하기 그지없는 마리안느의 얼굴이 더욱더 일그러져 보기가 좋지 않았다.

현재 느끼는 고통과 괴로움이 얼마나 클지 짐작이 될 정도였다.

‘그런데 왜?’

그게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화살을 맞고, 파탄의 폭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은 천장의 정체 모를 것이었다.

그것이 소금 비를 맞은 연체동물처럼 난리가 난 것까지는 이해가 돼도, 아무런 해도 입지 않은 마리안느까지 저토록 괴로워한다는 것은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뭔지는 몰라도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자!’

마리안느를 공격하지 말라던 린의 적극적인 만류와 현재 상황을 대충 버무려 생각하기로 했다.

뭐가 됐든 간에 정체불명의 것과 마리안느가 연결되어 있으니, 이대로 공격을 이어 나가면 될 일이었다.

“오식아, 앞을 막아!”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오식이가 자리를 옆으로 이동했다.

이제는 좀 나아진 듯했지만, 여전히 괴로움을 표하고 있는 마리안느와 마주했고, 나와 린을 보호하는 위치였다.

녀석의 움직임을 확인하고는 미리 당기고 있던 활시위를 거침없이 놓았다.

끼기긱….

티잉! 팅!

쐐애액! 쐐액!

두 발의 화살이 빠르게 날아갔다.

꿈틀거림이 확연하게 줄어든 정체불명의 것에 다시금 화살이 박혀 들어갔다.

물론, 파탄의 폭발도 함께였다.

퍼어어엉!

정체불명의 것이 미친 듯이 발버둥 쳤다.

마리안느의 찢어지는 비명도 이어졌다.

“꺄아아아악!”

약간이지만, 강렬하게 뿜어대던 기운도 다소 주춤해진 듯했다.

틈을 주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화살을 활시위에 걸었다.

재빨리 조준을 위해 고개를 들었다.

“…?!”

순간, 정체 모를 것의 모양새가 시야에 들어왔다.

‘소, 손?’

그것은 거대한 손….

다섯 개의 손가락을 꿈틀대고 있는 손이었으며, 손목까지만 드러난 형태였다.

‘왜 몰랐지?’

정체 모를 것이 손이라는 걸 깨닫자, 이번에는 그것을 미처 알아보지 못한 게 이해되지 않았다.

‘아무리 살펴봐도 모르겠더니만… 쩝!’

이제는 어떻게 봐도 손 외의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더불어 확연하게 손의 모양새가 드러난 이유를 파악했다.

마치, 카멜레온처럼 천장과 어우러져 꿈틀대던 것이 파탄의 영향으로 잔해물과 하얀 연기 등에 오염(?)되어 보호색을 잃은 결과 때문이었다.

어쨌든.

그거의 정체가 손이건 말건 간에 딱히 달라질 것은 없었다.

지금은 열심히 공격만 하면 될 타이밍이었으니까.

해서, 거침없이 화살을 날려댔다.

쐐애액! 쐐애액….

퍼벅! 퍽!

퍼어어어어엉!

파탄의 폭발이 거대한 손은 물론, 남아 있던 화살과 저택의 천장에까지 영향을 줬다.

온갖 잔해물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고, 그만큼의 피해가 고스란히 누적됨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었다.

하지만, 더한 볼거리는 따로 있었다.

바로 마리안느였다.

“샤하아… 사하아아….”

화살은커녕, 제대로 된 공격 한 번을 당하지 않은 마리안느는 완전히 녹초… 아니, 걸레가 되어 있었다.

강렬하게 뿜어대던 살벌한 기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상태였고, 몰골은 무차별한 난도질 내지는 며칠을 개고생하고 난 뒤의 모습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너덜너덜했다.

‘이대로 끝나겠는걸?’

상황도 곧 끝날 듯싶었다.

애초부터 마리안느와 직접 부딪치고, 맞서서 싸웠더라면 훨씬 더 빨리 끝났을 것도 같았지만, 지금도 그리 나쁘지는 않은 결과였기에 그러려니 했다.

예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연이은 파탄의 공격에 거대한 손이 모든 힘을 잃은 듯 축 늘어져 버렸다.

동시에 마리안느도 풀썩하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 순간!

“…?!”

마리안느의 머리 위로 반짝이는 무언가를 포착했다.

처음엔 잘 못 봤나 싶었다.

찰나의 반짝임 뒤에 그대로 사라진 탓이었다.

재빨리 가늘게 뜬 눈을 시전했다.

부릅!

바짝 당겨지고, 확대된 시야에 다시금 반짝이는 그것이 잡혔다.

금색의 실이었다.

그것도 다섯 줄이나 되는….

“린!”

급히 린을 부르고 상황을 설명했다.

“마리안느의 머리 위로 금색의 실이 보여! 다섯 줄이나 돼!”

“앗! 그, 그거에요. 잘라 내야 합니다.”

“오케이!”

곧장 움직였다.

앞서 있던 린을 지나치며 엘프의 활을 넘겼다.

오식이를 지나치면서 아수라 스워드를 뽑아 들었다.

쓰러진 마리안느 앞에 서서 힘차게 검을 휘둘렀다.

촤아아아악!

티딩! 팅! 팅….

미세한 버팀의 느낌과 함께 금색의 실이 모두 끊어졌다.

그와 동시에 상체를 조금이나마 세우고 있던 마리안느가 완전히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스르륵….

그리고 이내 희미해지며 자취를 감췄다.

‘끄, 끝?’

끝인 것 같으면서도 모호한 느낌에 고개를 갸웃했다.

순간, 이전에 느꼈던 섬뜩함이 확 느껴졌다.

뭐 하나 따질 것도 없이… 그저, 본능적인 감으로 바닥을 박차며 자리를 피했다.

쿠우우우웅!

내가 서 있던 자리 위로 거대한 무언가가 떨어져 내렸다.

손… 천장에 있던 거대한 손이었다.

‘뭐, 뭐야?’

식겁하게 놀란 마음으로 천장을 쳐다봤다.

축 늘어진 거대한 손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다시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나를 노리고 떨어져 내렸던 거대한 손도 그대로 있었다.

아니, 움찔거리고 꿈틀대며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왼손?’

그랬다.

지금껏 파탄의 공격을 받고서 너덜너덜해진 거대한 손은 오른쪽 손이었다.

그런 나를 향해 떨어져 내렸던 손은 왼쪽 손이었다.

‘맞아, 손은 두 개지….’

굳이 가져다 붙일 이유 없는 타당성을 떠올리다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보다는 새롭게 나타난 적… 역시나 어떠한 정보도 없는 탓에 살짝이 난감함을 불러일으키는 거대한 손의 공략법을 찾아야 하는 게 우선이었다.

‘어쩌지?’

의문과 함께 바로 답이 나왔다.

‘어쩌긴 뭘 어째? 조져야지!’

빠른 판단과 결론을 내리고는 서서히 허공으로 떠오르는 거대한 손을 향해 달려들었다.

내 명령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 분명한 오식이와 린을 향해 소리치면서였다.

“다들 공격해!”

등 뒤로 오식이와 린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거리상으로 봐도 그렇고, 몸을 날린 뒤에 공격을 지시한 순서도 있기에 거대한 손에 제일 먼저 닿은 것은 나였다.

파앗!

적당한 거리에서 점프했다.

동시에 머릿속으로 스킬을 떠올렸다.

‘끊어치기!’

아수라 스워드를 잡은 양손과 팔이 머리 뒤로 넘어갔다.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 힘이 가득히 실린 공격이 거대한 손을 향해 작렬했다.

촤아아아악!

콰아아아아아!

묵직한 타격과 반동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이이익!”

온몸에 힘을 주며 아수라 스워드를 내리 긁었다.

그그그긋….

진득한 느낌과 함께 몸이 아래쪽으로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이내 대미지를 입고서 몸부림을 쳐대는 거대한 손의 거친 움직임에 좌우로 몸이 흔들렸다.

“크으읏!”

본능적으로… 또, 필사적으로 아수라 스워드를 움켜잡았다.

온갖 지랄 같은 생각이 마구잡이로 떠올랐다.

격렬함에 아수라 스워드를 놓치는 상황.

놈의 몸부림과 나의 버팀을 견디지 못해 아수라 스워드가 부러지는 상황.

어느 쪽이든 간에 나가떨어지고, 내동댕이쳐지는 뭐 같은 그림이 될 터였다.

‘아, 안 돼!’

지랄 같은 상황을 겪지 않을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스스로 손을 놓고, 몸을 건사하는 것!

스윽….

바로 아수라 스워드를 놔 버렸다.

즉시 몸이 뒤로 튕겨 나갔다.

허공에서 한 바퀴 몸을 회전하고는 안전하게 바닥에 착지했다.

거대한 손을 향해 몸을 날리는 오식이와 린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우우우웅!

오식이가 먼저 거대한 손을 향해 공격을 날렸다.

놈의 엄지손가락을 향해서였다.

뻐거거거걱!

괴상한 소리와 함께 놈의 두툼한 엄지손가락이 뒤로 꺾였다.

“이야아압!”

린의 공격도 이어졌다.

오식이보다 한층 더 높이 날아오른 린이 뒤로 꺾인 놈의 엄지손가락을 먼지떨이로 힘껏 내리쳤다.

빠가가가각!

역시나 끔찍하고, 괴상한 소리를 내며 놈의 엄지손가락이 제자리로 돌아갔다.

‘부러졌군!’

기묘하게 뒤틀린 모양새가 딱 봐도 부러진 것이 확실해 보였다.

‘나도 손가락을 노렸어야 했나?’

선빵의 선택이 잘못됐음을 살짝 후회했다.

고오오오오….

여러 차례 공격을 당하면서도 천장까지 다다른 거대한 손이 나름의 강대한 기운을 뿜어냈다.

무언가를 주무르듯 손가락들을 꼼지락거리기도 했는데, 역시나 부러진 모양인지 엄지손가락은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얘들아, 손가락이다. 하나씩 분질러 버려!”

….

다시 말하지만, 거대한 손에 대한 정보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해서, 처음 등장할 때부터 난감했고, 내심 놀랐었다.

놈의 레벨이 몇이나 되는지, 얼만큼의 힘과 능력치를 가졌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고, 대응법이나 공략법 등도 몰랐으니 말이다.

하지만, 괜한 기우에 불과했다.

놈은 결코 우리의 상대가 될 수 없는… 그냥 허접한 쓰레기였다.

아니, 우리의 힘과 능력치가 너무 막강했다고 보는 게 옳을까?

어쨌든….

거대한 손의 공격은 딱 하나뿐이었다.

제법 강렬한 기운을 모으다가는 목표를 정하고 냅다 내리꽂으며, 압살하려는 게 전부였다.

뿜어내던 기운만큼이나 파워풀하고, 빠른 속도만큼은 인정할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게 전부인 일차원적 공격은 마음만 먹으면 웬만한 이들은 죄다 피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한 것이었다.

놈의 약점 또한 극명했다.

공격 후에 다시 천장으로 올라가는 동안에는 완전히 무방비 상태나 다름이 없었다.

딱히 공격에 대한 방어도 없었고, 저항조차도 없었다.

때리면 때리는 대로, 찌르고, 베고, 꺾으면 그대로 당하기만 할 뿐이었다.

해서, 하나뿐인 공격조차 몇 번 해보지도 못하고 놈은 다섯 손가락이 모두 꺾였고, 끝내는 모두 잘려 나가기까지 했다.

“흐음….”

오히려 내가 놈을 걱정할 지경이었다면 말을 다 한 게 아닐까 싶다.

….

더는 시간을 끌 것도 없었다.

“오식아, 마무리해 버려!”

내 말에 오식이가 히죽 웃고는 나름의 마지막 공격을 하고서 허공으로 떠오르는 놈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허리춤에 찬 모닝스타를 꺼내 들고서는 미친 듯이 두드려 패기 시작했다.

퍼억! 퍽! 퍽….

무차별적이고, 무식한 난타에 손바닥 부분만 남은 거대한 손이 갈기갈기 찢기고, 터져 나갔다.

퍼어어억!

마지막 일격이 작렬했다.

거의 형체가 남지 않은 거대한 손이 바닥으로 맥없이 떨어져 내렸다.

툭….

진심으로 싱겁다 못해 허무함이 느껴지는 마무리였다.

그런 내 마음을 헤아리기라도 했는지, 천장에 달라붙어 있던 오른쪽 손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쿠우우우웅!

“별것도 아닌 것이 요란스럽기는… 쩝!”

비아냥을 담아 말을 흘리고는 입맛을 다셨다.

거대한 손들이 바닥으로 스며들 듯 사라졌다.

텅 비어 있던 자리에 주황색의 둥근 물체가 떠올랐다.

코어… 저주받은 저택 던전의 완전한 클리어를 위한 마지막 코어인 ‘마리안느의 코어’였다.

‘이렇게 해도 나타나긴 하는군.’

원래라면 마리안느를 잡아야만 나타나는 것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끝이 났음은 명백하니, 굳이 따질 것까지는 없었다.

“오식아, 후딱후딱 끝내고 나가자. 배고프다.”

귀찮음을 발하며 말했다.

거대한 손의 싱거움에 이미 모든 흥미를 잃어버린 탓이었다.

“자, 잠시만요.”

린이 다시금 만류와 제지의 의사를 표했다.

그에, 시큰둥함을 담아 반응했다.

“또, 뭔데?”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이유를 물으려다가 입을 닫았다.

이 또한, 귀찮음과 더불어 흥미를 잃은 이유가 컸다.

마음대로 하라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근처에 널브러진 의자를 끌어다가 앉았다.

그렇게 잠시 후….

끼이익!

굳게 닫혀 있던 방문이 소리를 내며 열렸다.

나도 모르게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시에 허리춤에 찬 아수라 스워드를 뽑아 들었다.

촤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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